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
018. 긴 밤의 끝에-2-
소란이 일어난 장소는 청성파의 숙소만이 아니었다.
금조상단의 안 쪽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처, 그 곳에서도 커다란 소란이 일어나 있었다.
“단주님! 빨리! 빨리 이쪽입니다!!”
“비, 비켜라! 현아가!! 현아가 회복됐다니 정말이냐!?”
비처의 안쪽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것은 금조상단의 주인이자 이번 환갑잔치의 주인공인 금가동이었다.
그리고 비처로 뛰어들어온 금가동의 눈에 비치는 광경은…… 그가 요 삼 년간 꿈에도 그리던 광경이었다.
“아버지, 좋은 아침이에요.”
어제만 해도 죽을 듯이 괴로워하던 불쌍한 자신의 딸 금현아가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 얼굴에는 약간의 피곤은 있을지언정 병색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도리어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은 발그레한 홍조가 자리해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미소인가? 얼마 만에 보는 건강한 모습인가?
자연스레 금가동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현아……!”
“아이 참, 나이도 있으신 분이 그리 눈물을 헤프게 쓰면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괜찮다! 눈물 좀 헤프면 어떠랴! 네가…… 네가 건강해졌는데!”
금가동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건강을 되찾은 금현아를 살폈다.
그러던 중 금가동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혀, 현아!? 너 피부가!? 피부가 도대체 왜 이런 것이냐!?”
금가동이 지적하는 것은 검붉게 멍들어 있는 금현아의 피부였다, 처음 팔뚝의 멍을 보고도 화들짝 놀랐지만 그 멍이 팔뚝을 지나 어깨를 넘어도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고 얼굴이 새파랗다 못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런 아버지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현아는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자신의 병의 원인이 무엇이고 또한 어떠한 방법으로 치료를 했는지까지…….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금가동은 이제 얼굴이 하얘지는 것을 넘어 노랗게 질렸다.
주춤 주춤 뒤로 물러나던 금가동은 이내 발을 헛디뎌서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까지 찧고 말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하인과 시비들이 달려와 그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금가동은 마치 넋 나간 사람 마냥 일어나려고 하지를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금쪽 같은 딸이 요 삼 년간 고통받은 원인이 자신인 것을 알았으니……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돌기둥에 머리를 박아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이 아비가, 이 아비가 미안하다…… 아비가 못나고 무지해서…… 너를, 흑, 너를 괴롭게 했구나…….”
주저앉아 훌쩍이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금현아의 눈빛은…… 따뜻했다.
무릎을 꿇어 아버지와 눈을 마주한 금현아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버지의 눈가를 자신의 소매로 다정히 닦아 주었다.
“아버지는 제가 아버지를 원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다만…… 나는, 으윽!! 내가 너무나도 한심하구나……!”
“아버지, 행위가 아무리 선하다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이는 옳지 않은 일이라…… 아버지는 저에게 그리 가르쳤습니다”
“……그래, 내가 그렇게 가르쳤지…….”
그렇기에 이리 비통한 것이다, 아비 된 입장에서 스스로 자식을 병들게 했다는 책망과 스스로 가르친 것 하나조차 지키지 못 했다는 절망감이 그를 일어서지 못하게 했다.
그런 아버지의 태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금현아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결과가 옳지 못했다 해도 그 행위에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도 부모가 자식에게 가지는 지고한 사랑이라 하면…… 누가 그것을 순전히 우행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금현아의 눈은 단호했다, 아비의 자책을 더 이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눈으로 금현아는 다시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아프기를 바라고 영약을 먹이셨습니까?”
“아, 아니다!”
“제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기를 바라시며 영약을 먹이셨습니까?”
“절대 아니다!”
짝!
박수를 한 번 친 금현아는 다시 미소 띈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그럼 이걸로 이 이야기는 끝입니다! 당사자인 제가 개의치 않는다는 데 누가 무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모습에 다시 금가동은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이런 아이였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무지한 아버지 때문에 그리 괴로워했는데도 싫은 소리 한 번을…… 원망의 말 한 번을 하지 않는 어른스럽고 착한 아이…… 금가동은 울었다.
너무나 기뻐서 울었다.
한 참을 울고 이내 겨우 진정이 된 금가동과 금현아는 다과가 준비된 상에 마주앉았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둘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질 좋은 향긋한 차를 마시고 금가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 감정이 너무 격해져 먼저 살피지 못했구나, 그래서 너를 이리 치유해 준 은인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느냐?”
질문에 눈을 감은 금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은인께서는 밤 중에 몰래 찾아오셨습니다, 스스로를 금조상단에 좋은 연이 있다고만 하셨지 자신이 누구이고 또한 어디에 속해 있는지조차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금가동은 감탄했다.
“……허! 너를 치료해 준 고인께서는 진정 대협이시구나…… 이 무정강호에서 그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고 이리 은혜를 베푸시다니…….”
환갑.
일갑자의 세월 동안 상단의 사람으로서 태어나고 자라고 생활해 왔다.
상단이란 좋든 싫던 무림의 세력과 얽히기 마련이고 금조상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 평생을 무림과 얽혀 살아온 금가동은 무림이란 세상 속 세상이 어떤 곳인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고.
겉으로는 정과 협을 외치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 추악한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폭력과 무정함뿐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세간에서 떠드는 협사니 대협이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헌데…….
‘내 나이 환갑이 되어 처음으로 진짜 협사와 만나게 되었구나…….’
정확히 말하자면 금가동은 협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감동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강상에 젖어 있는 금가동을 뒤로 하고 금현아는 말을 이어 갔다.
“다만 은인께서는 한 가지 충고를 남기셨습니다”
“충고?”
“네, 저의 체질로 인해 후에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무공을 미리 배워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무공? 음…… 무공이라.”
앞서 말했듯이 금가동은 정파무림의 실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런 호랑이 아가리 속과도 같은 무림문파에 자신의 금지옥엽인 딸을 보내는 것이 마땅치가 않았다, 그렇기에 어디서 명사를 하나 초청해 딸을 가르치는 방안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선수를 먼저 친 것은 그의 딸이었다.
“은인께서는 그저 무공을 익히라고만 하셨지만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제대로 된 환경에서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우는 게 좋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으음? 음 그렇기 하구나.”
방금 금현아의 한 마디로 ‘적당히 명사 한 명 불러서 배우자.’ 라는 말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금현아가 말한 제대로 된 환경이라는 것은 당연 금조상단이 아닌 무림문파를 뜻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금가동은 명사를 초청해서 상단에서 가르친다는 선택지가 막히자 차선책을 떠올렸다.
‘음, 그렇다면 청성이나 아미 같은 구파일방에 속가로 보내야 하는 건가……?’
딸자식 가진 아버지 입장이 다 그렇듯이 자신의 귀여운 딸을 자신의 손이 제대로 닿지 않는 곳에 보내는 것이 꺼려졌다, 하물며 그 곳이 늑대 같은 사내자식들이 드글거리는 곳이라면 절대로 허락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자연 금가동의 선택지는 아미파로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금가동이 입을 열려는 순간.
“그러고 보니 아버지, 어제 제 손목을 잡고 진기를 흘려보내 준 소년은 도대체 누구였나요?”
또 선수를 빼앗긴 금가동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기억을 떠올리고는 대답해 주었다.
“아, 아아 그 아이 말이구나, 분명 현천검대협이 데려온 제자였을 것이다”
현천검의 제자…… 그 아이는 분명 금가동에게도 이상하게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아이였다.
“현천검? 현천검이라면 청성의 고수 분이신가요?”
“음? 아니, 아니란다 현천검은 유현문에서 배출한 고수란다.”
“유현문이요? 유현문이라면 금조상단과 같은 강정현에 있는 문파이죠?”
“그래, 강정현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세를 가진 문파지. 게다가 요즘 현천검 대협의 명성이 높아져서 자연 유현문의 명성도 높아지고 있단다.”
“와, 놀랍네요, 설마 강정현에 초절정 고수를 배출할 저력이 있는 그런 강한 문파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허허, 확실히 유현문이 역사가 긴 문파인 만큼 상당한 저력을 가진 문파이기는 하지.”
여기까지 말한 금가동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미파가 여승들로 이루어진 문파이긴 하지만 일단 금조상단과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게다가 상대가 구파일방인 만큼 금현아를 보내고 나서 금조상단이 간섭하기도 힘든 면이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만약 아미파가 아니라 좀 더 가까운, 그리고 좀 더 세가 약한 문파에 보낸다면?
그러니까 한 마디로 유현문에 보낸다면?
일단 무엇보다 가깝다.
마차를 몰고 가면 한 시진도 안 걸릴 거리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대응하기도 쉬웠고 또한 딸 아이를 위해 조금, 아주 조금 문의 내정에 간섭하기도 쉬웠다.
그리고 현재는 그저 강정현 안에서만 힘을 쓰는 문파라 해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초절정의 고수를 배출할 정도의 문파이니 그 무공이 급이 낮지는 않을 것이고, 이렇게 애매한 성세를 가진 만큼 금조상단과 금조상단에서 보낸 금현아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금가동의 마음은 급속도로 금현아를 유현문으로 보내는 쪽으로 기울어 갔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금현아는 이전의 싱그러운 미소와는 전혀 다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자의 미소를
***
금가동은 상가에서 태어나 물건을 팔고 돈을 불리는 그 자체를 좋아했다.
흔히들 말하는 상재라는 것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상가의 일에 참여하고 그로 인해 금조상단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상계에 능하고 인품조차 좋으니 금조상단의 후계자로 어디 하나 나무랄 대가 없는 것이 금가동이었다, 하지만 그런 금가동에게도 결점이 있었으니 바로 그 목석 같은 성격이었다.
여자를 멀리 한다는 것이 얼핏 들으면 왜 단점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한 집단의 우두머리쯤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혼을 하고 여자를 안아 후사를 낳아야 할 단주가 불혹을 넘겨서도 여자에 관심이 없으니 주변사람들은 속이 타 들어갔다.
금가동은 어린 나이부터 상단의 일에 관여하다 보니 사람들의 욕심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추악하고 비열한 인간의 이면을 자주 봐왔다.
이 이면에는 남녀도 없고 노소도 없으니 금가동에게 있어서는 아무리 아름다운 연인도 그 속에는 추악한 이면을 가진 욕심 많은 인간에 불가했다.
그런 금가동이 운명의 사람을 만난 것은 이제 불혹 중반에 진입할 즈음이었다.
어느 날 밤 잠이 오지 않아 금조상단의 내부를 돌아다니던 중 갑자기 담을 넘어 한 명의 인영이 금조상단의 내부로 들어왔다.
인영의 정체는 이제 갓 이립쯤 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여인은 무림인으로 어떠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 실수를 해서 큰 상처를 입고 금조상단에 숨어 몸을 피하려다 금가동을 만난 것이었다.
자신을 그냥 금조상단에서 일하는 잡부로 착각한 무림의 여인과 금가동의 기묘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하던 사이도 점점 친숙해져 결국 금가동과 여인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 때 놀란 사실이 여인의 나이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무공을 익혀 일반인들보다 노화가 느리다 보니 젊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여인은 금가동과 서너 살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이가 비슷하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그들의 사랑은 더욱 깊어 졌고 곧 한 명의 아이가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금현아였다.
축복할 일이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금현아를 낳고 점점 쇠약해져 가던 아내가 끝내 숨을 거두었다.
뒤늦게 아내가 죽은 원인이 자신과 처음 만날 때부터 입고 있었던 내상이 아이를 낳으면서 악화된 것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금가동은 후회했다, 무림인들에게 진정 위험한 부상은 그냥 몸에 입은 부상이 아니라 내부에 입은 부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처음 상처투성이였던 아내에게 내상이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조차 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원망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금현아의 건강에 신경을 썼고 천금을 써서 영약들을 모아서 먹인 것이다, 결국 그것이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찌됐던 그만큼 금현아는 금가동에게 소중한 존재이고 동시에 그런 금현아의 중병은 금조상단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금가동은 딸이 중병을 앓자 최대한 비밀리에 영약과 의원들을 모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차도를 얻지 못하자 끝끝내 이번 환갑잔치를 가장해 사천의 고수들을 모은 것이었다.
의원들과 달리 무림인들의 입은 막기 힘들다, 하물며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에 속하는 아미, 청성, 당문이 포함되어 있다면 더더욱!
외부에 금조상단의 약점이 퍼지는 것을 감안하고서 고수들을 불러모은 것이었다.
당연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각 문파들은 쾌재를 불렀다.
소중한 딸이 중병에 빠진 만큼 금가동은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절박한 사람을 털어먹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특별한 수법도 필요 없다, 문에서 실력 있는 고수를 보내준다 말하고 그냥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이번이야 환갑잔치를 축하하러 온 길에 금현아를 살핀 것이기에 금현아를 치료하지 못한 고수들에게 뭔가 특별히 사례를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환갑기념의 선물을 넘겼지.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현아를 치료하던 치료하지 못하던 문의 고수가 직접 먼 길을 행차한 만큼 금조상단은 그에 맞는 적절한 사례를 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치료하는 데 성공만 하면 완전 대박인 것이고.
그렇게 앞으로 어떻게 금조상단의 등골을 빨아먹을까 고심하던 사천의 문파들은 아침에 들려온 급보에 눈을 부릅떴다.
“수수께끼의 고인께서 금현아를 하루 만에 치료했다!”
이 이야기는 삽시간에 금조상단에 머무르고 있는 객들 사이로 퍼져 나갔고 그 덕분에 어젯밤 금현아를 치료한답시고 모였던 고수들은 자존심을 완전히 구겨 버렸다.
거기에 더해서…….
“게다가 스스로 정체조차 밝히지 않고 그냥 사라졌다더군? 금조상단이 약속한 보답이 어마어마했다는데…… 정말 의인 중의 의인, 아니 대협 중의 대협이 아닌가?”
이런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그들은 정말 고개를 들 낯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