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5)
제15화. 안녕, 오랜만이지? (1)
소름끼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양웨이의 몸이 떨렸다.
‘이 목소리.’
마치 마스크를 쓰고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
양웨이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이는 건 무너져가는 천장과 돌무더기들에 깔려 흉흉한 모습이 되어버린 마네킹들 뿐.
깔리고 분해된 마네킹들은 불길 속에서 까맣게 타들어가며 오싹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젠장, 잘못 들었나.’
양웨이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분명 불길 속인데 춥게 느껴졌다.
‘그래. 그놈일 리가 없지.’
환청이 틀림없었다. 자신이 들은 목소리는 지금 세상에 있을 리 없는 목소리였으니까.
이건.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언제나 기분 나쁘게 웅얼거리던 그 목소리.
물론 그러면서도 내용은 선명하게 귀에 들어왔고, 굵직한 목소리에는 절도가 있어서 오히려 포스가 넘쳐흘렀지만….
‘젠장, 기분 나빠.’
옛날에도 싫어했지만, 지금은 더욱. 폐허에서 어린아이 웃음소리를 듣는 것 이상으로 질색이었다.
그리고 이게 다 어제부터 난리를 치는 언론 탓이었다.
‘별것도 아닌 걸로 이건이 돌아왔네 마네, 설레발을 치니까…!’
노이로제 때문에 이런 환청까지 듣게 되는 것이리라.
아무튼 지금은 환청 따위는 아무래야 좋았다.
“빨리 이 재수 없는 곳에서 나가야지….”
그렇게 양웨이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야.”
“아악!”
양웨이는 자신을 덮치는 그림자에 비명을 질렀다.
순간적으로 보인 이건의 마스크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비슷한 마스크를 쓴 마네킹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양웨이는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누구 짓이야!”
뭐 보나마나 자신들을 물어뜯는 놈들이겠지만. 어쩌면 한국에 있는 이건 광신도의 짓일지도 몰랐다.
‘그것도 아니면….’
바로 그때였다.
음산한 마네킹을 차버리고, 길을 막고 있는 진열대 위로 올라간 순간.
“!”
양웨이는 깜짝 놀랐다.
‘뭐야, 저 자식이 왜 여깄어?’
양웨이는 멀리 보이는 낯익은 얼굴에 얼굴을 굳혔다.
‘우리 연락도 안 받던 놈이.’
그랬다. 그가 안쪽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휴고 오터스.
동시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그는 이가 갈렸다. 그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많은 가정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비록 아까 전 빙의 스킬로 만났을 땐, 용병 의뢰 중인 것 같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럼 여기에 나타난 거미 여왕을 잡은 것도 저놈이었던 건가?’
자신들이 잡지 못한 걸 저놈이 잡았다고 생각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다.
어디 그뿐인가.
악마의 탑이 터진 사건 하며, 제 권속신들이 사라진 사건 하며.
하다못해 방금 전, 그 이건의 목소리까지.
‘이제 알겠군.’
그랬다.
의뢰로 바쁜 척이나 하더니, 전부 저놈의 짓이었던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20년 전, 이건의 죽음을 두고 자신들과 연을 끊어버린 놈이었으니까.
양웨이는 치가 떨렸지만, 한 편으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악마의 탑이 무너진 것부터 시작해서 차라리 다른 사람의 계략이었다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그래. 그 이건이 살아있을 리가 없….’
“거기 경치 좋아?”
“?!”
양웨이는 순간, 진열대 위에 주저앉았다. 환청이라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엔 바로 근처에서!
양웨이는 침을 삼켰다.
‘내 등 뒤.’
주저앉은 양웨이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무서워서 고개조차 돌릴 수 없었다.
확실했다. 환청 같은 게 아니었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해?”
“?!”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린 양웨이는 그만 진열대 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쾅!
결국 추락한 양웨이는 몸을 떨면서 눈앞의 인물을 보았다. 온몸에 거미의 피를 뒤집어 쓴 남자가 거기 있었다.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낯익은 마스크를 쓴 채.
“안녕, 똥털. 오랜만이다?”
아주 낯익은 말투로.
* * *
“비키세요! 위험합니다!”
“다치신 분들은 이쪽으로…!”
한편 천성재는 싱크홀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백양좌의 성도들과 쌍아좌 성단들이 분주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외부에서 봉인을 하려고 했던 그들은 거미가 잡힌 걸 깨닫고 행동을 멈춘 지 오래였다.
물론 그 대신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뭐야, 아직도 누가 잡았는지 몰라?”
“목격자 없어?”
그랬다.
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온 성도들은 싱크홀에 쳐박힌 거미 여왕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건물 안에 들어오자마자 보인 괴수 사체 만으로도 놀랐는데, 거꾸로 쳐박혀 있는 거미여왕이라니!
심지어 거미여왕은 아주 배때지가 휑하다 못해 난도질당한 모습이 되려 불쌍할 지경이었다.
“과, 관절 꺾인 것 봐…. 저게 가능해?”
“배때지에 칼질을 해놓은 건 어떻고….”
“아무튼 저거 전에 만주에서 백양좌 성인이 잡은 놈 아니야? 그때 성인이 낸 상처가 있잖아. 봐.”
“그러면 그게 왜 여깄는데? 그때 언론 앞에서 소각했잖아.”
“설마 그때 잡은 척했던 건…”
“쉿!”
“어쨌든 레드존 급의 괴수가 도대체 누구한테…!”
하지만 그중 유일한 목격자. 천성재는 아직도 정신이 얼떨떨했다.
물론 자신도 거미여왕이 잡히는 자세한 장면은 보지 못했다. 거미 여왕이 뿌리는 독기로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저걸 처리한 건 이건이라는 것이다.
‘분명해.’
얼굴은 못 봤지만, 분명 검은 독기 안에서 거미 여왕의 비명이 울려 퍼졌었고. 그다음엔 이건이 ‘아, 거 움직이지 말라고! 배때지 따야 하니까!’ 라며 성질을 내는 소리가 몇 번 정도 들린 후. 엄청난 에너지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건물의 천장까지 박살났다.
그리고 독기가 걷히자 남아있던 건 위장이 휑 뚫린 저 거미 여왕뿐.
이건은 사라진 지 오래였었다.
그리고 그만큼 믿기 힘든 상황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일까.
현장 안으로 들어온 쌍아좌의 성단장 역시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쌍아좌 성단장이 천성재에게 앞뒤 상황을 물으려는 그때였다.
“천성재!”
“!”
신궁좌 성인이 나타났다.
그리고 휴고 오터스의 등장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짙은 금발에 짙은색 정장.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30대 후반의 미남으로, 전체적으로 말끔한 인상의 백인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 중에서 신궁좌 성인의 얼굴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물론 대부분이 아는 정보는 딱 거기까지지만.
“천성재. 왜 네가 여기에 있니?”
“그러는 댁이야 말로 왜 여기에 있는데?”
“뭐? 너 그게 아빠한테 할 소리야?”
“!”
순간 둘이 부자였냐는 시선이 스치고, 천성재는 바로 얼굴을 구겼다.
가족 관계가 드러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휴고는 탄식했다.
이미 잡았다는 괴수새끼가 다시 등장한 것도. 이건 님을 볼 거라며 멋대로 집을 나간 자식 놈도 문제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 거미 여왕.’
분명했다.
거미 여왕에게 난 저 흔적들.
확실하진 않지만 저런 기괴한 짓을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딱 하나뿐이다.
“저거 누가 잡았는지 못 봤니?”
그러자 천성재는 대답대신 얼굴만 살짝 찌푸렸다.
동시에 천성재가 들은 척도 안 하고 사라지자, 휴고가 또 탄식했다.
하여간 저건 누굴 닮아서.
때문에 휴고가 뭐라고 하려 할 때, 누군가가 급하게 붙잡았다.
“아저씨, 성재 혼내지 마시구요! 저 봤어요! 저 거미를 처리한 사람!”
“!”
휴고를 붙잡은 건, 이건과 함께 있던 소년 한지민이었다. 휴고는 뜻밖의 정보에 다급히 소년을 잡았다.
“봤어? 어떻게 생긴 사람이었니? 혹시 50대 60대쯤 되어 보이는…. 아니, 더 나이가 있을 수도….”
“어, 그러니까 저희보다 한두 살 많아 보이고 엄청 잘생긴 형이었는데….”
그 말에 휴고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이상해졌다.
한두 살? 심지어 잘생겨?
‘건이가 아닌데?’
그런데 그때였다.
“그런데 그 형. 저 밑에 싱크홀 바닥에 뭘 써놓고 갔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
그말에 휴고는 바로 싱크홀 쪽으로 뛰어내렸다.
안 그래도 싱크홀을 먼저 탐색하던 사람들이 해당 문구를 보며 술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휴고가 다가오자 성도들이 깜짝 놀랐다.
“어…! 신궁좌의 성인…!”
“왜 여기에!”
그러나 정작 바닥에 있는 문구를 본 휴고는 얼어붙었다.
‘이 자식…!’
설마!
창백해진 그는 황급히 구멍 바깥쪽을 보았다. 사람들은 드물게 표정이 바뀐 그를 보고 의아해했다.
“어? 왜 그러세요?”
“여기 양웨이 와 있지?”
“아, 네. 오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오셨는지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딘가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쾅!
그 소리에 다시 문구를 본 휴고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무시무시한 메시지였다.
* * *
‘이런 미친.’
양웨이는 지금 미치고 환장할 판이었다. 다름 아닌 눈 앞에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낯익은 마스크를 쓴 채 눈웃음을 지었다.
“너무한다. 어떻게 절친한 전우를 20년 만에 봤으면서 인사 한마디 없을 수 있지?”
절친하기는 개뿔이!
쾅!
양웨이는 자신도 모르게 물러서면서 진열대와 부딪쳤다. 그리고 놈이 꺼지지 않은 불길을 등지고 걸어왔다.
‘…저놈!’
양웨이는 이건을 바라보며 공포에 떨었다.
다가오는 놈의 오른손에는 거미를 처리한 듯한 칼이. 그리고 다른 왼손에는 그 안에서 빼온 것으로 보이는 뭔가가.
그리고 마침내 놈이 마스크를 벗으며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양웨이는 그만 맥이 빠지고 말았다.
그건 당연했다.
‘뭐야. 이건이 아니잖아?’
멀리서 봤을 땐, 마스크와 화재로 나빠진 시야 때문에 착각한 모양이었다.
걸음걸이도, 체격도, 전부 그와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아니야.’
지금 눈앞에 선 이건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쭉 펴진 키는 진짜 이건보다도 컸고, 머리숱은 훨씬 많았으며, 그 끔찍한 화상 흉터도 전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어려.’
아무리 많이 잡아도 갓 성인이 되었을 학생이 아닌가.
‘이건이 아니야.’
결국 양웨이는 얼굴을 감싸며 깔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뭐야. 괜히 쫄았잖아.”
어제부터 하도 노이로제에 걸려서 괜한 걸 착각한 모양이었다.
곧 허탈해진 그의 시선은 이건의 목에 걸려 있는 가죽 마스크를 향했다.
“허, 그거 진짜 잘 만들었다. 요즘 나오는 짝퉁 마스크들은 아주 목소리까지 지원되나 보지? 도대체 어느 신좌가 만들어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날 놀라게 한 대가는 톡톡히… 어?”
쾅!
“?!”
양웨이는 제 얼굴 옆에 꽂히는 칼에 식겁했다.
그리고 개소리 말라는 듯, 이건이 눈앞에서 웃었다.
“왜? 짝퉁 같아?”
“……?!”
양웨이의 심장이 순간 멎을 뻔했다.
낯익은 목소리.
분명 이 굵고 선명한 저음.
“다행이네. 이번엔 점괘가 맞아서. 여기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
그러나 양웨이의 그럴 리 없다는 눈이 이건의 마스크에 천천히 향하고.
‘……!’
그리고 그 마스크가 목에 그대로 걸려 있는 걸 확인한 그가 얼어붙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맨 얼굴로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우리 인사해도 되겠지? 똥털.”
“……!”
그 순간, 칼이 날아왔다.
쉬익!
양웨이는 눈앞에서 번득이는 칼날에 식겁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몸을 젖혀 피했지만.
“아악!”
양웨이는 비명을 질렀다. 마치 불꽃이 튀기는 듯한 선명한 통증. 순식간에 양다리의 근육이 베인 양웨이가 몸을 떨었다.
‘젠장, 피했다고 생각 했는데…!’
딱 움직일 수 없게만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같잖다는 듯 칼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어딜 가, 새끼야. 물어볼 것도 많은데 벌써 도망가려고 하면 섭섭하지.”
이건은 살벌하게 웃었다.
이놈은 전투신좌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첫 번째 실험체로 아주 적당했다.
“자. 그럼 돼지 통구이로 만들어볼까.”
그 말에 양웨이는 쌍욕을 흘렸다.
‘…이런 미친놈!’
확실했다. 저 악당 같은 표정에 저 싸가지 없는 말투!
그놈이 틀림없었다.
바로 20년 전. 자신들과 함께 했던 최초의 각성자 중 하나이며 13번째 돌연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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