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캘리포니아(7)
오후 3시까지 판 불고기는 단 10개.
300인분을 준비한 것 치고 너무 부족한 숫자였다.
사람이 적었던 것도 아니었다.
생소한 음식일 뿐만 아니라 자리까지 좋지 않은 곳으로 배정받았으니 어느 정도는 예상하긴 했지만, 역시 그 허들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캘리포니아 쉽지 않네.”
“흐음. 워낙 캘리포니아가 푸드트럭으로 유명하니까 보장된 맛도 많다는 뜻이겠지?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래도 우리 10개나 팔았어, 시아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굳이 지금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확신이 있었다.
계기가 필요할 뿐.
그것만 통과하면 분명 잘 팔리리라 확신했다.
“여기는 아시아 푸드인가요?”
그런데 그때 어떤 아시아계 사람이 유려한 영어 실력으로 나에게 물어봤다.
보통 아시아계 이민자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그 특유의 억양은 지울 수 없는 법이니까.
그래서 그는 이민자라기보다는 아시아계 미국인일 확률이 더 높았다.
“네, 맞습니다. 불고기라고.”
“아. 불고기.”
“알고 계신가요?”
“들어 본 적이 있어요. 어떤 걸 팔고 있죠?”
“불고기덮밥이랑 샌드위치, 그리고 트로피컬 샐러드 팔고 있습니다.”
“다 주세요.”
쿨하게 거래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남자.
그의 주문이 끝나고 시아와 내가 분주하게 음식을 조리하고 있을 때 똑같은 아시아계 여자가 남자에게 다가왔다.
“인욱 씨. 어디 갔었어?”
“아. 여기 한국 음식을 팔더라고?”
“으잉? 그래? 불고기? 오오.”
“내가 벌써 주문 다 끝냈지.”
순간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분명 한국말인데.
한국말이 맞는데.
“이분들은 재미 교포신가?”
“그런가 봐. 영어밖에 할 줄 모르시더라고.”
웃픈 상황이었다.
간혹 미국에 살다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한국인도 아닌데 한국인인 줄 알고 한국말을 내뱉었다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보통 미국에서 지내는 한국인은 아무리 한국인처럼 생겨도 일단은 경계하고 영어로 말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 서로 한국인이지만 이런 경계로 인해 서로 영어를 쓰다가 누구 하나가 한국말을 쓰면 당황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토종 한국인끼리 영어를 쓰는 웃픈 상황이 연출 되기도 한다.
평소라면 나도 속으로 웃으며 한국인이었구나 하고는 그냥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푸드트럭 장사를 하는 중이었고.
어디로 피하지도 못하는 상황.
“불고기랑 샌드위치, 그리고 트로피컬 샐러드 나왔습니다.”
여기까진 영어로 했다.
그리고.
“맛있게 드세요!”
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그래도 내가 토종 한국인이라는 것 정도는 알려 줘야 할 거 같아서.
그러자 인욱이라 불린 남자와 그 옆에 있던 여자는 화들짝 놀라며 나와 시아를 번갈아 바라봤지만, 민망하기도 하고 어색한 침묵 때문인지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내가 너무 했나?”
“왜 재밌었는데.”
시아가 키득대며 웃었다.
워낙 시아가 이런 장난을 좋아하니 내가 이러는 걸 좋아했던 모양이다.
나도 놀릴 생각은 아니었고,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려 주고 싶어서였던 건데.
“아무튼.”
“두 개 팔았다. 그치?”
“그러네.”
“300인분 어떻게 파냐?”
고기야 냉장고에 잘 마리네이드 되어 있으므로 다음날에도 팔 수 있겠지만, 많은 양의 채소는 당일 소진으로 정했기 때문에 근사치로 팔지 않는다면 다 버려야 할 실정이었다.
“요요!”
그때.
지원군이 도착했다.
“오스틴!”
“내 친구, 씩!”
“제이도 같이 왔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이.”
오스틴과 제이가 함께 도착했다.
이 푸드트럭 축제가 워낙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종종 유명인이 온다는 건 이미 아는 사실이었을 거다.
하지만 요즘 LA에서 자주 출몰하는 가장 핫한 아티스트 포스트 멜론과 그의 여자친구 제이까지 함께 오리라곤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듯했다.
“포스트 멜론 아니야?”
“대박!”
하지만 경호원과 함께 등장한 오스틴 때문인지 인파는 섣불리 그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저 주변에서 구경만 할 뿐.
그리고 LA는 워낙 유명인이 많기로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에 LA 현지인들은 에티켓 교육이 잘 되어 있었다.
무리하게 사인 요청을 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불편을 느낀 유명인이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는 걸 학습했는지 일정 거리를 벌리고 오스틴을 구경했다.
“요, 현씩. 내가 장사 방해한 건 아니지?”
“노 프라블럼.”
“제이랑 같이 불고기 좀 먹고 가려고.”
“좋지. 잠시만.”
오스틴은 나와 눈을 맞추고 모종의 사인을 보냈다.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한다는 뜻이었다.
“불고기랑 샌드위치, 그리고 트로피컬 샐러드 나왔어.”
“땡큐, 맨!”
오스틴과 간이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자 구경하던 구경꾼들도 하나 같이 우리 푸드트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호원과 마치 결계가 쳐지듯 둘러싼 구경꾼들 때문에 섣불리 푸드트럭으로 오는 사람은 없었다.
솔직히 바로 앞만 본다면 오스틴과 제이 때문에 손해를 보는 건 맞다.
장사를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들이 가고 난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질 거다.
“요, 씩! 다음에 또 올게. 아차! 그리고 지난번에 부탁한 거 수락해준 보답이야.”
“보답?”
“어. 좀만 기다려 봐.”
“어? 어어. 그래. 다음에 또 보자.”
“케이! 빠이.”
오스틴과 제이가 사라지자 구경하던 사람은 오스틴을 따라 움직이기도 했고.
그가 유일하게 앉아서 먹은 푸드트럭이 궁금했는지 조심스럽게 다가와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시아야. 준비해야 할 듯.”
그래.
이게 내가 말한 계기.
솔직히 장사는 음식만 맛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마케팅과 자리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맛과 퀄리티는 다음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이목을 받고 대중에 노출되는 게 첫 번째였다.
그걸 해냈으니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손님과 우리와의 벽이 허물어졌으니 이제는 맛으로 승부를 볼 차례.
그리고 이건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었다.
타오르는 불길에 불고기를 볶고.
시아는 옆에서 바삐 밥을 퍼거나 샌드위치를 말았다.
불티나게 팔리는 불고기.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휑하기만 했던 푸드트럭은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면서 그 영향으로 계속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려는 사람들로 늘어났다.
원래 그렇지 않은가.
한산해 보이는 푸드트럭을 보면 왠지 모르게 찝찝하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 같은 거.
또한 반대로 줄을 선 푸드트럭을 보면 왠지 모르게 끌리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 같은 거.
그래서 장사는 손님이 오지 않으면 끝까지 오지 않거나, 손님이 오기 시작하면 계속 끊임없이 오는 법이다.
“시아야, 불고기 세 개!”
“응.”
“샌드위치 두 개도!”
“응응.”
“트로피컬 샐러드는 내가 낼게.”
“응.”
앙다문 입술이 귀여웠지만, 그녀를 귀여워해 줄 여유조차 없었다.
불고기를 볶아내고 트로피컬 샐러드를 낸 다음에 곧장 시아가 푼 밥에 불고기를 얹었다.
토핑을 얹고 포크와 함께 내주자 반신반의하며 받아서 드는 손님들.
하지만 내 확신처럼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웃음꽃을 피웠다.
예전에는 몰랐다.
한국 음식이 외국에도 통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시기적으로도 아시아 음식이 흔하지 않을 때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지금 시기를 지나면 한국의 문화뿐만 아니라 음식은 세계를 선도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유명한 LA레이커스의 유니폼에 바바고푸드의 브랜드가 떡 하니 새겨진 그 국뽕 차오르는 순간도 있고.
온갖 한국 브랜드의 음식점이 해외 진출을 시작하고.
김치는 아시안 마켓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미국의 흔한 월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강 음식으로 주목받게 된다.
나는 그 시기가 오기 전부터 이 불프를 미국 내에서 꽤 유명한 한국 음식으로 입지를 다질 예정이다.
지금은 초라한 푸드트럭 하나뿐이지만, 곧 미 전역을 누비는 푸드트럭이 수십, 아니 수백에서 수천 개에 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푸드트럭 축제에 온 궁극적인 목표.
여기 LA는 부자들의 도시다.
상업이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성행할 뿐만 아니라 요식업 또한 치열할 정도로 발전해 있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투자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특히 이런 푸드트럭 축제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신생 푸드트럭이나 빛을 발하고 싶은 실력 있는 푸드트럭이 모두 모여 경쟁을 펼치는 곳이니까.
그건 다른 말로 노다지나 다름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아직 가치를 인정받지 않은 순수 광물 그 상태인 골드.
그걸 세공하고 다듬는 건 역시 투자자의 몫이니까.
나 또한 돈을 꽤 많이 모으고는 있지만, 지금 당장 수천 개의 푸드트럭 프랜차이즈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보유한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프랜차이즈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왔으려나?”
저녁 7시가 되고.
장사가 한둘 마감을 시작했다.
손님이 아직도 붐비고는 있었지만, 300인분을 다 소모한 우리로서는 더 팔 수도 없었다.
“누가?”
“제임스 황.”
“그게 누구야?”
시아는 처음 듣는 이름일 것이다.
내가 굳이 LA에서 푸드트럭 축제에 참여했던 궁극적인 이유.
물론 나를 시험하고 푸드트럭의 메카라고 하는 LA에서 실적을 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실적’이란 것에는 장사가 잘되는 것도 있겠지만, 어떤 특정 투자자의 눈에 들기를 바랐던 것도 있었다.
“투자계의 거물.”
“거물?”
“어. 아시아계 미국인인데 주로 아시아 푸드에 투자하는 사람이야.”
“아~ 그래?”
“그 사람도 푸드트럭 축제에 오지 않았을까? 아니면 이번 주 내로 오지 않을까?”
“그 사람이 그렇게 중요해?”
“요즘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한 사람이야. 손에 닿는 곳은 전부 성공시키는 미친 신화의 주인공.”
“너도 그렇잖아?”
“인정하긴 싫지만… 나랑 클래스가 달라.”
아직은.
아직은 제임스 황이 나보다 훨씬 몸집이 큰 투자자다.
그리고 그의 투자금으로 나는 푸드트럭 프랜차이즈화를 시작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
내가 그를 아는 건 전생에 엄동식과 연이 닿아 그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엄동식의 뻘짓으로 거의 망해 가던 프랜차이즈 사업이 그의 투자를 받고 날개 돋친 것처럼 날아가기 시작했으니까.
어쨌든 그의 투자를 받긴 했지만, 대외적으로 활동 자체를 안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임스 황 또한 직접 투자 미팅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엄동식도 그렇고 나 또한 그를 그저 미스테리어스한 인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그의 거점이 LA 근처라는 것과 엄동식이 LA에서 제임스 황과 친분이 있는 사람과 연이 닿아 그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확신할 순 없지만, 캘리포니아 LA에서 푸드트럭 장사를 하고 유명세를 얻다 보면 나에게 접근하리라 생각했다.
“흥. 우리 차현식이 더 대단하거든.”
“뭐야. 부끄럽게.”
“뭐긴! 내 남친이지!”
시아가 나를 꽉 껴안았다.
오늘 힘든 일정이었음에도 시아는 불평 하나 안 하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냈다.
그런 시아가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나도 그녀를 꼬옥- 안아 주었다.
*
“흠. 불프라….”
먼발치에서 불프 간판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의문의 사내.
그리고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찰칵- 찰칵-
영업이 끝날 시간이기도 했고.
푸드트럭 축제에서 사진을 찍는 건 그리 이상한 행동은 아니었기에 그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면 간판뿐만 아니라 차현식과 정시아가 함께 부둥켜안고 애정 행각을 하는 모습까지 다 찍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