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85)
제85화. 명예의 시련 (5)
그 외침과 함께 페리오의 몸에서 노란빛이 터져 나왔다.
개나리색이었다.
그리고 그 빛색에 모두가 경악했다.
“말도 안 돼…!”
그도 그럴 게 저 색은 틀림없는 의 빛.
등가교환의 주인, 천칭좌의 색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처녀좌의 성도가 저 색을…!”
.
12신좌들은 각 신좌마다 마력의 빛깔이 달랐다.
[홍색, 비색의 신궁좌] [남색, 쪽빛의 쌍아좌] [자색, 보라의 물병좌] [금색, 황금의 사자좌] [적색, 암적의 백양좌]대충 그런 식이었다.
하물며 성도들은 대여 스킬을 쓸 때조차도 마력은 제 신좌의 마력을 사용했다.
물론 예외의 상황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처녀좌의 성도라면 분명 은색 빛일 터…!’
즉 다른 색 마력을 띠는 것 자체가 배신자라는 명백한 증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페리오가 천칭좌의 성호를 그리면서 능력을 발휘했다.
[등가교환-공간바꿔치기]벽과 바닥에 노란 빛의 선이 생겨났다. 정육각형의 모양이었다.
“……!”
그와 함께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쿠구궁!
고트와 휴고는 제 눈을 의심했다.
자신들이 서 있던 장소가 정육면체 범위만큼 정원으로 바뀐 것이다.
[처녀좌의 보물창고 일대가 벨기에 왕실의 사유지로 바뀌었습니다]그건 실로 기이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뀐 풍경이 아니었다.
쿵쿵쿵!
“!”
바뀐 공간에는 수천 명의 중갑 기사들이 서 있었다.
전원 투구에 갑주까지 완벽하게 무장된 모습. 모두가 천칭의 마력을 풍기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저건…!’
그들의 뒤에는 자신들이 돔 밖에서 잡았던 두꺼비들까지 있었다.
놈들의 등에는 문제의 문양까지 박혀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고트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준비된 일이 아니다.’
애초에 처녀좌 정도의 성역이 이렇게 쉽게 뚫릴 리도 없었고 말이다.
‘게다가 등가교환 스킬이라니.’
12신좌 중 1위. 천칭좌는 로 유명했다.
쉽게 말해 자신이 바치는 것의 가치만큼 무엇인가를 얻는다.
소문에 의하면 동급의 목숨을 희생해 다른 누군가도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아니면 누군가를 죽이든지.’
하지만 그와 동등한 대가가 필요하다. 정확하게 저울로 재단한 것처럼.
그리고 이 공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공간에 침입할 수 있을 정도의 대가를 치렀을 것이다.’
문제는 이곳이 일부분이긴 해도 신좌의 성역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대가를 바쳤을지 상상조차 안 된다.
‘최소 영혼급의 대가야. 그것도 수 만 명 이상의.’
하지만 정작 불려온 병사들은 이건 일행을 보고는 움찔했다.
“원로장님! 계획과는 다르게 신궁좌도 있습니다만…!”
그 외침에 페리오가 눈을 부릅떴다.
“그래 봐야 저건 있으나 마나 한 신좌다! 다 같이 처리해!”
“……?!”
무려 떨거지 취급에 휴고와 고트는 울컥했다.
반면 눈으로 배신을 목격한 케빈은 어처구니가 없던 모양이었다.
“도대체 천칭 그 여자에게 무엇을 받아먹었길래…!”
페리오는 처녀좌가 지켜주고 있는 벨기에의 왕자이자, 처녀좌의 3대 간부. 원로회장이었다.
배신이 쉽게 이해되지가 않았다.
반면 떨거지 취급을 받은 휴고와 고트는 앙심 섞인 웃음을 흘렸다.
“상위 신좌 별거 없네. 어떻게 지 신도인데도 스파이를 모를 수가 있지?”
“그러니 만년 2위죠.”
케빈이 울컥했다.
“이 내가 스파이 따위를 몰랐을 거라 생각하나?”
“몰랐잖아요.”
“우리 건이는 처음부터 알았는데.”
“……!”
“됐으니까 우리 건이가 최고야. 12성인은 모두 건이한테 절해야 해.”
케빈은 어처구니가 없어 휴고를 보았다.
“신궁, 너 또 술 마셨지?”
“안 마셨거든!!”
그 말에 당황한 고트가 재빨리 술 깨는 약을 휴고에게 쥐어주었다.
곧 케빈이 병사들을 노려보았다.
“어쨌거나 내 성도의 신앙심에 문제가 있으면 진작 알았어!”
그 말에 휴고는 납득했다.
‘하긴. 처녀좌는 상위 전투신좌에 계약신좌다.’
처녀좌는 엄격한 계약과 제약을 통해서만 능력을 쓸 수 있는 .
12신좌 중에는 가장 제약도 많지만, 그만큼 능력도 매우 강하다.
계약신좌답게 입단과 동시에 철저한 계약이 걸리기 때문에, 신앙심에 변화가 보이면 금방 단죄를 받았다.
스파이가 처녀좌의 입단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하는 말이었다.
“어떻게 신앙심을 속일 수가 있었지?”
케빈의 말에 휴고가 헛웃음을 흘렸다.
“네가 등신이든가, 우릴 속이기 위한 작전이든가.”
“뭐?”
“건이를 죽이고 세상을 속였으니, 이런 속임수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겠지.”
뭘 말하는 지 깨달은 케빈이 화를 내며 칼을 뽑았다.
“그러니까 난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기억 분석으로도 그렇고, 네 창고에서도 건이를 찌른 칼들이 가득했다던데!”
“언제 또 그걸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고! 난 오히려 이건의 죽음을 조사하고 있었던 쪽이야!”
“뭐?”
“그 칼도 범인을 조사하면서 발견한 거라니깐!”
휴고의 표정이 볼만했다.
이번엔 술이 정말 깼다.
하지만 정작 케빈은 이를 부득 갈았다.
20년 전. 이건이 탑에서 나오지 못한 게 어지간히도 분했던 것이리라.
“내가 죽이기 전에 먼저 죽다니. 이 내가 얼마나 분통이 터졌었는데? 물병좌의 머리채를 쥐고 탑에 들어갈 생각도 했다고!”
물병좌는 도대체 무슨 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너 정말로….”
“성신께서 막지만 않았어도 정말 들어갔어. 내가 인정한 남자가 그리 쉽게 죽었을 리도 없잖아.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건의 시체를 찾는 건 내가 1등이어야만 했어!”
휴고의 표정은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분명 칼의 기억을 읽은 감정사가 그러지 않았던가.
이건의 등을 찌른 건 케빈이었다고.
그래서 휴고는 케빈을 믿지 않았다.
애초에 이건의 등에 칼을 쑤셔 박으려면 최소 케빈급의 소드마스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너 아니면 도대체 누가 건이를 함정에 빠트렸다는 건데?”
“그건…!”
그때였다.
챙!
병사들이 창을 치켜세웠다. 스킬을 발동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낯익은 마법진에 이건이 미간을 좁혔다.
처녀좌가 병신같이 당하는 꼴이 참으로 꿀잼이라 지켜보고 있긴 했었다만….
‘저건 금술(禁術).’
성역을 파괴하는 주술이었다.
성역은 성신의 힘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라, 파괴당하거나 해를 입을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성신에게 갔다.
성신이 피해를 입으면 성인도 치명타를 입었다.
한마디로 성도들로서는 절대방어에 가까운 성인을 유일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
“성역의 결계 핵은 여덟 개다! 그곳만 파괴하면 된다!”
페리오는 처녀좌의 성도였던 만큼, 내부 결계의 위치를 모를 리가 없다.
처녀좌가 서리겨울을 뽑아들자 휴고가 노려보았다.
“너…!”
“다물어. 네놈하고 속편하게 이야기나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케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그리고 나타난 곳은 병사들의 앞!
“성역에서 감히 성인을 노리다니. 나도 어지간히 물로 보였군.”
성역은 성신의 힘을 100퍼센트 받는 곳. 최상위 성도일수록 최강의 버프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케빈이 험악하게 웃었다.
이건에게 싸우자고 덤벼들 때와는 전혀 딴판의 살의였다.
비틀려 올라가는 입매에 찌를 듯한 눈빛은 흡사 귀신들린 눈.
[백골난망(白骨難忘)].
그건 처녀좌의 고유스킬인 정신고양 스킬이었다.
쉽게 말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친다고, 원한의 대상을 전부 섬멸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신체 각성 스킬.
동시에 칼이 춤을 추었다.
푸학! 푸학!
“커헉!”
그 살의에 페리오는 다급해졌다.
매번 이건에게 묻혀서 문제지, 저래 보여도 처녀좌는 혼자서 레드존을 쓸고 오는 최강자였다.
“허! 그래 봐야 성역이 무너지면 저자도 이건도 끝이지!”
동시에 성역 내부에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침입한 괴수들이 성역의 봉인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처녀좌 계약자의 힘이 뒤흔들립니다]하지만 케빈의 대처는 매우 빨랐다.
[고엽(마른낙엽)의 11월]휘둘러지는 검과 함께 주변에 있는 병사들과 괴수들이 미라처럼 메말라 갔다.
파스스스!
그 광경에 페리오가 다급해졌다.
“성역의 결계를 부수는 건 멀었는가!”
“그게! 한 곳의 위치를 알 수가 없어서!”
“뭐…!”
“핵이 있던 여덟 개 중, 한 곳은 페이크였던 모양입니다!”
“……!”
“성역을 부술 수 없습니다…!”
이에 페리오가 당황하고, 케빈이 섬뜩하게 웃었다.
“순순히 힘을 잃게 내버려 둘 줄 알았더냐. 그 한 곳은 나와 성신 외엔 아무도 모른…”
“저거야.”
“뭐?”
“저기 저 보이는 석상 대가리. 저거 파괴해. 저게 니들이 찾는 핵임.”
“……?!!”
태연하게 지껄인 건 이건이었다.
이건은 창밖에 보이는 거대한 석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처녀좌 성역의 중심에 있는 처녀좌 여신상이었다.
[처녀좌 성역을 구성하는 8번째 지지대]케빈이 기겁해서 이건을 보았지만, 이건은 뱀의 눈을 한 채 히죽거렸다.
[신의 주시안]스킬로 내부 구조를 파악한 이건의 웃음과 함께 희비가 엇갈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ㄱ…!”
쾅!!!
순식간에 여신상의 목이 날아갔다.
처녀좌 성역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핵의 위치가 모두 박살이 난 것이다.
[처녀좌의 성역이 붕괴됩니다] [처녀좌의 힘이 일시적으로 사라집니다]그와 함께 케빈이 힘이 빠진 듯 쓰러졌다.
배반한 처녀좌 성도들이 신이 나서 케빈을 묶었다.
평범한 밧줄이 아니었다.
진흙 같은 모습을 한 괴수였다. 처녀좌의 손과 발을 묶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결국 그쯤 되자 케빈이 이건을 쏘아보았다.
“이건!”
그는 굉장히 억울해 보였다.
“도와주진 않아도 최소한 방해는 말아야지!”
“내가 왜?”
“왜?! 뻔한 음모에 넘어가고 싶지 않다며! 이러면 천칭좌의 속셈대로 되는 거란 걸 모르는 거냐!”
그러자 이건이 같잖다는 듯 웃었다.
“알게 뭐임?”
“뭐?”
“딱 봐도 그 여자의 음모라는 게 보이긴 하는데. 상관없어. 그냥 널 포함해서 전부 처리하면 땡 아니야?”
“……?!”
저래 보여도 처녀좌는 인류 최강의 검사였다.
스피드만 놓고 봐도 자신과 동급, 아니 어쩌면 자신보다 우위일 수도 있었다.
그런 놈을 알아서 무력화시켜 주니 잘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살벌하게 웃으며 제 도끼를 치켜들었다.
“안됐네. 사내놈이 셀프 위로도 못 해보고 죽어서.”
“뭐? 아…!”
처녀좌가 뭐라 말하려 했지만, 이건의 눈빛을 본 그가 움찔했다.
지금 놈은 진심이었다.
마침내 포효하는 이건의 도끼가 처녀좌의 몸을 찍어 내렸다.
콰직!
무시무시한 피가 튀겼다.
목이 떨어졌다.
휴고도 고트도 놀랐다.
“이건 님!”
그 목소리에 놀란 처녀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얼굴을 지나 괴수의 목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을 붙들고 있던 괴수의 목이었다.
쿵!
그리고 그 목과 함께 떨어져 나간 것은 자신의 오른쪽 팔.
툭!
동시에 처녀좌를 잡고 있던 괴수가 휘청거렸다.
‘!’
이건은 웃었다.
물론 모처럼 처녀좌가 힘이 빠진 상태였다.
이대로 처녀좌를 죽여도 되나, 역시 남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건 딱 질색이다.
그러니 우선은 팔 한 짝부터.
뭐 오른손잡이 검사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손실이겠지만.
‘일단 20년의 대가는 치르셔야지.’
그리고 이건이 기껏 준 기회를 놓칠 처녀좌도 아니었다.
[한정 계약 : 신속]처녀좌가 순식간에 괴수에게서 탈출했다.
쉭!
하지만 탈출의 순간, 처녀좌는 이건의 살벌한 뱀눈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소름끼치는 눈빛을 마주한 순간, 자신을 잡고 있던 괴수가 완전히 터져나갔다.
푸학!
이건의 도끼가 인정사정없이 괴수의 몸을 뭉개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휴고는 침을 삼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건이 상당히 열 받아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저 정도로 살의를 품지는 않는데.
하지만 이건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
‘처녀좌를 잡고 있던 이 괴수.’
평범한 괴수 놈이 아니었다.
분명히 탑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지겹도록 느꼈던 기운이었다.
‘탑의 파수꾼.’
자신을 실험체로 삼아 탑의 괴수들의 먹이가 되게 하려 했던 놈.
뭐, 놈들은 씨알도 남기지 않고 처리하긴 했지만 그 더러운 냄새를 간만에 맡아서일까.
간만에 이건의 성미를 건드렸다.
‘그래도 실마리는 잡혔군.’
페리오를 처리하면 자신을 함정에 가둔 범인도 확정지을 수 있으리라.
동시에 도끼를 쥔 이건의 손에 힘이 실렸다.
그 광경에 당황하던 페리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처녀좌를 탈출시킨 건 의외였지만, 최강 검사의 팔이 잘린 것이었다.
전력에 치명타일 터!
그걸 잘 아는 페리오가 천칭의 마법진을 그렸다.
“…그분들의 힘을 얕보지 마라! 팔 잘린 처녀좌와 너, 그리고 신궁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때였다.
팡!
대포와 같은 굉음 소리가 나면서 뭔가가 페리오에게 날아갔다.
“!”
쾅!
페리오는 제 발치에 박힌 물건을 보고 몸을 떨었다.
이건이 잘라낸 괴수의 모가지였다.
그리고 이건이 페리오를 향해 살벌하게 웃었다.
“자신 있으면 들어와 봐. 네 대갈통도 똑같이 만들어 줄 테니까.”
이건의 주머니에 있던 코인이 빛을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8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