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2
052. 한마(寒魔)
“장백서!?”
등 뒤에서 장유란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장백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리군.”
산적을 가장하고 있던 절정고수의 말에 장백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강하지.”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빨리 끝내자, 할 일이 많다.”
그렇기에 바로 공격에 나섰다.
창!
“윽!?”
얼마전만 해도 이목이 모인 곳에서 쓸 수 있는 검법이 유유검밖에 없던 장백서였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청무에게서 현천검법을 포함한 유현문의 여러 상승검법을 배웠고.
그 덕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마음껏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장백서의 현천검법이 절묘한 궤도를 그리며 절정고수의 요혈을 노렸다.
예상 외로 수준 높은 절초를 황급히 막으려 한 절정고수였지만, 그는 상대도 자신과 같은 절정고수라는 사실을 몰랐다.
“크학!?”
상대의 수준을 모르고 성급히 공격을 방어하려던 절정고수는 교묘하게 칼을 타고 올라온 검에 목이 베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검기와 진신 검법을 사용하지 않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절정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른 고수의 죽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한 최후였다.
“하나.”
적을 쓰러트린 장백서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 자, 잠까…….”
등 뒤에서 장유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장백서는 자리를 떠난 뒤였다.
촤악!
“크억!?”
“둘.”
스걱!
“큭!? 이 꼬맹이가!!”
챙!
서걱!
“커헉!?”
“셋.”
장백서는 난전 속을 소리 없이 달리며 산적들 사이에 숨어든 고수들을 한 명 두 명 처리해 나갔다.
그들은 모두 절정의 경지에 오른 상당한 실력자 들이었지만 상황과 상대가 나빴다.
무엇보다 그가 보기에 이 절정고수들은 뛰어난 무공의 경지와는 별개로 난전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어 보였다.
‘실력이 아깝군.’
난전의 기본적인 원칙인 ‘사각에도 감각을 둔다.’ 는 원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니,
아무리 절정 고수의 기감이라 해도 그들의 허점을 찌르는 건 장백서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장백서를 상대로 눈 앞의 적에게만 집중하고 있으니 그냥 ‘내 목을 잘라 주소~’ 하고 목을 내미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게 하나 둘, 산적 사이에 숨어든 절정고수들의 목을 치고 다니니 전황은 점점 표사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특히 청연아와 청도, 그리고 화목연의 활약이 눈부셨다.
각 각 한 명 이상의 절정 고수를 어렵지 않게 쓰러트리는 모습을 보며 장백서는 그들의 실력이 제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그 중 화목연의 활약이 대단했다.
‘화산의 검수들은 여전히 대단하군.’
회귀 전이나 회귀 후나 화산 검수들의 실력은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장백서는 마지막 절정 고수의 목을 날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여태까지 처리한 절정 고수들이 있었던 장소, 그리고 동선 등을 통해 이들이 어떠한 한 지점을 포위하고 서서히 그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차를 중심으로 포위를 좁혀 가고 있었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들은 양갓집 부인이 타고 있는 마차를 노리고 있었다.
“…….”
촤악-!
칼날에 묻은 피를 털어낸 장백서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마차를 바라보았다.
***
싸움이 끝난 뒤 부상자들은 치료를 받고 사망자들을 땅에 묻었고.
후일 가매장한 이들을 다시 파내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묻은 장소를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는 동안, 청도는 굳은 얼굴로 장무연을 추궁하고 있었다.
“분명 안전한 표행이라 하지 않았소 장대인.”
“……표행에 산적의 위협은 항상 따르는 것이지요…….”
“산적!?”
청도는 우습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더니 장무연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세상 어느 천지의 산적이 통행세를 걷는 시도를 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포위해 활을 먼저 쏘겠소. 그것도 이리 큰 관도에서?”
산적이라고 해도 인간이고 산적질을 하는 이유도 어디까지나 돈을 벌고 먹고 살기 위해서다.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칼부터 빼 들고 싸움을 걸었다가 죽고 다치면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당연히 그러는 것보다는 적당히 위협 좀 하다 통행세 몇 푼 받고 보내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게다가 싸움이 벌어진 장소도 큰 관도였다.
그것도 그냥 관도가 아니라 사천의 성도로 향하는 성내에서 손꼽히는 큰 관도.
하물며 그렇게 덤벼든 산적 속에는 절정고수들까지 섞여 있었으니, 지금 일어난 일이 예사일이 아님은 바보가 아니라면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나를 바보로 아는 것이오 장 대인, 아니 장무연.”
절정의 고수가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내자 장무연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일행의 정비가 끝나는 즉시 다시 강정현으로 돌아갈 것이니 그리 아시오.”
“처, 청도 대협 제발 그것만은……!”
장무연이 어떻게든 청도를 설득해 보려고 했지만 청도의 태도는 단호했다.
만약 장백서가 끼어 있지만 않았다면 청도도 어느 정도는 고민을 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표행에는 사문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장백서가 함께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의 사형은 물론 사문의 사람들을 볼 낮이 없었다.
그렇게 표행이 흐지부지 되려는 순간
철컥
여태 단 한 번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마차 안의 산모가 마차문을 열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매우 특이한 용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족에 비해서 지극히 흰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 거기에 녹색이 섞인 푸른 눈까지.
머리가 검은 색인 것을 제외하면 한족과는 완전히 다른 용모를 가진 여인의 등장에 좌중이 술렁였다.
“색목인!?”
“세외의 사람이 어째서…….”
그렇게 사람들이 술렁였지만 장백서에게는 그들의 목소리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장백서는 저 여인을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저 아름다운 얼굴을 알고 있었다.
‘저자는 한마와 무슨 관계지?’
한마(寒魔) 마정후!
회귀 전 사천으로 전진 배치되어 있었던 사 인의 마궁주 중 일인이 바로 한마 마정후였다
십이마궁주의 일각이자 음한기공과 빙공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한마는 사람을 산 채로 얼음 동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빙공으로 중원 무림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또한 회귀 전 장백서를 죽인 염혼문의 당대 문주이자 항마십팔성의 일좌로서 염성이라는 별호를 가진 강무정의 숙적이기도 했고.
한마의 성명절기인 소수마공은 무당의 십단금과 개방의 항룡십팔장조차 따라올 수 없는 천하일절의 수공으로 인정받았으니, 그 초절한 무위를 검귀 시절부터 보아온 장백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한마 마정후는 여인이었다,
장백서가 처음 신교로 넘어간 때부터 이미 한마의 자리에 올라 있던 마정후는 그가 검마가 되고 사문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한마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은 노련한 노강호였다.
그런 그녀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심후한 내공과 빙공의 특성 덕분에 나이에 비해 한참 젊은 모습을 유지했고,
그렇게 젊음을 유지한 마정휴의 외견은 지금 모습을 드러낸 여인과 완전히 판박이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북부 동토의 혈통을 이어받은 마정후는 머리색마저 노란색이어서 완전히 색목인의 모습이었지만 지금 모습을 드러낸 여인은 이목구비는 색목인의 것이었지만 머리카락만은 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장백서가 마정후와 여인의 관계를 짐작하고 있자니…….
“방금 그 말은 그냥 듣고는 못 넘기겠군요.”
여인의 입에서 유창한 중원의 말이 나오자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술렁였다.
딱 보아도 색목인 그 자체인 여인의 입에서 유창한 한어가 흘러 나왔으니 확실히 놀랄 만도 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놀라든 말든 여인은 계속해서 자신이 할 말을 이어 나갔다.
“장대인, 저는 분명이 선불을 지불했습니다, 만약 여기서 표행을 중지한다면 계약불이행으로 열 배의 위약금을 지불하셔야 할 겁니다!”
“허, 헉!? 열, 열배…… 마, 마 부인! 걱정 마십시오! 고작 이런 일로 표행이 중지될 일은 없습니다!!”
열 배라는 말에 대경실색한 장무연이 그렇게 말하자 표정을 찌푸린 청도가 장무연을 추궁했다.
“열 배의 위약금이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그, 그것이…….”
그렇게 시작된 장무연의 이야기는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표행이 시작되기 몇 일 전, 저 마부인이라는 여자가 장무연을 찾아왔고 거금을 지불하고는 ‘자신을 중경까지의 표행에 동행시켜 달라’ 부탁했다고 한다.
마부인이 제시한 금액이 워낙 거금이다 보니 계약조건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장무연은 덥석 그 의뢰를 받아들였다.
“거금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거금이기에…… 게다가 아무리 계약을 불이행했다 해도 열 배의 위약금이라니!”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저번 표행의 실패로 너무 궁지에 몰린 나머지…… 찬 밥 더운 밥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장무연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큰 금액을 제시하는 이유를 물었고 그녀는 순순히 사정을 털어놓았다.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서역과 무역을 하는 거물 무역상이었고 그 과정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마음이 통해 결혼하게 되었다 한다.
하지만 둘이 서로 사랑하는 것 과는 달리 남편의 집안에서는 색목인인 그녀를 좋게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를 사랑했고 드디어 둘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는데…
도저히 색목인과 피가 섞인 손자를 용납할 수 없었던 시부모와 남편의 가족들이 그녀를 유산시키기 위해 수를 쓰기 시작했고, 그녀는 남편과 상의 끝에 집에서 도망쳐 중경에서 자식을 낳을 때까지 몸을 숨길 생각이었다는 것이었다.
“즉, 중경에 친가가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 여자, 아니 마 부인의 말대로라면 결국 우리를 덮친 이들은…….”
“아마도 남편 가족들이 보낸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청도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디 무역거부의 집안싸움에 끼어 버린 꼴이었다.
물론,
‘거짓말이군…….’
장백서는 저 말을 믿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그녀가 한마와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 때문이었다.
혈육이 아니라면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멀리 떨어진 마차 안에 있을 때는 알 수 없었지만, 지근거리에서 직접 확인해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마의 성명절기인 한천빙음공[寒天氷陰功]을 어설프지만 분명히 익히고 있었다.
‘한천빙음공[寒天氷陰功]을 익혔다면 한마의 혈육, 그것도 직계일 것인데 그런 이가 도대체 이곳에는 왜……?’
마교의 십이마궁 마궁주의 자리는 대부분 피에서 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실력으로 쟁취하는 자리였다.
괜히 중원 무림에서 신교의 제 일 법이 강자존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일부 궁주의 자리는 피를 타고 이어졌는데 한마의 자리가 바로 그러했다.
그 이유는 한마의 한천빙음공은 선천적인 자질과 음공에 적합한 체질이 갖춰지지 않으면 익힐 수 없는 무공이고, 그러한 자질과 체질이 한마의 혈통에는 대대로 유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천빙음공을 익혔다는 것은 곧 한마의 혈육임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