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83)
제83화. 명예의 시련 (3)
휴고는 제 귀를 의심했다.
아니, 저들이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처녀좌 성인을 죽여달라고?’
얼마나 기가 막히면 술까지 깨는 기분이었을까.
고트도 놀랐다.
세상에 성도들이 자신들의 성인을 죽여달란 이야기를 하다니.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그대로 교주나 왕을 죽여달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정도로 성인의 존재는 각별했다. 그리고 이정도 사안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꺼낸다고?
당황한 그가 주변을 살폈을 때. 고트는 깜짝 놀랐다.
‘…아니!’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멈춰 있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모습.
방금까지 액정 타블렛을 들고 난리를 치던 사자좌 성도들도 굳어 있는 상태였다.
그랬다.
그건 평범한 마법스킬이 아니었다.
‘처녀좌의 신좌스킬…!’
전투신좌이지만 계약신좌이기도 한 처녀좌의 스킬이었다.
쉽게 말해 이건과 계약을 하기 위해 독립된 공간을 열었다는 의미였다.
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일정 범위에 있는 사람들의 시간이 멈추는 것이다.
물론 스킬이 풀렸을 때, 사람들은 시간이 멈춘 걸 인지하지도 못한다.
그들에겐 그래봐야 1초. 찰나의 시간이었다.
고트도 마찬가지여야만 했다.
‘그런데 왜 난….’
하지만 금방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제 어깨에 올라와 있는 휴고의 손 때문이었다.
아주 강한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걸로 처녀좌의 영향력을 무마시킨 것이다.
그래서 처녀좌 측에서도 상당히 놀란 듯했다.
‘역시 성인은 성인이군.’
이건 외에는 전부 배제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딴 결계나 치고 성인을 죽여달라니. 무슨 수작이지?”
휴고의 매서운 눈초리에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방금까지 꽐라가 되어 이건을 찬양하던 사람과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다.
물론 상관은 없었다.
신궁좌는 어차피 이건의 동료였다. 지금부터 말할 일에 큰 전력이 되면 되었지, 절대 손해를 보진 않을 것이다.
그럴 때 휴고가 말했다.
“수작 부리지 말ㄱ…컥!”
휴고는 곧 제 정강이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그를 걷어찬 건 이건이었다.
“넌 술이나 깨고 말해.”
“허억…!”
“서, 성주님!”
“아씨, 너!”
휴고가 아파 죽으려는 광경에 처녀좌 군단은 내심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성인이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니.
아무리 신궁좌가 꼴찌신좌라고는 하나, 하나, 수천만 명의 스킬에 맞아도 멀쩡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파하는 휴고를 본 그들은 환호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
사실 성도들은 자신들의 성인을 공격할 수 없었다.
도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능력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자신들에게 힘을 준 것이 성신과 성인이기 때문이다.
마치 피조물이 창조물을 거스를 수 없는 이치라고 해야 할까.
다른 신좌의 성인이라면 성인을 죽일 수 있겠지만, 원체 성도들의 가드가 세고 막강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저런 이건이라면…!
아니나 다를까.
“부디 의뢰를 수락해주십시오!”
“이건 님의 성물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처녀좌 성인을 죽여주십시오!”
무릎까지 꿇는 그 광경에 이건이 히죽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잡으러 갈 놈이었는데 물건까지 돌려준다네.’
그뿐이 아니었다.
“성인께서는 이건 님의 성물을 처녀좌의 보물창고에 보관하셨습니다.”
“엄중하게 봉인 되어있지만, 틀림없이 그건 타락한 것의 피를 먹고 발광하는 .”
휴고와 고트는 놀랐다.
당연했다.
‘천공의 단죄라니.’
‘설마, 처녀좌가 가진 물건이라는 게…!’
이건은 기다렸다는 듯 웃었다.
역시 제 무기가 여기에 있었구만.
안그래도 쌍아좌가 말하지 않았던가.
처녀좌가 자신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휴고도 감회가 새로웠다.
이건은 생산직이지만 괴수를 상대하던 각성자. 엄연히 전투수단은 존재했다.
그것이 바로 .
어떤 무기도 제 수족처럼 다루는 이건이었지만, 그런 그가 괴수를 향해 쓰는 주무기였다.
이건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무기도 그것이었고 말이다.
무엇보다 그것은 붉은 눈을 잡았던 무기.
“그거라면 처녀좌 성인도 처리할 수 있으시겠죠.”
“그리고 거기에 있는 처녀좌의 보물도 드리겠습니다.”
심지어 보물까지 준단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휴고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그딴 거 안 줘도 죽이러 갈 생각이었는… 컥!”
휴고는 또 걷어차였다.
“술 깨.”
“……&*!”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12성인 중 하나가 자신을 탑에 가뒀다는 걸 아는 사람은 몇 안 되니까.
그리고 사실 휴고 외엔 한 팀으로 움직인 적은 거의 없지만, 딱 한번.
악마의 탑에서 손을 잡은 이미지 때문인가.
아니면 최초의 13각성자라는 전설적인 이미지 때문인가.
세상 사람들은 자신과 12성인이 제법 끈끈한 전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녀좌 성도들은 초조하게 이건을 보고 있었다.
“물론 과거 동료분을 죽여달라는 의뢰가 무례하고 심기에 거슬리는 일이실 수 있습니다!”
아니, 전혀 안 거슬리는데.
이건은 웃었다.
하지만 굳이 자신이 그놈의 목을 따러 가는 중이라고 말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야. 치약 왕족.”
“!”
“장난해?”
“예?”
“처녀좌는 내 소중한 친우야.”
“……?!”
페리오 왕자가 당황한 듯했다. 휴고는 질색했다.
저게 어디서 또 약팔이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코웃음을 쳤다.
“친우를 배신하라는 일을 이렇게 당당하게 가져와?”
페리오 왕자가 땀을 흘렸다.
아니 소피의 기자회견 건도 그렇고. 천의 다리 건도 그렇고.
12성인들이 직접적으로 공인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건은 20년간 능력이 저평가당해 있었다.
오죽하면 지금조차도 이건을 두고 성도들끼리 싸우겠는가.
그리고 그걸 묵인한 12성인들에게 불만을 품은 건지는 몰라도, 이건은 12성인에게 온갖 짓을 했다.
소문으로는 양웨이까지 죽였다고 한다.
‘어쨌거나 12성인한테 큰 불만을 품고 있던 거 아니었나?’
하물며 처녀좌 성인은 특히 이건에게 부득불 이를 갈고 있다.
사이가 좋아 보이려야 좋아 보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아닌 이건에게 이 일을 맡길 생각을 했던 것이었는데.
‘젠장. 이렇게 되면 계획 자체를….’
그런데 그때였다.
“그래도 이유가 있겠지?”
“!”
성도들이 깜짝 놀라 이건을 보았다.
“아니면 그 이유가 될 만큼의 보상을 줄 거거나.”
성도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예. 그렇습니다!”
“듣자하니 성도들한테 성인은 특별한 존재라며. 성인한테 칼을 댈 만한 이유가 있겠지. 아무렴 이런 착한 애들한테 이유가 없을 리가.”
“맞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처녀좌성인은…!”
“아 됐고.”
“!”
“뭔데?”
“예?”
“처녀좌의 보물이라는 거.”
“…아! 그건!”
곧 페리오 왕자의 입에서 보물들 이름이 하나둘씩 흘러나왔다.
도대체 얼마나 진귀한 것들인지 휴고와 고트는 순간 눈이 돌아갈 뻔했다.
‘젠장.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다르구만.’
알고는 있었지만, 꼴등신좌인 자신들과 비교했을 때 새삼 서쪽의 대국 신좌의 위엄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누가 10억 성도의 신좌 아니랄까봐.’
하지만 이건은 전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이었다.
덕분에 초조해진 페리오가 국가 보물급으로 수위를 높였지만 이건의 표정은 점점 최악.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뭔가를 들은 이건이 마음에 든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안내해. 보물창고로.”
* * *
그 무렵이었다.
“이건 여기에 있나!”
분노한 목소리와 함께 술집 문이 벌컥 열렸다.
쾅!
그러나 안을 본 처녀좌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여기도 아니라니…!’
그랬다.
처녀좌는 아직도 이건이 있는 술집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벌써 다섯 번째 허탕. 그러니 미치겠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건을 찾을 수가 없는 거지…!!’
물론 자신이 길치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이정도로 길을 잃는 건 흔한 것이 아니다.
‘마치 누군가가 방해하고 있는 느낌.’
아니, 느낌이 아니다.
정말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혹시나 이건이 자신을 찾지 못하게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하지만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 사내가 아니지.’
이딴 꼼수나 부리는 사내가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
처녀좌 성인의 눈빛이 번득였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향한 곳은 제 뒤였다.
“성주님?”
그리고 처녀좌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푸확!
순식간에 피의 분수가 터져 나왔다.
“허억…!”
동시에 부하들 중 한 명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서, 성주님!”
그것은 인류 최강의 검사인 처녀좌의 발도술.
검이 뽑히는 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의 검술에 성도의 머리가 순식간에 떨어져 날아갔다.
쿵!
놀란 처녀좌 성도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서, 성주님!?”
신경도 쓰지 않는 처녀좌는 잘린 머리에 향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검을 높이 들고.
콰직!
힘을 실어 얼굴을 찍었다.
그 잔인하기 짝이 없는 광경에 모두가 눈을 가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쇳덩어리가 자갈을 파내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까각!
뭔가가 하늘로 솟아오를 때, 처녀좌 성도들이 놀랐다.
“저건…!”
하늘로 솟아올라 바닥에 톡톡 떨어진 건 다름 아닌 치아.
처녀좌가 칼로 도려낸 금니였다.
문제는 그게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건 분명 전갈좌의 성물…!”
틀림없었다.
저건 함정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전갈좌의 성물이었다.
[라비린토스(미로)의 파편]그걸 신체에 삽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악한 성도들이 제 입들을 틀어막았다.
“저건 근처에만 있어도 모두가 길을 잃게 하는 물건이 아닙니까…!”
하물며 같은 신좌의 성도가 수작을 부린 터라 금방 눈치채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하필 성물이 전갈좌의 것이라는 걸 파악한 처녀좌가 어째서인지 미간을 좁혔다.
전갈좌는 이건하고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날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나보구나.”
그런데 그때였다.
처녀좌가 깔끔하고 유려한 손놀림으로 칼의 피를 닦던 그 순간.
“……!”
처녀좌의 고개가 급히 돌아갔다.
“성주님?”
“누군가가 내 보물창고에 침입했다.”
“예?!”
순식간에 칼이 검집에 들어갔다.
처녀좌의 발걸음이 급해졌다.
* * *
“처녀좌는 현재 두 파로 나뉘어 있습니다.”
처녀좌의 성역 본궁. 을녀궁 안.
보물창고로 향하는 길이었다.
“SS급이자 십성인 와 성인이신 케빈 님이죠.”
“그리고 케빈 님은 도리를 잃으셨습니다.”
“도리?”
“예. 처녀좌 성신의 말씀을 전혀 듣지 않고 계신 겁니다.”
“오. 그거 희한한 일이네.”
보물 창고의 입구는 굉장히 화려했다.
그야 말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금으로 도배된 황금의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하물며 본궁이 아님에도 이 정도다.
“여신께서는 소피. 그러니까 물병좌 성인을 죽이라 명하셨습니다. 하지만 성인께서는 어째서인지 듣지 않으셨죠.”
뭐 그런 거야 이건에겐 아무래야 좋았다.
서걱!
“캬악!”
서걱!
“허억!”
서걱!
“인간 놈이!”
슬라임을 가위로 바꾼 이건은 성의 커튼을 마구 잘라냈다.
물론 그 정체는 커튼이 아니라 권속신들이었지만.
서걱!
“캬악!”
서걱!
“살려줘!”
덕분에 따라가고 있는 고트가 휴고에게 속삭였다.
“저… 실례지만 이건 님이 지금 뭘 자르고 계신 건지.”
“신.”
“…예?”
“처녀좌는 12신좌 중에 가장 품질 좋은 천을 가졌거든.”
“……?!”
그리고 해맑게 커튼. 아니 커튼 모습의 최하급 신을 잘라내고 있는 이건이 매우 흡족하게 웃었다.
“옷 만들 재료 겟.”
그가 잘라내고 있는 건 처녀좌가 기르는 귀한 권속신들이었다.
공격 능력치는 낮지만, 무려 신이었다.
그 몸은 세계 제일의 최고급 원단.
자르고 또 잘랐다.
“키엑!”
“이놈이 감히 신에게 무슨! 컥!”
그리고 그걸 난처하게 보고 있던 페리오가 말했다.
“저 이건 님. 아무리 보물창고의 물건은 다 가져가셔도 좋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물까지는…”
“왜. 꼽냐?”
“아, 아닙니다. 뜻대로 하시죠. 그, 그깟 천 쪼가리 정도야. 하, 하하.”
번쩍이는 최고급 시체를 짊어진 이건은 주머니에서 코인을 꺼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아까 성재한테 준 코인이 반응한 것 같은데.’
아무래야 좋았다.
“성인께서 성신의 말씀도 듣지 않으시고. 도리를 잃으신 겁니다. 도와주십시오.”
“알았어. 일단 내 물건부터 받고.”
보물창고의 문이 열렸다.
끼익-
그런데 그때였다.
“이건!”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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