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08)
제207화. 아, 그거 너였어? (1)
이건의 눈앞에 아주 낯익은 광경이 펼쳐졌다.
물론 영화를 보는 듯한 시야는 아니었다.
‘새의 시점이다.’
마치 새가 도시를 내려다본다면 이런 광경이지 않을까 싶은 광경.
그리고 보이는 것은 아직은 맑은 하늘, 그리고 아직은 파괴된 건물 없이 평화로웠던 서울 종로 거리.
처음엔 시청광장이 보이고, 새가 고개를 돌리자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덕수궁이 보였다.
그래서 그 광경을 보는 이건은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이때는 분명.’
확실했다.
괴수의 침공으로 겁에 질려 있지만, 그래도 12명의 각성자들의 존재로 희망을 품고 있던 2001년.
동시에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속보입니다. 6개월 전, 워싱턴의 괴물을 때려잡으며 나타난 황소좌의 이반이 이번엔….] [미국 국방부는 황소자리의 이반과 전속 용병 계약을 맺고자 추진을….]시야에 안 보여서 모르겠지만, 분명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보도 뉴스였다.
그리고 이건은 이때의 일을 정확하게 기억했다.
그도 그럴 게, 이날은 자신이 13번째로 각성하던 날이었으니까.
그리고 보도는 계속되었다.
황소좌 성인, 이반의 목소리였다.
[걱정 마십시오. 괴수가 나타난다면 언제 어디서든 찾아가겠습니다. 이 용병에게 힘을 주신 성신께서는 모든 악의를 처단해주실 것입니다.] [들으셨습니까, 전 세계에서 저 위대한 전사를 향해 성금이 모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도 전달한 기금이 상당합니다.] [저들과 성신이 계시다면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하지만 이건은 알았다.
현재 시각은 4시. 그리고 이로부터 2시간 뒤, 서울은 붕괴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만 찾으라던 성인과 그들이 섬기는 성신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을.
그렇게 종로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죽고, 그 사람도 죽는다는 것을.
그래서 왜 이딴 것이 새삼 눈에 보이나 싶었지만,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의 정보추출이 발동 중입니다] [행적(行跡) 추출 (S)]-손을 댄 상대의 영혼과 접촉해 영혼에 새겨진 과거의 모든 내력을 추출해낸다
-정보추출 과정에서 기억을 읽어낼 수 있다
쉽게 말해 이 광경은 이 장군의 과거 기억이라는 것이었다.
서기관은 자신이 보지 못한 일을 바이블로 기록해야 할 때, 특정 인물의 기억을 읽어 문장으로 추출해냈으니까.
그리고 이것은 그 과정.
하지만 이것이 정말 이 장군의 기억이 맞다면.
‘그날, 서울에 침공해 왔던 것은 이놈들이었나?’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았다.
눈으로 보이는 시야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자신의 성역에 쳐들어온 풍요의 장군.
염소 머리에 마법사 복장을 한 장군이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수많은 괴수들이 도시에 숨어 들어갔다.
동시에 시야가 바뀌었다.
다른 괴수의 시점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것인가 싶었지만, 곧 귀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 이 자식 역시 장군급이라 군주하고 연결되어 있어. 아악 싫어! 이러다가 군주 놈이 역침입해오면 어떡해, 그러니까 이 망할 신님아, 제발 이 손 좀 놔줘!]귀순은 엉엉 우는 소리를 냈지만, 그래도 이건이 시키는 대로 잘 이행하는 눈치였다.
[이 장군의 영혼에 침투합니다] [장군의 내력 정보를 훔쳐냅니다] [주의. 그 과정에서 장군과 연결된 지배자의 네트워크와 연결됩니다] [주의. 망에 연결된 다른 괴수들의 정보와 섞일 수 있습니다] [주의. 최고 지배자에게 들킬 위험이 있습니다]쉽게 말하면 모든 괴수들은 각자의 왕인 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리라.
뇌파든, 특별한 신호 체계로든, 그 집단의 네트워크가 말이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 구조는 아마도 상하 계층 구조.
때문에 최하급 괴수에서 군주까지는 멀겠지만, 장군급이라면 군주하고도 가까울 것이었다.
‘충분히 군주의 정보를 빼낼 수 있다.’
그리고 장군급이면 중간에 연결되어 있는 부하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괴수와 혼선 가능성이 큰 것이리라.
‘그래서 시야의 객체가 바뀐 건가.’
방금까지는 새의 시점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움직이는 속도나 앉는 곳, 높이를 봐서는….
‘파리.’
이번에 보이는 건 건물 안이었다.
그리고 아까 새 괴수의 시야일 때보다는 흐릿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곧 이건은 움찔했다.
“정말 여기 와도 돼? 백화점은 비싸잖아.”
낯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야는 좀 흐릿하지만, 괴수라서 그런지 소리는 아주 분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이건은 아주 낯익은 두 인영을 보았다.
하나는 수화를 하고 있는 자신이었고, 또 하나는….
“그래, 그럼 나는 돈까스.”
“돈까스가 좋아.”
비록 세상의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세상 그 어느 소리보다 아름다웠던 목소리에 이건은 이를 갈았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모르래야 모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기억이 시작될 나이부터 늘 옆에 있던 사람이니까.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고아원에 있을 때부터 가족이라 생각했고 또 그만큼 애정했던 사람.
때문에 그 얼굴을 확인한 이건의 눈에 분노가 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건물 곳곳에 숨어 있는 괴수들의 눈빛을.
그뿐이 아니었다.
백화점에서 안내를 해주는 직원조차도 괴수였다.
그랬기에 엘레베이터 쪽으로 향하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이건은 다급해졌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고, 그쪽 방향이 아니라고, 손을 뻗었지만 엘레베이터는 무자비하게 닫혔다.
쿵!
그리고 그 절망만큼이나 그 다음 순간, 이건은 가장 보기 싫은 것을 보았다.
투구 사내와 싸울 때도 봤던 그 악몽과 같은 광경이었다.
콰르릉!
백화점에 화재가 일어나고, 종로의 모든 거리가 괴수들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광경.
쿵쿵!
그리고 백화점 건물에 있는 사람들은 곧 가겠다는 성인과 성신들의 말에 안도하며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나가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안에서 꼭 기다리고 있으래.”
“싫어 엄마, 무서워. 밖에 나가고 싶어!”
“아가, 조금만 참자. 안에서 기다리면 그분들이 꼭 구하러 오신다고 했어.”
자신의 기억대로였다.
하지만 기억과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 이것은 괴수의 시점.
그때 자신이 보지 못했던 광경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증거로 괴수들로 뒤덮은 화재 현장에 차원이 다른 괴물이 나타났다.
번쩍!
마치 까마귀와 같은 검은 날개.
검은 안개와 함께 흉측한 괴물이 나타났다.
콰르릉!
군주였다.
[아아 우리들의 의 군주시여…!]인간들을 잡아먹고 유린하던 괴수들 모두가 먹이를 내려놓고 경배했다.
그와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군주로 보이던 거대한 괴물이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수트를 입은 젊은 남자였는데, 헤일리만큼이나 굉장한 미모였다.
[이야기했던 것은 찾아놓았나] [예, 저것입니다. 멍청한 성신의 밀고대로였습니다. 특히 백양좌 성신이 우리들을 눈치도 못 채고 취해서 나불거리더군요.] [그래?]군주는 미간을 좁혔다.
분위기만 보면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악마와 같은 모습.
너무 기이하고, 이질적이며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또 그만큼이나 굉장히 차가운 눈빛을 한 괴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건은 움찔했다.
그 시간의 군주가 향한 장소 때문이었다. 거기엔 정신을 잃고 있는 자신과 그 사람이 있었다.
즉, 자신이 의식이 없을 때의 일이었으리라.
그리고 그 순간, 이건은 욕을 읊조릴 수밖에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 그 사람의 사지가 찢겨 나갔다.
콰직!
물론 그 다음 광경은 볼 수 없었다.
그 광경을 보던 시점이 다른 괴수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리는 들렸다.
[목적은 이루셨으니 이제 그만 물러날까요?] [아니. 이 땅의 인간은 전부 식량으로 삼아라.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니.]그런데 그때였다.
실컷 즐기고 오라는 군주의 조소와 함께 빛이 터져 나왔다.
서기관의 다급한 목소리도 함께였다.
[야! 신님! 군주한테 들킨 것 같아! 빨리!]동시에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의 내력 추출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경고. 지배자가 네트워크 침입자를 눈치챘습니다]그와 함께 이건이 서기관의 손을 빼냈다.
쾅!
그 충격과 함께 몸이 뚫려 있던 의 장군이 피를 토했고, 휴고가 당황한 듯 이건을 보았다.
“건아, 너 괜찮아?”
휴고는 걱정스럽게 이건을 보았다.
그도 그럴 게, 서기관의 팔을 잡고 장군의 몸통을 찌르고 있던 이건의 표정 때문이었다.
물론 손을 찔러 넣은 건 그래봐야 불과 몇 초.
그러나 보고 있으면 알았다.
지금 이건의 기분이 어떠한지. 그리고 스물스물 올라오는 마력엔 어떤 살의가 담겼는지.
그리고 그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분노에 휴고는 걱정부터 되는 것이었다.
“건ㅇ….”
“…우야.”
“!”
일순 들린 목소리는 꽤 작았다.
하지만 분명 이름은 들었다.
‘연우?’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함정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이 눈을 번득이며 장군들의 목을 조른 것이다.
“말해라. 24년 전에 서울에 쳐들어왔던 게 니들이냐? 군주들이 이끌고 왔던?”
[……!]그 질문에 장군들은 움찔했고, 휴고도 놀랐다.
그도 그럴 법한 게, 24년 전 서울 침공은 역대 최악의 재앙으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
자신은 호주에서 전쟁 중이라 못 갔지만, 그건 이건의 각성으로 유명한 침공이었으니까.
‘하지만 군주급이 직접 나타났을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이건이 장군들의 목을 비틀었다.
“귀 먹었어? 그날 나타난 게 시간의 군주냐고 물었잖아? 아 그러고 보니 의 군주 말고도 네 얼굴도 본 것 같은데.”
이건의 시선이 풍요장군에게 향하자, 장군들은 당황스러웠다.
이 자식이 자신들의 몸에 손을 넣더니, 그런 정보까지 뜯어내 갔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기억 추출 스킬이라도 사용한 모양이겠지만….
‘군주님과 연결되어 있어 그렇게 쉽게 뜯어갈 수도 없을 텐데 어찌…!’
하지만 이건은 싸늘하게 웃었다.
‘틀림없이 그게 시간의 군주다.’
얼마 전, 악마의 탑에서 송장군주를 손절했던 그놈 말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그뿐이 아니었다.
‘그 게장 새끼하고 상당히 닮았다.’
그랬다.
시간의 군주의 얼굴이 거해좌 성인, 장루이와 닮아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상할 것도 없었다.
사실 장루이가 자신을 찌르고 가둔 도 시간의 군주의 기물.
장루이가 시간의 군주와 연관이 없었다면, 자신을 악마의 탑에 가둘 수도 없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24년 전. 서울에서 뭘 찾고 있던 눈치였는데. 뭘 찾은 거였냐?”
이건의 붉은 눈이 번득였다.
“5초 준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투신본능 스킬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성신의 힘을 100% 개방한 이건의 앞에서 두 장군은 숨통마저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서울 침공이야 중국을 정복한 후, 원래부터 식량 충족을 위해 쳐들어갔던 곳.
그리고 13번째의 각성과 함께, 그때 식량으로 삼으려던 사람들이 전부 되살아나는 바람에 큰 손해만 봤던 침공이었지만….
[1, 13번째 성신을 찾고 있었다. 모든 것을 파괴할 재앙신을….]그런데 그때였다.
번쩍!
목을 비틀고 있던 두 장군의 몸에서 검은빛이 솟아올랐다.
상대는 뜻밖의 대상이었다.
일부러 성신 시스템을 모방하여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것일까.
그리고 가증스럽게도 성신의 흉내를 내는 풍요가 말했다.
[자신의 부하는 24년 전의 일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재앙신과 자신들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말이 떨어지기도 채 전에 뱀눈의 안광이 살벌하게 빛났다.
그리고.
쾅!!!
손의 악력과 함께 터져나가는 풍요 장군의 머리!
콰직!
마침내 흩어지는 핏방울과 함께 이건이 입꼬리가 험악하게 올라가고.
“꺼져, 니들은 다 죽었어.”
털썩.
시체가 죽이 되어 쓰러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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