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대기업으로의 한 걸음(5)
“모건 아저씨!”
모건 아저씨는 여전했다.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이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더욱 활기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부동산 투자 회사에서 사장을 맡고 있으니 청소부였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멀끔한 모습이기도 했다.
“현식아,정말 오랜만이다.”
“죄송해요. 제가 잘 찾아뵙지도 못하고.”
“에이~ 무슨. 오히려 내가 바빠서 널 못 찾아간 게 잘못이지.”
모건 아저씨는 내가 신뢰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렇기에 그에게 이 부동산 쪽을 맡겨도 된다는 확신은 있었다.
그리고 이 회사가 더 커지기 위해 전문 경영인을 두더라도 아저씨의 성실함과 진실성은 반드시 이 회사를 위해서도 필요한 요소였다.
숫자 가지고 장난칠 수 있는 분야다 보니 더더욱 그랬다.
“요즘 일은 어때요?”
“댈러스 지역은 정리가 다 끝나고…. 음, 지금은 오스틴 지역을 좀 보고 있구나.”
“소문으로는 저희 투자 회사가 집이랑 땅이 제일 많다고 하던데요?”
“그거야 네가 말해 준 지역 위주로 사서 몇 배씩 뛰어오르고 했으니까.”
“전 그냥 예측한 거뿐이죠. 실행은 아저씨가 하셨죠.”
“그래. 어쨌든 회사는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크고 있단다.”
“좋네요.”
“근데… 어쩐 일이냐?”
오랜만에 이렇게 연락했으니 모건 아저씨도 아마 눈치채고 있었겠지.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혹시… 때가 된 거냐?”
“때요?”
“그래, 다 이해한다. 나도 조금씩 버거워지고 있기도 했고, 허허.”
“그게 무슨…?”
“이제는 내가 물러날 때가 된 게지?”
“아저씨!”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듯했다.
모건 아저씨는 이제 나이가 꽤 된다.
사실 나이로만 친다면 은퇴에 가까운 나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모건 아저씨의 풍부한 경험과 성실함이 꼭 필요했다.
그게 이 기업의 기조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모범이 되길 바랐다.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 이 늙은이가 있을 곳이 아니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치도 않아요.”
“허허, 괜찮아. 위로해 주지 않아도 돼.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모두 자기의 한계를 직시하고 그 자리에서 멈추려 한다.
홍미나도 그랬고.
김정연과 김종현도 그랬다.
그리고 모건 아저씨 또한.
하지만 나는 이들의 한계가 여기서 끝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은 무언가 커다란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겠지.
이 너머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세계가 펼쳐질 거라고 막연히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다.
이 기분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그 누구보다 이런 기분을 많이 느꼈었으니까.
제임스 황과 겨룰 때 그랬다.
그를 뛰어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와 나의 격차가 너무 커서 절대로 이 벽은 허물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어땠는가.
결국 난 그 벽을 허물고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였다.
아마 제임스 황을 꺾지 못했다면 최기명 변호사의 말을 듣고도 결심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처럼 두려움에 떨면서 벽 너머로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이미 개척해 본 사람으로서.
그곳은 갈 만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도 전부 이 벽을 넘어섰으면 좋겠다.
혼자 출세하고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뭐 하겠는가.
내 우리에 있는 사람들도 다 잘 돼야 더 행복하지.
“아저씨.”
“그래.”
“아저씨가 생각한 거랑은 정반대의 제안을 하려고 아저씨한테 시간을 내 달라고 한 거예요.”
“정반대?”
“네. 부동산 투자 회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겁니다. 아저씨가 말했던 전문 경영인의 도움을 받기도 할 거예요. 혼자 하시면 아무래도 힘들 거니까요.”
“…….”
“그리고 전 이 투자 회사를 불프에 귀속시키고 그룹을 만들 겁니다.”
“오오, 너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단다.”
“그 계획안에 아저씨도 포함이에요.”
나는 분명 이 계획을 얘기하면 모건 아저씨가 기꺼이 나와 함께 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모건 아저씨의 표정은 오히려 난감하다는 듯이 살짝 찡그린 표정이었다.
“현식아, 나는 그런 큰 꿈과 함께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늙었단다.”
“하지만 아저씨….”
“이건 어쩔 수가 없어. 이 아저씬 이미 많이 늙었고 병들었단다. 오늘도 병원에 가야 해. 무릎도 이미 마음대로 굽힐 수가 없는 몸이란다. 젊은 시절에 관리를 제대로 안 한 내 탓이겠지만… 보통 이 나이쯤 되면 어디 하나 성한 데 없는 건 모두가 다 마찬가지일 게다.”
모건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짠한 마음이 북받쳤다.
이미 늙었고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젊음을 갈아 넣었다는 얘기가 딱히 낯설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부모님 또한 그러셨을 테니까.
비슷한 나이대가 아닐까 싶다.
“이해하겠지? 너도. 나는 너와 함께하기엔 너무 병들고 지쳤어.”
“네. 이해해요, 무슨 말인지.”
“이해한다니 다행이구나. 하지만… 정말 고맙다. 나를 너의 계획에 넣어 주어서. 평생 간직하며 사마.”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그를 놓아주는 게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그가 아직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모건은 나에게 있어 은인과도 같은 존재.
그리고 한국에 부모님이 있듯이 미국에 있는 미국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오히려 지금에서야 더 그걸 크게 느낀다.
나도 모르는 사이 모건 아저씨에게 더 의지했던 것 같다.
힘들고 지칠 때, 모건 아저씨에게 의지하고 조언을 구했던 나날을 되짚어 보니.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험난하고 힘들 걸 예상하면 더더욱.
그래서 붙잡고 싶었다.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기적으로 구는 거겠지.
본인이 은퇴하고 싶다는 걸 피력했음에도 내가 거부하는 거니까.
하지만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해서만은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조금은 이기적으로 굴어 보려고.
이번만.
딱 한 번만.
“근데요.”
“음?”
“못 보내겠어요. 전 아저씨가 필요해요. 미국에서 살면서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돼 준 사람 중 한 명이니까. 아저씨는 저에게 미국의 아버지와도 같은 사람이에요.”
“허허, 그 말만으로도 뭉클하구나.”
“그러니까 딱 5년만. 5년만 일해 주세요. 그때까지 어떻게든 이 회사… 이 그룹 안정적으로 만들 테니까.”
“5년이라… 이 늙은이에게는 꽤 긴 시간이구나.”
“제발요.”
이렇게 빌 듯이 부탁한 적이 최근에 있었나?
아니, 없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모건 아저씨를 잡을 수만 있다면 나는 바닥에 절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뚱이… 5년이나 버틸는지 모르겠구나.”
“…….”
“그래도 이렇게 필요하다고 호소하는데 이 아저씨가 조금 더 힘을 내 봐야 하지 않겠어?”
인자한 미소와 함께 내 어깨를 지그시 눌러 주는 모건 아저씨.
그래, 이 모습에서 나는 평안과 휴식을 얻었었다.
“딱 5년이다?”
“네! 진짜 딱 5년만 더. 그 뒤론 성대한 은퇴식을 해 드릴게요.”
“허허, 은퇴식은 무슨. 조용히 퇴장해야지.”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그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불안하게 할 것이고, 무언가 의지할 정신적 지주가 사라진 느낌이 들겠지.
그런 게 쌓이고 쌓여 영향을 주고 힘들고 지칠 때 나를 무너지게 할 거다.
그래서 아저씨가 꼭 필요하다.
나에게는.
“그래, 필요한 게 있다면 얘기하고.”
“네!”
그렇게 부동산 투자 회사 또한 불프의 이름 아래 하나의 계열사로 들어오게 되었다.
* * *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이제 곧 있으면 출산인 우리 시아.
배가 남산처럼 불렀지만 힘든 내색 하나 안 하고 잘 지내고 있었다.
일도 일이지만 일단은 시간을 최대한 내서 시아와 함께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찰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이건.
“불고기?”
“어? 여보, 왔어?”
배가 불렀음에도 앞치마를 하고 요리하고 있는 시아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힘든 와중에도 남편이 힘들게 일하고 왔으니 저녁상을 차리고 있는 중….
“배가 고파서. 헤헤, 나 먹으려고 만들고 있었어.”
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내를 이렇게 방치한 게 아닌가 싶은 미안함이 들었다.
“저녁은 정연 언니랑 같이 먹긴 했는데… 야식이 땡겨서. 임신하면 원래 이런 게 땡긴다고 했어. 응, 암튼 그럼.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 지민이랑 지인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것도 아닌 듯하지만 어쨌든 시아를 보면 뭉클했다.
한 아이… 아니,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니.
시아가 엄마가 된다는 사실은 아직도 낯설게 느껴졌다.
물론 내가 아빠가 된다는 사실 또한 그랬다.
“네가 직접 만든 불고기야?”
“응. 그냥 한번 해 봤어. 언제 올지 몰라서.”
“좀만 기다리지. 근데 그럴싸한데?”
“그치? 나 어쩌면 재능이 있을지도?”
그래도 예전에 불프 푸드트럭 타고 여행도 한 적이 있으니까 그 짬바가 어디 가진 않았나 보다.
보이기로는 꽤 괜찮은 불고기가 완성되어 있었다.
“같이 먹을래?”
“그래.”
불고기를 접시에 담고 밥과 함께 시식을 시작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성대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역시 결혼하길 잘했어.
“이 불고기… 읍.”
불고기를 한 점 들어서 입에 집어넣는 순간 바다를 느꼈다.
푸르른 창공 밑에 더 푸르게 존재하는 바다의 아름다운 존재 같은 느낌… 이 아니라.
바닷물을 실수로 한 모금 한 것 같은 짠맛 혹은 소금 통을 실수로 내 입에 쏟은 듯한 짜릿함.
정신이 돌아 버릴 거 같은 짠맛에 눈이 번뜩일 정도.
피곤에 절어 금방이라도 눈꺼풀이 감길 거 같았지만, 방금의 불고기 한 점으로 밤새워서 일해도 될 정도로 능률이 오를 것만 같았다.
“왜왜? 이상해?”
“너, 넌… 안 먹어?”
“내가 이걸 어떻게 먹어. 우리 지민이 지인이 먹을 건데.”
“응?”
“여보가 먹고 반응 봐서 먹으려고 했지.”
시아는 씨익― 웃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나 또 속은 듯하다.
“역시. 이건 안 되겠다. 불고기 재료 집에 많거든? 좀 해줄래?”
“하아… 역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 앞치마를 했다.
그래, 역시 이게 옳은 풍경이지.
사실 시아에게 요리를 바라는 건 사치나 마찬가지니까.
시아와 결혼할 때부터 그걸 알고 결혼했다.
“짠, 완성.”
“우와.”
진짜 불고기가 접시에 담겨서 식탁에 올랐다.
시아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고, 우리는 본격적인 야식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 어땠어?”
“오늘? 아, 모건 아저씨 만났어.”
“그럼 전부 끝난 거야?”
“끝나긴, 이제 시작이지.”
“힘들겠네, 남편.”
“나보단 네가 더 힘들겠지. 이제 얼마나 남았지?”
“음, 한 달?”
정말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이제 곧 출산이라니.
“여보.”
“어, 시아야.”
“나… 진짜 너 사랑하나 봐.”
“어?”
“진짜 사랑하는 거 같아.”
“그걸… 이제야 알았어? 난 결혼하기 전부터 그랬는데?”
“음, 긴가민가했지. 근데 임신하고 곧 너 닮은 애 낳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진짜 좋다?”
“그래?”
“응. 그래서 너 진짜 사랑하나 봐.”
“칫, 손해 보는 거 같지만, 어쨌든 지금이라도 그 사랑을 깨달아서 다행이네.”
“사랑해.”
“나도.”
* * *
불프 회의실.
“이제 모든 게 다 갖춰졌네요.”
“다 최기명 변호사님 덕이죠.”
“아니요. 결국 모두를 모은 건 차현식 대표… 아니죠. 이젠 회장님이 되시겠죠. 회장님 덕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장, 부회장 소리를 하며 까마득한 일이라고 생각해 놀이처럼 말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회장과 부회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대기업이라니.
불프가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뿐만 아니라, 고작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20대 유학생이 불혹도 되지 않은 나이에 대기업의 회장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엄동식과 틀어지지 않고 한식 프랜차이즈를 그대로 이어 갔다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회귀로 얻은 인맥과 막대한 양의 자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까?
시아와도 연이 없었을 테고.
지금 쌓은 모든 인연은 없던 일이었겠지.
그런 생각이 들면, 항상 마지막 결론에 다다른다.
회귀하길 정말 잘했다.
누가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줬는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신이든, 초월적 존재든, 혹은 외계인이든.
정말 감사하다.
한편으론 이 행복한 순간이 모두 꿈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눈을 뜨면 끔찍한 비행기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엄동식이 나를 배신해 빈털터리가 되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쓸쓸하고 비참한 차현식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그래서 지금 순간이 더 절실한 거 같다.
이 행복감과 성취감.
지금 흘러가는 이 1분 1초가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BF 그룹 출범, 준비되셨습니까?”
“저야 준비됐죠.”
“저희도 대기업이니까 ‘그걸’ 해야죠.”
“그거?”
“왜 있잖아요. 대기업이나 재벌들만 한다는, 저희도 예전에 한 번 맛보지 않았습니까?”
“아~ 그거?”
“네, 그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