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명예의 시련 (4)
“이건!”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이 고개를 돌렸다.
아치형의 황금 복도 사이로 남자 하나가 씩씩대며 서 있었다.
거리는 50m 정도일까. 검은 셔츠에 순백의 자켓을 입은 젊은 남자.
케빈 아자르.
처녀좌 성인이었다.
밝은 금발에 연예인 같은 화려한 낯짝이 이건에겐 재수없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정작 케빈 쪽은 이건을 보고 이를 갈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구나. 이건!”
휴고도 고트도 바로 활을 꺼냈다. 특히 휴고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제 친구를 탑에 가둔 것 하며, 제 아내와 부하를 먹어치운 마물하며.
온갖 사건을 주도한 범인이니 당연할 만했지만.
“오늘 끝장을 보자.”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케빈은 씩씩거리면서 이건에게 걸어왔다.
동시에 은색의 빛 입자가 그의 팔을 감싸면서 쇳덩어리들로 변했다.
처녀좌의 칼이었다.
그건 케빈이 평소 허리에 차고 있는 검과는 명백하게 달랐다.
그리고 그 칼의 존재에 고트는 미쳤냐는 듯 식겁했다.
‘어전성물!’
저건 인류 최강의 검사인 처녀좌가 다루는 최강의 도검 중 하나.
[서리겨울]마치 얼음검처럼 새하얗고 투명한 검에서 한기가 치솟았다.
그리고 검신에 떠오르는 신의 문자들.
그 광경에 사람들이 움찔했다.
아니나 다를까.
신의 마력이 담긴 한풍(寒風)이 검신에 휘감기는 순간!
[삭풍의 1월]케빈의 살기와 함께 맹렬한 에너지가 날아왔다.
투가가각!
그 모습에 성도들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아니! 성에서 무슨!”
“저 스킬은 여기서 쓰면 안되는 거잖아!”
저건 미국 급의 광활한 토지에서나 사용해야 할 법한 괴수용 필살기술!
하물며 최소 레드존 급의 괴수가 아니면 꺼내지도 않는 광역기 스킬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에 건물이 사정없이 무너져 내렸다.
매서운 얼음의 폭풍이 복도의 아치 기둥들을 모조리 박살내며 날아왔다.
쾅! 쾅! 쾅!
그리고 거의 코앞까지 얼음 폭풍이 몰려왔을 때. 이건이 들고 있던 가위를 철컹 접었다.
그리고는 가위에 제 마력을 절반 이상 강하게 때려박고.
팟!
이두근에 힘을 실어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맞부딪치는 충격파!
쾅!
엄청난 마력의 충돌이었다.
“허억!”
그 충격에 천장이 날아가고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은 날카롭게 웃었다.
그는 그 강력한 에너지에도 날아가지도, 찢기지도 않고 버티고 있다.
이건의 가위 끝에 녹청빛의 마력 빛이 번쩍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 마력이 척력처럼 혹한의 폭풍을 밀어내고 있었다.
쿠구구궁!
약간의 밀려남도 없다.
그 광경에 페리오를 따라왔던 처녀좌 성도들과 고트는 소름이 끼쳤다.
‘미친 거 아냐?!’
‘방어 스킬도 안 쓰고 있는데!’
물론 이론적으로는 스킬을 안 쓰고도 공격스킬을 막을 수 있다.
상대 스킬의 움직임, 방향, 속력, 모든 것을 정확하게 읽어낸다면.
쉽게 말해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절대 방어였다.
성공만 한다면 현존하는 최고 방어스킬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적이 쿨타임일 때 스킬을 써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 상쇄는 꿈도 꾸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날아오는 총알의 각도, 속도, 힘, 방향을 눈과 감만으로 정확히 읽으라는 것이니까.
한 치의 오차도 있으면 안됐다.
그게 불가능하니까 레벨이 높은 스킬들을 각성시키려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저 인간은…!’
경험치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트 역시 침을 삼켰다.
자신도 SS급이기에 저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알았다.
물론 SS급들인 자신들이야 시도해볼만 하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저걸 실행할 담력이 없었다.
그래서 하는 말이었다.
‘성주님이 취하실 때 마다 괜히 칭송하신 게 아니군.’
매일같이 저딴 걸 보고 살았다면 덕후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아니 솔직히 자괴감을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콰직!
살인 폭풍을 고스란히 받아내던 이건이 스윙을 날렸다.
쾅!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마침내 무섭게 질주해오던 혹한의 폭풍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건의 마력에 작은 얼음 입자로 분쇄되어 흩어진 것이다.
그 모습은 흡사 반짝이는 유리조각이 흩어지는 광경.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처녀좌의 몇몇 성도들은 주저앉을 뻔했다.
‘엄청난 힘이다.’
하지만 이런 일로 놀라기엔 멀었다는 듯, 처녀좌가 확신에 찬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이건 본인이 맞군?”
“……!”
스킬을 냅다 날리고 시작한 건 상대 확인을 위한 용도였던 걸까.
물론 괴수에게나 날릴 스킬이었지만, 이건은 사람이 아니니까.
아니나 다를까, 케빈이 검을 치켜세우며 날카롭게 웃었다.
“찾느라 고생했다, 이건! 뭐 이 몸이니까 금방 찾았지만!”
“뭐래. 꼴을 보니 또 길이라도 잃었구만.”
“…뭐!”
“왜. 이번엔 한 다섯 시간 정도 헤맸지?”
“……!!”
“심지어 부하들 말은 듣지도 않고.”
“……?!”
“길치가 왜 길치인 줄 알아? 길도 모르면서 무작정 걸으니까 길치인거야. 고자 성인이면서 애들처럼 길이나 잃고. 그쯤 되면 창피하지도 않냐?”
그 말에 활시위를 겨눈 고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고자?
안 그래도 처녀좌의 성인으로 남자가 말이 되느냐. 하렘 신좌라고 욕먹는 처녀좌 성인한테 고자라니?
더 충격적인 건 처녀좌가 아무런 반박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게 이건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첫 여자 친구와 첫 밤을 보내려던 날. 처녀좌 성신에게 선택 받고 말았다.
결국 참다못한 케빈이 검에 마력을 실었다.
“됐으니까 이건! 네 무기나 들어라!”
케빈의 검이 바닥을 찍었다.
콰직!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력한 봉인의 힘이 파괴됩니다]은색의 빛과 함께 성이 크게 뒤흔들렸다.
콰광쾅!
소리는 보물창고 쪽에서 들렸다.
원래는 거대한 황금 문으로 굳게 닫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처녀좌의 스킬로 무너졌던 보물창고의 벽 사이로 무엇인가가 보였다.
마치 관짝처럼 생긴 보관함이었다. 그 뚜껑이 열려 있었고, 안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물건이 나타났다.
‘저건…!’
마치 창을 보는 듯한 긴 손잡이에, 흉악하게 생긴 날.
거대 도끼였다.
그리고 멀긴 하지만, 쇠사슬에 거칠게 묶여 있는 그건 틀림없는 이건의 주력무기.
교과서 속에서만 보던 그 도끼의 존재에 모두의 시선이 빼앗겼다.
곧 케빈이 외쳤다.
“이건! 어서 네놈의 무기를 들어라! 오늘이야말로 네놈이랑 결판을 내서 그 저주스러운 숫자를 지우겠다!”
동시에 휴고가 헛웃음을 흘렸다.
“알아서 물건을 꺼내주다니!”
실로 잘된 일이었다.
“안 그래도 저걸로 네놈의 목을 따려고 했는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휴고의 화살이 날아갔다.
콰과광!
화살들은 정확하게 케빈의 급소를 노렸다.
그러나 케빈은 화살을 보지도 않았다. 그의 신들린 검술이 허공에서 춤을 추자 화살들이 모두 폭발했다.
쾅! 쾅! 쾅!
하나하나가 모두 치명상을 입고도 남을 위력.
휴고가 활시위를 당겼다.
“건아! 어서 네 무기 가져와! 견제를 ㅎ…!”
견제를 하고 있겠다는 말은 필요도 없었다.
콰과광!!
이건의 손짓에 관짝 채로 무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쿵!
그리고 마침내 쇠사슬에 꽁꽁 묶인 도끼가 이건의 손에 잡혔다.
그 무기는 과거 이건이 만들어낸 이건 시리즈 중에서도 걸작 골드 등급.
세계에 딱 9개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이건의 부름에 날아오는 특별한 속성이 있었다.
‘시야에 있어야지만 불러올 수 있지만.’
어쨌거나 이 녀석도 자아를 가진 슬라임처럼 돌연변이 종이었다.
그리고.
‘붉은 눈의 목을 칠 때 썼던 녀석.’
동시에 함정에 떨어지면서 잃어버렸던 물건이기도 했던 것이다.
붉은 눈의 눈에 이 녀석을 박아 넣고 숨을 돌리고 있을 때, 함정에 떨어진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콰직!!
이건이 관짝에서 제 물건을 잡아 뜯어냈다.
“!”
보관함과 쇠사슬이 뜯겨나가면서 이건의 손에 완전한 무기가 쥐어졌다.
[뱀주인자리 주인의 기운이 강하게 묻어 있는 물건입니다]그때 이건에 손에 잡힌 도끼가 마치 전율하듯 떨렸다.
드드드득!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주인의 기운에 오열이라도 하는 것일까.
그리고 느껴지는 떨림에 이건이 웃으며 무기를 들었다.
그때였다.
[발동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이건은 웃었다.
발동조건.
이 무기는 타락한 것의 피를 빨아들여 발동하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보통은 첫타로 가장 저질급 괴수를 날려서 무기를 발동시켰다.
마치 고수레를 하듯, 첫타에 괴수의 목을 날리고 시작하는 이건의 기이한 버릇은 거기서 나온 것이다.
이에 함께 왔던 페리오 왕자와 처녀좌 성도들의 눈빛도 변했다.
무기만 발동되면 이건이 처녀좌를 처리할 수 있으리라.
바로 그때였다.
“에잇! 방해하지 마라! 신궁! 내 볼일은 이건이다!”
쾅!!
휴고의 견제에 열 받은 케빈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동시에 천장에 금이 가면서 거대한 황금 벽들이 떨어졌다.
그리고는 곧장 이건에게 날아갔다.
이건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스피드였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싸우자! 이건!”
“싫은데.”
“?!”
그 말과 함께 이건이 손을 까닥 거렸다.
[나 대신 맞아라 (F)]“…헉!”
멀리 있던 휴고가 순식간에 이건의 앞에 소환되었다.
휴고는 당황스러웠다.
소환 되자마자 눈앞에 보인 광경이 처녀좌의 검날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거리는 불과 50cm!
칼날이 자신을 찍어 내릴 듯 떨어졌다.
“이 뭐…ㅅ!”
동시에 휴고는 필사적으로 처녀좌의 칼자루를 붙잡았다.
팡!
양손으로 파리 잡듯 칼날을 막은 휴고가 쌍욕을 외쳤다.
“야!!! 너 어떻게 원거리 궁수를 코앞에 소환! 아씨!”
처녀좌의 검이 휴고의 머리를 찍어버릴 것처럼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성인이기 때문이다.
“비켜라! 신궁!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안 놓으면 너도 벤다!”
휴고는 울컥했다.
“상관없는 일?”
분노한 휴고의 몸에서 마력이 폭발했다.
[태양의 폭발]쾅!
그 기세에 처녀좌가 급히 거리를 두었다.
거리가 생기자마자 화살이 무섭게 날아왔다.
“내 아내와 부하를 죽인 마물을 풀어놓고는 상관이 없어?”
“뭐?”
“거기에 건이까지 찔러서 함정에 빠트리고!”
“무슨 소리야! 그건 내가 아니야!”
“어디서 발뺌을!”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면서 고트가 당황스러워 했다.
휴고를 도우려 했지만, 이건의 반응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안 도와주셔도 됩니까?”
이건이 개소리 말라는 듯 웃었다.
“내가 왜 저 관종을 일일이 상대해줘야 하는데?”
“예?! 하지만 처녀좌는 성주님과 이건 님을…!”
“아. 쟤 범인 아냐.”
“예?!”
고트는 기겁했지만, 이건이 날카롭게 웃었다.
그랬다.
애초에 이건은 처녀좌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왜?
‘저 관종이 날 은밀하게 찔러 죽이려는 짓을 할리 없지.’
처녀좌는 어떻게든 자신의 공적을 알리고 싶어 하는 나르시즘 관종.
하물며 자신을 이겼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놈이었다.
그런 놈이 자신을 그딴 식으로 죽이려 해?
‘말도 안 되지.’
그리고.
“애초에 저 관종이 여기 토벌을 나한테 의뢰했을 리가 없잖아.”
“……?!”
“여긴 저놈 땅이야. 여기서 내가 활약하면 저놈의 명예만 실추되는 짓인데? 내가 여기서 활약하게 둘 리가 없어.”
“그럼…!”
휴고의 건도 그렇다.
의뢰를 받고 찾아온 곳에 휴고의 원수가 나타나?
“딱 봐도 누군가의 음모가 있는데, 미쳤다고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것 같아?”
“음모라니 누가…!”
“뭐, 그것과는 상관없이 쳐 죽이긴 할 거지만.”
“!”
그때였다.
“이건 님! 서두르십시오!”
이건을 위해 보물창고에서 무장 무기를 들고 온 페리오가 이건에게 다가왔다.
“처녀좌 성인을 처리하면 그 도끼도 발동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래. 발동해야지.”
이건이 도끼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푸학!
허공에 페리오의 피가 튀겼다.
“커헉…!”
이건의 도끼가 페리오 왕자의 몸을 찍어 갈겼다.
“원로장님!”
처녀좌 성도들이 당황해서 이건을 보았다.
“이건 님! 이게 무슨!”
그러나 입꼬리를 올린 이건이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푸학! 푸학!
이건의 도끼가 사정없이 함께 왔던 처녀좌 성도들을 찢어 발겼다.
“커헉!”
그 광경에 고트가 놀라고, 케빈이 눈을 부릅떴다.
“이건!”
“이건 님!”
페리오 왕자가 꿈틀거리면서 이건을 쏘아보았다.
“이건 님! 도대체 왜…!”
“왜? 그건 도리어 내가 묻고 싶은데.”
“예…?”
“니들한테서 왜 오늘 내가 죽인 두꺼비의 냄새가 나는데?”
“……?!”
페리오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처녀좌 성도들이 외쳤다.
“이러시면 약속이…!”
“약속? 처녀좌 성인이 도리를 잃었으니 죽여달라는 약속?”
“!”
이건이 같잖다는 듯 웃었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니들 전원 처녀좌 성도 아니잖아?”
“?!”
이건은 그들을 향해 가증스럽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처녀좌 신앙심 3%] [처녀좌 신앙심 5%]…
[처녀좌 신앙심 1%]이건에게는 처음부터 그들의 신앙심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딱 봐도 이것들이 수작을 부리고 있음을 깨달았고 말이다.
그리고.
[천칭좌 신앙심 90%] [천칭좌 신앙심 92%] [천칭좌 신앙심 93%]“처녀좌가 아닌 신좌의 신앙심이 너무 높아서 안 그래도 신경이 쓰였는데.”
“……!”
이건이 살벌하게 웃었다.
“말해. 니들 뒤에 있는 게 천칭좌지?”
“?!”
케빈의 얼굴과 휴고의 얼굴이 볼만했다.
이에 페리오가 이를 갈았다.
“젠장. 이렇게 되면 할 수 없지…! 계획대로 해라! 천칭의 뜻대로 여기서 이건과 처녀좌까지 모조리 죽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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