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97
97화 캘리포니아(4)
“여깁니다.”
삼신기 중에서도 자리가 장사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고 해도 자리가 좋지 못하면 매출은 반토막 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유명한 맛집은 어디에 있든 사람이 찾는다고 하는데,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엄청난 맛집이 대학로, 시내, 혹은 지하철역 인근같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었다면 매출이 두 배가 될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니 내가 하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아.”
탄식이 절로 나왔다.
축제 위원회에서 사람이 나와서 축제 기간에 우리 불프 푸드트럭이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할 곳을 보여주었다.
원래 축제 장소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축제에 공간에서 중간쯤에 있었을 때다.
가장 처음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사람이란 게 예열이 필요한 법.
예열하는 동안에 이미 첫 번째 푸드트럭은 지나갔고 중간쯤에나 돼서야 뭔가 먹을 걸 사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곤 한다.
그리고 사람이란 게 그 마음을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걸 시도하기 마련이다.
사실 그런 자리를 바란 것도 아니다.
솔직히 첫 번째 자리라도 우리 푸드트럭의 디자인이 워낙 강렬해서 기억에 남으리라 확신했으니까.
그런데 최악 중의 최최악이 걸리고 말았다.
아무리 연고가 없는 이방인 취급이라지만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었다.
아니, 솔직히 이런 자리가 존재한다는 거 자체가 용납이 안 될 지경이었다.
“남은 자리가 여기뿐이라서요. 하하하.”
위원회에서 나온 사람은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신청은 미리 한 터였기에 내가 마지막 자리를 받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자기 지인들, 연고가 있는 사람들 다 나눠주고 마지막 자리를 나한테 준 거겠지.
“그래도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화장실 근처는 위생적으로나 외관상 너무 심한 거 같은데요?”
“아이~ 여기도 겨우 잡은 거예요.”
“아니, 제 말은 이런 자리 자체가 없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럼 축제 참가를 포기하시는 겁니까? 위약금이 있을 건데요?”
이 사람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 속 긁는 데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듯했다.
위약금이 아까워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문제가 생겨서 축제 참가를 못 하게 되면 위약금이야 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가 화가 나는 건 주최 측에서 이런 자리를 만든 거 자체를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
옆에 시아가 있었다면 쌍욕을 날렸을 상황이었다.
아쉽게도 나 혼자 왔다.
시아는 근처 카페에서 커피랑 도넛을 먹으라고 하고 혼자 온 게 패착이었다.
“좋아요. 근데 자리 위치 선정을 좀 바꾸면 어떨까요?”
“바꾸다니요?”
“그렇잖아요. 이건 화장실이랑 너무 가까워요. 냄새도 나고. 위생적으로도 미관상 좋지 않으니까요.”
“흐음.”
위원회는 뭔가 대단한 걸 해주는 듯이 고민하는 척했다.
솔직히 내가 이런 제안을 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누가 화장실 근처에서 식사하고 싶겠는가.
“쓰읍.”
“저기요? 제가 잘 아는 기자가 한 명 있는데 여기 축제에서 위생적이지 못하게 화장실 근처에 푸드트럭을 배정했다고 연락이라도 해야 바꾸는 시늉이라도 할 건가요?”
“아, 하하. 안 하겠다고는 안 했습니다. 너무 성급하시네.”
“그래서 제 제안은….”
“화장실 근처에 칸막이 같은 걸 설치하죠. 그러면 됐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화장실이랑 너무 가까운데.”
“됐습니다. 더 이상 타협은 없어요. 불만이시면 위원회 공식 사이트에 올려주시고요.”
“하아….”
“됐죠?”
이 세상은 왜 항상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 걸까?
그냥 좋게 좋게 하면 어디가 덧나는 건가?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닐 터다.
그냥 위치만 화장실에서 최대한 멀어지게 위치 조정을 좀 하자는 건데.
누가 좋은 자리를 달라고 했나?
“돼긴 뭐가 돼. 씨발.”
“뭐, 뭐라고요? 방금 뭐라고 했죠?”
방금은 한국말로 말했다.
그러니 당연히 이해가 안 되겠지.
하지만 억양을 보니 뭔가 심한 말을 한 것처럼 느껴졌는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후회 안 하죠?”
“예? 저희가 왜 후회를 합니까?”
“좋아요. 제가 당한 거. 그대로 제보하도록 하죠.”
“뭐. 그러시든가.”
위원회에서 나온 사람은 나를 잘 모르는 듯했다.
뭐 내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은 아니니까.
예전 미스터 부스트도 1억 명 구독자를 달성해도 모르는 사람들은 몰랐다.
하지만 반대로 알 사람은 모두 아는 게 엉클 씩이었다.
1억 명까지는 아니지만 이제 곧 2천만 명 구독자를 달성할 나름 유명 너튜버니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시아를 데리고 축제 현장으로 돌아왔다.
카메라를 대동하고.
“헤이~ 친구들. 엉클 씩이야! 오늘은 LA에서 푸드트럭 축제를 위해 왔어.”
올 때부터 시아의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내가 겪은 일을 말하자 ‘유 썬 오브 어 비치!’를 외치면서 당장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그 담당자에게 가자며 난리였으니까.
“근데 문제가 생겼어. 여기 자리 보여? 혹시 여기가 어딘 거 같아? 화장실 가는 길? 아니야. 여기가 내가 푸드트럭 장사할 장소야.”
아는 기자에게 제보할 필요도 없었다.
다이아 버튼을 받은 너튜버는 일반 기자가 쓴 기사보다 그 파급력은 훨씬 강하니까.
거기다 슝으로도 영상을 홍보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이슈는 반드시 되기 마련이다.
“너무 했지? 위원회에서 나더러 여기서 장사하라더라. 내가 위치 조정을 제안했더니 대차게 거절당했고. 이런 위원회가 주최하는 푸드트럭 축제가 여기 LA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라니. 하아~ 정말 암울하다.”
그렇게 한참을 비판하는 영상을 찍고는 호텔로 향했다.
아직 축제까지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영상을 오늘까지 편집하고 내일까지 올리면 반드시 그다음 날까지는 반응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 형. 잘 지내요?”
– 야! 현식아. 왤케 연락이 안 돼?
“하하. 요즘 좀 바빴으니까요. 무슨 일 있어요?”
– 야. 우리 사이에 무슨 일 있어야지 연락하냐? 그냥 잘 지내나 궁금해서 그렇지.
“형은 편집 일은 어때요?”
– 말도 마라. 지금 6개월 치는 쌓여 있어.
푸드트럭 여행 출발하기 전에 소스를 잔뜩 떠넘기고 갔다.
그래서 딱히 컨텐츠를 찍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형이 바쁜 건 아는데… 영상 하나만 빠르게 편집해줄래요?”
– 그래? 뭔데?
“아마 영상 받아보면 알 거예요.”
– 어. 그래. 알겠어. 보내면 내가 언제까지 편집하면 될까?
“퀄이 높을 필요까지는 없고. 그냥 호흡 늘어지는 거랑 연결만 잘 되게 부탁드려요.”
– 그래? 그럼 내일까지는 완성할 듯?
“그럼 부탁 좀 할게요.”
– 어. 그래~
한정수에게 영상을 보냈다.
아마 오늘 영상을 훑어보고 내일까지 편집이 완성되면 아마 위원회에서도 뒤집힐 거다.
축제라는 게 민심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그리고 그 민심은 요즘 인터넷으로도 많이 전파되니까.
거기다 나에게는 천만 대군이 든든하게 나를 받쳐주고 있지 않은가.
“뒤졌다. 진짜.”
*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
무언가 횡설수설하며 나에게 설명을 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든가요.”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급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위원회 측일 테니까.
어제 영상이 올라가고 이미 폭발적으로 조회수가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여론은 좋지 않았고.
기자들도 이런 이슈를 놓칠 수 없었는지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고 있었다.
다만, 아직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전부 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위원회 측에서 연락이 왔다.
영상을 내려주면 안 되겠냐면서.
공식적으로 축제 계약서에는 영상 촬영이 합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축제라는 게 모든 이슈를 한 몸에 받아야 하는 법이니까.
조금이라도 영상이 더 퍼져나가야지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들에게 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똑똑똑-
호텔 문을 두드리는 소리.
정말 빨리도 왔다.
자리 배정 확인할 때는 30분이나 늦게 나오더니.
지금은 약속했던 시간보다 1시간은 더 일찍 도착했다.
또 얼마나 급했으면 약속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문까지 두드리다니.
“네.”
“아!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아~ 기억은 나는데….”
“피터입니다. 축제 위원회 담당자요.”
“네네. 이제 기억나네요.”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그러죠, 뭐. 들어오세요.”
호텔 안으로 들어온 담당자 피터는 숨을 헐떡이며 소파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뛰어오느라.”
“아닙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축제 장소를 영상으로 올리셨더라고요?”
“그렇죠. 근데 그게 왜요?”
“그러시면 안 되거든요.”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 너무 달랐기에.
그리고 어떡하면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나 싶기도 했고.
“무슨 소리죠?”
“영상 촬영은 금지입니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나요?”
“예. 보여드릴게요.”
심지어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최기명 변호사와 함께 일하면서 배운 것 중의 하나는 계약서의 허점과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약서는 서로 서명하는 그 순간부터 효력을 가지기에 서명하기 전에는 아무리 바빠도 꼼꼼하게 검수하는 게 필수라는 것.
“여기 보시면… 동영상 촬영과 관련된 금지 조항 중에서… 축제 준비 중인 경우에는….”
“잠시만요. 제가 한 계약과는 다른데요?”
“예?”
나는 서명했던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피터가 들고 온 서류와 대조하며 읽기 시작했다.
“음. 이 부분도 다르고… 여기서는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고 나오는데요? 심지어 명시가 안 되어있는 것도 아니라 ‘가능’이라고 못 박아 놨는데?”
“어? 어어… 그게.”
“지금 우리 몰래 조항도 막 바꾸고 그러는 겁니까? 이거 불법인 거 알아요?”
아까의 그 당당함은 어디로 갔는지 안절부절못하는 담당자 피터.
그러게, 누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래?
“저… 그게… 제가 한 번 확인해 봐도….”
“예. 여기요.”
서명한 서류를 건네자마자 피터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아니, 그야말로 해괴망측한 행동이었다.
서류를 있는 힘껏 구기더니 갈가리 찢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조각들을 입에 넣어 삼키기까지 했다.
“와. 대박이네. 진짜.”
인간이 절실하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가.
그런 실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 처지에서도 난감하긴 했겠지.
내 생각에는 축제 위원회에서 정했다기보다는 담당자 피터 이 사람이 내가 하는 제안을 받아들이면 또 일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귀찮아서 임의대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갑자기 이슈가 되니 본인도 많이 당황했겠지.
그리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묘안을 낸 거 같은데.
“하, 하하하하하. 진짜 웃기네요.”
“이제 어떡하죠? 예전 계약서 같은 건 없는데… 애석하게도 분실하셨네요.”
“뭐 어쩔 수 없죠.”
“그럼… 이제 동영상 좀 내려주실까요? 고소하기 전에?”
“그럴 수는 없겠는데요?”
“예?”
“오히려 제가 고소할 판인데요? 피터 담당자님?”
피터는 어리둥절했다.
자기 앞에 놓인 계약서를 집어삼키기까지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
“그거… 사본이야. 이 멍청아.”
“그, 그런.”
“네가 무슨 짓 할지도 모르는데 원본을 순순히 주겠냐고.”
“제, 제길!”
“그리고 이 계약서도 위조 증거로 제출해야… 어?”
“우걱우걱.”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자기가 가져온 가계약서를 씹어먹는 피터.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이 방법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시아야. 잘 찍고 있지?”
“응.”
“촤, 촬영 중이라고?”
“그것도 라이브로요.”
“이, 이건 초상권 침해야! 당장 꺼! 당장!”
“제가 전화할 때 말씀드렸는데?”
“뭐?”
아까 전화 받을 때 미리 얘기했다.
라이브를 진행할 거라 바쁘다고.
하지만 경황이 없고 다급했던 피터의 머리에는 전혀 박히지 않았겠지.
오로지 나를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영상 촬영을 동의했을 거다.
“그리고 그거 녹취록도 있어요.”
“아… 아아.”
“여기까지! 엉클 씩의 참교육 현장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봐요,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