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465)
제424화. 아니 좀 (1)
그 무렵이었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거야.”
연우는 지금 얼굴을 붙잡고 있었다.
안 그래도 그녀는 이건에게 부탁받은 대로 권속들에게 [소원 들어주기]에 대해 전달했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녀는 자신이 한 말을 떠올린 것이었다.
– 결혼해줘.
이건이 소원이 있으면 다 들어준다고 하길래 자신도 모르게 툭 나오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무지하게 부끄러운 말을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텔레파시가 끝난 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연우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건이가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물론 어쩌다가 그 말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연우는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과거 준우와 이건과 함께 살고 있을 때였다.
– 아, 신이 있다면 진짜 때리고 싶다.
준우는 툴툴거리면서 말했었다.
– 인간으로 태어난 건 좋은데, 난 왜 남자로 태어났지?
연우와 준우는 원래 쌍둥이 뱀. 준우가 동생 쪽이긴 했지만 자매였다.
물론 신들이야 상급신으로 갈수록 변신이 자유로웠고, 초월적인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성별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문제는 이번에 환생한 자신들이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뭐, 성별이 다르게 태어났기 때문에 신들에게 들키지 않고 자랄 수 있었던 것이지만….
– 건이 형은 어차피 내가 못 가져가니까. 누나한테 양보한다. 다른 사람한테 빼앗기지 마.
– 그냥 가족처럼 지내는 게 좋은 거면서.
–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는 거랑은 전혀 다른 문제거든?!
아무튼 그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웃어넘겼었는데.
‘건이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지?’
다시 만났을 때 건이는 이곳저곳에서 탐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까지 사용하려는 꼬마까지 있었다!
물론 이건 본인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긴 하지만, 뭔가 위기의식이 생겼던 것일까.
연우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단어를 말해버렸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연우가 얼굴을 부여잡고 없는 이불을 차고 있을 그 무렵.
함께 전갈좌 성역에 있는 쌍아좌 성인 헤이지는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이건과 연우의 대화를 들은 건 아니지만, 뱀주인좌의 권속신들의 반응과 연우의 대답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바로 눈치챈 그녀였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헤이지는 바로 같은 성인인 헤일리에게 가서 멱살(?)을 잡았다.
“너 왜 가만히 있는 거야!”
“??”
왜 그러냐는 눈빛에 헤이지는 속이 타들어가는 듯 헤일리를 마구 흔들었다.
“너 못 들었어? 권속신이라서 소원 들어준다잖아! 결혼 이야기 꺼냈잖아아아! 너 저거 보고만 있을 거야?”
헤이지는 너도 뭐라 말을 해보라는 듯 바라보았지만, 정작 얼음 공주 같은 헤일리는 태연했다.
“권속신이니까 소원 들어주기는 당연한 것이 아닌가.”
“뭐가 어째! 결혼이 당연한 거냐!”
“왜, 건이를 잘 챙겨줄 거 같은데.”
그 말에 헤이지는 속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원래부터도 성인끼리는 친하지 않았다지만, 이런 점에서는 참 죽어도 안 맞는다 싶었다.
“너 말이야! 둘이 희희낙락거리는 걸 볼 수 있어?”
“음… 그 모습까진 못 보겠지.”
“봐! 너도 못 볼 거잖아!”
“차라리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
그 미묘한 말에 헤이지는 고운 미간을 좁혔다.
이 녀석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헤일리는 좀 슬픈 듯이 말했다.
“그때쯤이면 난 없을 테니.”
“……???”
헤이지는 무슨 소리냐는 듯 헤일리를 보았다.
하지만 헤일리는 대답 대신 전갈좌 성신과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마 때는 자신이 으로 이건을 따라 신계에 갔을 때 였을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전갈좌 성신의 본체와 조우했던 그녀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 헤일리. 네 마음은 알겠다만. 딸아이처럼 생각하니까 말해주는 것이다.
– !
– 네가 뱀신에게 마음을 품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이상은 가면 안 된다.
– 그게 무슨 소리지?
– 너에게 현상금이 걸려 있는 건 알 것이다. 그럼 왜 현상금이 걸려 있는지 알고 있느냐?
– 그거야 나도 신계 침공 때 있었으니까… 신계를 망가트려서…?
–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네 태생적 업보 때문이다.
– 태생적…?
– 네가 크루더이면서도 왜 괴물 모습으로 못 변하는 줄 아느냐?
– ……?
– 너는 금지된 아이. 크루더와 신의 혼혈이니까 그런 것이다.
– ……!!
솔직히 놀랐었다.
제 모습에 대해선 의문을 품긴 했지만, 설마 부친 쪽이 신계 쪽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 네 부친은 내 친구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서 의문이 풀렸었다.
– 설마 그래서 날 성인으로 택한 건가?
– 그러하다. 어떻게 순혈 크루더를 성인으로 삼겠는가.
일리는 있었다.
만 봐도 칠색 팔색을 하는 전갈좌 성신이었다. 애초에 신 쪽의 피가 없었으면 성신의 힘을 받아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 그래서 뱀신이 네 정체를 알게 됐을 때도, 인간 진영의 냄새가 난다고 하지 않았느냐.
– ……!
확실히 그랬다.
그래서 이건은 자신이 완전한 괴수는 아닌 것 같다며 죽이지 않았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런 이유였나.
하지만 놀랄 만한 이야기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 네 어미가 신들에게 잡혀서 노동 당하는 이유도 그 업보 때문이다.
– …어머니가 신들에게 잡혀 있다고?
– 그러하다. 1세대 군주 . 그 업보 때문에 신들에게 붙잡혀서 신계의 양분이 되어주고 있지.
– ……!
왜, 라고 물을 것도 없었다.
– 크루더와 신은 원수 지간. 연을 맺는 것도 금기이며, 아이를 낳는 건 더더욱 안 된다.
신계의 법칙이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금기의 아이를 만들었기 때문에 1세대 군주인 화염이 잡혔고, 그 아이인 헤일리에게도 현상금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터부시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 두 종족이 가까워지는 순간, 다른 약한 쪽이 죽는다.
– ……!!
일종의 섭리며 저주라 했다.
– 아무튼 충고해주마. 뱀신과 몸을 섞는 건 고사하고, 가까워져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금기의 아이(혼혈)이라 명줄도 짧은 너이거늘.
원래부터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건 알았다. 원래부터도 헤일리에게 남아 있었던 시간은 고작 20년.
때문에 평생 이건의 옆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일찌감치 성인이 되어 괴수 자체를 지구에서 없애자는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닌가.
즉 이건이 돌아왔을 시점엔 이미 헤일리의 목숨도 길지 않았던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하물며 이건은 이미 헤일리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신이었다.
즉 이건과 가까워지면 죽는 건 헤일리 쪽.
그리고 헤일리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건의 손을 잡는 걸 택했다.
한마디로 수명이 좀 더 짧아진 것이다. 물론 헤일리는 짧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때문에 헤일리는 그 내막 대신, 헤이지에게 몰래 말했다.
“나는 이대로 이건을 지키다가 죽을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입 맞춰 봤으면 됐지.”
그 말에 헤이지는 멘붕이 온 듯했다.
아니 입을 맞추고 자시고, 수명에 문제가 있다니!
게다가 결혼조차도 못 볼 거라는 건, 수년도 못 넘길 거란 소리잖아?
“너 그게 무슨…!”
하지만 그 사실을 멀리서 몰래 엿들은 연우는 아차 싶었다.
‘업보 때문이구나…!’
에 대해선 연우도 알았다.
‘하지만 소문인 줄 알았는데.’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헤일리가 죽는다면 분명 이건이 슬퍼할 것이었다.
‘헤일리는 일부러 건이에게 말하지 않았겠지.’
성인이 될 때부터 수명이 짧은 걸 인지하고, 언제든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던 것 같으니.
곧 연우는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그래도 헤일리가 죽는 건 바라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룰북이 있으면 법칙 자체를 바꿀 수 있을지도.’
그리고 지금 그걸 가진 건 운명의 여신.
즉 의 권속이었다.
연우는 뭔가 생각한 듯, 눈을 반짝였다.
* * *
그리고 그 비슷한 시각.
[아악!! 주인님! 고정하시옵소서!] [죽이시면 안 됩니다! 죽이시는 건!]이건의 권속신들은 이건의 손과 다리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었다.
[주인니임! 진정하십시오!!!] [죽이는 것만큼은 안 됩니다!]“꺼져! 저 새끼 내가 죽인다!”
[조건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건 압니다만, 파격적이지 않습니까!] [무려 대성신이 권속으로 들어온다는 겁니다!] [그러니…!]“파격적은 개뿔이!!!”
그랬다.
곤륜의 대성신 는 이건의 권속신이 되어 주겠다고 했다.
대성신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조건이 있었으니.
– 결혼은 됐으니까, 여신인 채로 지내라.
“새끼가 뒈질려고 환장했나!!”
천공의 단죄를 뽑아 든 이건은 의 머리를 깨버리겠다는 듯 눈을 번득였다.
“내가 그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어야 하냐? 어? 근데 뭐? 파격적?! 니들이 그러고도 내 권속이냐!”
[아니 파격적이죠!]“뭐 인마?!!”
[결혼도 아닌데! 모습만 변하면 되지 않습니까!] [맞사옵니다! 초월적이고 존귀하신 최상급 신들에게 고작 인간 모습의 형태 따위! 무엇이 중요합니까!]“중요하거든?!! 매우 중요하거든!”
결국 죄다 죽여 버리겠다는 듯 이건이 의 힘을 뿜자, 는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 그래. 이제 좀 말을 쳐 듣는….”
[내 딸과 결혼해라.]“시X!!! 저 새끼 필요 없어!!”
이건은 차라리 저 새끼를 죽여서 업적을 가지겠다는 듯, 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는 혀를 차며 이건을 보았다.
[네가 그렇게 나오는 건 상관없다만, 내가 없으면 안 될 텐데?]“뭐 인마?”
[뱀신이여. 다른 대성신들이 어떤 놈들인지 모르지?]“……?”
[뭐. 조건은 그냥 해본 말이니 됐다. 아무튼 의견이 일치하니 도움은 되어 주마.]이건은 좀 화가 수그러진 듯 단죄를 내렸다.
아무래도 도 다른 대성신들에게 볼일이 있는 듯했다.
그 증거로 는 이건이 뱀주인좌의 힘을 써도 가만히 있었다.
“일단 니 새끼 우리 진영으로 지정했으니까,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
[네게 도움이 되는 전투 옷도 주마.]가 꺼낸 신부 옷에 이건은 다시 핏대를 세웠다.
이 새끼 역시 죽일까?
그리고 그럴 때였다.
“허. 저딴 게 신이라니 어이가 없네.”
“!”
낯익은 목소리에 이건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있었다.
“난리가 나서 왔는데. 넌 신계에서 뭔 짓을 했길래 신이라는 놈이 저러냐?”
사자좌 성인인 스티븐이었다.
아무래도 새 성인들에게 뒈진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대성신들이 지구에 숨어 들었으니, 살아 있는 놈들을 모아 오라 했더니 케빈이 찾아온 듯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움이 되는 놈들인 건 맞았으니.
그리고 스티븐의 성신인 사자좌 성신도 드물게 열 받아 있는 듯했다.
[우리 역시 협조하겠다. 감히 우리를 처형하려고 해?]화신체로 등장해 있는 사자좌 성신은 빡친 듯 이를 갈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는 우리가 맡아주지.]“그래? 그러면 도움이 될 애들이 있지.”
이건이 잘됐다는 듯 손짓하자 그의 그림자에서 여신 하나가 치솟아 올랐다.
휴고 때문에 이건의 모습으로 변해 있는 운명의 여신 중 하나였다.
“상대 쪽에 운명의 여신이 있으니, 분명 방어에 도움이 될거다. 한 마리 빌려주지. 그리고 네가 다른 성인들을 데리고….”
이것저것을 지시하던 이건은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 내 말 듣고 있냐?”
이건은 못마땅한 듯 스티븐을 보았다.
하지만 스티븐의 시선은 이건의 모습을 한 운명의 여신에게 꽂혀 있었다.
“새끼야?”
스티븐은 운명의 여신의 손을 잡았다.
“결혼해 주세ㅇ….”
빠각!!!
이건은 바로 로 스티븐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리고 쌍욕을 했다.
“아오! 왜 내 주변엔 정상인 놈들이 하나도 없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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