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9
169. 일단 한 명
달빛조차 모습을 숨긴 칠흑 같은 어둠, 그리고 그 속에 숨어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사나운 포식자.
포식자의 살기에 벌벌 떨며 굳어 있는 연파월과 진파, 그리고 장규의 꼴은 비참한 사냥감의 모습 그 자체였다.
‘젠장, 적어도 위치라도 정확히 안다면…….’
연파월은 지금 자신들에게 살기를 쏘아보내는 인물의 정체가 장백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 여산에 있는 인물 중 이 정도로 짙고 서늘하기까지 한 살기를 보인 자는 장백서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홀로 자신들을 뒤쫓고 있었다.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계획이 무너진 상황에서 오히려 이 사실은 연파월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호재였다.
그가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해도 완숙한 초절정 고수 세 명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 세 명의 초절정 고수가 장백서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분명 살기는 그들의 뒤로부터 매섭게 찔러오고 있지만 동시에 마치 신기루, 혹은 안개처럼 사방에서 옥죄어 오고 있기도 했다.
‘일부러 살기를 노출해 우리를 멈춰 세웠지만 동시에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려고 수를 썼다는 건가…….’
이런 놈이 후기지수라니…… 절로 헛웃음이 나오는 연파월이었다.
살기를 다룬다는 것은 공력을 다루는 것과는 또 다른 영역의 기술이었다, 살기는 그 이름 그대로 무수히 손에 피를 묻혀야지만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후기지수? 어림도 없는 소리, 암객들 중에서도 이런 재주를 부릴 수 있는 놈은 드물거늘…….’
보이지 않고 위치도 파악할 수 없는 적의 이해할 수 없는 능력에 연파월은 속으로 혀를 찼고 그 순간 발을 통해 미세한 진동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건……!?”
“형님, 뭔가 온……!!”
그 이변을 눈치챈 것은 연파월 만이 아니었는지 진파와 장규 역시 다급한 음성으로 자신들의 대장을 불렀다.
그리고 그 순간!
쉬이이이잉!
밤의 어둠을 직선으로 관통하며 그림자조차 따돌린 검은 칼날이 그들을 노렸다.
“장규 조심해라!!!”
“윽!?”
키이이이이잉!!!
찰나의 순간 숲의 어둠을 관통한 묵색의 어기성강이 한치 망설임 없이 장규를 덮쳤고 그는 아슬아슬하게 권강으로 어기성강을 쳐냈다.
지이이이익!!
하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일격이었던 탓에 충격을 완전히 흘리지는 못했고 그의 몸이 연파월과 진파와는 오 장 정도 떨어진 곳까지 쭈욱 밀려났다.
“위험했……!?”
하지만 공격은 그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어기성강이 쏘아지기 전 발 밑에서 느꼈던 진동.
그 진동이 어느새 몇 배는 커져서는 장규의 발 밑을 뒤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콰아아아앙!!!
순간 진동이 최고조에 달했던 숲의 바닥이 폭산했고 어마어마한 토사의 분류와 함께 두 자루째의 어기성강이 장규의 목을 노리고 아래에서부터 솟구쳤다.
“무슨!?”
설명은 길었지만 첫 번째 어기성강이 장규를 일행으로부터 분리시키고 두 번째 어기성강이 대지를 관통해서 장규의 목을 노리고 솟아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그야 말로 찰나!
눈 한 번 깜빡거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만큼 이 연격의 합은 완벽했고 심리의 틈을 완벽하게 관통한 공격이었다.
다만.
“……!!!”
후웅!
카아아아앙!?
아무리 완벽한 공격이었다 해도 상대는 초절정의 고수, 그것도 산전수전 공중전 모두 겪은 사파의 고수였다.
설령 아무리 은밀했다 해도 고작 이연격으로 공략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감각권과 공역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장규는 찰나지간에 목을 찔러온 어기성강을 권강을 두른 주먹을 맞부딪히는 것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두 번째 공격을 막아낸 순간, 장규는 자신의 머리위에서 떨어지는 무언가의 존재를 느꼈다.
“설마!?’
그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검은 그림자였다.
양손은 아래에서부터 찔러오는 어기성강을 막느라 봉인되었고 더구나 밑에서부터의 공격을 막느라 몸이 공중에 조금 뜬 상태라 피하기에도 여의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위에서 정확히 그의 목을 노리고 떨어져 내리는 검강.
장규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모든 내공을 쥐어짜 호신강기를 펼치는 것밖에 없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극성으로 전개된 호신강기 위로 묵색 검강이 휘둘러졌고 굉음과 함께 그 자세 그대로 장규의 몸이 지면에 처박혔다.
그 충격에 지면이 화탄이라도 터진 듯 다시 한 번 폭발했고 뒤집어진 지면과 흙먼지가 장규를 향해 달려가려던 진파와 연파월의 앞을 가렸다.
하지만 초절정 고수인 두 사람에게 있어서 시계의 불량 따위는 그다지 큰 장애가 되지 않았고 두 사람은 폭발의 순간에만 잠시 멈칫했을 뿐 곧바로 다시 장규를 향해 뛰어들었다.
고작 오 장.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한 발자국조차 필요하지 않은 그 거리가, 지금만큼은 영원과도 같이 멀게 느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이 흙먼지의 분류 너머에서 보게 된 광경은 실로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완벽하게 이루어진 연격, 기습적으로 목 위로 떨어져 내린 암습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규는 목숨을 부지한 것이었다!
떨어지는 충격에 양 주먹으로 저지하고 있던 묵색 어기성강이 조금 그의 목을 파고 들기는 했지만, 목 위로 떨어진 공격이 호신강기를 넘어 피부를 찢어 놓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규가 입은 타격은 결코 치명적인 것이 아니었다.
뜻밖의 호재에 미소 지은 연파월이 마음을 놓은, 그 찰나보다 짧은 순간…… 그는 보았다.
공격이 막히고 둘러싸여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 분명함에도.
습격자, 장백서의 입가에 미소가 맺히는 것을!
순간.
휘이이이잉!!!
처음 장규가 쳐냈던 첫 번째 어기성강이 마치 바위를 쪼개기 위해 정의 머리를 내리치듯 장규의 목을 마저 베지 못한 장백서의 검강위로 떨어져 내렸다.
“안 돼!!!!”
피이이이이이잉!!
묵색 검강과 묵색 어기성강이 맞부딪히며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름 끼치는 불협화음을 연주했고 떨어져 내리는 어기성강의 충격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검강이 그 기세 그대로 바닥까지 휘둘러졌다.
서걱!
그리고 그 검격의 반경에 있던 장규의 목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잘려나갔고, 검격의 힘에 휘둘려 잘린 수급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렇게 튀어오른 장규의 얼굴에는 역설적이게도 안도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목이 잘리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자신이 장백서의 연격을 무사히 버텨냈다 착각하고 있었기에……
첫 공격에서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반에 반 호흡 정도였다.
“일단 한 명.”
“이 개자식이이이이이이이!!!!!”
장규의 죽음을 목격한 진파가 미친듯이 소리치며 권광을 쏟아부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사이한 권강의 폭풍우가 장백서가 있던 자리에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고 다시 한 번 굉음이 여산을 뒤흔들었다.
“허억! 허억! 허억! 해, 해치웠다!! 해치웠습니다 형님!!”
“진파 이 덜 떨어진 얼간이 놈이!!!”
“네!? 혀, 형님……!?”
장백서를 쓰러트렸다 생각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던 진파였지만 곧 연파월의 일갈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그러건 말건 연파월은 연신 주위를 살피며 주변을 경계했다.
연파월은 분노에 몸을 내맡기고 날린 그런 허접한 공격에 장백서가 죽었을 거란, 그런 무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그는 진파의 공격이 작렬하기 전 장백서가 자리를 피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장백서는 진파가 일으킨 흙먼지를 장막삼아 거리를 벌려 이미 연파월의 공역 범위에서도 벗어난 상태였다.
‘괴물 같은 놈……! 이렇게 우리를 가지고 놀겠다는 거냐!?”
으득!
이를 악문 연파월이었지만 그렇다고 무언가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애당초 놈에게 먼저 포착 당해 선공을 허용한 시점에서 그들은 이미 패배해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웬 떡이냐 하고 이 의뢰를 받아들인 그 순간부터 이미…….’
“혀, 형님, 놈의 시체가 없습니다……!?”
“등신 같은 놈……그걸 직접 봐야 아느냐!?”
덜 떨어진 소리나 하는 진파의 모습에 연파월의 눈썹이 역팔자로 솟구쳤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이미 평소와 같은 득의양양한 미소는 편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쯧! 차라리 진파 이 등신이 아니라 장규가 노려졌다면 좋았을 것을…….’
실력도 그렇고 성격이나 판단력, 그리고 현재의 몸상태를 고려해도 진파보다는 장규가 사는 쪽이 훨씬 이득이었다.
‘아니, 놈도 그걸 감안했기에 장규를 표적으로 삼은 거겠지!’
처음 장백서와 맞붙었을 때 보인 장규와 진파의 행동, 그리고 그 당시 섣부른 행동으로 진파가 내상을 입었던 것까지, 장백서는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 장규를 노린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최악인 것은 장규를 잃은 것보다 진파가 남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진파는 장백서와의 첫 교전에서 심한 내상을 입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장백서에게 몰이사냥을 당하고 있는 지금, 전속력으로 도망치는데 진파는 방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가능하면 나간 다음에 바꾸려고 했는데 말이야…….”
“형님? 그게 무슨 말…….”
푸욱!
연파월의 그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돌리던 진파는 복부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형…… 님?”
울컥!
이물감은 이내 단순한 이물감을 넘어 열감으로 그리고 미칠 듯한 통증으로 변해갔다.
“형…… 님!? 우웩!! 쿨럭 억……!?”
그의 배에는 연파월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박도가 등 뒤편을 관통할 정도로 깊이 박혀 있었다.
“형님 형님, 그 놈의 형님 타령도 그렇고 네 녀석의 그 거슬리는 광동 사투리도 이제 지겹다, 넌 여기서 끝이다.”
“이…… 이 개자식이……!!!”
연파월의 그 냉담한 태도와 자신을 경멸하는 말에 죽어가면서도 진파는 공력을 끌어올려 마지막 발악을 시도했다, 하지만……
“어헉!?”
어찌된 일인지 내공은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오히려……
‘내 경력을 빨아들이고……!?’
우득!
배에 깊게 박힌 박도가 진파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깥방향으로 크게 비틀렸고 그것을 끝으로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진파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푸슉
털썩
오른손에 든 박도를 뽑음과 동시에 진파가 맥없이 쓰러졌고 연파월의 눈에서 붉은 귀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목이 잘린 장규, 배를 뚫린 진파.
방금 전까지 살아있었던 두 심복의 주검을 주위에 두고도 연파월의 입가에는 웃음이 맺혀 있었다.
“큭큭큭…… 얼마만이냐 이렇게 궁지에 몰리는 게, 사인련 놈들에게 쫓긴 이후 처음인가? 크흐, 크하하하하하하!!”
미소를 넘어 폭소를 터트린 연파월은 보이지 않지만 필히 어딘가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을 장백서를 향해 외쳤다.
“좋아, 좋다구, 아주 재밌어!! 그래 쿵짝맞는 살인귀 놈들끼리 어디 끝까지 놀아보자고!!!”
피안광소와 함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귀기, 그리고 방금 전까지 자신을 섬기던 심복의 피로 범벅이 된 박도를 든 그의 모습은…… 실로 야차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