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5
125. 장설린, 팽경후 그리고 금향오
“됐어! 방해꾼을 치워버리면 너도 나랑 싸울 수밖에 없겠지!!”
목을 뚜둑거리며 비틀어 푼 장설린은 혼원벽력신공의 뇌기를 담은 도로 자신을 겨누고 있는 팽경후를 모로 뜬 눈으로 노려보았다.
“쯧! 명가의 후손이란 놈이 양심이라고는 저잣거리 거지만큼도 없군!!”
“그런 자질구레한 것을 지키다가 중요한 것을 빼앗기는 취미는 없기에…….”
처음부터 잔뜩 가시를 세우는 장설린의 태도에 팽경후 역시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 자질구레 한 걸로 사람간의 신뢰가 형성된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그렇게 말하는 장설린의 양손에는 그녀의 분노를 체현하는 듯, 붉은 수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어라 저 도리를 모르는 놈을 쓰러트리고 돌아올 테니까!!”
“아니, 내가 기다릴 이유가…….”
파앗!
타앗!
장백서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장설린은 뛰쳐나갔고 그에 맞서 팽경후 역시 자리를 박찼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적색의 기운을 두른 장설린의 손과 뇌기를 두른 팽경후의 무인도가 맞부딪혔다!!
굉음을 동반한 두 사람의 싸움은 명백히 다른 일반 참가자들과는 그 강함의 궤를 달리하고 있었고, 두 사람이 연무장의 한 중심에서 만들어내는 파괴의 여파는 다른 참가자들이 자연히 연무장의 외곽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어느새 이 드넓은 연무장은 장설린과 팽경후, 단 두 사람을 위한 결투장으로 변해 있었다.
“뭐야~!? 떠들어 대는 데 비하면 별거없잖아!?”
콰콰콰콰콰콰!!!
“흥! 헛소리를……!! 내 손에 들린 도가 이런 장난감 따위만 아니라면 네 녀석 같은 촉새는 단숨에 두 동강 냈을 것이다!!”
“사내 새끼가 변명은!”
짜증난다는 듯 외친 팽경후에게 장설린의 퇴법이 꽂혔고 팽경후는 본인이 장난감이라 말한 무인도를 방패삼아 그 공격을 막아냈다.
치이이이이이익!
자리에 선 자세 그대로 뒤로 밀려난 팽경후는 힘을 어느정도 무산시키고 뒤로 돌아 뛰어 자세를 바로잡았다.
“뒈져라~!!!”
쾅쾅쾅쾅쾅!!
그렇게 자세를 바로잡은 팽경후의 머리 위로 추격해온 장설린의 퇴법이 연이어 떨어져 내렸고, 이제 막 자세를 바로잡은 팽경후는 연신 뒤로 뛰어 그녀의 공격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흠, 백인투의 규칙이 장설린에게는 유리하게, 팽경후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군…….’
그런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사투를 멀리서 남일 보듯 구경하던 장백서는 현재 두 사람의 전투 양상을 그렇게 평가 내렸다.
얼핏 보기에는 일방적으로 밀리는 팽경후가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무기를 핑계 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의 말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팽가의 도법은 크고 두꺼운, 통상적으로 도라고 정의되는 중원 표준규격의 도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물건을 사용했다.
파[派]와 증[重]
팽가 무공의 시작이자 극의가 바로 그것이었고 특히 중, 즉 무거움의 묘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거운 중도가 훨씬 어울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물론 무공의 해후가 어느 선을 넘으면 한낮 얇은 갈대를 휘두를 때도 파와 중의 묘리를 담을 수 있겠지만…… 팽경후는 물론 이번 천하용봉지회에 참가한 어떤 사람도 그런 고등한 영역에 도달한 자는 없었다.
딱 한 명, 장백서를 제외하고……
그리고 무인도, 즉 날이 없는 도라는 것도 팽경후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는 했으나 도의 예기가 사라진 탓에 도법을 사용할 때 제대로 바람을 가르지 못했고, 그 때문에 아주 미세하기는 했지만 공속이 떨어졌을 터였다.
그것이 설령 전황에 별 차이를 줄 수 없는 미세한 것이라 해도 박빙인 상대와의 싸움에서는 그 미세한 것이 너무나도 큰 불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반면, 장설린은 전혀 손해본 것이 없지.’
애초에 강룡문의 무공은 그 대부분이 무기술이 아닌 적수공권의 맨몸 무공이었다.
권법, 퇴법, 각법, 장법, 수공, 조법, 지법에 금나술과 박투술까지!
맨손전투에 특화된 것이 바로 강룡문의 무공이었다.
애초에 무기를 사용하지 않기에 익숙지 않은 무기로 바꿀 필요가 없었고 당연히 장설린은 이번 백인투의 규칙으로 아무런 손해를 볼 게 없는 것이었다.
“슬슬 쓰러져라!!”
그러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싸움은 더욱 격해져만 갔고 마치 용의 발톱을 흉내낸 것 같은 장설린의 손이 휘둘러졌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득!
아래에서 위로, 마치 땅을 퍼 올리는 것 같이 휘둘러진 장설린의 손에서 강룡문의 성명절기이자 극강의 조법인 귀룡조[鬼龍爪]가 펼쳐졌다.
그녀가 귀룡조를 펼치는 경로를 따라 청석이 산산조각 나며 튀었고 그에 화들짝 놀란 팽경후도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무의 경지도 장설린이 미세하지만 좀 더 위에 있군…….’
그렇게 두 사람에 대한 분석을 마친 장백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두 사람의 혈투를 관람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무기와 장설린의 다체로운 공격에 연신 뒤로 밀리던 팽경후였으나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잡았는지 그녀의 공격의 맥을 끊으며 서서히 압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두고 격하게 다투는 두 사람을 보며 장백서는 생각했다.
‘음……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 이래서 악녀들이 남자들이 자기를 두고 다투는 상황을 즐기는 건가?”
묘하게 만족스러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장백서였으나…… 그런 느긋한 시간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반갑소 협행검 대협, 소인은 소림에 적을 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어린 중입니다, 이름은 금향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장백서의 앞에 서 정중히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소림의 신성이자 가장 어린 나이에 백팔나한에 든 천재, 금향오였다.
“……혹시 세 사람이 짰습니까?”
“네? 아니, 시주, 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가…”
어째 이놈이나 저놈이나 자신과 싸우자고 덤벼오는 상황에 골이 찐하게 아파오는 장백서였다.
이렇게까지 되니 마음 같아서는……
‘그냥 다 조질까?’
아예 덤빌 생각도 못하게 다 뭉게버릴까 생각한 장백서였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닙니다, 요즘 좀 피곤하다 보니 이상한 소리를 해버렸군요, 다만 저랑 싸우고 싶으시면 저기 두 분과 미리 합의를 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네? 그게 무슨…….”
금향오가 의아한듯 그렇게 말한 순간!
“어딜 새치기를!!”
“비겁하오 금 소협!!!”
콰아아아아앙!
방금전까지 박 터지게 싸우고 있던 장설린과 팽경후가 합동 공격으로 금향오를 날려버렸다.
“흐읍!?”
치이이이이이이익!
맞는 순간 방어를 굳혀 타격을 분산시킨 금향오였지만 뒤로 밀려나는 것 만은 어쩔 수 없었다.
‘호오? 제법이군, 아무리 소림의 무공이 단단하다 해도 저 두 사람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고도 저 정도라니 과연 소림의 신성[新星]이라 불릴 만하군.’
금향오의 단단함에 감탄한 장백서와는 달리 장설린과 팽경후는 잔뜩 성이 난 얼굴로 금향오를 비난하고 있었다.
“비겁하다 대머리!! 이 덩치도 그렇고 네놈 대머리도 그렇고 왜 사람이 싸우고 있는데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는 거냐!?”
“대, 대머리!? 아니 소인은 대머리가 아니라 빡빡…….”
“이번 말은 장 소저의 말이 맞소! 금 소협도 내가 장 대협과 싸우고 있는 걸 뻔히 보시지 않았습니까!?”
“아니, 애초에 이번 백인투는 난투…….”
“머리카락도 없는 주제에 말은 많구나 대머리!!!”
그렇게 싸우다 말고 서로 대머리니 뭐니 하며 왁왁 떠들어 대는 세 사람을 무시하고 장백서는 전황을 살펴보았다.
예선의 끝을 장식하는 이십조의 백인투도 슬슬 중반에 접어들고 있었고 백명의 젊은 무인들이 복작대며 치고 받던 초대형 연무장도 이제는 제법 널널해져 있었다.
그 안에서 서로 치고 받느라 바쁜 장설린과 팽경후, 그리고 금향오를 제외하고 두각을 드러내는 이가 둘 있었는데 한 명은 관동진가의 여식 진소여였다.
“흡!”
파파파파팟!
관동진가에서 자랑하는 귀신 같은 창법으로 주변을 휩쓰는 진소여의 모습은 마치 전장을 지배하는 장수, 전신 여포의 재림이었고 그런 그녀의 한 수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막아내는 이가 몇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눈길을 끄는 것은……
“하앗!”
천뇌미봉 제갈서후의 남동생 제갈여후였다.
적수공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제갈서후와는 달리 제갈여후는 검을 사용했다.
제갈의 대표검술인 소천성검법으로 상대를 제압해 나가는 제갈여후의 모습은 가벼우면서도 절도가 있었고 그러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그렇게 소천성검법으로 적을 제압하던 제갈여후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
장백서와 눈이 마주친 제갈여후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내 황급히 고개를 꾸벅이며 장백서에게 인사를 했다.
귀여운 모습이기는 했지만 한창 시합이 진행중인 상황에 보인 빈틈.
그것을 노리고 덤벼드는 승냥이도 몇 있었으나……
‘쯧! 멋없는 것들.’
장백서가 날린 탄지가 그들의 이마에 적중했고 그 한방에 그들은 맥없이 기절해 버렸다.
꾸벅
“……!!!”
그런 것도 모르고 장백서가 마주 인사해주자 화들짝 놀란 제갈여후는 당황해서는 이내 달아나듯이 다른 적을 상대하러 달려갔다.
그렇게 장백서가 딴 짓을 하는 사이 장설린, 팽경후, 그리고 금향오 세 사람이 나누던 수준 낮고 격식 떨어지는 언쟁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알겠냐!! 나는 저 녀석과 싸우기 위해 일부러 뒤에서 손까지 써서 조를 옮겼다고!! 당연히 네놈들이 양보해야지!!”
“흥! 조를 옮긴 게 너뿐인 줄 아느냐! 나도 장 대협과 붙어보고 싶어서 일부러 조를 옮겼다!”
“두 분도 그러셨습니까?”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아니, 세 명 다 나랑 붙어 보겠다고 이십조로 옮겼다고!?’
어쩐지, 이상하게 이번 조에만 실력자들이 많이 모였다 싶더라니…… 덕분에 애꿎은 다른 젊은 후기지수들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이었다.
‘아주 뒷수작이 판을 치는구만…….’
천하의 젊은 후기지수들이 바라마지 않는 꿈의 무대의 실체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 장백서였다.
그러는 사이.
“젠장, 어쩔 수 없군, 그 대신 첫 번째는 나다! 이것만은 양보 못해!!”
“흠, 어쩔 수 없지, 대신 정한 규칙은 지켜라. 대결 중에 십 보 이상 거리가 벌어지거나 혹은 오십합 이상 주고받았음에도 승부가 나지 않았을 시에는 다음 사람으로 교체다.”
“아미타불, 상호동의 하에 정한 규칙, 반드시 지켜주시길…….”
‘이 녀석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런 의미불명의 대화를 주고받은 후 장설린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장백서에게 다가왔다.
“자, 그렇게 됐으니 이제 드디어!! 한 판 붙자구!!”
“하아, 뭐, 어쩔 수 없죠, 내내 도망만 치고 예선을 통과하면 영 보기도 안 좋을 터이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쉰 장백서는 자연체로 검을 늘어뜨린 뒤 차가운 눈으로 장설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덤벼봐라 놀아줄 터이니.”
오싹오싹
“하하!! 역시…… 넌 최고야!!”
전신에 타고 흐르는 전율에 몸을 떤 장설린은 강룡문의 절기 비룡신행을 전개하며 장백서에게 뛰어들었다.
파아아아아앗!
그를 상대로 장백서는 현천검법으로 맞부딪혔다.
아니 정확히는……
“어!?’
촤아아아아악!
검을 이용해 장설린의 돌진경로를 물 흐르듯이 구부려 버렸다.
타타탓!
돌지의 기세를 그대로 이용당한 장설린은 장백서로부터 열 다섯 발자국 정도 떨어져서야 멈출 수 있었다.
“이, 이런!?”
곧 다시 덤벼올 거라 생각해 검으로 장설린을 겨눈 장백서였으나……
“응? 마저 안 덤비십니까?”
“응? 아아 젠장, 나야 그러고 싶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다음 녀석한테 양보해야지.”
“……양보? 다음 녀석?”
이해할 수 없는 장설린의 말에 장백서가 당황하고 있으려니……
“다음은 제가 상대입니다 장 대협!”
혼원벽력도의 기수식을 취해 보인 팽경후가 그렇게 말하며 다가왔고 이제야 장백서는 저들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세 사람이 돌아가면 서 나랑 싸우겠다고!? 아니 그건 그냥 셋이서 날 상대로 다굴, 아니…… 차륜전 펼치는 거잖아!?’
그들이 내놓은 상상을 뛰어넘은 결론에 어이가 없는 장백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