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1
061. 강호
“음, 보아하니 저기 아리따운 소저를 지키려고 한 것 같은데…….”
그리 말하며 사내는 장유란과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마 부인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 눈동자에 마 부인이 온전히 담긴 순간!
“하아아아아~”
마치 뜨겁게 달군 철판에 던져 넣은 얼음 마냥 그의 얼굴이 꼴사납게 풀어졌다.
“……설마 마 부인한테 첫 눈에 반해서 접근했다…… 뭐 그런 소리 하려는 건 아니겠지?”
“마 부인? 마 부인이라 이름조차 너무나 아름답구나~”
“아니, 성이 마인 거고 부인이란 건…….”
“뭐,뭐!? 호, 혹시 혼인을 하신 거냐!?”
“……댁은 혹시 눈에 문제가 있는 거요? 저 배 안 보입니까?”
“그, 그럴 수가…….”
장백서의 기습을 어린애 손목 분지르는 것 마냥 간단히 제압한 수수께끼의 고수가 골목대장에게 당과를 빼앗긴 아이처럼 무릎을 꺾고 한심하게 자리에 주저 앉았다.
***
“어머, 백서야, 뒤의 그분은 누구시니?”
“……그러게요. 도대체 누구일까요?”
장백서는 자신의 등 뒤에서 싱글거리는 남자, 수수께끼의 탈인의 고수이자 자신을 강호라 불러 달라고 말한 남자를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하! 저랑 백서가 강 구경을 하다 친해진 분입니다, 말이 생각보다 잘 통하고 이야기를 재밌게 잘 하셔서 배 타고 가는 동안 마 부인이 심심하지 않도록 데리고 왔습니다.”
‘얼씨구?’
마 부인이 혼인을 했다는 말에 한심하게 자리에 주저앉는 강호의 모습을 보고 화목연은 그가 추격자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완전히 거두게 되었다.
의심을 거둔 그는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강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누었고.
그 짧은 대화 사이에 뭘로 저렇게 의기투합을 했는지 화목연과 강호는 잠깐 사이에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하는 남자들의 동맹인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에 화목연에게서 마 부인의 남편이 이미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은 강호는 갑자기 쌩쌩하게 부활해서는 제발 마 부인과 대화 한 번만 하게 해 달라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탈인의 경지에 오른 지고한 무인의 두 눈 뜨고는 못 봐줄 꼴사나운 모습에 장백서는 차마 거절못하고 이렇게 마 부인의 앞까지 그를 데려오게 된 것이었다.
“하하하 부인 강호라고 합니다.”
어색한 미소로 마 부인에게 손을 내미는 강호를 보며 마 부인도 미소로 악수를 받았다.
“소, 손이 참 차십니다, 하,하하! 전 손이 아주 뜨거운데, 하, 하하!”
‘와 화목연도 그랬지만 이 인간도 심각하네.’
무슨 여자 손 처음 만져 보는 것도 아니고 저게 도대체 뭔 짓이란 말인가?
“야, 저 인간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그 백천회란 곳의 끄나풀 아니야?”
“저 인간이 그렇게 보여?”
마 부인과 악수 후 ‘손이 차면 마음이 따뜻하다고 하는데 어라? 그럼 저는 손이 뜨거우니 마음이 차가운 걸까요? 농담입니다 하하하하!’같은 소리나 하는 강호를 보고, 장유란의 얼굴이 마치 대로에 싸질러진 강아지 변이라도 본 마냥 일그러졌다.
“……아닐 것 같긴 하다.”
“그렇지?”
장백서는 구태여 강호가 탈인의 경지에 이른 고수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마 부인을 챙기느라 예민해져 있는 장유란이었다,
아무리 화목연과 장백서가 신경 써서 챙긴다 해도 여자만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는 법이었으니까.
괜히 여기서 ‘저기서 지금 푼수마냥 마 부인에게 껄떡대는 강호라는 양반이 사실은 탈인의 경지에 오른 절대 고수야’ 같은 말을 해서 근심걱정을 더해 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저 양반 결국 정체가 뭐지?’
장백서가 아는 한 이 시기에는 물론 그가 회귀하게 된 운명의 그 날 까지도 강호라는 이름의 탈인지경의 고수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광서…… 광서라면 혹시…….’
머릿속에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는 장백서였지만 애써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 한 편에 묻어 두었다.
***
콰앙!
“지, 진정하세요 청연아 소저!!”
“내,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다들 청연아 소저를 말려라!”
장백서의 결단으로 목숨을 건져 악산을 빠져나온 표행은 가까스로 중경까지 올 수 있었다.
표행은 중경에 다다른 후 호현표국과 연이 있는 상단에 몸을 의탁했고 상처가 워낙 극심했던 청연아와 청도는 한 동안 생사를 헤매다 이제야 겨우 눈을 뜬 것이었다.
“백서가! 그 어린 게 우릴 살리겠다고 거기에 남았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냐고!!”
쿨럭!
자신을 붙잡는 사람들을 떨쳐 내면서 청연아는 상처가 벌어졌는지 피를 토했다.
“크, 크헉, 젠장!!”
소동을 듣고 달려온 청도가 그런 청연아를 부축해 주었다.
“연아야, 일단 진정하거라, 지금 우리의 몸 상태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형은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자신을 부축하는 청도를 뿌리치고 청연아는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열 네 살입니다, 아직 열 네 살 밖에 안 되는 녀석이 우릴 살리겠다고 거기 남았다구요!!”
그런데 자신들은 자기 목숨을 챙기겠다고 비겁하게 도망쳤다.
지금 당장가서 장백서를 구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끄는 것을 청연아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백서가…… 백서가 만약 죽기라도 하면…….”
“그건 걱정 말거라.”
“네?”
“중경에 도착하고 상황이 수습된 직후 사람들을 다시 보내 조사를 시켰었다.”
그리고 그 결과 악산에서 장백서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표사들의 시체는 그대로 있는데 흑의인들의 시체는 사라져 있더구나, 표사들의 시체를 방치했던 만큼 백서도 만약 거기서 죽었다면 시체가 그대로 남아 있었을 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백서가 어떻게든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는 뜻일 터다…….”
그 말에 마음이 놓였는지 억지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서 있던 청연아가 허물어 지듯이 주저앉았다.
“아, 아아 다행이다…….”
“게다가 화목연 공자와 장유란 소저도 함께 남은 만큼 분명 무사할 거란다,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지 않느냐, 그 아이가 얼마나 비범한 아이인지…….”
“하, 확실히 그 녀석이 좀 비범하기는 하죠…….”
청도의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는지 청연아는 조금이지만 냉정을 되찾았다.
청도는 전각의 시비들에게 주저앉아 있는 청연아를 부축해 달라고 부탁했고, 시비들의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저 이번이 처음입니다.”
“뭐가 말이냐”
“약하다는 게 분한 거요.”
“…….”
청연아의 그 말에 청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평생을 천재라고 불리며 또래들을 압도하는 강함을 가졌던 청연아였다.
그런 청연아에게 있어 이런 압도적인 패배는 아마 생에 처음일 것이다.
평생을 패배다운 패배도 없이 스스로가 약하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도 없는 청연아가 이 일을 통해 패배의 쓰라림과 약하다는 것에 대한 분함을 배웠다.
‘저 아이는 또 한층 성장하겠구나.’
청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청연아가 한 단계 성장할 것임을 직감했다.
“사문에 연락은 보냈습니까?”
“그래, 이미 전서구를 띄었고 답장도 받았단다.”
“사문에서는 어떻게 한답니까?”
“현검대를 소집하고 아미지회에 지원을 요청한다고 하더구나.”
현검대는 유현문에서 최고의실력을 가진 검수만을 모은 집단이었다, 유현문 최고의 고수인 청무를 대주로 구성된 그들은 가히 유현문 최고의 무력 집단이라 할 수 있었다.
***
“장문! 이번 일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됩니다!”
유현문의 장문인 주율곡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의 백천회도 그렇고 서방무림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일에서 유현문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장문전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일결배 존장들의 목소리가 끝도 없이 울려 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유현문의 제자들과 유현문의 전속 표국이나 다름없는 호현표국을 건드린 사건이었다.
이에 유현문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주변에 만만하게 보이게 됨은 물론이고 여태껏 유현문을 믿고 따르던 다른 사업체들 마저도 등을 돌릴 위험이 있었다.
“현검대를 보내도록 하겠소, 그리고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상대도 보통 단체가 아닌 듯하니 아미지회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겠소.”
사실상 유현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처를 하기로 한 장문인은 직후 당황스러운 얼굴로 장문전의 문을 바라보았다.
한참 회의 중이던 장문전이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등장에 조용해졌다.
“……광하진인? 진인께서 왜 여기에?”
“이야기는 들었소.”
호현표국이 습격당했다는 소식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사천전체로 퍼져 나갔었다.
호현표국이 유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호현표국의 뒤를 봐주고 있는 유현문이 현재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고.
특히 표행에 사천에서도 이름 높은 여고수인 청연아가 참가했다 큰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뭇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고작 식료품과 기호품을 옮기던 표행을 초절정의 고수가 습격했다는 소식은 사천 전체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당연 광하진인도 그 소식을 들었고 이렇게 유현문에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장백서, 그 아이가 실종됐다고 들었소, 그 아이는 본인의, 아니 청성에 큰 은혜를 베푼 은인이오 어찌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있겠소?”
“그 말씀은…….”
“이번 일에 청성, 아니 청성지회도 힘을 보탤 것이오.”
광하진인의 파격적인 선언에 곳곳에서 일결배 중진들의 기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아! 하늘이 도우시는군요!”
“청성이 도와준다면 든든하기 그지없지!”
하지만 주변의 기쁜 반응과 달리 장문인은 얼떨떨한 표정을 숨기기 급급했다.
분명 장백서가 청성에 큰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성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도움을 주겠다 나서는 것이 장문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사천의 세 문파 아미, 청성, 그리고 당가는 오랜 시간 반목하고 싸워 왔고, 그저 큰 은혜를 입었다는 한 마디로 묻어 버릴 수 있을 만큼 그들이 쌓아 온 해묵은 감정은 얕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장문인의 귀로 광하진인의 전음이 들려왔다.
-당황하는 심정은 이해하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시는 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소?
장문인의 전음에 광하진인은 아련한 눈으로 이곳이 아닌 그 어딘가를 보았다.
-무언가, 사천, 아니 천하무림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 느낌이 드오.
-그 말은…….
-삼십 년 전의 패왕성의 천하행진, 그리고 그 이전에도 있었던 무림을 뒤흔든 여러 사건들…… 그것들에 뒤지지 않는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란 예감이 드오.
광하진인은 한 번 말을 끊고 잠시 생각하더니 마저 전음을 보냈다.
-시대의 격동 속에서 언제까지고 사천의 세 문파끼리 싸우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소?
-그 말씀은 곧…….
-그렇소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천, 아울러서는 서방무림의 힘을 규합할 생각이오.
상상도 못한 광하진인의 발언에 장문의 눈이 크게 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