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중전마마 납시오
“헤이! 와썹, 씩!”
오스틴은 굉장히 반갑게 인사했다.
대학교에서 보던 수더분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역시 오스틴은 오스틴 그대로였다.
얼굴에 문신이 있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내가 알던 오스틴임에는 분명했다.
“잘 지냈어?”
“나야 뭐. 요즘 바쁘게 살고 있지.”
“다행이다. LA에서 만났을 때는 진짜 깜짝 놀랐잖아.”
“그게 다 네 덕분이지. JB 레코딩을 소개해준 것도 너고. 너한테 빚을 많이 졌어.”
“에이~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래서 말인데.”
“하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거야? 괜찮아. 진짜. 네가 하는 부탁이라면 소속사에서 피처링도 맘대로 하지 말랬는데 네 부탁이라면 계약 위반하면서까지 할 의향이 있으니까.”
“아,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한국에 네 팬이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이 팬?”
사실 이런 부탁하는 게 조금 뻘쭘하긴 했다.
그래도 사업에서 필요한 부분이고 내가 가진 무기 중 하나니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사업을 할 때 빼거나 이것저것 가리다 보면 좋은 계약을 따내기 어려운 법이다.
누가 더 많은 무기로 상대를 구워삶냐의 싸움에서 이리저리 재다 보면 이미 물고기는 떠나버리니까.
또 계약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격할 때도.
그리고 수비를 할 때도 있다.
어떻게든 계약을 따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는 나도 모르고 물불 가리지 않고 공격하게 되고.
그리고 그런 공격을 받게 되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방어적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또한 어떻게든 공격자와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왜냐하면 우리 대한민국은 ‘정’의 민족이니까.
정이 쌓이고 친분이 생기면 공과 사를 구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할 때는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는 서로 친하고 사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면 상대의 지나친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워지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하는 제안이 지나친 제안은 아닐지라도 상대방이 탐탁지 않아 하는 제안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기술력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구상하는 K-푸드트럭 프랜차이즈에서는 1인 1트럭으로 창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1인 피자가게를 창업하고 성공적으로 프랜차이즈화까지 성공한 김재원의 기술력과 노하우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헤, 헬로우.”
부끄러운 듯이 영어를 내뱉는 김재원의 모습을 보자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철벽을 치며 남인 듯이 행동하던 게 조금은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싶은 정도로 180도 달라진 모습.
“너는 씩 친구?”
“아. 친구는….”
“어. 친구야. 한국에서 잘 아는 사람.”
“오오! 이름이 뭐야?”
“기, 김재원. 김재원이요.”
“내가 사인한 앨범 보낼게. 현식이 친구는 내 친구기도 하니까. 걔는 내 소울메이트야.”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통화가 끝났다.
원래 이런 건 감질나게 해줘야 더 아쉬운 법이니까.
이제 김재원의 모습은 철벽이 한 꺼풀 벗겨진 상태처럼 보였다.
마음도 딴딴한 철벽이었지만, 지금은 말랑말랑한 마시멜로가 된 것 같았다.
“지, 진짜 포스트 멜론이랑 친구셨네요?”
“아. 그냥 운이 좋게 같은 학교 다닌 거죠, 뭐.”
“그렇구나….”
“그래서! 생각은 해보셨어요?”
“네?”
원래 한 방을 먹였으면 정신을 차리기 전에 후속타를 먹여야 하는 법.
원래 결단을 내릴 때는 생각할수록 결정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레너드 교수가 한 말이다.
그리고 나는 전적으로 그의 말에 동의한다.
“계약이요. 투자금 15억. 기술력과 시스템만 좀 빌립시다. 원하시면 프랜차이즈를 낼 때 김재원 님의 사업 브랜드를 걸어놓도록 하죠. 그리고 혹시 포스트 멜론 내한 공연이 있다고 한다면 VIP석 티켓 제공. 어때요?”
“아. 아니… 그렇게까지 원하는 건 아닌데….”
“그럼 뭐가 걸리나요?”
“하하. 인제 와서 이런 말 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 그냥 친분도 없고 갑자기 찾아와서 이런 부탁을 하셔서 그냥 난감했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서… 좀 지나치게 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네요.”
역시.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겉으로는 조건이 맞지 않고 경쟁 업체에 기술을 전해주는 걸 꺼리는 듯한 뉘앙스였으나.
알고 보면 그냥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부탁을 덜컥 들어주는 게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요?”
“근데… 뭔가 차현식 씨랑은 잘 맞는 것도 같고.”
“그렇죠?”
“믿어도 될 사람처럼 보이네요.”
역시는 역시군.
내가 예상했던 대로 친분을 조금만 쌓아도 충분히 마음을 여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투자금으로 15억을 투자하겠다는데 사업하는 사람이 마다할 리가 없지.
“그럼 계약하실까요?”
“음. 그럼 일단 구두로 계약하고….”
“아니요. 이메일 좀 알려주세요. 제 전속 변호사가 계약서 관련해서 바로 쏴줄 겁니다. 거기에 사인하시고. 계약하시면 됩니다. 혹시 계약 사항 중에서 마음에 안 드시는 점이 있으시면 변호사와 상의하시고요.”
“아. 아아… 네. 알겠습니다.”
친분은 친분이고.
계약은 철저하게 해야지.
사람이 아닌 상황을 믿어야 하는 법이니까.
상황이 우리의 신뢰를 존속시켜 줄 거다.
계약서가 만료되지 않는 한.
“그럼. 계약과 관련된 이행은 차차 얘기하기로 하죠.”
“아… 미국에 계신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그렇죠. 그래도 회의는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네? 그게 무슨…?”
“화상 회의요.”
아직 화상 회의가 익숙지 않을 시대이긴 하지.
분명 화상 회의를 하는 곳이 있겠지만 일반에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기술이었으니까.
또 딱히 대면으로 하면 되는 걸 굳이 화상으로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해서 아무도 관심이 없었을 거고.
“제가 투자하는 회사에서 만드는 온라인 다중 화상 회의 시스템이 있거든요. 나중에 링크 보내드릴게요.”
“아. 그렇구나….”
“아. 또. 요즘 SNS 홍보가 대세잖아요?”
“그렇… 죠?”
“슝이라는 앱이 있는데 한 번 써 보세요. 여기. 이겁니다.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소셜 네트워크인데요. 30초에서 1분짜리 광고영상으로 활용하기에도 좋고. 가능성 자체는 무궁무진해요.”
“아….”
“아차차. 제가 또 너튜버거든요? 심심하면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까지. 부탁합니다?”
“저, 저기….”
김재원은 질렸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가 싶은 그런 표정이기도 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
“유학생이요. 돈 좀 잘 버는.”
*
“오래 걸렸지?”
“응.”
“윽. 그냥 아니라고 빈말이라도 해주면 안 되냐?”
“아니.”
“지금 말고.”
“아니.”
“하아… 미안해. 조금 늦었지? 대신에 아이스크림 사줄게.”
“으으응.”
고개를 젓는 시아.
원래 여자라고 하면 단 걸 좋아한다고 하던데.
시아는 유난히 단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
지금이 가장 더울 시즌이라 밖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이라 아이스크림으로 퉁 치려고 했던 건데.
역시 한식이려나.
“저거.”
“솔빙?”
그러고 보니 시아는 대한의 팥빙수를 아직 못 먹어봤겠구나.
딱 이 시즌에 파는 맛있는 빙수를 알고 있다.
“응. 저거 맛있겠어.”
“그래. 그럼 거기 가자.”
솔빙에 들렀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조금 낯선 느낌이었지만, 역시나 온갖 종류의 빙수가 메뉴판에서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솔빙입니다.”
“뭐 먹을래?”
“음.”
너무 많은 종류에 시아는 선택 장애가 온 듯 이리저리 고개만 돌릴 뿐이었다.
아무리 단 걸 안 좋아하는 시아라도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고 당 충전이 가능한 빙수는 절대로 못 참지.
“내가 고를까?”
“응.”
“저기….”
“네, 주문하시겠어요?”
“딸기빙수 아직 하나요?”
“어머. 시즌이 지날 뻔! 했는데 딱 맞춰서 오셨네요. 네, 아직 한정판매 중입니다.”
원래 딸기 철에만 나오던 딸기빙수가 아직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특히 시아에겐 한국 딸기를 꼭 먹여보고 싶었으니까.
미국에서 가장 실망적인 건 바로 과일이다.
한국에서는 설탕을 뿌린 듯한 달달한 과일이 미국에서는 퍼석한 무를 씹어도 이것보단 낫겠다고 하는 과일로 둔갑해 버리니까.
특히 가장 심했던 게 수박과 딸기였다.
수박은 화채를 해서 먹는 방법이라도 있지.
딸기 같은 경우는 시기만 하고 단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미국에서는 불호의 아이콘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보면 딸기에 초코디핑을 하거나 그 위에 슈가파우더, 혹은 캐러멜을 묻혀서 먹곤 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미국 사람이 단맛에 미친 건 맞지만 달달한 과일에까지 더 단맛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단맛이 없는 과일을 보강하기 위해서 초코와 설탕을 추가하는 거다.
하지만 한국 딸기는 아무리 맛없는 딸기를 사도 미국 딸기보단 몇 배는 더 달았다.
그런 딸기로 만든 빙수라니.
분명 시아가 눈이 돌아갈 게 뻔하다.
“그럼 딸기빙수 하나랑 멜론빙수 하나요.”
“네, 딸기빙수 하나. 멜론빙수 하나.”
“그렇게만 해주세요.”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시아는 어린 시절에 종종 한국에 놀러 왔다고는 해도 한국의 정취와 문화에 완전히 익숙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기분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 과일을 소개하는 건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지.
“헤엑?”
딸기빙수와 멜론빙수를 보자 시아는 입을 떡 벌렸다.
사실 비주얼부터 깡패라고 할 수 있는 멜론이 통째로 사용된 멜론빙수는 그야말로 비주얼 폭행이나 다름없었다.
또 딸기빙수는 곳곳에 딸기가 박힌 설산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 위용이 어마어마했다.
음식 앞에서는 다람쥐가 되는 시아는 그 뒤로 말없이 빙수를 흡입했다.
특히 딸기빙수를 먹으며 딸기가 이렇게 맛있는 과일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며 놀라 했다.
“이걸 다 먹었네?”
“응? 내가 그런 거 아닌데?”
눈 깜짝할 사이에 빙수가 사라지자 놀란 나머지 물었는데 시치미를 떼는 녀석.
그런 모습조차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이제 나가서 경복궁 데이트할까?”
사실 너무 더워서 괜찮을까 싶었다.
그나마 여름 날씨 중에서는 선선하다고 하는 온도였음에도 무덥긴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빙수도 먹었고 당 충전도 했으니 인생 사진 찍으러 가야지.
*
“한복 빌리시게?”
“네. 저랑 여기 여자친구랑 같이요.”
“어이구. 외국 분이시네? 웨얼 알 유 프롬?”
“미국이요.”
“한국말도 잘하네.”
“한국 사람이니까요.”
“어머어머. 너무~ 예뻐서 외국 분이신 줄 알았네. 호호호.”
“여자친구가 혼혈이에요.”
“하이고~ 어쩐지 곱더라. 그러면~ 그냥 한복 말고. 내가 진짜 제대로 된 걸로 해 줄게. 따라와 봐~”
인심 좋은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얼떨결에 의상실로 딸려 들어간 시아.
나도 다른 직원의 도움으로 한복을 입기 위해 다른 의상실로 향했다.
그런데 한복 상태가…
“이거 사극에서 보던 금위군 복장 아냐?”
“어머. 딱이다. 원장님께서 추천하는 세트로 맞춤이거든요.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심지어 나에게 칼 한 자루까지 건네주는 직원.
내가 원했던 건 그냥 전통 한복일 뿐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극 바이브에 직원에게 따지려던 그때.
시아가 의상실에서 나오자 왜 나에게 금위군 복장을 입혔는지 단박에 이해하게 되었다.
“푸핫!”
“우, 웃지 마.”
“어머어머. 딱이다. 딱이야. 그리고 남자친구분? 이쪽으로 와봐요.”
한복집 아주머니는 경복궁에 도착하면 꼭 이렇게 말하라며 나에게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나, 그냥 안 할래.”
“고생해서 입었잖아. 그냥 가자.”
“더워. 죽을 거 같아.”
“딱 30분만. 30분만 돌다 오자.”
“그래요~ 얼마나 예뻐? 그리고 이거. 금위군 남친이 들어 주면 되겠다.”
거대한 전통 우산을 쥐여 주자 그제야 어렵사리 시아를 설득해 경복궁 입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아주머니께서 제안했던 대사를 외쳤다.
“중전마마~ 납시오!”
“미, 미친놈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리고 심지어는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시아는 부끄러워 죽겠는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내 옆구리를 찔러 대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재밌고 즐거웠다.
특히.
이거 완전 너튜브 각 오케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