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05)
제204화. 풍요의 군세 (3)
뭐?
이건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동시에 그는 지금 저 새끼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
케빈의 말을 못 듣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이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보냈다.
“방금 뭐? 칼리가 누구 딸?”
덕분에 옆에 있던 휴고가 비명을 질렀다.
마치 사흘 밤낮으로 공들여 세운 도미노 행렬을 누군가가 툭 친 듯한 얼굴.
그는 제 머리를 쥐어뜯을 기세였다.
‘저 도움 안 되는 새끼가!’
자신이 이건의 귀를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하물며 여기 오면서도 그랬다.
행여라도 서기관의 입에서 뭐가 터져나오지 않을까. 일부러 칼리에 대한 화제는 최대한 피하며 필사적으로 틀어막았었는데!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건ㅇ…!”
“너 지금 칼리가 내 딸이라고 말한 거냐?”
이건의 목소리에 휴고는 얼어붙었다.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는 순간 느꼈기 때문이다.
폭풍전의 고요를.
순간 자신의 성신도 두려워하는 의 힘이 꿈틀거린 듯했다.
그래서일까.
“그게 무슨 ㅁ….”
“저거 완전 미친 놈 아냐?!”
“!”
휴고가 정색하자 이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만큼 휴고는 필사적이었다.
“건아! 쟤 너랑 대련하고 싶어서 관심 끌려는 거야! 아니면 천칭의 성역에 갔다가 머리를 처맞고 왔든지. 아니면 막장 드라마에 빠졌겠지!”
그리고 그 말에 케빈은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이쯤 되자 케빈도 눈치챈 것이다. 휴고도 칼리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케빈은 되려 화가 난 기색이었다.
“너 알면ㅅ…읍!”
“건아아! 귀 기울이지 마! 얘 대련 때 너한테 이기려고 개소리하는 거야!”
“뭐, 그건 그래. 쟤가 제대로 된 말을 한 적이 없긴 하지.”
그러자 케빈은 정말 억울한 듯했다.
그 와중에 신궁좌의 말만 믿느냐는 눈빛.
그래서 억울한 케빈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큭!”
휴고가 케빈에게 헤드락을 걸고 끌고갔다. 그리고 멀리 있는 이건의 눈치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너 미쳤어?! 넌 이게 뭐가 좋은 이야기라고 건이한테…!”
“당연히 해야지! 안 그러면 천륜을 해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천륜?
이거는 또 무슨 개소리야.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칼리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었던 건지.
케빈은 진지하게 휴고를 노려보았다.
“칼리가 제 아빠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
휴고가 얼어붙었다. 이것은 또 무슨 개소리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이건 때문에 어지간한 일에는 면역 내성이 있는 휴고라도, 이런 일까지는 내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케빈을 나무라려던 휴고도 당황해서 되물었다.
“서, 설마 칼리가 직접 말한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
휴고는 뭐냐는 듯 그를 보았지만, 케빈은 진지했다.
분명 천칭의 성역에서 야영을 하며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였을까.
정말 이건과 닮은 구석이 있나 싶어 자는 칼리를 감시하고 있었을 때였다.
“걔가 아빠랑 결혼하고 싶다고 중얼거렸다고!!”
“그냥 잠꼬대잖아!! 이 바보 자식아! 이게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그게 아니지! 만약 말을 안 했다가 이건이 그 아이한테 넘어가면 어쩌려고?! 그러니까 미리 말해서 참사는 막아야지!”
케빈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지만, 휴고는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너 건이가 그런 새파란 어린애한테 넘어갈 거라고 생각해?!”
“못 넘어갈 것도 없지?”
“야!!”
“왜! 솔직히 칼리 예쁘잖아! 네 딸만큼 예쁘잖아!”
“뭐래, 내 딸이 훨씬 예쁘거든?! 감히 어디서 누구랑 비교해?”
케빈은 듣는 척도 안했다.
“아무튼 이건도 네 딸은 친구 딸이니 연애 대상으로 두지 않겠지만, 칼리는 아니잖아! 게다가 이건은 회춘까지 했어! 정체를 알지 못한다면…!”
“아오! 건이 그런 애 아냐! 애초에 건이 취향도 아니고!”
“어? 그래? 그럼 어떤 취향인데?”
“그건 왜 궁금한데!”
“설마 전갈은 아니지?”
“왜! 헤일리면 안 돼?”
“뭐 이건이 좋다면 방해를 할 생각은 없지만, 이건한테 보낸 내 보약을 버린 여자라 불만이다 왜!”
그 말에 휴고는 뒷목을 잡았다.
뭐 납득은 했다. 원래 케빈하고 헤일리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이건의 암살자라 인식하면서 쌓아온 짓들이 있으니까.
아무튼 휴고도 이건의 이상형은 전혀 몰랐다.
애초에 이건이 여자와 얽히는 건 보지도 못했으니까.
그도 그럴 게 남자도 마찬가지였지만, 여자들도 이건의 얼굴만 보면 죄다 도망갔으니까.
‘뭐, 나랑 만나기 전엔 사귀던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원체 본인에 대해서 말을 안하니까.
‘남아 있는 과거 사진도 없고, 출신도 전혀 모르고.’
그 흔한 졸업사진도 없다.
물론 미지 문명의 습격 이후, 공공기관의 자료들이 거의 소실됐으니 찾기 쉽진 않겠지만.
‘뭐, 성인들 대다수가 출신지가 불분명한 놈들이긴 하지.’
국적, 이름도 지금과 다른 놈들도 있었고, 모두 용병일을 하다가 지금의 나라에 안착한 것뿐.
하지만 아무리 그런 놈들이라고 한들, 과거의 정보는 어떻게든 나오기 마련이건만. 이건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아무튼 자신이 아는 이건은 그다지 이성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이건의 이상형에 대해 알 길도 없었다.
다만….
‘굳이 들은 적이 있다면, 20년 만에 재회했을 때….’
이건이 아직 제 딸의 얼굴을 모를 때였을 것이다.
‘그때 내 방에 있던 유하의 브로마이드를 보고 예쁘다며 관심을 보인 게 전부….’
그러나 곧 휴고가 울컥하며 핏대를 세웠다.
“아아악! 아냐! 유하는 아냐!!”
“?????”
케빈은 혼자 폭주하는 휴고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무튼 이건에게 진실은 말해줘야…커헉!!”
휴고가 급히 케빈을 걷어찼다.
“기다려! 우리 성신께서 건이 멘탈 관리 잘하라고 했어. 재앙신의 힘이 폭주할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나중에…나아중에….”
그러나 휴고의 표정을 확인한 케빈이 뭔가 깨달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
“너 사실 말할 생각 없지? 네가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
“그럴 줄 알았다.”
케빈이 이건에게 가려하자 휴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악! 건이랑 대련하게 해줄 테니까 제발 가만히 좀 있…!”
그런데 그때였다.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 너고, 새끼야!!”
“컥!!”
휴고는 누군가에게 얻어맞았다.
뒤에는 빡친 얼굴로 이건이 서 있었다.
덕분에 휴고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서, 설마 들었니?”
“그렇게 소리를 꽥꽥 질러대면 듣기 싫어도 다 들리거든?”
“……!?”
소리를 지른 적 따위 없지만, 애초에 이건의 귀는 매우 좋았다.
하물며 이곳은 이건의 성역 안.
그 감각은 더욱 예민해진다.
물론 이건의 앞에서 서기관과 칼리 이야기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귀를 막아준 건지.
아니면 서기관의 스킬 때문인지. ()
그것도 아니면 그냥 관심이 없어 안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그래서. 칼리가 왜 내 딸인데? 걔 아빠랑 엄마 다 있잖아.”
이건의 눈빛에 휴고가 몸을 떨었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처녀좌 권속신들이 말했다.
[아! 그거라면 혹시 새끼 뱀님께서 잊으신 불타는 인연이….]그말에 천지가 쿵, 크게 울린 듯 했다.
[꺄악!]“써본 적도 없는데, 그게 왜 내 딸?”
“어, 어어…그게….”
휴고는 보았다.
이건의 눈빛에서 여럿 죽어나갈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고.
“설마 그 성배야?”
“…아니, 그게 아니 아악!!!!”
겁에 질린 휴고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문득 바라본 이건의 몸에서 검은 마력이 치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는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덕분에 처녀좌 권속신들도 꺄악 비명을 질렀다.
그나마 대장간에서 봤던 그 아름답고 따스한 생명의 힘은 온데간데 없이 흉포하게 치솟는 검은 힘!
[의 성장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에 반응해 의 힘이 커집니다] [ 신격의 단계 (1단계▶2단계)가 올라갑니다]* * *
한편 그 무렵이었다.
[빌어먹을…!]뱀주인의 1함정을 벗어난 풍요의 장군은 이를 갈고 있었다.
그리고 괜히 장군급이 아닌 것일까.
1함정에서는 도망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군은 상처를 회복시키면서도 이를 갈았다.
[도대체 어떤 놈이 설계해서…!]그런데 그때였다.
깜깜한 함정 안. 파란빛과 함께 푸른 인영이 장군의 앞에 나타났다.
[연락이 안된다 싶었더니, 이런 곳에 갇혀 있었군.] [!]나타난 것은 뜻밖에도 같은 장군급이었다.
하지만 진영은 완전히 달랐다.
그도 그럴게 함정에 갇힌 것은 쪽이었지만, 갇힌 장군의 앞에 나타난 푸른 인영은 의 진영.
곧 액체같은 푸른 인영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아무래도 상당히 골치 아픈 곳에 빠진 모양이로군. 이정도 모습을 구현하는 게 고작이야.]아무래도 같은 장군급을 구하러 온 모양이었지만, 풍요의 장군은 전혀 상대가 달갑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들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시간의 진영이 무슨 목적이냐]그 날선 목소리에 푸른 인영이 말했다.
[너희 진영이 부탁을 해오더구나. 사라진 장군을 찾아달라고. 그리고 우리 군주께서도 말하시더구나. 이 시국에 13나이트가 하나 더 줄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이에 풍요의 장군이 이를 갈았다.
성신에게 성인이 있듯, 군주들의 밑 직위에도 장군직인 13명의 기사들이 있었다.
한마디로 이번에 지구를 노리는 군주들을 대신하는 사자들이라고 보면 됐다.
군주들의 수족이 되어, 진영 구분 없이 인류를 감시하고 통솔하는 이들 말이다.
그리고 그 13나이트도 둘이나 사라지긴 했었다.
사라진 둘 중 하나는 얼마 전.
인간 영토를 재침공 했을 때 페널티가 풀린 이건한테 살해당하고, 양웨이에게 육신을 빼앗긴 .
그리고 또 하나가 아주 오래전. 악마의 탑에서 이건에게 살해당한 였다.
물론 가 있던 13나이트의 자리는 시간의 군주가 오래전 채워 넣었지만 말이다.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현재, 13나이트의 공석은 하나.
하지만.
[너의 진영에서는 이미 좌장군도 죽임을 당했다고 하지 않았더냐. 천성재였나? 그런 인간 꼬맹이한테 당하다니, 풍요의 수준도 알만하군. 뭐, 함정에 빠진 것도 우습지만.]담담하지만 비웃는 듯한 목소리에 풍요의 장군이 이를 뿌득 갈았다.
[이놈이…!!] [아무튼 13나이트이자 우장군인 너까지 당해버리면, 풍요의 군주께서는 모든 장군을 잃게 되시겠구나?]그 조롱에 풍요의 장군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애초에 네놈들의 그 빌어먹을 탑 때문에 우리 장군이 죽은 것이 아니더냐!]풍요의 좌장군이 죽었던 은 다름 아닌 의 기물.
그리고 놈들이 탑 안의 상황을 눈치채지 못할 리도 없었거늘, 결국 리셋을 이용하는 천성재에게 아군이 능멸당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분명 우리 진영을 뭉개기 위한 술수겠지.’
그뿐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 함정! 시간, 네놈들이 뱀주인에게 가담한 것이 아니더냐?!]풍요의 장군의 외침에 푸른 인영이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헛소리냐. 우리가 왜 성신 따위를 돕나.] [거짓말 마라! 여기까지 넘어오니 확실히 알겠구나. 분명히 지금도 이 함정에서 느껴지노라, 적색군주와 시간 군주 쪽의 주술을!]그 말에 푸른 인영이 움찔한 듯했다.
짐작가는 구석이 있는 듯 했다.
[아. 설마 그 공주인가?] [이봐!]흥미롭다는 듯, 푸른 인영은 살의를 띄우며 날카롭게 웃었다.
[아무튼 13나이트가 사라지는 건 우리로서도 곤란하니, 도와주마.]그런데 그때였다.
풍요의 장군은 순간 움찔했다.
‘살의.’
그리고.
“뭐야. 한마리가 더 추가되어 있네?”
소름 끼치는 살의가 함정에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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