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김 비서가 왜 그럴까?
오웬이 차현식을 만나기 전.
바바고푸드 미국 지사 본부장실.
끼익-
문이 열리고.
오웬이 들어왔다.
모던한 모델링에 통유리로 된 창문.
인상적인 본부장실을 훑는 오웬.
그는 생각했다.
드디어 제임스 황이 누구인지 알게 될 수 있다고.
처음으로 그의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다른 선배들처럼.
자기도 이제는 제임스 황을 직접 만나서 상의할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진급도 하겠지.
“크흠. 아, 안녕하십니까?”
“…….”
통유리로 된 창문 앞에서 스리피스 정장을 차려입은 사내가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풍성한 머리칼이 도드라지는 머리를 모두 뒤로 넘긴 투 블록.
건장한 몸체와 주름 하나 없는 피부는 그가 아직 30대도 접어들지 못한 20대 중반의 나이라는 것을 가늠케 했다.
“저는 이번에 신입으로 온 오웬 제이스트라고 합니다.”
“…….”
여전히 아무 말도 없는 제임스 황.
오웬은 불안했다.
혹시 자기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게 아닐까?
“아.”
그때, 드디어 제임스 황의 입에서 무언가 흘러나왔다.
“이거 정신없이 생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너무 과몰입했네요.”
“네?”
“반가워요.”
통유리창을 보던 제임스 황이 뒤돌자 훤칠한 얼굴이 오웬의 눈에 담겼다.
정말 모든 걸 가진 사내가 있다면 이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잘생긴 얼굴에 머리도 풍성하고 몸도 탄탄했다.
그런 사람이 현 미국 요식업계의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주목받는 투자자 제임스 황이라니.
거기다 그 사람은 알고 보니 세계적인 기업 바바고푸드의 본부장이었다.
보통 본부장이라고 한다면, 실력으로 올라가는 일도 있지만, 재벌 2세 혹은 3세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서 적당한 위치에서 실무를 쌓기 위한 직급이기도 했다.
그리고 제임스 황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오웬.
“제임스 황입니다.”
싱긋 웃는 제임스 황은 오웬이 이때까지 상상해 오던 재벌들의 이미지를 단번에 박살 내 버렸다.
싸가지 없고 거만하며 부하 직원을 하인이나 종 부리듯 하는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첫인상 자체는 너무 젠틀한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네… 저는….”
“오웬 씨. 이번에 새로 입사한 인재라고 들었습니다.”
“저, 저를 알고 계십니까?”
“제가 직접 뽑았으니까요. 다른 회사에서 쌓은 실무 성적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저희 바바고푸드에 이런 인재가 있다는 거 자체가 저에게는 축복 그 자체입니다.”
오웬은 감동했다.
이 사람에게 평생 충성하며 일하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제임스 황의 설계였으리라.
하지만 그럼 또 어떤가?
돈 있고 권력 있다고 아랫사람을 종 부리듯 자기 맘대로 하는 악덕 재벌도 있다지 않던가.
하지만 제임스 황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인자하고 젠틀한 사람.
따르고 싶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제임스 황이라고 생각했다.
“차현식에 대한 조사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대단한 인재라고는 생각했지만 제 기대보다 200, 아니죠. 300%는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하, 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운도 실력입니다. 정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운이 없이는 대업을 이룰 수 없는 법이죠. 대운이 우리에게 있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오웬의 정보력은 정말 운에 가까웠다.
원래라면 어려운 루트로 거금을 들여 가며 알아내도 그가 가진 정보의 절반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들킨 상황에서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 정보를 전부 넘긴 것이다.
그러니 그 어떤 정보력으로도 이길 수 없었겠지.
당사자의 입에서 직접 나온 정보니까.
“그래서 말인데… 이번 인수 건.”
“인수… 요?”
“아. 말하지 않았던가요? 이번에는 투자가 아닌 인수를 하고 싶어서요. 안 그래도 우리 바바고푸드에서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만두만 팔아서는 세계를 지배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저희도 바바고푸드라는 기업에 걸맞은 프랜차이즈 식당 하나쯤은 있어야 할 테니까요.”
“아.”
“불프라는 푸드 트럭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물론 가격은 너무 싸고 사용하는 재료도 고급이 아니라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만.”
오웬은 제임스 황의 표정을 주목했다.
그는 그 어떤 오만함이나 거들먹거림 특유의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 레시피 자체는 완성도가 아주 높더군요. 저희가 인수해서 조금만 수정하면 완벽할 거 같았어요. 어차피 차현식이라는 사람이 감당할 만한 그릇은 못되니까요.”
제임스 황의 말에는 그 어떤 악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차분하고 침착했다.
아니, 그보다 그는 이 말에 그 어떤 의도도 담겨 있지 않은 듯했다.
“그 사람에게도. 우리에게도 윈윈이라는 거죠. 우리는 이미 완성된 레시피를 받을 수 있어서 좋고. 그 사람은 막대한 돈을 벌게 되니 또 좋지 않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오웬은 생각했다.
이 제임스 황이라는 사람은 차현식을 깔보거나 일부러 평가 절하 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리고 그게 단 한 번도 통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
“인수금은 500만 달러 선으로 했으면 좋겠군요.”
“아. 알겠습니다.”
고작 이제 시작한 푸드 트럭이었다.
그 아이디어와 레시피를 사는데 500만 달러도 많이 쳐 준 것처럼 보였다.
아마 누구라도 그 돈을 제시하면 거절하기 힘들 테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사업계에 보장된 500만 달러를 준다는데.
거절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밖에 있는 실장님이랑 상의하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그래요. 이렇게 또 식구가 되어 정말 반가웠어요. 우리… 같이 큰일 한번 해 봅시다.”
“네! 본부장님.”
오웬은 큰 소리로 인사하고 본부장실을 나갔다.
그리고 본부장실에 홀로 남은 제임스 황은 누군가를 호출했다.
“김 비서 오라고 해.”
“예, 본부장님.”
잠시 후.
본부장실 문이 열리고 오피스룩에 검은 안경, 질끈 묶은 포니테일의 여성이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김 비서. 어떨 거 같아?”
“차현식에 대한 거 말씀이십니까?”
김 비서의 추측에 제임스 황은 방긋- 웃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현식은 1천만 너튜버에 DMU에 재학 중이라고 합니다.”
“흐음. 잘나가는 너튜버니 한 달 수익은 대략….”
“너튜버 수익으로만 치자면 20만 달러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내가 제시한 500만 달러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겠네?”
“네.”
“그럼 어떻게 할까?”
“이미 계획이 다 있지 않으십니까? 유리한 계약을 위한… 함정. 아니었습니까?”
“오올. 역시 김 비서. 내 최애답네.”
김 비서의 날카로운 추측에 제임스 황은 다시금 감탄했다.
“그나저나 그때 연기는 훌륭했어. 인욱 씨라니. 부끄럽게 말이야.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부끄럽습니다.”
“연인 컨셉도 참 잘한다니까, 우리 김 비서는.”
부끄럽다는 말과는 상반되게 김 비서의 표정은 무뚝뚝 그 자체였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제임스 황을 바라보고 고개를 까닥이고는 정자세를 유지했다.
“역시. 가 보길 잘했다니까. 정말 괜찮은 원석을 발견했어. 그걸로 우리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고.”
“네, 본부장님.”
“아 참! 그건 어떻게 됐어?”
“네, 안 그래도….”
“워워~ 무슨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아는 거야?”
“최기명 변호사 스카우트 건 말씀하신 거 아닙니까?”
“맞아.”
“네. 그럴 거 같았습니다.”
“가끔 보면 무서울 정도라니까? 혹시 집안에 무당이나 뭐 그런 핏줄이 있나?”
“무당은 믿지도 않으시지 않습니까?”
“왜 안 믿어. 난 무당 믿어. 무당이 알려 주는 미래보다 내 운명이 더 강하다고 생각할 뿐이지.”
“최기명 변호사 건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조건으로 스카우트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최기명 변호사 얘기가 나오자 제임스 황은 더더욱 눈을 빛냈다.
그는 최기명 변호사만 이쪽 지사 로펌에 합류해 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로 생각했다.
본사 로펌에 버금가는 로펌을 미국 지사에 설립할 수 있는 중대한 일이었으니까.
특히 최기명 변호사는 일당백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의 인재였다.
인재를 좋아하고 가치가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아끼고 좋아하는 제임스 황의 성격상 최기명 변호사는 운명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최기명 변호사가 모신다는 그 사람… 알아봤어?”
“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긴 하지만….”
“하지만?”
“최기명 변호사와 몇몇 다른 법조계 사람들끼리 로펌을 하나 꾸렸답니다. 그리고 그 대표 이사가 아마도 최기명 변호사가 모시는 사람일 거로 추측됩니다.”
“그래? 이름이 뭐야? 뭐 하는 사람인데?”
“그냥 완전히 이름만 알 수 있는 거라 아직 대외적으로 활동 자체는 없습니다.”
“그래? 아쉽네.”
“하지만… 으음. 아닙니다.”
김 비서는 무언가 말하려다 말았다.
어딘가 짚이는 점이 있기는 했다.
대표 이사의 이름 때문에.
하지만 이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는 입을 닫은 것이다.
차현식.
대표 이사의 이름이 차현식으로 이번 푸드 트럭 인수 건에 포함된 사람의 이름과 동명이인.
하지만 아닐 것이다.
김 비서는 그리 생각했다.
고작 대학생의 신분으로 너튜버에 푸드 트럭 사장에 로펌 대표 이사일 수는 없는 거니까.
재벌 3세인 제임스 황조차도 그 정도로 많은 걸 이루지는 못했으니까.
그는 어릴 때부터 재벌 집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차현식이라는 사람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듣보잡이지 않은가.
김 비서는 제임스 황의 비서 일을 시작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재계에 유명한 인물을 모두 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 중에서 차현식이라는 이름은 그 어디에도 매치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래?”
“네. 제가 좀 더 알아보고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꼭 좀 알아봐 줘. 그 독불장군 최기명 변호사를 거느리는 사람이 누군지. 너무 궁금하니까. 아~ 이참에 불프 계약 건 외주로 최기명 변호사한테 맡기는 게 어때?”
“괜찮으시겠습니까?”
“지난번에도 부탁했었잖아. 또 친분도 쌓고 좋지 않을까? 어쨌든 일거리 물어 준 거니까?”
“그럼 추진해 보겠습니다.”
“그래, 어차피 500만 달러에 합의하진 않을 거야. 애착이 있어 보이니까.”
“그럼… 함정 계약으로 인수하는 쪽으로 생각하시는 거죠?”
“그래. 언제나 그렇듯.”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시고요?”
“어린애일 뿐이잖아. 나보다 더 어리던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도 내 상대는 되지 못했어. 이런 일로 힘 빼긴 내가 너무 바쁘잖아. 뭐… 그 녀석에게는 눈 뜨고 코 베이는 거겠지만… 이 사업계가 다 그렇잖아. 서로 먹고 먹히는.”
* * *
눈 뜨고 코 베일 수는 없지.
500만 달러?
그래, 어찌 보면 큰돈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어쩌면 인생 전체를 바쳐서 만든 소중한 브랜드를 이리 홀랑 벗겨 먹는다고?
제임스 황.
지난 생에서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해서 그저 막연하게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내 패착이었다.
그래, 어찌 보면 그도 투자자고 사업가니까.
어떻게든 적은 돈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려고 하겠지.
그도 넓은 범주로 봤을 땐 장사치니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꼼수에 넘어갈 것이다.
모두가 나처럼 여유롭게 사업을 론칭 하지는 않으니까.
기본 자금을 바탕으로 충분히 여유롭지 않다면, 500만 달러라는 유혹은 군침이 돌만 한 제안이었다.
못 먹어도 고라는 말은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나 통용되는 말이다.
못 먹어도 손해가 크지 않거나 복구가 가능한 사람.
하지만 인생을 전부 바친 사람에게는 그 말은 사선을 넘나드는 말과도 같다.
그 심리를 이용해서 제임스 황은 본인에게 유리한 계약을 끌어내는 것이다.
초조하고 미래를 전혀 알 수 없는, 인생을 올인 한 사업가들에게.
달콤하면서도 적당한 미래를 보장한 거래를.
하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난 망하지 않는다.
보험은 몇 개나 들어놨다.
설사 불프가 500만 달러조차도 벌어들이지 못하는, 소위 말하는 쪽박을 찬다고 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
그래서 섣부른 계약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불프를 고작 500만 달러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아. 애착이 꽤 많으셨군요? 그건 제가 몰랐던 거 같습니다. 저… 제임스 황에게 제가 한 번 더 얘기해 보겠습니다.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래, 첫 번째 제안일 뿐이다.
지금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해서 제임스 황에게 완전히 실망한 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더 안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철저하게 사업가 마인드로 다가왔으니까.
나 또한 부담스럽지 않게 사업가로서 대응하면 되는 일이니까.
“물론이죠. 다음에는 더 좋은 제안을 하리라 믿어요, 오웬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