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3
123. 백인투[百人鬪]
천하무림에서 천하용봉지회 출전을 위해 모여든 수많은 후기지수들!
하지만 그중 태반이 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자격시험에서 탈락해 서글픈 귀로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걸러지고 나서도 예선에 진출하는 후기지수들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일대 일 비무로 승자 진출 형식의 대전을 펼치면 일년 내내 비무를 계속해도 끝이 안 날 정도로 많은 예선참가자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일차로 걸러진 옥석들을 다시 한 번 거르기 위한 천하용봉지회의 유구한 예선……
백인투[百人鬪]였다!
일반적인 연무장보다 아득히 넓은 초대형 연무장에 총 백인의 무인들이 올라가 난투를 벌여 단 다섯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우는 백인투는……
과거 혈천교의 난 당시.
천룡이 자신의 동료 다섯명과 함께 백인의 혈천교 정예를 상대로 무쌍을 해낸 일화에서 따온 경기 방식이었다.
……물론 실제 저런 일이 있었나 없었나는 잘 모르지만 이 방식이 제법 효과적인 것 만은 사실이었다.
그 연원이 어찌되었던 백명의 젊은 후기지수들이 한 자리에서 난투를 벌이는 백인투는 그 호쾌하고 화려한 방식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천하용봉지회의 예선은 항상 백인투의 형식으로 치루어지고 있었다.
백인투를 위한 연무장이 있는 곳은 화산의 속가제자 출신이 세워, 몇 대에 걸쳐 섬서에서 손에 꼽히는 거부로 거듭난 매화장의 장원이었다.
천하용봉지회를 위해 개방한 매화장의 장원에는 예선을 보기 위해 모여든 서안의 양민들과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백인투를 위해 모여든 무림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물론 장백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붐비는군…….”
섬서에서 손꼽히는 매화장의 장원은 그 명성과 부만큼이나 넓었지만 그런 방대한 장원의 부지도 천하무림에서 모여든 실력 있는 후기지수들과 그들의 백인투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서안의 시민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
“장 대협, 예선 진출 축하드립니다!”
“장 대협의 건투를 응원하겠습니다!”
“후후후, 밑에서 응원하도록 하겠사와요.”
사천 후기지수 삼인방과…
“사형! 밑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장대협 응원 왔어요!”
사제인 유한이와 명화 역시 장백서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응? 그런데 사매는 어디 간 거냐?”
당연히 함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금현아가 보이지 않자 의아해 한 장백서였으나……
“실례하겠습니다, 협행검 장백서 대협과 그 일행분이 맞으신지요?”
그런 장백서에게 매화장의 시비로 보이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렇습니다만…….”
“장주님의 호의로 시합관전과 시합 전 까지의 대기를 위한 장소를 마련했으니 그곳으로 함께 가주십사 하여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시비를 따라가 도착한 곳은 백인투의 연무장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근처 전각 이층의 접객실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서오세요 사형,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사매 이건……?”
“후후, 아프신 분도 있는데 저런 붐비는 곳에 있기 불편하실 것 같아 매화장의 장주님을 만나 뵙고 ‘부탁’을 좀 드렸답니다”
금현아의 그 한 마디에 장백서는 지금 상황의 전모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정말, 못 당하겠다니까.’
언제나 한 발 앞선 혜안을 보이는 그녀다운 행동이었다.
“자, 어서 이쪽으로 와 앉으시지요.”
그녀의 안내에 따라 접객실의 노대[이층 이상 공간에 천장을 두지 않고 난간만 쳐진 형태로 마련된 외부 공간]에 준비된 의자에 앉은 일행은 거기서 내려다보이는 장원의 풍경에 감탄했다.
“이건 대단하군요! 연무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정말 구경하기 딱이군요!!”
“금 소저,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풍경에 감탄한 일행들은 각자 자리에 앉았고 물론 장백서의 옆 자리는 금현아의 차지였다.
“후후, 다들 만족하시니 다행이네요~”
“사매, 배려해줘서 고마워.”
“저희 사이에 이정도 일로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감사를 표하고 싶으시다면 앞으로 조금만 더 둘만의 시간을 늘려주시면 저는 기쁠 거예요.”
귓가로 다가와 속삭이듯 말하는 금현아의 행동에 볼을 붉히면서도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 이런 자리에 화 대협께서도 계셨으면 좋았을 거예요!”
그렇게 두 사람이 은밀히 밀담을 나누던 때, 장백서의 반대쪽 자리를 차지한 유한이가 그의 옷소매를 급히 당기며 그렇게 말했다.
“아, 그야 그렇지, 하지만 화산파의 일손이 아무래도 부족한 상황이니 화공자도 많이 바쁠 것이다.”
일손이 부족해 어린애들까지 동원하는 상황이었다.
세간에 매화검룡으로 명성이 높고 초절정 고수인 그가 태평하게 그들과 함께 백인투를 구경하기는 아무래도 힘들었다.
그렇게 자리에 모인 이들끼리 이런 저런 예기를 나누는 사이 백인투의 제 일 회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다! 관중들, 그리고 젊은 무인들이여!!”
그리고 연무장에 올라 해설 및 진행을 맡은 인물은 장백서는 물론 다른 이들의 눈에도 익숙한 인물이었다.
“거력쌍부 구여혼!?”
“저분이 왜 저기에!?”
이전 마두 척살대의 대주이자 섬서에서 열손가락안에 들어가는 초고수인 구여혼이었던 것이다.
“구 대협은 원래 어딘가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자유로운 성격이시지만 또 동시에 이런 축제 같은 걸 좋아하시는 분이기도 하니까요, 척살대 일로 서안에 온 김에 운영에 힘을 보태기로 하신 모양이에요.”
금현아의 설명에 일행들, 특히 저번 척살대에 참여했던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도 사람을 이끄는 힘이 대단한 인물이었으니 저런 역할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던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백인투! 규칙은 간단하다!! 이 거대한 연무장에 무작위로 추첨된 백명의 자격시험 통과자들이 모여 대난투를 벌인다!! 여기서 끝까지 남은 다섯 명만이 예선을 통과해 본선 진출 자격을 얻는다!! 이번에 준비된 백인투는 총 이십조! 단 백명만이 천하용봉지회의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구여혼의 설명에 사람들로부터 고함에 가까운 함성이 터져나왔다.
구여혼은 그런 갈채를 즐기듯 눈을 감고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말을 이었다.
“탈락 조건은 총 네가지! 첫 번 째는 장외, 연무장 밖으로 떨어지면 무조건 탈락이다! 그리고 두 번 째는 등이나 엉덩이가 땅에 닿으면 탈락! 세 번째는 무장해제, 의식 소실이나 기절 혹은 무기를 놓쳐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되면 탈락이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이제까지 밝은 분위기로 말하던 구여혼은 네 번째 탈락조건을 말할 때는 표정을 굳히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를 죽이거나 죽음에 이를 만한 중상, 혹은 영구적으로 장애가 남을 만한 상처를 입혀도 탈락이다, 물론 나를 포함한 여러 고수들이 주시하고 있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너희들도 조심해라.”
물론 백인투에서는 유혈이 심하게 낭자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원래 자신의 무기가 아니라 날이 아예 없는 무인[無刃/날이 없다]의 무기를 따로 나누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투라는 그 특성상 부상자나 사망자가 매번 나오기에 구여혼과 다른 여러 고수들이 연무장 근처에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항상 눈을 빛내고 있었다.
“뭐, 이런 저런 말을 하긴 했지만 나랑 다른 여러 고수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니 너무 걱정들은 말고 안심하고 싸워라, 지금 이 자리에서 평생을 수련해온 시간을, 노력을, 그리고 강함을 증명해라 젊은이들이여!!!”
이후 한 번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린 구여혼이 천하용봉지회의 예선의 시작을 알렸다.
그렇게 시작된 백인투.
백인의 무인들이 뒤엉켜 싸우는 난전 속에서 여러 젊은 후기지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그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당연히 각 명문거파의 유력한 후기지수들이었다.
남궁표는 남궁세가의 자랑인 창궁무애검법으로 판을 휘어잡아 독보했고, 제갈서후는 제갈가의 여식이란 이유만으로 무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일 거라는 주변의 지레짐작과는 정 반대로 출중한 무위로 여러사람들을 경악시켰다.
특히 어떤 무기도 쓰지 않고 장법과 수공, 그리고 금나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다른 젊은 후기지수들을 압도하는 제갈서후의 모습은 가히 미봉 그 자체였다.
‘쯧, 독뇌 놈, 저렇게 실력도 출중한 녀석이 전선에서 뛰지는 않고 뒤에서 사악한 계략이나 꾸며서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다니…… 몇 번을 봐도 정이가지 않는 녀석이다…….’
물론 장백서에게는 천뇌고 미봉이고 나발이고 간에 아무래도 얄미운 독뇌가 무위도 출중하니 더 꼴 뵈기 싫을 뿐이었다.
그 뒤로도 백인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이번에 장백서의 눈길을 끈 것은 황보세가의 여식 황보위향과 수왕가의 여식인 원지여가 참여한 십 이 조의 백인투였다.
원래도 친분이 두터웠던 건지, 그도 아니면 서안에서 만나 사이를 돈독히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같은 조에 참가하게 되었고 두 사람이서 무쌍을 찍었다.
등과 등을 마주하고 덤벼드는 놈들, 거슬리는 놈들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두 소녀의 싸움은 호쾌함 그 자체였다.
강과 쾌!
단순한 두 가지 묘리를 극한까지 추구한 황보세가의 권법은 그 작은 소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굉음을 일으키며 무수히 많은 무인들을 날려버렸다.
작은 체구로 인한 짧은 간격이 약점으로 다가올 법도 하건만 오히려 작은 체구를 살려 종횡무진하며 상대를 두들겨 패니 그것이 더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단순함을 곧 호쾌함으로 승화시킨 황보세가의 권법과는 달리 유연함과 다양함으로 승부하는 수왕가의 권법 또한 대단했다.
수왕가.
그 이름대로 동물의 형태를 본 따 만든 형의권[形儀拳]을 절기로 삼는 이 문파는 흔히 다른 무문에서 본따는 범이나 웅, 그리고 매 따위 만이 아닌 정말 다양한 동물들의 움직임 속에서 무의 묘리를 찾아냈고 그것을 모으고 발전시켜 왔다.
그렇기에 수왕이었고 그런 가르침을 이어받은 원지여 역시 아직 어리고 작은 소녀일지라도 분명히 수왕이었다.
원숭이의 움직임의 묘리를 담은 초식으로 상대의 공격을 잡아채 무너뜨리고 그 위로 말의 발길질의 묘리를 담은 초식으로 상대를 후려갈긴다.
초식에서 초식으로, 수없이 많은 동물들의 움직임의 묘리들이 엮어져 펼쳐졌고 그렇게 완성된 수왕가의 권법은 범처럼 날래고 강맹하지만 소처럼 우직하며 굳세고 고양이처럼 유연하면서도 그 진의를 읽을 수 없으며 거북이처럼 단단하며 뱀처럼 절묘하며 날카로웠다.
말 그대로 이 세상 모든 동물들의 강함 만을 본 따 만든 최강의 짐승, 수왕 그 자체를 몸으로 체현해 보였다.
그렇게 두 어린 권희[拳姬]들이 종횡무진한 결과 두 사람이 진출한 조의 백인투는 다른 조의 백인투보다 배는 빠른 시간에 막을 내렸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백인투가 이어졌고 그들 외에도 여러 명문이 후기지수들, 혹은 이제껏 그 이름을 떨치지 못했던 무명의 실력자들이 그 두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녀올게.”
백인투의 제 이십회전.
장백서의 차례가 왔다.
일행들의 배웅을 받으며 연무장에 선 장백서는 문득 이루 표현하기 힘든 그리움을 느꼈다.
이상한 이야기였다.
그의 생, 회귀 전, 회귀 후, 둘 모두를 합쳐서 그가 백인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이 알 수 없는 그림움은 무엇 때문일까?
‘아, 그런가……!’
장백서는 곧 이것이 전장에서의 고양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마대전에서 수없이 경험했던 피아구분이 불가능한 진흙탕 싸움의 그 난잡한 투기와 분위기가 백인투를 위해 마련된 연무장위에 짙게 깔려 있었다.
“후후후, 그리움이 아니라 거부감이었군…….”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으려니 그에게 다가오는 인물이 있었다.
“혼자 무슨 재밌는 일이 있길래 그리 웃는 거지? 나에게도 좀 알려주지 그래?”
다가온 이의 정체는 바로 장설린이었다.
순간 척추반사적으로 싫은 티를 팍 내려한 장백서였지만……
‘흠, 너무 심하게 대하면 상처받는다 했으니…….’
“장 소저셨군요, 아무래도 함께 이야기라도 좀 나누고 싶던 차입니다.”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윽……! 너,너 왜…… 왜 그렇게 웃냐.”
묘하게 얼굴이 붉어진 장설린이 그렇게 말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심하게 대하면 상처받는다면서요?”
“……그건 다른 의미로 좀 그러니까 중간 정도로 해.”
“흠, 원하시는 대로, 그래서 뭡니까? 곧 백인투가 시작되니 최대한 저로부터 멀리 떨어져 주시죠.”
“그럴수는 없지~너와 싸울려고 어울리지도 않게 뒤에서 손도 썼는데.”
“음?”
그녀의 말에 장백서가 고개를 갸웃해 보이자 장설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설명해 주었다.
“약소문파 출신인 넌 모르겠지만 말이야, 구파일방이나 칠대세가, 그리고 신진십이세 정도 되면 출전 조를 어느 정도는 고를 수 있거든? 뭐, 대부분은 안정적으로 본선진출을 위해 그런 권리를 사용하지만 난 오직 네놈이랑 한 판 붙기 위해 이 이십조로 옮긴 거거든?”
그녀의 말에 골이 아파온 장백서는 머리를 매만졌다.
저런 식의 꼼수, 아니 편법이나 반칙이 없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으니 더욱 기분이 뭣 같았다.
‘어쩐지 좀 배경 괜찮은 이들은 다 어느 정도 분산돼 있는 게 이상하다 했어…….’
정말 완전 무작위로 조를 추첨했다면 한 번 즘은 유력 후기지수들이 몰린 조도 나올 법한데 마치 그런 걸 피하기라도 하려는 듯, 안정적으로 그들을 올리려는 조 편성을 보고 예상은 한 장백서였다.
그렇게 장백서가 머리를 잡고 있는 사이 제 이십조 백인투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