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28
사령관이 돌아왔다 028화
028 투자(3)
VIP룸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해당 증권에 그만한 등급이 되거나 큰 거래가 있기 때문이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TV에서도 볼 수 있는 스타급의 헌터였고 영웅으로 부상을 하고 있었으니 직원이 기대감에 가득 차서 쳐다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영철 부장은 자신의 명함을 내게 주며 인사를 했다.
“MS증권의 영업부장 이영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명성이 자자하신 박 소령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험험.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이라니요? 지금 회사에서 회식을 해도 온통 그 이야기뿐입니다. 이번에 나타난 데스 나이트가 변종이었다지요? 정말 손에 땀을 쥐었습니다. 어찌 그런 괴물이 백두산에 나타난 건지. 귀하가 계시지 않았다면 백두산이 뚫리고 대량의 몬스터가 남하하여 한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럴 리가요.”
나는 손사래를 쳤다.
일반인들은 그리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막대한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타격을 입기 전에 연합군 사령부에서 스타급 헌터를 보내 마무리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백두산 군단이 무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받을 여지는 있다.
우리들은 편한 소파에 앉았다.
“저희 증권에는 무슨 일이신가요?”
“NK건설 주식을 좀 매입하려 합니다.”
“그러셨군요.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도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용 방법을 알려 드릴까요?”
“아닙니다. 주식을 좀 많이 사려고 합니다.”
“좀 많이요?”
이영철 부장은 내가 말했던 ‘좀 많이’에 대해 생각하는 중인 것 같았다.
다만 일반인이 말하는 ‘많이’라는 개념은 수십만 주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그 정도 주식도 충분히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있었다.
“10만 주 정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거래를 하시면…….”
“좀 더 많아요.”
“배, 백만 주?”
“더.”
“1천만 주!?”
“왜 이렇게 통이 작으십니까? 저는 NK건설을 사실상 소유할 작정입니다. 중개를 해 주십사 온 것이고요.”
“……!”
증권사에서 중개 거래를 하지 않고도 변호사를 통하여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확실한 것을 선호했다.
정확하게 증거를 남기고 나중에 NK건설에서 어떤 발뺌도 할 수 없도록 세계 최대의 증권사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깟 수수료, 약간 지불하면 어떤가.
사실 증권거래 수수료는 얼마 하지도 않았다. 그에 비하여 NK건설에서 추후 연구에 성공하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알 수 없었으므로 내게는 이것이 최선이다.
이제 이영철 부장은 식은땀까지 흘렸다.
회사를 사실상 소유하려 한다면 최소한 2천만 주는 있어야 한다.
NK건설은 5천만 주를 상장하였고 현 시세는 1만 원을 호가하고 있었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급격하게 주식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NK에서 연구하고 있는 실드 강판이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또한 연구 자금도 떨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회사가 망할 판이었으니 대량의 주식을 내가 매입한다고 하면 흔쾌히 응할 것이다.
여기에 내가 NK를 선택한 이유는 또 있었다.
‘강판에는 마석이 들어간다. 마석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아직까지 그 수효가 많은 편은 아니지. 하지만 강판 연구에 성공한다면 마석은 없어서 못 팔 상황까지 올 거야. 그때 내가 마석 광산을 독점하고 있다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전 세계에 마석 광산은 오직 한국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가설은 존재했다.
많은 학자들이 한국에 태초의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걸 태초의 힘으로 정의를 해야 할지, 아니면 태초의 어둠으로 정의를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그런 힘이 내재되어 있었기에 마석이 한반도에서만 생산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발견되고 있는 마석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이 금광이나 철광 등을 헤집다 보면 하나씩 나오는 것이었다.
강판이 완성된다고 해도 마석이 없다면 무용지물.
내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NK건설은 1차 부도를 맞고 채권단의 영향력 아래 들어간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마석 광산이 발견되면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나는 이 두 가지 모두를 독점하고자 했다.
“NK 측에 연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별로 없으니 30분 기다리도록 하죠.”
NK건설 본사.
본사에서는 연일 회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중역들은 제대로 퇴근조차 하지 못하였고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금이다.
실드 강판 연구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마석 값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자금력이 한계에 이르렀고 경영진에서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까지 처분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힘들었다.
NK건설 창업주 오철진 대표이사는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주식이 팔리지 않는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대표님. 연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그런 물건이 탄생할 거라곤 믿지 않는 모양입니다.”
“실험 결과를 공개하면?”
“아직 실드가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연구 끝 무렵이라…….”
“하…….”
중역들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제 마지막 연구만 진행하면 된다. 회사의 총력을 기울여 밀어주었지만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수천억 이상의 연구비가 투입되어야 한다.
잘나가던 NK건설이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도 바로 연구비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 비싼 마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 도박에 가까운 일이었다. 다른 회사에서도 개발에 손을 놓고 있었던 이유가 있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끄응.”
오늘 회의도 여기서 접고 일단 중역들을 닦달해야 할 것 같았다. 머리를 굴리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바로 어제 연합군 측에서도 자금 지원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연합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각 대기업들에 자금 융자를 호소하였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이제는 은행에 빌릴 돈도 없었다.
남은 것은 주식뿐이었는데 설상가상 이 주식도 팔리지 않는다.
이제 NK건설 주식은 1만 원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때 10만 원 이상을 호가하였던 주식이 말이다.
벌컥!
“대표님!”
비서실장이 회의장으로 난입하였다.
표정이 꽤 상기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 분명히 어떤 일이 터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불안해진다.
NK가 이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곳이 있었던가.
“무슨 일인가?”
“저희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대량으로?”
“수천만 주를 매입할 의사가 있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
웅성웅성!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이건 동아줄이었다.
어차피 이대로 두면 회사는 망한다. 그렇다면 동아줄을 잡아야 한다.
“도대체 누가?”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의문의 재력가에게 쏠린다.
돈이 얼마나 많으면 망해 가는 회사 주식 수천만 주를 매입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는 박수철 소령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수란은 3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지 않냐고 이야기했다.
“30분은 너무한 것 아니야?”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 반드시 30분 안에 올 거다.”
“조금 가혹한 것 같은데.”
“내가 주도권을 쥐고 시작하려는 것도 있고.”
“깎게?”
“가능하면 깎아야지. 그럼 부실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는데 정가를 주고 사냐? 지금도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그야 그렇지만.”
“역시 대대장님이세요!”
이슬기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기세를 제압하는 것이었다.
기세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초장부터 내가 우위에 있어야 하는데, 시간은 그야말로 중요한 전략이다.
중요한 회의에 일부러 늦는 사람들이 있다.
정상회담이 개최되던 시절에도 일부러 늦는 국가원수들이 있었고 그것은 하나의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주도권은 나에게 있으니 철저하게 주식을 매입하는 재력가에게 시간을 맞추라는 것이었다.
사실 5분 10분 늦으면 더 좋은 일이다. 미안해하라고 일부러 시간을 타이트하게 잡은 것이니까.
예상대로 NK 측 사람들은 10분 정도 늦게 왔다.
“허억! 허억!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NK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혹시나 약속 시간에 늦어서 주식을 팔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다.
“네. 좀 늦으셨군요.”
“죄송합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허리를 굽혔다.
이쯤 하면 주도권은 내가 쥐고 시작하는 것이다.
“앉으시죠.”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주도권을 확립한 가운데 먼저 핵심을 툭 밀어 넣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귀사의 주식을 9천 원에 3천만 주를 사고 싶습니다.”
“예? 네에!?”
오철진 대표는 숨도 돌리기 전에 경악했다.
세상에 그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할까.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무엇보다 3천만 주라면 총 상장 주식의 50% 이상이었다. 그만한 주식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만한 주식은…….”
“시장에 깔려 있는 주식이 대략 1천만 주가량 되지요?”
“그렇습니다.”
“거래는 되지 않고 잔뜩 주식을 푼 덕분에 가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요. 게다가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도 순매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팔리지도 않을 주식을 말입니다. 제가 그 주식을 전량 매수하고 귀사의 경영진이 가지고 있는 주식 2천만 주를 매입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리된다면 저희 경영진은 힘을 잃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귀사의 경영권을 건들 생각은 없습니다. 회사 방침에 관여를 할 수는 있겠지만 경영권 자체를 박탈하지는 않겠습니다.”
“으음!”
오철진은 침음을 삼켰다.
내 제안은 관대해 보였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회사의 경영권만 오너 일가에게 있다는 것뿐이지 사실상 내가 경영에 관여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철진은 그만큼이나 많은 양의 주식을 팔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저는 지금 1천만 주 정도를 더 팔려고 했습니다. 필요한 돈이 2천억 정도 되니까요. 하지만 3천만 주라면…….”
“2,700억이지요.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여기저기 돈을 많이 끌어다 쓰셨을 텐데요. 돈이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돈이 필요하기는 하지요.”
“제가 마석을 좀 싸게 구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기존 시세보다 10% 정도는 싸게요.”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시간이 한 달 정도 걸릴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하죠.”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하셔야 할 겁니다.”
나는 팔짱을 꼈다.
어차피 오철진이 내밀 수 있는 패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는 식은땀까지 흘렸다.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10분 드리죠.”
역시나 나는 시간을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