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01)
제300화. 혼돈 (3)
“한참 찾았잖아. 여기 있었어?”
뒤에 나타난 건 한지민이었다.
동시에 천성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분명 눈앞에 있는 건 제 단짝 친구인데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참을 수 없는 공포와 불안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듯 엄습했던 것이다.
마치 소름끼치는 살인범을 보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이 자식이. 혼돈.’
하지만 그걸 눈치채진 못한 건지.
“성재야, 표정 안 좋아. 왜 그래?”
한지민의 태연한 질문에 천성재는 움찔했다.
고개를 돌리니 눈이 마주친 처녀좌 여신의 표정도 얼어붙어 있었다.
“성재야?”
그리고 표정관리가 안 되는 천성재의 낯빛을 읽은 것일까.
어깨를 붙잡은 한지민의 눈빛에서 묘한 섬뜩함이 느껴졌다.
“성….”
“에이, 뭐야! 놀랐잖아. 네가 왜 여깄어!”
“!”
천성재는 다급히 표정관리를 하며 자연스럽게 한지민의 손에서 벗어났다.
“대피소에 있는다고 했던 애가 여기에 있어서 깜짝 놀랐잖아.”
그 말에 한지민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연히 네가 걱정되니까 왔지! 부탁할 것도 있고!”
“부탁할 거?”
“응! 중상을 입은 사람이 있는데, 너라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중상?”
“어, 얼굴이 너무 훼손되어서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님을 따르는 성도 같아. 내가 길 안내할게, 따라와!”
그렇게 한지민이 천성재를 잡아서 어디론가 데리고 가려 할 때였다.
“!”
등을 돌린 한지민에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천성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지민아.”
“응? 왜?”
“그전에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성재야, 서둘러야해.”
“너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지.”
“응. 그래서 네가 같이 살자고 해준 거잖아.”
“그거 정말 교통사고 맞아?”
“무슨 의미야?”
“진짜 네 부모는 맞냐고.”
그 말에 한지민의 표정이 굳었다.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데?”
한지민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날 의심하는 거야?”
하지만 천성재는 달랐다.
“너 알프스에 갈 때 왜 우릴 따라온 거야?”
“!”
“이 알프스에서 의 지젤을 죽일 때. 너 그 근처에서 기절해 있었다고 했지.”
“성재야.”
“군주급이 죽이 되고 주변이 완전히 박살났을 수준이었는데, 어떻게 너는 상처 하나 안 남고 멀쩡할 수 있었지?”
“에이, 이건 님의 방어 권능이 워낙 뛰어나잖아. 그래서….”
“그러면 삼촌이 돌아왔을 땐 어떻게 삼촌이라 확신했는데? 성인급조차 눈치 못 챈 걸?”
결국 한지민은 한숨을 쉬었다.
“이 난리통에 혼란스러운 건 알아. 하지만 성재야, 나 조종 안 당하고 있….”
“재원이 형은?”
“!”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일까.
천성재의 눈에는 핏대가 서 있었다.
“성재야?”
“재원이 형은?”
“어… 미안, 오늘은 본 적이 없는데.”
천성재는 이를 악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 만난 적 없단 새끼가 어깨에 재원이 형 피를 묻히고 있는데?”
“!!”
한지민은 순간 놀라 재빨리 자신의 어깨를 살폈다.
하지만 살펴본 어깨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그래서 의아해서 천성재를 다시 보는 그 순간.
한지민은 깜짝 놀랐다.
“……!!”
천성재가 눈 앞에서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병신 새끼! 그런 건 어깨에 묻지도 않았거든!”
“!!”
천성재는 그 짧은 사이 수백 미터나 멀리 도망쳐 있었다.
한지민은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었다.
저게 자신을 낚아?
동시에 그의 눈빛에 험악한 살의가 어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을 낚은 천성재는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사실 천성재는 보았다.
‘재원이 형의 피.’
그랬다.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어깻죽지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피로 그린 듯한 낯익은 그림이.
[9999]마치 루미놀 반응을 보듯, 등에서 형광색의 문자가 발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틀림없는 신궁좌의 스킬.
[비밀 흔적 (C)]-눈에 보이지 않는 글씨를 쓸 수 있다
-스킬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글자의 내용을 볼 수 있다
그건 자신과 이재원만 쓸 수 있던 신궁좌 히든 스킬이었다.
그리고 레몬즙으로 글을 쓰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열하면 눈에 보이듯, 또한 피를 닦아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지만 루미놀 용액을 뿌리면 형광 빛이 나타나듯.
비밀 글씨를 쓰는 것이다.
동시에 형광색으로 발광하던 숫자 9를 보고 천성재는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문자는 암호다.’
그랬다.
자신이 아주 어린 시절.
전 국민이 괴수 경보 신호에 대해 교육을 받을 때였다.
‘그러니까 해골 하나가 경계, 해골 두 개가 대피, 해고 세 개가 피난, 네 개가 절대 접근 금지. 알겠어요? 우리 한번 같이 따라 그려볼까요?’
‘응응!’
‘어? 도련님, 왜 제일 위험한 단계에 9를 그리셨어요?’
‘왜긴! 비둘기는 구구구구 우는 걸! 비둘기 제일 시려!!! 어제도 비둘기한테 죽을 뻔해쪄!! 그러니까 세상에서 제일 위험해!! 꿈속에서도 아빠랑 엄마가 비둘기한테 잡아먹혀쎠!!! 게다가 아빠도 괴수는 잡지만 비둘기는 못 짭았셔!! 분명 엄청 쎈 거야!’
그 말에 자신을 업어 기른 이재원은 자지러지며 웃었었다.
‘하하하. 그럼 앞으로 우리는 9를 위험 신호로 쓸까요?’
‘응!! 그러쟈!’
즉, 그건 어릴 적 자신들이 쓰던 암호였다.
아빠가 잔뜩 화가 나 있을 땐, 당장 도망치란 의미로 회의실 칠판에 를 그리고, 화가 풀리면 들어와도 된다는 의미로 9를 하트로 바꿔놓고.
그리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지민의 몸에 그려져 있던 건 다름 아닌 !
‘형…!!’
틀림없었다.
형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
글자 주변에 더덕더덕한 피의 양, 가까스로 쓴 듯한 글씨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틀림없이 죽을 만한 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굳이 몸에 부담 가는 스킬을 써가며 에게 들키지 않을 메시지를 남긴 건, 분명 자신의 목숨 따위보다 자신들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일 터!
때문에 천성재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저놈이 아빠가 경고한 놈이 틀림없다.’
필시 !
물론 한지민이 언제부터 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중간에 빙의한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었는지.
하지만 뭐가 되었든,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뭐든 완벽한 스킬은 없으니 그만한 리스크가 어마어마할 테지만.
‘아무튼 빨리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잘못하면 전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 짓인지, 어떤 통신도 먹통.
심지어 텔레포트나, 귀환. 하물며 성신과의 교류스킬에 공격, 방어 스킬까지!
그야 모든 스킬까지 전부 쓸 수 없는 상태!
최대한 방해를 하지 않는 곳까지 나가야 했다.
‘뭐, 내가 못 알려도 다행히 함께 있던 처녀좌 권속신이 모두에게 알려줄 것 같지만.’
자신이 자리를 뜨는 그 순간, 그 권속신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뭐 그를 위해 일부러 자신이 의 시선을 끈만큼, 작전은 성공한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쿠구궁!
“!!!”
천성재는 갑자기 날아온 일격에 비명을 질렀다.
엄청난 일격이 그의 다리를 망가뜨렸다.
“아 진짜, 역시 눈치 빠른 꼬맹이는 딱 질색이야.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알면 내가 너무 곤란하잖아. 아직 신궁좌는 하나밖에 못 죽였는데.”
“……!!!”
한지민, 아니 이 쫓아와 있었다.
그는 가증스럽다는 듯 웃고 있었다.
“뭘 그리 놀라? 내가 널 하루 이틀 봤다고 생각해? 설령 인간으로 태어났다 한들, 너 까짓 거 하나 추적 못하게.”
“!!”
천성재는 놀랐다.
말투로 들어볼 때, 한지민은 다른 놈들처럼 빙의한 형태는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왜. 나도 머저리 처럼 인간 몸에 빙의한 줄 알았니?”
“……?!”
“처음부터 난 나였고, 널 처음 만났을 때에도 나였다. 약해빠진 한지민.”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허, 빌어먹을 놈이 지 계획에 방해된다고 날 갓난 애새끼한테 가두어버렸거든! 개새끼, 그러게 누가 자꾸 의미도 없는 회귀를 중요한 순간에 하래?!”
그랬다.
때문에 매번 중요한 순간에 강제 회귀를 당한 은 어느 순간부터 의 암살을 노렸다.
자신은 죽일 수 없으니, 교묘하게 사건을 조작해서 말이다.
죽일 수 없으면, 최소한 놈의 계획이라도 망가트리고자 일부러 성신들도 연우도 자기가 스틸한 적도 있었다.
뭐, 그래봐야 결론은 다 실패.
[동생아. 인간 몸에서 머릿속 식히려무나] [아악!! 개새끼야! 죽여버린다 진짜!]인간의 몸에 갇혀 있으면서 원래 몸 주인이던 한지민의 영혼은 점점 사라져 이젠 티클 만큼만 남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16,498번째 회귀부터는 한지민의 몸에 갇혀 있다가 회귀했다.
그리고 그 말에 천성재는 어처구니가 없던 모양이었다.
“그럼 내 옆에 있던 것도 다 노린…!”
그러나 곧 그는 아차 싶었다.
“너 그러면 설마, 삼촌이 나오고 난 뒤에 마트에 나왔던 거미도!!”
한지민은 깔깔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성역 한가운데야. 성신의 가호를 받는 도시 한복판에 그만한 놈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심지어 성신이 봉인해둔걸?”
“!”
“내가 그 봉인을 풀어서 쨘하고 소환했지. 우리 이건 님의 몸을 풀어주려고. 뭐, 좀 고생시키려 보낸 걸 설마 죽으로 만들 줄은 몰랐지만. 역시 이건이야.”
천성재는 핏대를 세웠다.
“목적이 뭐야!”
“이건이 가진 의 각성.”
“!”
팔짱을 낀 한지민은 가늘게 웃었다.
“주변인이 죽으면 아무리 그 이건이라도 뚜껑 열리겠지??”
“!”
“아니, 반드시 열려야해. 이건은 그 수많은 회귀 중에서도 우리가 본 적 없던 유일한 존재. 이 세계에만 나타난 돌연변이야. 분명 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놈일 거거든.”
아무튼 그래서 잘 숨어가며 계획을 진행하려 했는데.
“하기도 전에 이재원이 먼저 눈치를 채 버렸잖아. 절대 눈치를 못 채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아챈 거야?”
권속신을 앞두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혼돈이 그걸 알 턱 없다.
“뭐, 걱정 마. 계획은 어긋났지만 너도 곧 처리해줄게. 아무리 그래도 조카 뒤지면 천하의 이건도 뚜껑 열리겠지? 죽음의 신으로 개화하겠지?”
“……!”
이 새끼가??
“ 따위 있으면 안되거든. 이 6단계 죽음으로 승격하려는 걸 막을 테니까. 그래서 을 올려서 생명이 4단계가 되는 건 막아야지.”
4단계까지만 되어도 의 힘은 급격하게 세진다.
하지만 혼돈이 노리는 건 6단계 .
“6단계는 말 그대로 이성 따위 없는 폭주 상태인데,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최강의 재앙신! 기대되지 않니? 그거면 시간도! 세상도! 대성신들도! 인류도! 모두 멸망시키고 내 힘으로 삼을 거야.”
천성재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미세한 알림소리가 돌아왔다.
[의… 치료…가 끝나…갑니다] [남…은 시간 30초] [29초]“음, 6단계가 되려면 5단계부터 되야 하지만, 우리 애들을 보냈으니 5단계 성장은 금방이겠지?”
[5초] [3초]힘이 회복된 천성재가 눈을 번득일 때였다.
“커헉!!”
잔재주 부리지 말라는 듯, 천성재의 몸이 뚫렸다.
“헉…!!”
“평신도긴 하지만, 나도 나름 뱀주인좌 소속이야. 알람이 안 들릴 줄 알아?”
“……!”
“응, 이래서 은 없애야 한다니까. 무슨 바퀴벌레잖아. 그래봐야 의 기운이 너무 세서 의 레벨도 못 올리겠지만….”
동시에 천성재는 생각했다.
‘혹시 아빠가 말한 게 이거였나.’
신궁좌 전멸이란 게.
그런데 그때였다.
[ 3단계의 경험치가 올라갑니다] [ 3단계의 경험치가 올라갑니다]…
그 엄청난 알림에 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이건 이 새끼, 방심을 못하게 하네! 도대체 뭘 하고 있길래…!”
결국 당황한 그가 천성재부터 빨리 죽이기로 했다.
“조카를 죽이면 이건도 뚜껑 열려서 단번에 의 신이 되겠…!”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쾅!!!
콰과과광!!!
엄청난 공격이 그 둘을 갈라놓았다.
“크윽…!! 누구냐!!”
여지껏 느껴보지 못했던 힘이었다. 순간 도 뒷걸음을 칠 정도로.
그래서 은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뭐야, 신급?’
마침내 그들의 앞에 누군가가 등장했다.
금녹빛의 빛을 머금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낯익은 얼굴에 천성재도, 도 깜짝 놀랐다.
“내 아들한테서 손 떼!”
“아빠!”
열받은 휴고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듯한 살의와 힘을 뿜고 있었다.
하물며 상태가 평소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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