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339
사령관이 돌아왔다 339화
339 프러포즈(2)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번 결혼식은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를 하였으며 오늘 하루를 축제일로 선포했다.
어떻게 보면 인간과 신의 결합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인간 출신이었고 비비안은 타 차원의 신이다. 그 두 존재가 결합을 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다만 나는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시기에 이래도 되는 건가.”
“뭐가 어때서 그래?”
대기실에 함께 있던 수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이렇게 결혼을 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그랬지만, 약간의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세상이 망해도 결혼할 사람은 해. 오빠는 그러지 못했던 것뿐이지. 아니, 안 했던 거잖아.”
“비비안 님은 어쩌고 있어?”
“그냥 있어.”
하기야 비비안은 오래전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예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감흥이 없다기보다는 굳이 신들의 맹약에 식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똑똑.
사회자가 들어온다.
“각하. 준비 끝났습니다.”
“그런가요.”
“주로 행진을 하게 될 겁니다. 하객들도 모두 모였습니다.”
“하객이라.”
어마어마한 숫자의 인파가 모였다.
신들이나 천사들은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들도 하객이라면 하객이겠지.
광화문 광장으로 나간다.
그곳에서 비비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군요.”
“드레스를 입으셨네요.”
“인간들은 이렇게 한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입고 보니 나쁘지 않아요.”
미소를 짓는 그녀.
비비안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아니다. 원래부터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저 내가 무관심했을 뿐이다.
이런 여신이 나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였다니. 게다가 앞으로 결혼을 몇 번이나 하건 상관없다고 한다.
첫 번째 부인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이다.
나는 별로 다른 여자를 끌어들여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신랑 신부 입장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긴 행진이 시작된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하여 도로를 행진한다.
금빛의 카펫이 깔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수많은 보석들이 박혀 있었다.
신들이 만들어 준 것으로, 그것에 사용된 금과 보석들이 시중에 풀리면 가치가 폭락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그렇기에 결혼식이 끝나면 회수되어 사라질 예정이었다.
도로의 끝에 재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재단이었고 각 신들이 내려와 박수를 치며 축복하였다.
“그대들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영원한 사랑에 경의를!”
차원을 다스리는 신들에게 이런 결혼식은 이색적일 것이다.
반려를 맞이하는 신도 있었지만, 원래 신들이 눈이 맞을 확률은 적었다. 신마대전의 영향으로 맺어진 커플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죽었다.
“와아아!”
시민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주례는 라오스가 보았다.
굳이 주례까지 있어야 하나 싶었지만, 인간적인 전통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우리들은 주례 앞에 선다.
“험험.”
라오스의 목소리가 지구 전체를 울린다.
이 역시 신들이 장치를 해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늘의 결혼식은 생방송이었고 이곳에서 나는 소리들은 전 세계로 실시간 전달이 된다.
라오스가 입을 열었다.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음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차원의 신이 되면서 설마하니 절대신의 결혼식을 주관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마 오늘의 일은 전 차원의 경전에 기록되겠죠.”
“…….”
라오스는 연설을 하려 하였지만, 내 앞에서 연설을 길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의 말은 짧고 간결하다.
“박수철 님에게 묻겠습니다. 지금 언약을 맺으면 절대적인 맹약으로 묶이며 앞으로 파기할 수 없습니다. 영원히 함께할 반려이기에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맹약을 어기게 된다면 영혼의 파멸을 불러오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결혼하시겠습니까?”
매우 살벌하게 들리는 말이다.
오늘로서 신의 맹약으로 묶인다.
입회인들도 수백이나 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권능을 가지고 있는 신이었고 앞으로 파기를 하게 되면 영혼이 찢겨 존재가 사라질 것이니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오되었습니다.”
“비비안 님에게 묻겠습니다. 지금 언약을 맺으면 절대적인 맹약으로 묶이며 앞으로 파기할 수 없습니다. 영원히 함께할 반려이기에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맹약을 어기게 된다면 영혼의 파멸을 불러오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결혼하시겠습니까?”
“영원히 그를 사랑하겠어요.”
“좋습니다. 두 분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와아아아!”
다시 터지는 함성.
이것으로 되었다.
행진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짝짝!
라오스가 손뼉을 쳤다.
“자, 어디든 가서 하루를 보내고 오십시오! 신혼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환호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들은 영체로 화하여 몸을 날렸다.
어찌어찌 결혼식이 끝났다.
신혼여행이라니. 지금까지 비비안과는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절대 선을 넘었던 적은 없었다.
인간들의 관계처럼 술김이나 감정적으로 일을 벌이지는 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 생각하고 결론을 내렸으며 매우 이성적인 결혼이다.
물론 여기에 좋아하는 감정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관계는 이어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가이아 차원의 또 다른 푸른 별이다.
굳이 여기까지 온 것은 지구에서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구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곧바로 찾아가기도 쉬웠고 말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곳에 저택을 지었다.
예전처럼 직접 지은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창조를 해냈다.
촤아!
해변으로 나와 바다를 바라본다.
“드디어 결혼했네요.”
비비안은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간절하게 바라 왔던 일이다. 나보다는 비비안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제가 너무 간을 봤군요.”
“저는 한 1만 년 정도 기다려야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빨리 결정을 내려 주셔서 조금 놀랐어요.”
“1만 년이라…….”
“영원히 살아야 할 텐데 사실 1만 년도 짧죠. 어떤 부부는 100만 년 정도 친구로 지내다가 결혼을 했다더군요.”
“…….”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이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신들의 세계에서 한 100만 년 정도 연애를 하는 건 일반적인 것 같았다.
이로써 나도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신을 이끌어 나가는 절대신의 자리에 올랐지만, 별로 신이 되었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말이다.
아직 정신이 인간과 신의 중간 정도에 머물렀다고 할까.
“내일부터는 또 일을 해야 하는군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오늘만큼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도록 하죠.”
“첫날밤이 기대되네요.”
“첫날밤이라…….”
비비안이 먼저 그런 말을 하니 놀랍다.
하기야 먼저 구애를 하고 기다렸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출산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출산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인간처럼 출산을 할 필요는 없죠. 저와 당신이 각각 신성력을 투자하여 만들어 내면 되니까요.”
“그럼 신으로 인정을 받을까요?”
“저희들의 DNA를 넣으면 그리되겠죠.”
역시 자녀는 낳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다.
신들의 세계에 들어왔으니 그렇게 창조된 존재를 자식으로 인정해도 되겠지.
다만 다른 창조물들과는 다르게 혼신을 다하여 창조할 것이며, DNA를 넣는 것으로 신위를 받게 된다.
내 자식도 신이 되는 것이다.
많은 신력이 소모되므로 그건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야 생각해 볼 문제다.
“여기 바닷속이나 구경을 할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가이아 차원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 줄이야.”
바다는 맑고 투명했다.
아직까지 육상의 생명체가 다니지는 않았고 나무만 무성했다. 하지만 해양 생물들은 있을 것이다.
원래 진화는 해양에서 시작된다.
신이 창조하기 전에는 더디게 진화가 되기 마련이다.
가이아 차원이 방치된 지는 한참이나 흘렀기에 지구처럼 의도적으로 인류가 창조된 것이 아니라면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첨벙!
우리들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화려한 수초와 산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많은 물고기들이 유영한다.
우리들은 망설임 없이 해양을 누볐다.
그날 밤.
드디어 첫날밤이다.
참으로 이상한 느낌이 아닐 수 없다.
비비안과 오랜 시간 함께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첫날밤이 뭐라고 떨려 오는 이유는 뭘까?
“훗.”
당연히 비비안은 떨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감정 변화를 일으키면 단번에 그녀가 알아차릴 것이다.
그것도 참으로 웃긴 일이 되겠지.
비비안이 문을 열고 다가온다.
스르륵.
그녀는 가운을 벗었다.
“와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저렇게까지 완벽한 나신은 본 적이 없었다. 그림으로 그리려고 해도 저렇게까지 완벽할 수는 없다.
역시나 완벽을 자랑하는 여신이라고 할까.
그녀는 여신들 중에서도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신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괜찮아요?”
“아름답군요.”
“영원히 당신의 것이에요.”
그녀가 안겨 온다.
우리들은 황홀한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