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역지사지
“어떻게 생각해?”
“흐음.”
엄동식과 정근원이 회의하고 있었다.
일전에 차현식에게 들은 조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 엄동식이 정근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우리 망하게 하려고 그런 거 아닐까요?”
정근원이 말했다.
그의 생각은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었다.
어쨌든 차현식이 아무 짓도 안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엄동식과 정근원을 용서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었으니까.
언제 불시에 복수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라 항상 마음 졸이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그쵸? 저는 좀 찝찝한데.”
“그래도… 지금 우리 마진율이 좀 안 높지?”
“그렇긴 해요. 추가 지출도 사실 수익에서 빠지고도 모자라서 제가 채워 넣고 있거든요.”
정근원은 최근 조금 허무함을 느꼈다.
분명 겉으로는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렸고.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거기다 스스로 이렇게 큰돈을 벌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산 시간만 되면 그의 텐션은 바닥을 쳤다.
흑자가 나야 할 정산 시간이 항상 적자였으니까.
그리고 그 돈을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메꿔야 했기에 더 스트레스였다.
부모님께 받은 돈도 이제 곧 고갈될 처지였다.
투자금 전체를 정근원이 부담했을 뿐만 아니라 여윳돈으로 받은 돈까지 엄동식 빚을 갚는데 다 써 버렸으니까.
이제 거의 여유 자금이 없어질 시점이었다.
“그럼 우리도 가격 좀 올릴까?”
“그러다 손님이 끊기면요?”
“에이~ 그래도 단골이 꽤 많지 않나?”
엄동식은 어느 정도는 아버지가 요식업에 있었기에 그 생태계를 그래도 조금은 아는 편이었다.
하지만 정근원 같은 경우는 모든 걸 부모님이 대신 해 주는 처지였다가 드디어 유의미한 독립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성공할 줄만 알았던 요식업 사업이 겉으로는 분명 성공적이었으나 속으로는 곪아 가고 있는 것에 조금씩 지쳐 가고 있었다.
“낮추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그래도 마진율이 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그냥 엎을까요?”
“어?”
“아니. 사업이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닌데.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새 출발 해도 되잖아요. 이거 물려받을 사람 많을걸요?”
정근원은 벌써 푸드 트럭을 팔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게, 가장 가치가 높을 때 팔면 분명 이윤은 남을 거니까.
지금 속에서부터 곪아 가는 지출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정근원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근원만의 생각이었다.
엄동식으로서는 어떻게든 이 사업을 이어 나가야만 한다.
현재 이렇게 잘될 수 있었던 것도 어디까지나 불프의 영향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그들이 대단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사업 구상을 잘해서 대박이 난 게 아니었다.
심지어 그들은 즉흥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은,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치였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면 이도 저도 아닐 수도 있었고.
설사 나중에라도 성공한다고 해도 지금 당장 돈이 궁한 엄동식에게는 더는 기다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도 이제 조금 더 성공하고 싶었고, 좀 더 떵떵거리며 살고 싶었다.
“너 우리 푸드 트럭 포기해? 그게 말이 되냐?”
엄동식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흥분한 탓이었다.
“형. 우리 계속 적자였어요.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마진율도 좀 수정하고… 조금씩 고쳐 나가자고.”
“아니 말이 쉽지. 지금 형이 돈 부담이 없으니까 그렇게 편하게 말하는 거죠. 저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데!”
정근원 또한 참지 않았다.
그는 엄동식이 아이디어도 냈고, 나이도 한 살 위였으니까 겉으로는 깍듯하게 대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달랐다.
어쨌든 자기 돈으로 사업을 일군 것이다.
그러니 엄동식은 동업자라기보다는 고용된 직원에 불과했다.
“너 씨발. 지금… 그딴 마음가짐으로 사업하면 무조건 망해. 알아?”
“하… 존나 짱나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자강두천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존심 강한 두 천치의 대결.
둘은 자존심이 강했기에 누구 하나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하, 씨발, 아… 동식이 형!”
“씨발? 너 지금 씨발이라고 했냐?”
거울 치료를 받는 엄동식.
“형 인생이 왜 그 모양 그 꼴인지 알아? 감이 없어서 그래. 감이. 죽을지 고 할지도 모르는 천치 새끼가 지 감만 믿고 날뛰니까.”
“야, 정근원! 너 말이 심하다?”
“닥치고 계속 들어 씨발 놈아.”
엄동식은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꾹- 참아야 했다.
이제는 차현식이 아닌 정근원에게 빚을 지고 있으니까.
처음엔 차현식에게만 빚을 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정근원이 대신 빚을 갚아 주었을 때 드디어 자유를 얻은 듯했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차현식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은 놈이 정근원이라는 걸.
차라리 차현식은 인간적이기라도 했다.
하지만 정근원은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빚쟁이 새끼가 자존심만 존나게 쎄고. 씨발 넌 그냥 나가 둬져.”
“야, 정근원.”
“왜? 뭐?”
“그래. 알겠어. 그럼 일단 내 부분 떼고 팔아.”
“뭐? 하! 참… 어이가 없네. 형? 저기 동식이 형아? 여보세요? 혹시 정신이 나가셨어요?”
“야 이 새끼야! 나도 이 푸드 트럭에 지분이 있을 거 아냐! 내가 떡볶이 레시피랑 이거저거 다 했잖아.”
“지랄하네. 빚쟁이 새끼를 겨우 취직시켜줬더니… 이제는 보따리도 내놓으라고? 지랄 염병하네.”
“이게… 진짜!”
“야, 엄동식. 돈도 없는 새끼가 지분은 무슨 지분? 너 투자한 돈이 단 1달러라도 있냐? 이거 전부 내 돈이야. 알아?”
“내 아이디어는! 어? 내가 일군 이건!”
“지랄하지 말고. 그냥 가라? 그리고 남은 빚은 꼬박꼬박 매달 갚고.”
“야. 근원아. 정근원. 그, 그래. 내가… 내가 잘못했다. 내가 좀 흥분했어. 하하. 그래, 형이 가끔 이렇게 흥분한다니까.”
이미 금이 나 버린 관계는 회복할 수 없다.
특히 정근원 같은 부류의 사람과 같은 관계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 형. 이제 자기 위치를 좀 알아야지. 툭 까놓고 말해서 형이 우리 사업에 투자한 돈 한 푼도 없잖아. 고작 아이디어 하나 내놓고 뭘 내놓으라 마라야. 앙?”
“야. 그래도… 나도 동업자로….”
“동업자? 하! 진짜 존나 웃기네? 동업자? 지금 장난해? 아이디어만 있다고 사업이 돼? 넌 씨발 빚까지 있었잖아? 내가 안 갚아 줬으면 넌 그냥 평생 빚쟁이인 거야. 알아? 근데 내가 돈 다 투자해서 사업 같이 해 줬더니. 뭐? 동업자? 씨발 네가 뭘 했다고 동업자야?”
엄동식의 눈은 죽은 동태눈처럼 흐릿해졌다.
그는 깨달은 것이다.
정근원의 본성을.
그리고 절대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애초에 그가 정근원에게 사업을 제안했을 때부터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알았으면 그냥 꺼져. 어차피 이거 팔 거야. 네 도움 이제 필요 없어.”
아이러니하게도.
엄동식은 전생에 차현식에게 했던 업보를.
정근원에게 그대로 돌려받았다.
* * *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가 오려나?”
습하고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그냥 오늘은 집에서 푹 쉴까 싶었다.
안 그래도 숙취 때문에 속이 뒤집힌 상태였으니까.
김정연은 새벽에 초인 같은 정신력으로 일어나 샤워까지 하고 출장을 떠났다.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역시 책임감 하나만큼은 확실한 사람이다, 김정연은.
그리고 한정수와 김종현은 아직도 내 침대에 드러누워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었다.
그래도 같이 위로해 준 사람들이니 그냥 보낼 순 없으니까 해장국을 끓인다.
콩나물 넣고.
청양고추에.
계란을 풀어서.
시원하고 칼칼한 콩나물국을.
“으윽. 어? 현식아. 벌써 일어났어?”
“형, 일어났네요?”
“아. 속이 미치겠다.”
“좀만 기다려요. 해장국 했으니까.”
“키야~ 역시 차현식.”
“뭔 소리래.”
“난 현식이 널 선택한 걸 평생 감사하며 살 거야. 진짜야.”
한정수의 알랑방귀를 들으며 해장국을 완성했다.
그에 맞춰 알람이라도 맞춰 놓은 듯 김종현이 부스스 일어났다.
하지만 김종현은 동생이 이렇게 가장 늦게 일어나서 밥을 얻어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일어나자마자 허리 굽혀 인사를 하더니 해장국이 완성된 식탁을 보자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무언가는 해야겠고, 근데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나오는 그 특유의 어쩔 줄 몰라 하는 행동이었다.
“종현아. 거기서 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그러고 있냐?”
“예, 예? 아.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뭘 하면 될까요?”
“하긴 뭘 해. 그냥 와서 앉아. 밥상 다 차렸다.”
“아. 아아….”
망연자실한 표정.
“그럼 네가 설거지하던지.”
“넵! 제가 꼭 하겠습니다.”
“야야. 그럼 나는 밥 먹고 커피 사 올게.”
“집에 커피 있어요.”
“에이~ 또 이런 날에는 별다방에서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한 잔씩 해야지. 안 그래?”
“형이 쏘는 거죠?”
“야. 당연하지!”
“콜.”
그렇게 늦은 아침을 먹고.
김종현은 설거지하고 한정수는 커피를 사러 나갔다.
“비가 오겠네?”
“아.”
“내가 태워 줄게. 걱정하지 마.”
“아, 아니요. 그냥 걸어가면 돼요.”
“여기서? 여기서 걸어가면 몇 분 걸리는데?”
“아. 한… 50분 정도밖에 안 걸립니다.”
“미친놈. 그냥 태워 준다고 할 때 타라.”
“옙.”
쏴아아.
그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냥 소나기일까 싶었지만, 하늘을 보니 금방 그칠 비는 아니었다.
그때.
깨톡 알람이 울렸다.
원래 엄동식이 이런 식으로 연락 자체를 안 할 뿐만 아니라 푸드 트럭 때문에 나를 더 껄끄러워하던 상황이라 조금 놀랐다.
먼저 보자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나] : 지금? [엄동식] : 아. 형이 편한 시간에요. 전 언제든 괜찮아요.“흐음.”
김종현은 설거지하고 있고.
한정수는 커피를 사 오고 있었다.
엄동식 하나 집에 온다고 달라질 건 없어 보였다.
혹시 개지랄을 떨면 한정수랑 김종현이 말릴 수도 있으니 오히려 더 좋고.
[나] : 그래. 우리 집으로 올래? [엄동식] : 네. 지금 갈게요.* * *
“야. 너 무슨 드라마 찍냐?”
청승맞게 비까지 홀딱 맞으며 문 앞에서 물에 젖은 생쥐 꼴로 도착한 엄동식.
하지만 비에 젖은 그의 모습보다 허망한 듯한 그의 표정이 더 신경 쓰였다.
아니, 사실 신경이 쓰였던 건 그의 표정이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봤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익숙했다.
그리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어딘가 친숙하기까지 했다.
“잠깐… 괜찮으세요?”
“어? 그래. 들어와. 종현아! 수건 좀 가져와.”
“예? 아아. 예!”
김종현이 수건을 가져오자 엄동식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수건을 받아서 들었다.
그리고 때마침 한정수도 커피를 사서 왔다.
“짠! 별다방 커퓌~ 어? 엄동식이?”
“어. 형. 동식이가 갑자기 좀 보자고 해서요.”
“그랬냐? 형한테는 연락 한 번 안 하던 놈이. 쳇.”
한정수는 푸드 트럭 사건도 그렇고 평소에 한정수를 냉대했던 엄동식에게 앙금이 있는 듯했다.
그래서 커피만 전달하고는 김종현과 함께 방으로 사라졌다.
“들어올래?”
“예. 고마워요. 형.”
거실 소파에 앉자 동식이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눈치였는데.
“야. 앉아.”
“형… 저기….”
그리고 녀석은 난데없이 상상치도 못했던 짓을 하기 시작했다.
“너 뭐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