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71
271. 검성[劍星]
유현문 한켠에 자리한 유독 크고 화려한 건물 금현각.
딸의 거취를 위해 금가동이 거금을 들여 지은 대전각의 응접실에서 두 여인이 마주하고 있었다.
금현아와 당유하.
서로 다른 미[美]를 가진 여인 둘이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
“…….”
침묵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찻잔의 김만이 모락모락 피어날 뿐이었다.
스윽
정적을 깬 것은 금현아가 찻잔을 집는 소리였다.
그녀는 귀한 집 따님 답게 완벽한 예법으로 차를 마셨고 그 뒤를 따라 당유하 역시 서툴게 예법을 지키며 차를 마셨다.
“난 왜 부른 거야?”
먼저 입을 연건 당유하였다.
값비싼 차의 오묘한 맛을 즐기기에는 당유하에게 이 자리는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왜…… 불렀다 생각하시나요?”
“몰라, 그러니까 괜히 돌리지 말고 본론만 말했으면 좋겠어, 우리가 이렇게 사이좋게 차를 나누어 마실 사이는 아니잖아?”
도발적으로 다리를 꼬는 당유하의 모습에 금현아가 입가를 가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제 것에 너무 추근덕대지 않았으면 하네요.”
“네 것?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래봬도 저는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랍니다, 만약 당사자가 그럴 의향이 있다고 한다면 두 번째 정도는 허락할 수 있죠, 하지만 먼저 천박하게 추근대는 것과 선을 넘는 행동은 허락할 수 없어요.”
“아니 그러니까 무슨…….”
당유하는 말하는 도중에야 금현아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여자의 감이란 무서운 것이라 그 첫 단추가 꿰어지는 순간 연달아 모든 것이 머릿속에 정리되었다.
“하,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데?”
모든 사정을 파악한 당유하가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자격 운운하는 당유하의 말에 금현아의 미소에 실금이 갔다.
하지만 곧 평정을 되찾은 금현아는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말을 이어갔다.
“그럴 만한 자격이 되는 사람이니 그런 말을 하는 거겠죠? 상식적으로.”
“…….”
“…….”
두 사람 사이에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서로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눈치챈 것이다.
상대의 실력을 인정했다면 이어져야 하는 건 탐색이었다.
두 사람의 눈이 짧은 시간 사이에 서로를 빠르게 살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똑같은 것이었다.
‘만만치 않군.’
‘만만치 않네요’
두 사람은 적대하는 서로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대단한 미녀였다.
눈 웃음 한 번으로 남자 한 무더기는 꼬실 미녀들이 한 남자를 두고 맞붙게 되었으니 불꽃이 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립각을 세우는 중 응접실 창에 장백서와 그의 사제들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장백서를 부르려 한 두 사람이었지만 곧 추잡한 신경전을 보여서 좋을 게 없다는 상호 동의 하에 행동을 멈췄다.
흔히 볼 수 있는 세 사람의 모습에서 유독 눈에 거슬리는 것은 장백서와 유한이 사이의 거리감이었다.
소현이야 언제나 장백서 옆에 딱 붙어 있었지만 유한이는 항상 옆에서 한 걸음 뒤를 지키는 아이였다.
그렇다면 지금 보이는 모습은 어떻게 된 것인가?
유한이는 장백서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사문에 여자란 게 알려진 뒤로 차림새도 몸가짐도 여성스럽게 변한 유한이였다.
그런 유한이가 장백서의 팔을 끼고 있으니 어디서 어떻게 보아도 다정한 연인 사이로 보였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금현아가 힐끔 당유하를 쳐다보며 말했다.
“흐음~아무래도 두 번째가 아니라 세 번째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
협행검 장백서.
당대 무림의 가장 주목받는 신진기예이자 미래가 기대되는 후기지수.
이것이 얼마전 까지의 장백서에 대한 세간의 평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갖가진 파격적인 행보들은 그런 평가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특히 사인련주 독고선을 쓰러트린 것과 남궁세가를 단신으로 정벌한 일이 그러한 상황에 박차를 가했으니 어느새 무림에서는 그를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
소검성[小劍星] 이라고.
장백서가 이룬 업적은 이미 검성이라 불리기에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지만 아쉽게도 당대에는 이미 검성이 존재했다.
그리고 당대 검성의 강함은 천하의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것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당대의 검성과 미래의 검성으로 점쳐지는 소검성, 둘 중 누가 더 강할지에 대해서.
이 흥미진진한 주제에 매몰된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소검성이라는 별호를 노골적으로 확산시키며 두 사람의 실력고하에 대한 이야기를 확산 증폭시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여기.
운남의 서위현에서도 장백서를 소검성이라 추앙하며 떠드는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소검성이 흑마를 일 검에 베어 죽였다고 하더군!”
“허허… 흑마가 어떤 인물인데 그걸 일격에……!”
소문이란 으레 살이 붙기 마련이었고 장백서의 소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피 터지는 사투를 벌이며 끝끝내 깨달음을 얻어 승리한 싸움은 일검에 적을 두조각낸 호쾌한 것으로 바뀌어 퍼졌고 일 대 일로 십 연전을 벌인 남궁세가의 이야기는 홀로 백 명의 정예를 상대한 일로 바뀌어서 퍼져 있었다.
“……그래서 분노한 소검성이 일검을 휘두르니 남궁세가의 정예 일백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고 하더군!”
“허어……! 과연 소검성이라 불릴 만하군, 아니 이정도면 소검성이 아니라 그냥 검성이라 칭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잔뜩 흥분해 폭포수처럼 이야기를 쏟아내던 남자들은 몰랐다.
그들의 뒤에 앉은 손님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다는 사실을
“소검성…… 인가.”
이야기를 엿듣던 여자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차 드세요.”
스윽
그때 열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점소이가 다가와 식사를 마친 여인에게 차를 건넸다.
“고마워”
“벼, 별 말씀을……!”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에 점소이가 볼을 발갛게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시,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그래 굉장히 좋았단다.”
“다행이네요! 아…… 그런데 오늘은 조금 분위기가 안 좋아서 죄송하네요.”
“분위기가 안 좋아? 왜?”
여인의 질문에 점소이가 곁눈질로 주위를 살핀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따라 유독 험상궂은 손님들이 많아서요, 그렇다보니 다른 손님분들은 불편해 하시더라구요.”
“뭐? 아하하하하! 그거 미안하게 됐구나.”
“네? 뭐가…….”
여인의 사과에 어리둥절해 한 점소이가 그 이유를 물으려는 순간…
쾅!!
객잔의 문을 차 부수며 일단의 무리가 들이닥쳤다.
그들은 하나같이 폭이 두꺼운 도를 허리에 차고 있었는데 입고 있는 복장으로 짐작컨데 인근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혈도문의 제자들임이 분명했다.
“감히 본문의 제자를 벤 악한이 여기 있단 말이지……!”
무리의 가장 앞에선 남자의 이름은 정철.
혈도문에서도 손속이 사악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한 악한이었다.
“혈도문의 제자를 벤 악적은 당장 나와 심판을 받아라!!”
차앙!
창!
정철의 일갈에 뒤에 기립해 있던 혈도문의 제자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었다.
흉흉해지는 분위기에 점소이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고 다른 손님들도 겁에 질린 듯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다만 여인과 객잔 곳곳에 앉아 있던 험상궂은 남자들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아이야, 혈도문이 뭐하는 곳이냐?”
“이, 인근의 사도문파인데 마을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아주 못된 놈들이에요.”
점소이가 혹여라도 정철과 그 일행에게 들릴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흠~”
점소이의 대답에 묘한 표정을 지은 여인은 혈도문 사람들의 칼날에 빠짐없이 음각된 혈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
“저기~아무래도 당신들이 찾는 인물은 본인인 것 같습니다만…….”
여인의 맥 빠질 정도로 느릿한 목소리에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네년이 본문의 제자를 베었다고?”
“네, 칼날에 혈자 음각된 도를 든 사람이라면 맞을 겁니다.”
여인의 대답에 정철이 표정을 찌푸렸다.
“본 문의 제자는 현 외곽에서 몸이 수십조각이 난 채 발견되었다, 그게 정녕 네 년이 한 짓이란 말이냐?”
영 믿기지 않는 듯한 남자의 태도에 여인이 미소를 짓고 몸을 일으켰다.
“음!?”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의 키는 정철보다도 컸다, 정철도 결코 작은 편이 아니건만 여인은 보통 성인 남성의 신장을 가볍게 웃도는 장신이었다.
“그 사람이 제게 칼을 들이대며 겁간하러 들더군요, 그래서 자기 방위 차원에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자기보다 키 큰년 아랫도리 맛이 보고 싶다나 뭐라나~”
정철은 종종 아우가 하던 말을 여인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되뇌이자 대노해서 칼을 겨누었다.
“감히……! 대혈도문의 제자를, 이 정철의 아우를 건드리다니……!”
“음? 건드린 건 제가 아니라 그쪽의 아우분이 아닌지?”
“닥쳐라!! 내 이 손으로 아우의 원수를 갚고 네 년의 시체를 발가벗겨 저잣거리에 메달 것이다!!”
“말이 안 통하네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여인이 허리춤에서 검을 풀어 어깨에 걸쳤다.
다만 그 걸치는 방법이 좀 이상한 것이 칼 자루를 쥐는 것이 아니라 칼집의 끝을 쥐고 어깨에 걸쳤다는 것이었다.
어깨에 칼을 걸친 여인이 반대쪽 손으로 품에서 은자를 꺼내 점소이에게 건넸다.
“치우는데 고생 좀 할거야.”
“네?”
“죽어라!!”
정철은 여인이 뒤를 돌아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뒤를 돌아본 상대를 기습하는 건 실로 비겁한 짓이었지만 정철은 물론 혈도문의 제자중에 망설이는 사람은 단 하 명도 없었다.
이 정도 짓거리야 그들에게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평소와 전혀 달랐다.
서걱!
있는 힘껏 도를 휘두른 정철의 양 팔이 시원하게 잘려 날아갔기 때문이다.
툭!
챙그랑!
잘려나간 양 팔과 함께 칼 역시 바닥을 나뒹굴었고 메마른 소리만이 객잔 안에 울려퍼졌다.
“어, 어어!?”
아직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한 정철이 팔꿈치 밑으로 사라져 버린 팔과 바닥에 나뒹구는 그 아랫부분을 번갈아 보며 얼 빠진 소리를 냈다.
그러다 장신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씨익
여인이 미소 지었고.
툭!
정철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여인은 검을 뽑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자리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정철의 양 팔을 베고 목을 날린 장본인이 바로 저 여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