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0
170. 도발
‘저 자식 갑자기 무슨 미친 짓거리야!?’
기습으로 장규를 해치우고 다시 몸을 감춘 장백서는 직후 연파월이 벌인 행동에 대경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셋이던 것이 기습으로 하나를 잃어 둘이 된 상황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등을 지켜주면 모를까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아군을 죽이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였다.
‘아니면 내 의도를 눈치챈 건가?’
장백서가 구태여 내상을 입은 진파를 남겨두고 상대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장규를 노린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몸상태가 멀쩡한 장규보다 내상을 입은 진파가 살아있는 쪽이 연파월의 발목을 잡아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전 교전에서 두 사람이 보여준 행동만 따져봐도 둘 중 한 명을 남겨둬야 할지는 명확했다.
‘하지만 그런 의도를 파악했다 해도 연파월 입장에서는 진파가 있는 쪽이 훨씬 상황이 좋을 것인데…….’
달빛마저 가려진 야산의 유격전이라는 상황, 상대는 신출귀몰하니 그 종적을 잡을 수 없고 무위 역시 출중하니, 이런 악조건에서 눈은 하나라도 더 있는 편이 훨씬 좋았다.
물론 살아있으면 있는 대로 연파월의 발목을 잡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갑자기 진파를 죽일 이유로는 부족하다.
계륵, 현 상황에서 연파월에게 있어 진파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연파월은 한치 망설임 없이 그 계륵을 버렸고 그 뒤 일어난 일은 장백서를 더 크게 당황하게 만들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기운이 급속히 부풀어올랐다!!’
진파를 죽인 직후 연파월의 기운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른 것이었다, 그것을 목도한 순간 장백서의 뇌리에 가장 먼저 스친 이름은 공공단이었다.
공공단.
잠력단의 일종으로 복용하는 즉시 제내의 잠력을 격발시켜 막대한 공력의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기물.
하지만……
‘아니, 뭔가 다르다, 이전에 공공단을 사용했던 명광이나 강준표와는 그 느낌이나 방식이 너무도 달라, 무엇보다 이전에 두 사람이 보여줬던 것 보다 공력 상승폭이 월등해!’
그 말 대로 지금 연파월이 보여주는 공력의 상승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것이었다.
마치, 연파월의 공력이 그대로 두 배는 뻥튀기 된 것 같은 그 막대한 힘에 주변 나무들은 몸을 떨었고 대지는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파월의 눈에 귀광이 한 번 번뜩이더니 이내 겉으로 드러났던 기운들이 갈무리되었다.
그리고……
“어이 협행검!!”
파아아아아아!
막대한 공력이 실린 외침이 다시 한 번 숲을 뒤흔들었고 그 소리의 폭력에 벌레들은 숨을 죽이고 새들은 몸을 사려 도망치듯 날아올랐다.
그렇게 잠시간 숲이 요동을 쳤음에도 연파월이 찾는 장백서는 숲의 어둠속에 숨어 상황을 주시할 뿐이었다.
“이딴 식으로 깨작대면서 걸리적거리게 굴지 말고 제대로 붙어보자!!!”
또 한번의 외침.
역시 숲이 들썩였지만 이번에도 당연히 장백서는 침묵했다.
달빛마저 가려진 야산에서의 유격전, 연파월은 어떨지 몰라도 장백서에게 있어 이런 환경은 익숙했다.
검귀 시절 맡았던 수많은 임무 중 꽤나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것이 이런 산속 유격전이었으니까.
그런 만큼 현재 환경적, 그리고 상황적 우위는 장백서에게 있었고 그는 구태여 이런 우위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 멋지게 튀어나가서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벌판으로 따라와!’ 라고 멋지게 말하면 확실히 멋은 좀 날지 모르지만 그뿐이었다.
지금 장백서와 연파월이 하고 있는 것은 멋부리기 위한 비무도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대련도 아니었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이지.
멋이나 품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애초에 그런 걸 따질 생각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연파월은 그런 걸 따져줄 만한 상대도 아니었다.
그렇게 침묵이 계속되는 동안 연파월은 서너 번 더 정면 대결을 제안했지만 그 역시 장백서는 묵살했다.
“쳇! 완전 무시라니, 어울리는 맛이 없는 녀석이군…….”
대충 더 이상은 허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혀를 찬 연파월은 이내 미련없이 몸을 돌려 신법을 전개했다.
‘빠르다!?’
미련을 버리고 몸을 돌린 연파월의 신법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
전까지는 야산이란 환경에 익숙지 않은 점과 반대로 장백서가 야산이란 환경에 매우 익숙한 점, 이 두 가지 요소가 겹쳐 그들을 추격하는데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형적 불리는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어마무시한 내공을 아낌없이 사용하며 내달리는 연파월의 속도는 이미 장백서의 그것을 상회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빨랐다.
‘놓칠까보냐!!’
당황도 잠시, 장백서도 곧장 산의 야음에 숨어 연파월의 뒤를 추격했다.
그렇게 추격을 하는 와중에도 장백서의 머리는 연파월의 갑작스러운 변화와 현재 상황에 대해 파악하느라 쉴 세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녀석의 내공이 갑작스레 부풀어 오른 것은 진파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한 직후였다!’
바보가 아닌 이상 진파를 죽인 행위가 그의 갑작스러운 내공 증폭의 개기 혹은 대가가 되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흡정공 계열인가? 아니, 하지만 흡정공 게열이라면 보통 무기가 아니라 맨손을 사용했을 텐데? 게다가 아무리 흡정공이라 해도 고작 초절정 고수 한 명만으로 저렇게 파격적인 내공의 증강이 이루어 질리는 없다!’
흡정공, 혹은 그에 준하는 상대에게서 기운을 갈취하는 무공들은 그 대부분이 효율이 별로 좋지 않았다.
즉, 지금 연파월처럼 초절정 고수 한 명 죽이고 기운을 빨아들인다 해서 갑자기 초절정 고수 두 명분의 기운을 가질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만약 흡정공이 그렇게 효율이 좋았다면 흡정공을 익힌 마두들이 왜 수십 수백명을 죽여가며 그 기운을 갈취해 무림 공적이 되겠는가?
고만고만한 실력자 몇 명 만 죽이면 천하일절의 내공이 손에 들어오게 될 텐데.
당장 이전에 있었던 마두사건의 진호윤 역시 몇 십 명이나 되는 고수들의 생기를 빨아먹어가며 힘을 키웠다.
‘게다가 놈의 움직임……!’
어둠속을 달리면서도 장백서의 눈은 연파월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경박하고 껄렁한, 기분파에 과격한 행동거지에 비해 연파월의 신법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표홀하며 동시에 정교한 것이 정종 명문거파의 신법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여기서 문제는 그의 신법이 너무 정교하다는 것이었다.
이전 공공단을 사용해 내공을 불렸던 두 사람.
명광과 강준표.
이 두 사람이 공공단으로 내공을 불렸음에도 장백서에게 패배한 결정적인 이유는 급작스레 불어난 내공으로 인해 무공의 완성도가 되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무공이란 결코 단순한 힘자랑이나 빨리 달리기, 조약돌 멀리 던지기 따위 같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 진정한 강함은 정교함과 섬세함,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내공의 증폭은 위의 세 가지를 단 한 번에 망쳐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핏!
연파월의 움직임은 이전 내공의 증폭을 이루기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거나 흐트러진 부분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체중이 조금 한 쪽으로 치우친 것 같아 보인다는 것 정도?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이런 식의 내공증강을 꽤나 여러 번 경험해 보았다는 뜻이지!’
공공단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개의 잠력단이 그러하듯 공공단 역시 사용 이후에는 끔찍할 정도로 심한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전에 그것을 사용한 강준표와 명광은 죽어 나자빠져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순 없었지만 유한이를 지키기 위해 공공단을 사용한 여위하와 정궁을 보면 이러한 사실은 자명했다.
공공단만이 아니라 저 정도로 급격히 공력을 높여주는 수에는 어떠한 것이든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었고 이는 금공이나 외법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놈은 무슨 수단을 쓴 거지?’
가능하다면 좀 더 궁리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장백서가 상황파악을 위해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는 사이 연파월은 이미 여산을 둘러싼 진법의 경계선 코 앞까지 도달해 있었으니까.
‘놈에게 진법을 탈출할 방도가 있구나!!’
진법의 경계선을 목표로 망설임 없이 내달릴 때부터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새삼 확인하니 이가 갈리는 장백서였다.
‘빠져나가게 둘까 보냐!!’
그가 어떤 방법을 통해 빠져나갈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진법의 구조를 바꾼 백천회의 수족인 만큼 무언가 숨겨놓은 ‘샛길’ 같은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탓!
장백서는 연파월을 쫓는 것을 멈추고 인근 나무 중 가장 높은 나무의 꼭대기로 뛰어오른 뒤 곧장 어기성강을 전개했다.
현재 장백서와 진법의 경계선까지의 거리는 대략 오십장 내외, 연파월과 진법의 경계선까지의 거리는 대략 이십장 정도.
아무리 장백서라도 지금의 무위로는 오십장이나 떨어진 거리, 그것도 진법 내부의 목표물을 노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정도 거리라면 어기성강의 조작도 제대로 되지 않을 터이니 단순히 활을 쏘아보내는 것과 진배없었다.
하지만,
‘운이 따라주는군.’
뜻밖에 행운이 따라준 점이라면 이곳이 장백서가 이전에 와본 장소라는 점이었다.
연파월이 달려나가고 있는 숲의 한 켠, 그 곳에 수십 그루의 나무가 마치 벌목이라도 한 듯, 한 방향으로 쓰러져 있었다.
공교롭게도 저 흔적을 남긴 장본인이 바로 장백서였다.
그렇다 지금 연파월이 한창 내달리는 저곳이야 말로 장백서와 장설린이 첫 날 승부를 겨루었던 장소였던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진법의 이상을 확인했던 장소이기도 하지!’
당시의 장백서는 진법을 몇 번이나 들락거리며 저 장소에 한해서만은, 일어나는 진법의 작용, 위치한 자연물, 그리고 진법의 구조 역시 손에 잡히듯이 파악하고 있었다.
장백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고 다음 순간 그의 머리위에서 쏘아진 어기성강이 숲의 밤하늘에 검은 먹선 하나를 그려 넣으며 대각선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일렁
검은 유성우가 여산의 밤하늘을 가른 직후 보통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기묘한 일렁임이 여산을 둘러싼 진법에서 일어났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진법을 철거한 것도, 그렇다고 샛길을 이용해 틈을 여는 것도 아닌, 그저 우악스러운 힘으로 진법의 구조를 하나 비틀어 부숴버린 일격에 여산을 둘러싼 진법 자체에 뒤틀림이 발생한 것이다.
진법이란 것은 실로 섬세하고 정교한 것이기에 이러한 우악스러운 뒤틀림 하나만으로도 사전에 준비해 놓은 이런 저런 ‘구성’ 혹은 ‘샛길’들은 그 기능을 상실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이제 막 진법의 경계선 앞에 선 연파월 역시 이해하고 있었다.
“하… X발…… 이렇게 나온단 거지?”
진법의 경계선 앞에 선 연파월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햐햐햐햣!!!… 이렇게 좆같이 나오면 나도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거든…….”
피안광소의 뒤에 섬찟한 미소로 한껏 얼굴을 뒤튼 연파월은 이내 몸을 돌려 장백서가 숨어 있는 어둠을 향해 외쳤다.
“지랄할 만큼 했으면 튀어나와 이 개X끼야!!!!”
섬찟한 살기가 담긴 사자후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으로 여산의 나무들을 뒤흔들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장백서는 침묵했다.
하지만 연파월도 이번에는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지, 혹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별다른 감정표현 없이 허리춤의 박도를 한 자루 꺼내 오른손에 쥐었다.
그리고……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의 짧은 박도에서 거대한 도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도강은 제 혼자 울렁거리며 그 부피와 길이를 늘려갔고 정점에 이르렀을 때는 연파월의 머리를 넘겨 무서울 정도로 길게 솟구쳐 있었다.
그리고
훅!
연파월은 가차없이 자신의 오른편 숲을 향해 박도를 휘둘렀다.
콰콰콰콰콰콰앙!!!
귀를 찢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아무래도 길어져 있던 도강이 다시 한번 신축해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졌고 그렇게 휘둘러진 도강에 여산 숲의 한 켠이 찢어발겨졌다.
후오오오오오오오
으깨진 나무파편과 흙먼지, 그리고 재수없게 휘말린 야생동물들의 피안개가 섞인 부유물들이 주변을 뒤덮었고 그것들이 다 가라앉기 전에 연파월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보고 있겠지? 설마, 지금 이 일격에 재수 없게 휘말려 죽었을 리는 없을 테니까… 보시다시피……지금 나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 장백서 네놈이 내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곧바로 후기지수들이 모여 있는 네놈들 본거지로 가서 죄다 쳐죽여주마!!”
그렇게 말한 연파월은 장백서가 무어라 반응을 하기도 전에 고개를 모로 몇 번 꺾으며 몸을 풀더니 말을 이었다.
“물론, 이미 수의 우위가 완전히 뒤집힌 상황이니…… 내가 아무리 힘을 불렸다 해도 싸움이 길어지면 죽는 건 내가 되겠지…… 하지만 네놈도 대충은 짐작할 텐데? 지금의 나라면 그렇게 뒤져 나자빠지기 전에 이 여산에 있는 후기지수 놈들을 싸그리 도륙을 낼 수 있다는 걸…… 마침 네놈이 딱 먹기 좋게 한 자리에 열심히 모아놔 줬으니 말이야……!”
연파월은 이어서 ‘결국 그럼 날이 밝았을 때 살아남는 건 장백서 네놈과 진행위원 몇 놈 정도겠지~’ 라고 이죽거렸다.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저벅저벅
“…….”
이제껏 숲 속의 어둠에 숨어 연파월의 목을 옥죄던 사신이 어둠속에서 스산한 살기를 두르고 걸어 나왔다.
“하하하하햐햐햐햐햣!!! 이것 봐!? 얼굴 보니까 얼마나 좋아!?”
모습을 드러낸 장백서를 보고 연파월은 뭐가 그리 좋은지 폭소를 터트렸고
그런 연파월에게 장백서는……
“이제부터 죽을 건데 기분이 좋은가 봐?”
“…….”
연파월의 웃음이 뚝 하고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