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52)
외전 25화. 악마의 탑 (1)
휴고와 이건이 진짜 친구가 된 지 일주일째.
“이런 미친.”
“이건 또 무슨 광경이야.”
이건의 병문안을 찾아온 12사도들은 어이없어했다.
눈앞에는 낑낑 물건을 나르는 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휴고가 나르는 물건들은 다름 아닌 간식, 식사 등 먹거리와 게임들.
전부 이건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이건은 그런 휴고를 향해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가리켰다.
“야야, 빨리 이거 치워봐. 좁아서 게임을 할 수가 없잖아.”
“아니!!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왜 날 시키는 건데!!”
“왜긴! 니 새끼가 제일 만만하니까!! 친구가 이 정도도 못 해줘?!”
“뭐가 어째?! 야!!”
그 둘의 모습에 사도들은 어이가 없어진 듯했다.
물론 그들이 이건의 병문안을 오는 일은 드문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건이 하루 이상 입원한 적은 없었다.’
하물며 최근 이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소문을 들은 그들이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아니지만, 이건은 자신들 중 가장 강한 능력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건을 모셔가려는 상황이었다.
즉, 그가 무너진다는 건 세계의 정세가 바뀐다는 의미나 마찬가지.
그래서 이건의 상태를 살펴볼 겸 온 것은 좋은데.
“야. 쟤들 친구 먹은 거 아니었어? 이제 제자 아니라며.”
“왜 제자 때보다 더 부려 먹히고 있는 느낌이지?”
그랬다.
휴고는 이건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환자 간호였지만 글쎄.
“택수야, 간식 떨어졌다니까. 빨리 대만 가서 사오라니까??”
친구를 먹은 후, 이건은 오히려 더 휴고를 부려먹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똘마니한테는 너무 쪼잔해서 못 시키던 것도, 친구한테는 눈치 볼 것 없이 부려먹을 수 있잖아?”
“아니, 보통은 안 시키거든?!”
“아, 진작 친구 먹을걸. 완전 편하네.”
열받은 휴고는 이건에게 쓰레기 뭉치를 내던졌다.
오히려 그간 있었던 존경심(?)마저 곤두박질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나마 스승님일 땐 멋있어 보이기라도 했지.’
그전에 이건은 볼 때마다 후광도 넘치고, 존경스럽고, 항상 멋졌던 것 같은데.
지금은….
“택수야아, 똥 마렵다, 화장실에 사람 있는지 보고 와라.”
“그냥 여기서 싸!”
“그리고 나 밥 좀.”
“니가 가져다 처먹어!!”
휴고는 씩씩거리면서도 도시락을 가져갔다.
휴고가 가져간 건 바로 검은색과 하얀색 도시락 케이스였다.
하지만 그 도시락에 이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거. 케이스부터 뭐가 이렇게 비싸 보여? 이거 네가 산 거 아니지?”
그 말에 헤일리와 케빈이 화들짝 놀랐다.
그 도시락은 각각 케빈과 헤일리가 사온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물은 전부 보약 성분.
하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휴고가 말했다.
“병실 앞으로 온 배달품 중에 있더라. 팬이 놓고 간 선물이겠지. 내용물 체크는 끝냈으니까 먹어도 돼.”
이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건이 도시락 뚜껑을 열자 헤일리도, 케빈도 내심 두근두근 기대하는 눈치였다.
헤일리는 이건이 자신이 싼 도시락을 먹어준다는 점에서, 케빈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약 성분이지만, 맛까지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싼 도시락이다.’
‘이곳저곳에서 최고급으로만 힘겹게 공수해온 세계 유일한 도시락이다.’
그야말로 서로 개고생을 했다.
하지만 도시락 뚜껑이 열린 순간 이건의 표정이 괴이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 이거 정말 선물 들어온 거?”
“어. 그러니까 맛있게 먹도록 해.”
이건은 침울하게 도시락을 보았다.
초호화 한식이 담겨 있어야 하는 검은색 도시락에는 스팸 깡통, 식용유 세트, 심지어 컵라면까지 담겨 있었다.
“아니, 뭐… 명절선물… 그래 스팸 좋아하지. 그래도 누가 이런걸….”
그리고 그 광경에 헤일리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아니, 저게 왜 내용물이 바뀌어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미리 헤일리의 도시락의 내용물을 바꿔친 케빈이 헤일리를 보며 킥킥 웃었다.
‘네 도시락 따위를 이건에게 먹이게 할 것 같냐.’
이건이 케빈의 도시락을 열자 케빈은 으스대듯 의기양양해졌다.
‘자, 이 몸이 고생한 만큼 칭찬해라. 인정해!’
그러나 이건이 도시락을 개봉한 순간, 이번엔 케빈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양식이 담겨 있어야 하는 하얀 도시락에는 아령과 단백질보충제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케빈의 도시락을 다른 것으로 교체해둔 헤일리가 눈을 번득였다.
‘감히 이건에게 독을 먹일 것 같더냐.’
이건은 어이가 없다는 듯 단백질보충제를 들었다.
“그…래. 단백질…도 중요하지?”
결국 내용물을 검수했던 휴고는 풉 비웃음을 터트렸다.
“맞아. 근손실은 위험하지. 일주일이나 누워만 있었잖아? 아주 좋은 선물… 커헉!”
“너나 처먹어. 새끼야.”
그리고 그쯤 되자 도시락 재료를 공수해왔던 처녀좌 권속신들과 전갈좌 권속신들이 미친 듯이 싸우기 시작했다.
하물며 그 틈을 타서 이건에게 도시락 장사를 하려는 양웨이와, 이건의 병실에 이상한 걸 설치하는 마갈좌 세르게예비치.
거기에 휴고의 물건을 훔쳐가려는 소피에, 슬라임과 천공의 단죄를 가져가려는 스티븐까지.
결국 병실 내부가 시장통이 되자 이건은 눈을 부릅떴다.
“됐으니까 전부 꺼져! 새끼들아!”
사도들을 전부 내쫓은 이건도 볼일이 있다는 듯 나가자 휴고는 탄식했다.
“이제야 다 나갔네. 시끄러워서 혼났어.”
“아니요. 아직 남아있는 사람이 있는데요.”
“뭐? 있기는 누가 있다고….”
그러자 이재원은 대답대신 품에서 바늘을 뽑아 소파를 푹 찔렀다.
동시에 소파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야!!”
그 소리에 휴고가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소파가 빛을 내며 낯익은 얼굴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리브 씨!”
리브 리치(19).
그녀는 만변의 마술사라 불리는 물고기좌 성인이자, 훗날 성신에게 몸을 빼앗기고 의 배 속에서 발견되는 소녀 마법사였다.
그리고 엉덩이에 바늘이 찔렸던 걸까. 엉덩이를 살살 문지르는 리브는 이게 무슨 짓이냐며 이재원을 살짝 쏘아보았지만, 정작 이재원은 자신이 뭘 잘못했느냐며 활짝 웃었다.
“항상 사물로 변신하셔서 저희를 스토킹하고 계셨죠? 이건 님하고 휴고 님은 눈치 못 채셨던 것 같지만, 이제부터는 찌르는 걸로 안 끝내요.”
그러자 리브는 입을 삐죽이면서 휴고를 보았다.
“휴고한테 묻고 싶은 게 있었을 뿐이야.”
“뭐? 저요? 건이가 아니라?”
“거해좌가 너하고 이건 사이에서 이간질을 하려 했다던데.”
“아, 예. 서로 오해가 생겨서 넘어갈 뻔했죠 뭐.”
그러자 리브는 미묘한 시선으로 휴고를 보았다.
“혹시 장루이가 이건의 모습으로 나타난 적은 없고?”
그 말에 휴고는 무슨 헛소리냐며 웃음을 터트렸다.
“변신 스킬은 물고기좌만 쓸 수 있잖아요.”
“어? 거해좌나 백양좌도 복제 기술을 쓸 수 있지 않아요? 분열의 거해좌는 , 대량생산의 백양좌는 . 서로 협력하면 도플갱어가 탄생하게 되는 게….”
이재원의 말에 휴고는 고개를 저었다.
“성신들은 자존심이 세서, 신좌끼리는 스킬 공유를 절대 안 해. 정보가 새어나갈 수도 있고. 그리고 설령 그렇게 도플갱어가 만들어졌다 해도 변신술사인 물고기좌가 아니면 가짜 티가 나. 성신은 바로 캐치하거든. 그렇다고 설마 당신 짓은 아닐 거 아닙니까.”
“!”
휴고는 리브를 잘 알았다.
지독한 귀차니스트에 히키코모리라 거해좌와 손잡을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자 변신술사 리브는 침묵했다.
“리브 씨?”
“아, 응. 그렇지. 우리 물고기 신좌는 아니지.”
리브는 의심하듯 자신의 성신 마크를 보았다.
* *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이건과 휴고를 살필 겸, 이건의 병문안을 왔던 장루이는 병실 밖에서 굉장히 화를 내고 있었다.
“허, 믿음이 부활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예 새로운 줄이 생겨났어?”
그는 휴고에게 생겨난 새로운 인연 줄에 어이가 없었다.
‘분명 물고기성신이 휴고의 실은 소멸시켰을 텐데.’
하지만 그 대신 훨씬 두터운 가 생겨났던 것이다.
하물며 잘라냈던 도 스스로 붙기 시작했다. 마치 신앙심에 의해 복구되는 것처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지만 놀라고 있을 틈도 없었다.
“야. 아까부터 힐끔힐끔 누구를 훔쳐보는 거냐?”
“?!”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장루이가 얼굴을 맞고 날아갔다.
쾅!!!
건물을 뚫고 날아간 장루이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리고 피를 토하며 몸을 일으켰을 때, 장루이는 신음을 흘렸다.
“큭!!”
이번엔 발이 장루이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정없이 장루이를 날려버린 장본인이 눈을 번득였다.
“남의 목소리나 흉내 내서 사람을 이간질이나 하려 하고.”
그 낯익은 목소리에 장루이는 눈을 부릅떴다.
“…이건!!”
동시에 소리를 듣고 기자들과 12사도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리고 사도들은 이건에게 얻어터지고 있는 장루이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야! 이건!”
“뭐 하는 거야!”
그들은 피 떡이 된 장루이를 보며 제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이건이 성질머리가 더러워도 같은 사도를 공격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장루이 역시 그렇게 쉽게 당할 인물이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한 번만 더 개수작 부리기만 해봐라. 그땐 이걸로 안 끝난다.”
이건은 장루이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거해좌 성신의 기운에 눈살을 찌푸렸다.
‘병신새끼가 뭔 대가를 바친 건지.’
수트에 가려져 있지만, 장루이의 몸이 썩어가는 것이 이건에게는 보였다.
그래서 말했다.
“너 그러다가 금방 죽는다. 뭐가 중요한지 잘 파악하는 게 좋을걸? 아, 참. 네 더러운 병문안 선물은 필요 없으니까 도로 가져가.”
이건은 장루이가 들고 왔던 과일바구니를 장루이에게 던지며 돌아섰다.
그리고 사도들 앞에서, 언론 앞에서 피 떡이 된 장루이는 수치스러운 듯 몸을 떨었다.
실제로 물고기 성신에게 힘을 빌리는 대신, 일시적으로 힘을 바친 대가로 힘을 쓸 수 없었던 그였다.
그런데 하필 그 틈을 노려 자신을 노려?
하물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가 누구한테 저따위 충고를 해?
‘금방이라도 죽을 시체 꼴을 한 게 어디의 누군데!’
장루이는 눈을 부릅떴다.
‘어디 누가 먼저 죽나 해보자.’
* * *
그리고 그날 저녁.
“당신 짓이지?”
물고기좌의 성인, 리브는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물고기좌의 성신.
준우를 죽이고, 13번째 성신을 죽이기도 한 마법신좌의 성신이었다.
그리고.
“거해좌한테 변신 스킬을 빌려준 게 당신이냐고 물었잖아.”
그 성신의 성인인 리브는 사실 중간 중간 기억이 없었다.
성인의 몸에 성신이 빙의할 경우, 대부분은 그 순간의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리브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리브는 깨달은 것이다.
“이건과 휴고는 장루이가 목소리 변조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당신이 내 몸에 빙의해서 장루이를 변신시켜 준 거지? 그걸로 장루이가 휴고도, 헤이지도, 전부 이간질한 거고.”
그러자 두 명의 물고기 성신 중, 언니 쪽이 말했다.
[그러하면 어쩌겠다는 것이지?]“전부 다 말해야지.”
[말해?]“그래. 그리고 당신하고 계약도 끝이야.”
“어차피 성신은 사도가 없으면 힘을 발현하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더냐? 물병좌의 성녀는 자신의 분수를 깨닫고 알아서 자기 성신에게 무릎을 꿇었다던데.]“난 이건이 마음에 드니까.”
뭐, 인성적으로는 사뭇 좋아할 수가(?) 없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신들은 뒤가 구린 느낌이 들거든.”
성신들에 대해 뭔가 중요한 사실을 눈치를 챈 리브가 성신과의 계약을 끊어버리려는 그때였다.
[정말 네 사도를 먹어치워도 돼?]“!!”
낯선 목소리와 함께 리브의 몸이 얼어붙었다.
등 뒤에는 성신도 인간도 아닌 악마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군주 중 하나 .
곧 물고기 성신이 웃으며 말했다.
[먹어치워.]동시에 리브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훗날 이건에게 배까지 뚫려 사망하게 되는 는 사정없이 리브의 영혼을 빼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쓰러져 있던 리브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 이걸로 내게도 몸이 생겼군.”
제 사도의 몸을 차지한 물고기좌 성신이 입꼬리를 올렸다.
붉은 눈이 나타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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