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85)
제184화. 세상에 맙소사 (3)
TV에 나온 것은 분명 소피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돔 근처이리라.
선전포고를 겸해 괴수들이 소피를 데리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인근 도시에 있던 사람들이 급하게 발견하고 찍어 제보를 하게 된 것이리라.
하지만 정작 찍힌 소피의 상태가 좀 이상해보였다.
수도복에 가까운 성의도 누더기가 되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지푸라기가 된 듯 개털이 되었으며, 얼굴도 상처투성이.
수갑에 묶여 이동식 우리에 들어가 있는 그는 어딜 봐도 죄수.
그래서 이건이 귀를 파며 한마디 했다.
“뭐야, 쟨 꼴이 왜 저모양이냐?”
듣던 휴고는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왜긴 왜야! 니가 대기권에서 던져서 저렇게 된 거잖아!”
보나마나 스티븐 때처럼 하필 떨어져도 미지문명의 영역에 떨어졌던 것이리라.
물론 스티븐 때보다는 좀 나아보이는 건, 그나마 떨어진 곳이 군사지대가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전투병에게 즉각 살해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건이 의아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차피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내던지기는 했다만.
“왜 굳이 인질? 맛있는 영양제라면서 벌써 군주에게 바쳐져도 안 이상한데.”
그 말에 휴고가 경악하듯 보았다.
생각해보니 이 자식은 양웨이도 군주의 밥이 되라며 내던졌던 놈이었다.
비록 폭탄으로 사용한 모양이지만.
“게다가 쟤 피부색은 또 왜 저래?”
이건의 심드렁한 표정에 휴고도 자세히 뉴스를 살폈다.
그러고 보면 이동식 감옥에 들어가 있는 소피의 피부가 이상했다.
마치 독에 물든 것처럼, 뭔가 병에 걸린 것처럼 피부색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래서라는 듯 소피를 인질로 잡은 괴수가 외쳤다.
– 이 상해버린… 아니, 식중독에 걸린 성녀의 목숨을 원한다면 다른 목숨을 넘겨라.
“상해버린?”
그 말에 이건이 뭔가 눈치챈 듯 비웃었다.
“아, 저 오줌싸개. 뭐 주워먹다가 독 같은 거에 중독된 거네.”
“독?!”
“그래. 화면이 흐릿해서 확실하진 않은데 저 피부색에 반점. 만약 맞다면 내가 옛날에 몸으로 실험해본 물건일걸.”
“아, 똥인지 독인지 구분 못 하고 다 실험해보겠다며 온갖 것들을 미련하게 다 처먹고 쓰러지던 그때?”
휴고는 한대 얻어맞았다.
“아무튼 미지문명의 땅에서만 자라는 독초인데, 그거 맹독이라 상급 괴수들한테도 치명적이거든.”
효과가 좋아서 이건도 무기에 종종 발라서 썼다.
“군주급한테도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몸에는 안 좋겠지?”
“그럼 군주에게 안 바치고 인질로 데려온 이유가…!”
“그래. 상한 고기가 됐으니 군주에게 먹이기엔 좀 그렇단 거지. 그래서 그냥 죽이긴 아깝고, 인질로 삼아서 이득을 취하려는 걸걸? 그런데 저 정도 반점이면 나처럼 실험용이 아니라 무지 많이 먹었나보네.”
휴고는 더더욱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쟨 살아있고?”
“이상할 것도 없지. 물병좌는 신좌특성으로 가 있잖아.”
이건이 지금 이 순간에도 탐내고 있는 스킬 말이다.
“아무튼 그 덕분에 해독해서 죽음은 피한 거겠지.”
하지만 그 말에 휴고는 굉장히 이상한 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12성인 중 유일한 힐러였고, 의료계열 각성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독된 이건을 치료해주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데 뭐?
“아무리 그래도 성녀가 그 독초를 제 입으로 먹었을까?”
“배고프면 뭔 들 못 먹겠냐. 아무튼 저 오줌싸개가 바보짓 한 거….”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뭐래, 저거 네 짓이거든!”
“!”
소리를 친 것은 바로 서기관이었다.
작업장에서 바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그였다.
그리고 지금도 유하가 들어오면서 늘어난 바이블, 아니 덕질 문서에 비명을 지르며 문구를 수정하는 상황.
하지만 그 바이블 문구에서 뭘 본 건지, 이건에게 씩씩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휴고가 의아한 듯 보았다.
“저 독이 건이 짓이라니? 무슨 소리야?”
“저 새끼가 성녀한테 이상한 거 먹였잖아… 컥!”
서기관은 이건이 날린 망치에 얻어맞았다.
그리고.
“귀순아, 말이 짧다.”
결국 얻어맞은 서기관. 아니 귀순이 기억 안 나냐는 듯 종이를 팡팡 쳤다.
거기엔 이건의 20년 전 행적까지 지렁이가 꼬불거리는 글씨로 기록되어 있었다.
[행적(行跡) 추출 (S)]서기관의 스킬 중 하나로, 쉽게 말해 누군가의 과거 족적을 발굴해내는 스킬.
그리고 서기관은 그중에 쓸 만한 걸 가공해 바이블에 올릴 수 있었다.
반대로 이 스킬을 응용하면 과거도 털 수 있을 뿐더러, 누군가의 과거도 바꿔버릴 수 있다.
조건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반지 말이야…예요! 반지! 신님 성녀 두들겨 팰 때 이상한 반지 먹였지…예요!”
“!”
반지라는 말에 휴고도, 이건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성물거래소에서 소피와 재회한 날.
화장실에서 소피를 두들겨 패던 이건이 소피의 목구멍에 뭔가를 집어넣었다.
분명 반지 형태의 물건이었다.
‘건이가 소피의 입막음 용도로 넣은 거긴 했는데….’
다른 성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기자회견에서 헛소리하지 못하게 하도록 협박용으로 넣어둔 물건이었다.
거미여왕을 죽일 당시, 쌍아좌의 S급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었다.
그리고.
– 내가 뭘 먹였는지 기억하지?
게다가 이건이 허튼 것을 먹였을 리도 없고.
이건의 말을 어기면 엿 된다는 걸 잘 아는 소피는 기자회견에서 바른대로 20년 전의 진실을 공표했었다.
그런데 그 반지가 왜?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은 이건은 땀을 삐질 흘렸다.
“아 맞다. 그거 회수하는 거 깜빡했네.”
“!!?”
당황한 휴고가 이건을 보았다.
“그 반지 뭔데!”
“일정 시간마다 독을 뿜어내는 반지.”
“?!”
그랬다.
[냄새 풍기기 좋아하는 반지(A)]-제작 : 이건
그 반지는 일정 시간마다 향을 뿌리는 방향제처럼, 안에 든 물질을 광범위로 뿜어내주는 성물이었다.
‘보통은 뿌리는 진통제 같은 걸 넣어뒀었지만.’
성신의 가호를 받지 않는 자신은 상처를 고스란히 받았고, 전장에서는 약을 바를 시간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일정 간격으로 진통제가 뿌려지면, 그때마다 고통을 잊고 계속 싸울 수 있었다.
아무튼 쌍아좌 S급이 들고 있던 걸 얻은 뒤로, 성인 놈을 인질을 잡기 위해 일부러 넣어두었던 게 독.
그리고 당시 타겟이 된 게 우연히 소피였을 뿐.
뭐 아무래야 좋았다.
“내가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독을 뿜는 걸 멈추지 않아서….”
그 말에 휴고가 비명을 질렀다.
“너 그럼 설마!”
“깜빡했네. 자동형 성물이라 내가 안 꺼두면 반지가 자동으로 작동하는데.”
“?!!”
틀림없었다.
소피가 저모양이 된 건, 이건이 먹인 그 반지 때문이리라.
즉 이건이 깜빡 잊고 있던 탓에 반지는 작동되었고, 소피의 체내에서 끔찍한 독이 퍼져나간 것이리라.
그야말로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겠지.
하지만 이건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뭐, 어때. 정화스킬 때문에 어차피 안 죽었잖아.”
“이 악마야!”
“아 왜! 오히려 감사해야지! 내 덕분에 군주한테 안 먹힌 거 아냐!”
“애초에 저기에 내던진 게 누군데!”
휴고는 뭐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아무튼 저거 저렇게 냅둘 거야?”
“왜? 구하러 가게? 하긴 짝사랑이 찾으러 오면 쟤 오열하겠다.”
휴고는 가슴을 쳤다.
“구하러 갈 생각도 없지만, 그게 아니라 너 쟤한테서 성신 뜯어낼 거라며! 그거 어쩌려고! 그리고 애초에 쟤가 왜 날 좋아해! 말도 안 되는….”
“어, 맞는데요.”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휴고가 깜짝 놀랐다.
나타난 건 이재원이었다.
귀환 스킬로 휴고의 앞에 나타난 그가 이건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그건 신궁좌 성도들의 신체 데이터와 몇몇 재료들.
이건이 장비를 만들어줄 테니 가져오라 한 것이다.
물론 그 광경을 보며 마갈좌 성도들이 ‘이건의 신좌에 들어간 성도들에겐 무기를 안 팔겠네.’ ‘애원해도 절대 안 만들어 줄 것이네.’ ‘가난뱅이들은 어차피 세계에 물건을 납품하는 제작신좌를 이용하지 못하네.’ 김칫국을 마셨지만.
그리고 이건 님이 만들어 주실 거라 상관없다 했더니, 제작성신을 따라올 수 없다며 웃었다.
‘뭐, 직접 대치해보면 알게 되겠지.’
그리고 이재원이 웃으며 휴고를 보았다.
“아무튼 물병좌 성인 때문에 저도 굉장히 많이 시달렸는데요. 물병좌 성인이 매번 성주님의 취향이랑 일정을 물어봐서요. 물론 다 거절했지만.”
“?!”
이건은 낄낄 웃었다.
그래서 자신도 소피가 휴고가 단 둘이 있게 되려 하면, 일부러 방해하며 휴고를 납치해 간 것이지만 말이다.
그때마다 증오하듯 자신을 보는 얼굴이 얼마나 웃기던지.
“그 얼빠가 널 보고 그냥 넘어갈 리가 있나.”
휴고는 좌절했다. 뭐 기쁘지도 않긴 했지만.
‘이제는 자기가 더 잘생겼으면서!’
휴고는 가슴을 퍽퍽 치면서 외쳤다.
“너, 그래서 그 여자가 너한테 앙심을 품고 천칭좌한테 네 데이터를 넘겼단 생각은 안 하니?”
“뭔 소리야 그건 또.”
“칼리 말야 칼리. 걔 보면 볼수록 네 능력이랑 닮았어. 너만큼은 아닌데… 성배 능력으로 뭘 한 게 아닐까? 클론이라든가.”
이건이 관심을 가졌다.
“오, 그건 상당히 흥미롭네.”
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성배가 사용됐다면 분명 성신 짓이다.
그리고 송장 군주와 싸워봐서 느꼈지만, 놈들은 강하다.
‘놈들은 전부 인간의 땅에서 없앤다.’
때문에 천공이도 살리고, 전반적인 무기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만큼 물병좌 성신은 필수.
그때였다.
– 하루 기일을 주겠다. 성녀를 돌려받기를 원한다면 성단장급 10명과 물자를 내놔라.
TV에서 보이는 낯익은 모습에 이건이 미간을 좁혔다.
그도 그럴 게 나타난 괴수의 기운의 문제였다.
‘저건 분명 성재가 죽였던 장군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그러고 보면 생김새도 좀 닮았다.
실제로 알림도 동의하듯 말했다.
[호전적인 황금의 군단이 성배주인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호전적인 황금의 군단이 성배주인의 치유력을 노리고 있습니다] [호전적인 황금의 군단이 어린 성인을 찾고 있습니다]그리고 그럴 때 뉴스에서 소식이 나왔다.
– 속보입니다. 유럽통일국가에서 적들과 협상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 우선 다른 협상을 위해 선발대를 보내둔 상태입니다.
– 유럽통일국가는 다른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미지문명을 공동의 적으로 둔 상황에서 인류의 정부는 사실상 하나.
성녀 구출에 협력 요청을 해올 만했다.
하지만.
“정부에 연락해. 행여 헛짓거리 할 생각 말라고.”
“하지만 납득할까요? 성녀의 인기는 엄청나서요. 성녀의 성배 때문이겠지만… 반드시 구해내려 할….”
이에 이건은 전혀 걱정 말라는 듯 싱긋 웃었다.
“내가 직접 구하러 간다 해.”
* * *
한편 그 무렵.
– 살려주세요!
뉴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소피의 모습에 전 세계가 놀라고.
“뭐? 저 여자를 구하러 가라고? 내가 돌았어?”
성인들 역시 TV 화면에 어처구니 없어하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케빈 역시 같은 유럽 땅을 수호하는 성인으로서 성녀 구출을 의뢰받았지만 거절하던 시점.
정작 잡혀 있는 소피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건, 잘못했어요. 내 목소리 들리죠. 제발 반지 발동 좀 멈춰줘요.”
아무래도 그녀는 이건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자신의 뱃속에 있는 반지가 끊임없이 작동을 했으니까.
그리고 자동형이라는 걸 모르는 소피가 괴로운 듯 배를 움켜쥐었다.
“이거언! 제발! 목적이 뭔지 몰라도 말하는 건 뭐든 내줄 테니! 제발!”
[포기해. 걔가 우릴 구하러 올 리가 없잖아.]이에 소피는 울컥했다.
그랬다. 그녀의 옆에는 투구의 탈을 쓴 사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름 아닌 양웨이.
물론 처음엔 양웨이라고 해서 소피도 몹시 기뻐했다. 경위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군은 아군!
‘양웨이! 고마워요! 저를 구하러 왔군요!’
‘어? 나도 잡힌 건데?’
결국 도움이 안 된다며 소피는 엉엉 머리를 박으며 울었다.
자신과 양웨이는 12신좌 중 가장 전투와 거리가 먼 신좌.
그 와중에 자신들을 붙잡은 괴수들도 문제였다. 다른 놈들은 상관없었지만, 저들 중 검은 갑옷을 입은 사내.
‘장군급의 냄새가 난다.’
위험한 상대였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쾅! 쾅! 쾅!
하늘에서 불길의 화살이 떨어지자 소피도, 양웨이도 놀랐다.
[뭐야, 이거! 설마!]소피는 무척이나 감격했다.
이 능력은 틀림없는 휴고의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피가 얼굴을 붉혔다.
“휴고! 방송을 보고 날 구해주러 와줬군요!”
그 목소리에 반응하듯, 검은 그림자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휴ㄱ…!”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
나타난 인물의 얼굴에 소피도, 양웨이도 몹시 놀랐다.
“이, 이건!”
평원을 걸어오는 건 틀림없는 그였다.
[뭐야, 저놈이 왜 여기에 있어?!]하지만 소피는 오랜 기간 힘들었는지, 이건을 보면서 오열했다.
“이건! 저를 구하러 왔군요!”
이건은 씨익 웃었다.
동시에 전 세계 생방송 뉴스는 난리가 났다.
– 긴급 속보입니다! 뱀주인좌의 성인께서 성녀님을 구출하러 갔다는 소식입니다!
– 멋집니다! 역시 이건! 전우애를 아시는 분이에요!
– 이것으로 성녀를 구출… 어? 어? 이상합니다! 이거 뭐죠! 이건이 성녀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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