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53)
외전 26화. 악마의 탑 (2)
그렇게 세월은 흘러, 이건이 세상에 나타난 지 4년째가 되던 해.
2005년 1월이었다.
동시에 이건과 휴고가 진짜 친구가 되고 3년째가 되던 해.
그 3년 동안 세상은 많은 게 변해 있었다.
[이건, 13명 중 단연 돋보여] [이건이 또 인류의 땅을 되찾아왔다!]괴수들에게 잡혀간 수천만 명의 포로들은 모두 이건 덕분에 살아났고, 괴수에게 빼앗긴 인류의 땅도 무려 절반이나 되찾아왔다.
그리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4대 공략전부터 각종 유명한 공략전들은 전부 이 사이에 나온 것들이었다.
하물며 그새 개화한 휴고의 능력은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이건을 상대로는 도통 들어먹질 않았지만 괴수가 어디에 나올지, 어느 쪽으로 사라질지, 알 수 있었으니까.
물론 2004년. 이 나타나면서 인류가 밀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이건을 찬양했다.
“이건과 12사도들이면 어떻게든 붉은 눈을 잡을 수 있다!”
“인류의 희망들이야!”
“이건! 나는 이건만 믿는다!”
물론 이건은 입이 더럽게 험하고, 때때론 남의 나라의 정상들을 발로 까대기도 했지만, 그런 거야 뭐 어떠랴.
“이건이 있으면 왠지 우리가 질 것 같지도 않아.”
“맞아.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오니까.”
“지금까지 해온 것만 봐도 강한 사람이야.”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다른 사도들은 점점 강해졌지만, 이건은 활약하는 만큼 점점 쇠약해졌다.
마치 닳고 닳아가는 자동차 타이어처럼.
혹은 폭풍우를 뚫고 모두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지만, 결국엔 파도에 치여 홀로 고물이 되어가는 함선처럼.
그리고 2005년 1월 1일.
이건의 건강 문제는 세상을 신음하게 하는 최종 보스, 의 토벌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도 거론되었다.
“예? 이건을 포함해서 13명 전원 악마의 탑에 들어간다고요?!”
“예. 더 이상 붉은 눈을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하여 일주일 뒤. 저희 13명은 모두 붉은 눈의 둥지! 악마의 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12사도들의 말에 기자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13명이라니요. 이건은 최근 부상을 크게 입어, 입원하지 않았었습니까?”
“그런데 붉은 눈 토벌이라니…!”
기자회견장은 크게 술렁거렸다.
그리고 그 술렁거림에 장루이가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걱정하시는 바는 알겠지만, 이 토벌을 기획한 건 다름 아닌 이건입니다.”
“예?!”
“한 달 전, 이건이 입원하게 된 계기. 붉은 눈과의 전투에서 붉은 눈 역시 많은 힘을 소모했습니다. 그래서 새 둥지로 날아가 힘을 회복하고 있죠. 전례가 없는 일이며, 또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인 겁니다.”
장루이의 말에 스티븐이 이어 말했다.
“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이건 역시, 이번이 아니면 결코 붉은 눈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저희도 그리 생각하고 있고요.”
“그럼…!”
“예. 반드시 저희가 붉은 눈의 목을 따오겠습니다.”
그 선전포고에 사람들은 눈물의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12사도 중 누가 말했다.
“이건 말이야.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찜찜하다는 듯 입을 연 건 다름 아닌 케빈이었다.
안 그래도 한 달 전, 붉은 눈과의 사투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이건이 아닌가.
그땐 자신들도 없어서 붉은 눈이 얼마나 쇠약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한테 이번 일은 무리인 거 아냐?”
걱정의 의미를 담은 말이었는데, 황소좌 이반은 다른 의미로 웃었다.
“그러게. 최근엔 우리 뒷바라지나 하는 놈이잖아. 악마의 탑에서 도움이나 되겠어?”
“야.”
“왜. 내 말이 틀려?”
이반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도 그럴 게 최근 1년. 이건의 몸 상태는 정말 심각해졌다.
3년 전, 러시아 토벌 이후로 몸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같더니, 최근 1년 사이엔 거의 전투에 임하지 못할 정도.
이건을 재수 없어 하는 이반은 꼴좋다는 듯 하하 웃었다.
“저급 괴수에게 쳐맞고 날아가지 않나. 그놈은 오히려 방해잖아. 오죽하면 이 괭이 놈도 전투에서 빠지라고 이건한테 화를 냈겠어? 다들 기억 안 나?”
지목받은 스티븐은 한숨을 쉬었다.
뭐, 확실히 자신이 이건에게 그런 말을 하긴 했다만.
“야. 그때는….”
“지금은 우리 무기들이나 고쳐주고 있는 칼갈이잖아. 칼갈이!”
“뭐? 칼갈이?”
같은 대장장이인 세르게예비치가 이반을 슬쩍 흘겨보자, 이반이 그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니. 너 말고 이건 말이야.”
“…….”
“아무튼 상대가 상대니 이건도 악마의 탑에 데려가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칼갈이로서야. 다들 내일 작전 짤 때 참고하라고. 우리랑 똑같은 우대를 받는 건 짜증 나니까.”
그러자 물자 수급을 맡는 양웨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은 전투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쓸 만하지 않나?”
이건의 귀신같은 감은 절대 버릴 것이 못 됐다.
그 말에 소피도 동의했다.
“하긴. 악마의 탑에서 길잡이를 맡길 만한 건 이건이죠. 붉은 눈의 힘이 약해진 걸 파악한 것도 그 빌어먹을 남자고.”
“길잡이? 지금 설마 칼갈이한테 리더를 맡기자고?!”
이반이 크게 화를 내며 흥분하자, 장루이가 그런 그를 토닥였다.
“뭐, 진정하십시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때도 셰르파는 필요하지 않습니까.”
“!”
장루이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리 이건이라도, 가이드 정도는 잘 해내겠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이 전투에 도움이 안 되는 건 맞지만, 길잡이로서는 완벽했다.
어떤 괴수가 위험한지, 어느 경로가 접근하기 좋은지.
인정하긴 싫어도 그 짐승 같은 감은 자신들 중 최고였으니까.
그리고 전투 참여가 아니라 가이드라면 이건도 악마의 탑에 들어가도 괜찮겠지.
그래서 먼저 말을 꺼냈던 케빈도 수긍했다.
하지만 딱 두 사람.
헤일리와 휴고만큼은 이건이 악마의 탑에 들어가는 걸 반대하고 있었다.
헤일리는 악마의 탑이 그 대군주 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휴고는…
‘그 몸으로는 가이드조차 힘들 텐데.’
그는 누구보다 이건의 몸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건이는 이제 자동차 경적 소리도 못 들을 수준이다.’
얼마 전, 이건을 만나러 갔던 휴고는 차에 치일 뻔한 이건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원래라면 자고 있어도 차를 피할 수 있는 녀석인데.’
물론 괴수 토벌은 또 괜찮을지 몰랐다.
청각이나 다른 몸의 기관의 기능은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괴수의 기운만큼은 잘 느끼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도 얼마 가지 못했다.
“건아. 집에 있어?”
한국.
이건과 휴고는 원래 육로를 통해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의뢰를 해결했지만, 1년 전부터는 아예 집을 얻었다.
이건의 몸이 악화되면서 더 이상 장거리 토벌전은 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래도 그 덕분에 몸은 상당히 좋아졌지만.’
재원이한테도 방 하나를 내준 모양이고 말이다.
아무튼 지금은 간병 겸 이건과 함께 살고 있는 휴고가 집 문을 열었다.
“건아. 기자회견 끝났어. 생방송이었다던데 TV로 봤ㄴ… 뭐야. 자잖아.”
TV로 기자회견을 보고 있었던 건지, 이건은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휴고가 배고픈 듯, 냉장고에서 음식들을 꺼내며 말했다.
“아무튼 네 말대로 일주일 뒤로 최종 픽스 됐어. 작전은 내일 만나서 짜기로 했는데, 그때 너도…건아?”
이건을 본 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뭔가를 확인한 휴고가 얼어붙은 얼굴로 이건에게 향했다.
“건아?”
휴고는 다급하게 이건을 흔들며 깨웠다.
“건아! 일어나봐! 숨 쉬어! 건아!”
휴고가 강하게 흔들며 뺨까지 쳤지만, 이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꿈쩍하기는커녕, 아무리 두드려도 숨을 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리모콘을 붙잡고 있던 이건이 손이 주륵 미끄러졌다.
쾅!
결국 손이 시체처럼 떨어지는 그 모습에 휴고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건아!!”
휴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미친 듯이 이건을 깨웠다.
“건아, 야 이건!! 일어나봐! 건아, 제발!”
그리고 얼마나 두드리며 깨웠을까.
결국 휴고가 다급하게 구급차를 부르려는 그 순간이었다.
“아씨… 뭐야. 시끄럽게.”
“건아!”
휴고는 안도하며 핸드폰을 던졌다.
안 그래도 최근엔 이건이 잠들면 두 번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까 봐 늘 노심초사하던 참이었다.
“놀랐잖아! 일어나지를 않으니까 구급차까지 부르려고 했는…컥!”
“야. 뒤질래? 오버하지 마 새끼야. 응급차는 무슨.”
한 대 얻어맞은 휴고는 어이가 없었다.
“오버? 야! 장난해? 너 방금 숨을 안 쉬었어! 너 깨워도 못 일어났다고!”
“뭐래. 병신이. 다시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쓸ㄷ….”
휴고는 목구멍까지 욕이 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아. 너 악마의 탑에 가지 마.”
“뭐?”
“가지 말라고! 너 지금 거기 갈 몸 상태 아니야!”
“뭐래. 새끼가.”
“너 얼마 전에는 공사 중 판넬을 못 봐서 맨홀에 빠졌었어! 시력까지 맛 간 새끼가 지금 괴수 보스의 본거지에 들어간다고? 거기가 어떤 곳인지 알긴 아는… 악!!”
“닥쳐 새끼야. 일시적이었던 거야. 괴수 잡는 데는 아무런 지장 없어.”
“아오!”
결국 휴고는 의사를 찾아갔다. 정말 이건 말대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며칠 후 검사 결과.
휴고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다.
“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님 수명이요. 앞으로 1년도 안 남으셨다고요.”
“예?”
“소피 님에게 전달받은 내용도 있고, 혹시나 싶어 자세하게 체크를 해봤어요.”
의사는 심각하게 휴고를 보았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신체나이는 이미 80세를 넘었고. 사실 장기들 상태만 봐도 지금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라서…. 잘해야 1년… 아니 사실 말이 1년이지, 정도에 따라서는 한 달도 못 버티실 거예요.”
“아니, 한 달이라니…! 아직 5년은 남았다고…!”
“그동안 계속 괴수를 잡으셨으니까요.”
“……!!”
“이 상태면 괴수를 잡을 때도 엄청난 고통이었겠죠. 상상도 안 갑니다.”
휴고가 넋을 잃듯, 얼어붙자 의사가 쓰게 웃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지금처럼 계속 괴수를 잡을 경우에 한 달인 겁니다.”
“…그, 그럼!”
“걱정 마세요. 지금이라도 괴수 잡는 걸 그만두시고, 평범하게 살기만 하면 수명을 5년 이상 늘릴 수 있을 겁니다. 각성자시니까요. 하기에 따라서는 10년, 20년, 30년. 얼마든지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즉, 괴수를 잡으면 1년 미만.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게 되면 수십 년 이상.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는 휴고 님이 더 잘 아시겠죠?”
모를 리가.
“악마의 탑은… 인류의 입장에선 솔직히 가시는 게 안심이 되지만, 환자 개인을 위해서는… 역시 안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레벨의 괴수를 죽여도 그 정도일 텐데… 악마의 탑 정도면….”
휴고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자마자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은퇴를 하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
하기에 따라서는 노년까지도.
그래서 기뻐하며 이 사실을 이건에게 알리려고 하는데, 문자가 날아왔다.
– 예정대로 13명 모두 악마의 탑에 들어간다.
– 재원이는 두고 갈 거니까, 물건들은 네가 잘 챙겨놔.
휴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악마의 탑에 들어가기 바로 전날 밤.
호프집에 치킨을 뜯으러 간 이건을 불러 말했다.
“건아. 너 내 자식들 보고 싶지. 그러니까 악마의 탑은 가지 말자.”
이건은 어이없다는 듯 휴고를 보았다.
“뭐래. 결혼 안 할 거란 새끼가. 너 설마 사고쳤냐?”
“뭐? 이 새끼가 미쳤… 아, 됐고! 너 나랑 같이 실버타운이나 들어가자고! 악마의 탑에 가지 말고 요양하자니까??”
“아니 이 새끼가 갑자기 왜 이래?”
“건아.”
결국 휴고는 참다못해 말했다.
“너 내일 죽을 거야.”
예언가가 말했다.
아주 심각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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