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관객과의 호흡
“어?”
“어?”
“어?”
우리 세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뜬금없이 등장한 오스틴은 초췌한 얼굴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아와 나야 절대로 만나지 못할 것 같던 오스틴은 갑작스레 불프에서 만나게 돼서 놀란 거고, 오스틴은 불프에서 우연히도 우리를 만났기 때문에 놀랐을 것이다.
여러모로 서로에게 깜짝 서프라이즈 이벤트였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우리가 LA에 온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고난인지 함정인지 시아가 시작한 이상한 프로젝트도 망할 삘이었는데.
다행히 목숨 줄 부여잡았고.
“오스틴! 마이 프렌드!”
“아… 씩. 오, 오랜만이네?”
“야. 너 몰골이 왜 그러냐? 약 하냐?”
“뭐, 뭐! 이 새끼가!”
발끈하는 모습을 보니 꽤 예민한 모양이었다.
원래라면 그냥 농담으로 넘어갈 텐데.
“배고프지? 내가 쏠 테니까 불프 좀 먹을까?”
“아, 아니… 나는 그냥 바람 쐬러 온 거야. 하하. 이제 또 가 봐야지.”
“도망가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잡는다?”
“윽.”
만나지 못하게 한 것까지야 이해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났는데도 피하는 건 용납 못 하지.
나도 내심 녀석 걱정을 하던 찰나였으니까.
“여기 불고기덮밥 3인분이요.”
“예? 또요?”
눈치 없이 놀란 사장에게 눈총을 주자 그제야 무언가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시아야 뭐 워낙 먹는 걸 좋아하니 또 먹어도 괜찮겠지.
나도 먹방러보다야 못하겠지만 제대로 먹으라고 하면 2-3인분이야 거뜬하고.
“요즘 왤케 연락이 안 되냐?”
“그, 그게….”
“노래 때문에?”
“어?”
뭐 돌려서 말할 것 있나.
그냥 솔직히 말해야지.
친구 사이에는 이런 구차한 예의니 그런 건 필요 없으니까.
“노래가 좀 병신 같긴 하더라.”
“야. 말이 심하….”
욱하려던 오스틴은 내 말에 갑자기 잠잠해지더니.
“우리 사장님도 그러던데… 진짜 그러냐? 내 노래가 병신 같아?”
“조금?”
“네가 여기 들어간 테크닉이 뭔지나 알아? 이렇게 노래 부를 수 있는 래퍼도 얼마 없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니까. 너 무슨 래퍼 경연 대회 나가냐?”
“뭐?”
“경연 대회에 나가서 누가 누가 잘하나 겨루기라도 하냐고.”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테크닉이니 뭐니 집착하는데? 네가 할 수 있는 걸 왜 그렇게까지 보여 주려고 안달이냐고?”
오스틴이 실력파 가수라는 건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걸 세상이 모르는 것처럼 오스틴이 행동하니 뭔가 이상했다.
“그, 그건….”
“왜 뭔데?”
“어떤 악플러가….”
역시.
이럴 줄 알았지.
댓글을 읽었구나.
나도 너튜버를 해 봐서 잘 안다.
무시할 순 없지.
그리고 진짜 이상한 댓글, 악플도 많지만 그걸 무시하기도 어렵고.
그게 마치 세상의 전부인 양 느껴질 때도 있지.
“역시는 역시군.”
“뭐가?”
“안 되겠다. 일단 밥 좀 먹고.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
이런 병은 치료가 급선무다.
그리고 치료를 위해서는 본인이 단박에 느낄 수 있는 충격 요법이 최고지.
불고기덮밥을 먹고 우리는 거리로 향했다.
LA 거리에 보면 가끔 버스킹을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심지어 오스틴도 처음 LA에 왔을 때는 노숙자 버스커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연예인이 되었고, 그 누구보다 유명해지면서 관객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법을 까먹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들이 얼마나 오스틴의 노래를 좋아하고 사랑해 주는지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밖에.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방구석에서 인터넷으로만 들여다보는데 그걸 알 리가 있나.
그래서 녀석을 데리고 거리로 향했다.
다행히 근처에서 버스킹 장비도 대여할 수 있었다.
“아니… 난 안 한다니까?”
“해야 돼.”
“왜? 그러다 위험해진다니까?”
“마스크 쓰고 하면 되지.”
“뭐?”
“마스크 말이야.”
나는 이상한 하얀 도깨비 가면을 건넸다.
“이, 이젠 이런 거 안 해.”
“괜찮아.”
“난 사회자 없으면 안 한다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어?”
“와우~ 친구들. 엉클 씩이야!”
카메라와 함께 등장한 한정수.
엉클 씩으로 분한 한정수가 분위기를 띄우며 등장했다.
“나는 지금 LA 거리에 나와 있어. 와우~ 정말 사람들이 많은데? 오늘은 너희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가수가 몰래 버스킹 하는 장면을 몰래카메라에 담을 거야. 그리고 나중에 정체를 밝혔을 때 어떤 반응일지 너무 궁금하지 않아?”
역시.
한정수도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은 모양이다.
이제는 정말 어엿한 너튜브가 다 됐다.
“아니, 씩. 너 이거 뭐야?”
“재밌겠지? 어차피 할 건데 콘텐츠도 뽑아야지.”
“이… 이 자본주의 노예 같으니라고.”
“또라이 차현식이 돌아온 거지 뭐.”
그래, 어차피 버스킹 할 건데 이슈도 좀 만들고 한정수도 그렇고 오스틴도 그렇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면 좋은 거지.
거기다 돈도 벌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자, 사회자도 마련됐고. 얼른 마스크 쓰지? 안 그럼 사람들이 알아본다?”
“으… 진짜.”
싫은 내색을 했지만, 고분고분 마스크를 쓰는 오스틴.
오늘은 포스트 멜론이 아닌 익명의 마스크맨이 되어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다.
“야, 오스… 아, 아니. 마스크맨. 나 신청곡 있어. 영감. 꼭 들려줘!”
“젠장….”
장비는 모두 갖춰졌다.
그리고 자리도 한정수가 마련했다.
이제 남은 건 오스틴의 공연뿐이었다.
물론 지금은 저 가면 쓴 사람이 오스틴인 줄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저 엉클 씩이 등장해서 한정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만 있을 뿐.
그래도 엉클 씩의 인지도가 워낙 높다 보니까 많이들 알아본다.
그 덕분에 버스킹은 호황을 이뤘다.
돗자리에 도시락까지 다 챙겨 줬다.
이제 떠먹는 건 오스틴의 책임이다.
“크흠.”
“누구지?”
“글쎄. 마스크맨이라던데?”
“웃긴다. 왜 마스크를 쓰고 있지?”
“유명한 사람 아냐?”
“저거 엉클 씩이잖아.”
“대박 진짜?”
“그렇다니까?”
“와. 이거 너튜브에 올라옴?”
“그럴걸?”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은 엉클 씩이 더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이내 노래가 시작되면 포스트 멜론의 이름값이 없어도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오스틴의 진면목이 드러날 거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던 포스트 멜론의 메가 히트곡 ‘영감’의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곡 선정 좋고.”
“그러니까. 나 포스트 멜론, 이 노래 진짜 사랑했는데.”
“나도. 요즘은 좀 아쉽지만.”
“왜? 나는 그래도 좋던데?”
“너무 노래가 어렵잖아. 듣고 있으면 진이 다 빠져.”
“힐링이 아니라 킬링 노래야 완전.”
“그런가?”
그래, 대중은 원래 예술과 음악, 엔터를 즐기고 힐링하며 지치고 힘든 현실을 잠시 잊고 위로받고 싶기에 즐기는 법이다.
하지만 그런 걸 무시하고 어렵고 진이 빠지게만 만들면 대중에게 외면받기 마련이지.
“오오, 대박! 노래 진짜 잘하잖아?”
“그냥 포스트 멜론인데? 모창하는 사람인가?”
“실력이 그냥 대박인데? 제2의 포스트 멜론인데?”
“립싱크 아님?”
사람들은 저 마스크맨이 진짜 포스트 멜론인지도 모르고 온갖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노래가 다 끝나고 마스크를 벗을 때의 표정은 그야말로 장관이겠지.
“다음 노래는….”
오스틴은 조금 용기가 붙은 모양이었다.
처음엔 쭈뼛대면서 말도 잘 안 하더니 이제는 스스로 다음 곡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내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 솔리드.”
순간 뭉클했다.
나를 생각하며 썼다는 이 노래.
그 노래가 거리에 울려 퍼지자 무언가 뭉클해져서 그만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시아가….
“풉.”
“우, 웃지 마.”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이게 진정한 찐 우정이지 싶었다.
그러니까 오스틴이 힘들 때 내가 도와줘야지.
“노래 잘하는데?”
“좀 하는 듯?”
“근데 왜 유명하지 않지?”
“가수는 아무나 하나?”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오스틴은 몇 곡을 더 불렀다.
어느새 옹기종기 모여 있던 사람들은 북적이기 시작했고, 발 디딜 곳 하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제 스테이지도 준비됐으니.
피날레를 장식할 때지.
나와 마음이 통했는지 한정수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와우~ 친구들. 엉클 씩이야. 오늘 버스킹 어땠어? 죽이지? 그럼 오늘 마스크를 쓰고 버스킹을 해 준 친구의 정체를 밝힐 시간이야.”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무명의 가수 혹은 일반인이 무대를 꾸미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마스크를 벗는다고 하니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한 모양이었다.
“누굴까?”
“진짜 포스트 멜론 아냐?”
“에이~ 그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데 이런 길거리에서 보디가드가 없이 공연하냐?”
“그렇지?”
“인지도 쌓으려는 신인 가수겠지. 근데 포스트 멜론 흉내는 진짜 잘 내더라.”
웅성대는 사람들 중간에 오스틴은 망설이는 듯했다.
마스크를 쓴 채로 노래했을 때는 몰랐지만, 자기 정체가 드러나게 되면 인터넷상에서 자기를 욕하고 비난하던 사람과 마주할 것만 같아서.
그래서 너무 두려웠겠지.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소수의 악플보다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걸.
그리고 그 치졸한 악플러들은 주관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좋다면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익명에 가려져 있을 때야 신나게 떠들겠지만, 이름을 밝히고 자기 정체를 밝힌 채로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병신이니까.
“마스크맨의 정체는~ 바로! 우리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올해의 가수상에 빛나는 포스트 멜론!”
“와! 대박!”
“진짜?”
“나 진짜 찐 팬인데.”
오스틴에게는 이게 필요했다.
방구석에 박혀서 인터넷만 해서는 느낄 수 없는.
관객과 호흡하는 모먼트.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짜기라도 한 듯 무대 중앙에 있는 포스트 멜론에게로 달려들었다.
어쩌면 보디가드도 없는 상황에서 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스틴은 눈을 감고 온전히 관객에게 자기 몸을 맡겼다.
관객과의 호흡.
그걸로 오스틴은 자기가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 사랑과 자기의 인기가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게 될 거다.
그럼 자연스럽게 무슨 곡을 써야 하는지도 알게 되겠지.
“그나저나… 빅 존슨. 그 사람이 보면 난리 나겠네.”
“그치?”
시아에게 내 걱정을 얘기했다.
소속사 사장이 보면 경을 칠 일이니까.
보디가드도 없는 곳에 사람들에 둘러싸이게 했으니.
“미션 컴플리트?”
“응. 진짜 재밌었어.”
시아는 만족한 듯했다.
고난인지 함정인지 아이디어를 내긴 했지만 결국 일은 내가 다 하네.
그래도.
덕분에 오스틴이 다시 활기를 찾은 거 같아서 다행이었다.
* * *
“흥. 말라깽이 애송이가 좀 하는군.”
“사장님. 저렇게 놔둬도 될까요?”
“걱정 마. 오스틴은 갱스터다. 저런 건 위협도 아니지.”
빅 존슨은 팔짱을 낀 채 관객에게 둘러싸인 오스틴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스틴과 차현식의 뒤를 쫓은 보람이 있었다.
“이제 오스틴은 포스트 멜론으로 돌아올까요?”
“그래. 저 표정 좀 봐라.”
빅 존슨 옆에 있는 매니저가 오스틴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저 눈빛에 매료돼 우리가 계약했었지.”
“아.”
“웰컴. 오스틴. 갱스터로 한 번 더 날뛰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