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360
사령관이 돌아왔다 360화
360 삶과 죽음(1)
나와 비비안이 지구를 떠난 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에 우리들은 수많은 차원과 행성들을 탐험하였다. 옛 유적지를 찾아보기도 하였으며 전망 좋은 곳을 발견하면 그곳에서 한 달에서 몇 개월 정도 머물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은 세상 어디를 가나 악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설레발을 칠 필요는 없었지만 마왕급의 악마가 자라나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놈이 발전하여 마신이 된다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모든 신들이 나와 같이 행동했다.
마신으로 인하여 전 차원이 멸망할 뻔한 경험을 하고 난 이후에는 악이 자라나는 즉시 짓밟아 버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은 라노스 대륙의 전쟁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테인 여신은 면목 없다는 듯 말했다.
“죄송해요.”
“미테인 님이 죄송할 것은 없죠. 원래 악은 자라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짓밟아 버렸어야 하는데 말이죠.”
“원래 악의 세력은 밟아도 자라나기 마련입니다. 그걸 막을 수는 없어요. 다만 어느 정도 자라면 밟을 수는 있죠.”
반복적으로 해 왔던 일이다.
이번에는 세력이 좀 큰 모양이다.
여차하는 순간에 악이 자리 잡아 대륙 전체를 삼키려 하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마국으로 칭하는 마왕의 군대가 수백만, 인간의 군대는 100만 정도다. 이것도 전 대륙에서 박박 긁어모은 수치였으니 인간이 얼마나 열세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서 인간이 패한다면?
전 인류는 마왕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놈은 신위를 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쉽게 막을 수 있다.
뿌우!
마왕의 군대가 진군한다.
인간의 군대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는데,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마왕의 군대가 저렇게 압도적으로 많았으니 위축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인간들은 고군분투했다.
“우리가 나서야겠군요.”
“저도 함께할게요.”
미테인도 끼어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었다.
본인의 실책으로 인하여 마왕이 이렇게까지 발전을 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은 강림의 형식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 땅 위의 모든 인간들에게 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인간들이 절대적으로 열세에 처해 있을 때, 하늘의 문을 열었다.
그 문에서 나와 비비안, 미테인이 강림하였다.
“오오! 신들께서 오신다!”
“드디어 신들께서!”
우리들은 신력을 사용하여 마왕의 군대를 쓸어버렸다.
사실 이건 식후 운동도 되지 않는 일이다.
마왕의 군대라고 해서 크게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조잡한 마물들과 인간들을 변이시켜 만들어 낸 군대일 뿐이다.
아낌없이 군대를 쓸어버린다.
쿠아아아앙!
그야말로 신의 징벌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아!”
사람들은 그 모습에 몸을 떨었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마왕의 군대가 정리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모조리 그들을 쓸어 내자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다.
“빛을 찬양하라!”
인간들의 수뇌부에게 강림한다.
이곳에는 인간들의 황제와 그 신하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다들 갑옷을 입고 있었고 격렬한 전투의 흔적이 보인다.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이 상황이 되니 직접 검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황제의 신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신들을 뵙습니다!”
나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손을 들어 신력을 뿌려 주니 오늘 전투에서 죽었던 자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하여 부상자들을 모조리 고쳐 주었다.
“아아아!”
그런 기적에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악의 세력이 자리 잡고 있었구나.”
“다, 당신의 이름은…….”
“신들의 신. 절대신 박수철 님이다.”
미테인이 그리 말했다.
그들은 더욱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절대신이라면 사실상 전 차원을 다스리는 존재다. 신들은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였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존재가 한낱 인간에게 강림하였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이제 마왕의 낯짝을 보도록 할까.
“마왕을 끌고 와라.”
“예!”
얼마 지나지 않아 피투성이가 된 마왕이 질질 끌려왔다.
강렬한 원망이 느껴진다.
만약 자신에게 힘이 있었다면 이 자리에서 나와 자웅을 겨루려 하였을 만큼 투지가 불타오른다.
“마신이 죽으니 하찮은 것이 날뛰고 있구나.”
“악은 영원할 것이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느냐?”
“언젠가 악은 신위로 부활하여 옛 영광을 되찾을 것이다.”
“하하하! 너희들은 패했다. 마신이 죽는 순간, 신들의 세상이 도래한 것이지. 마왕 따위가 발전하여 신위를 받도록 놔둘 것 같으냐?”
“언젠가는 마신께서 부활하실 것이다.”
“마신의 부활이라.”
우리들은 치기 어린 마왕을 바라보며 웃었다.
마신은 부활하지 않는다.
마왕이 새롭게 마신의 위를 받아서 발전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일단 신들은 마왕이라면 경기를 일으켰다.
신위를 받은 마왕이 탄생한다면 모든 신들이 일제히 추격을 하게 될 것이다.
“마신은 부활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거든.”
퍼어억!
마왕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놈은 죽었고 마왕의 군대는 무너졌다.
“인간 황제여.”
“하명하소서!”
“인류를 재건할 수 있겠나?”
“가능합니다.”
“인류의 재건에 힘쓰도록 하라. 미테인.”
“예! 수장님!”
“이들을 위해 지원을 하라.”
“명을 받듭니다!”
이 정도면 되었다.
이쪽 대륙은 미테인이 알아서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재건이 되겠지.
우리들은 미테인이 다스리는 차원을 벗어났다.
천계에 도달하였는데, 전혀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 이곳에 천사들을 두었다.
행성 하나를 만들어 우리들이 머물 수 있는 파라다이스를 만들었는데, 아직까지 개발이 되고 있는 중이다.
아리아가 인사를 했다.
“빛을 찬양하라!”
“아리아. 별일 없지?”
“그것이…….”
“왜?”
“지구의 임태수 대통령이 위독하다고 합니다.”
“그런가.”
임태수도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일흔 살을 넘긴 지 한참 되었으니 노환으로 사망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임태수라면 백 살까지는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일세대를 풍미했던 영웅치고는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가 봐야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한국대학교병원.
이곳 중환자실에 임태수가 머물고 있었다.
그는 힘겹게 삶을 이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님.”
“오셨군요.”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임태수.
그는 나를 기다렸다는 표정이다.
“이 하잘것없는 목숨을 이어 가고 있었던 것은 한 번이라도 각하를 뵙고 가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임태수는 나를 상관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런 관계는 10년 전에 끝이 났음에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고통을 줄여 드릴까요?”
“삶의 끝에 고통이 있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이만큼 살았으면 더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미련도 없습니다.”
“단순히 인사나 하자는 것이었군요.”
“그렇지요.”
나는 임태수의 손을 잡았다.
그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물심양면으로 임태수가 지원을 해 주었고 내가 대통령이 되어 국정을 이끌어 나가고 있을 때도 항상 도움을 주었다.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허허허. 이 늙은이의 목숨으로 인류가 구원되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요.”
“맞습니다. 당신으로 인하여 인류가 구원되었지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하였으니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정말 생명을 연장시키지 않으시렵니까? 이 시점에서 20년 정도 수명을 늘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약속도 있었으니.”
“그리 추하게 가고 싶지는 않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족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임태수의 호흡기가 떨어졌다.
삐-.
그의 심장이 멈추었다.
영웅의 죽음치고는 약간의 허무함이 남는다.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르도록 하죠.”
장례식장.
임태수에게는 자식이 없었으므로 내가 완장을 차기로 하였다.
어떻게 보면 내가 그의 자식과 같지 않을까.
여동생이 방문했다.
“왔냐?”
“오빠는 하나도 안 늙었네.”
“너는 좀 늙었구나.”
“당연하지. 나도 마흔 살이 넘었는데.”
중년에 접어든 여동생의 모습. 그에 비하여 나는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늙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직도 영생에는 관심이 없고?”
수란은 고개를 저었다.
영생이란 보통 사람에게는 고통일 수도 있었다. 수란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유한한 삶을 알차게 살아가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어떻게 지내?”
“결혼해서 애도 있어.”
“그러냐.”
“언제 한번 보러 오는 것이 어때?”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여동생의 아이라니. 그렇다면 여동생이 죽고 그 아이가 죽고 손자까지 죽는 모습을 보아야 한단 말인가.
그냥 인연을 만들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이거 섭섭한데. 내가 죽을 때는 올 거지?”
“당연하지.”
“그럼 됐어.”
이걸로 되었다고 한다.
나와 수란의 삶은 이제 극명하게 갈렸다.
그녀가 원한다고 해서 나와 같은 삶을 살 수도 없을뿐더러, 별로 그럴 생각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여동생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지.
“경혜는 어떻게 지내?”
“경혜 언니도 결혼했어. 한 5년 됐나?”
그거면 되었다.
경혜가 나를 생각하며 결혼을 포기하였다면 그 또한 죄책감이 들었을 것이다.
“또 보자.”
여동생은 쿨하게 사라졌다.
정말 여동생이 위독한 순간에는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