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275
273화 되짚어도 (1)
기이한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인간과 비슷한 형태였다. 결벽적이리만치 새하얀, 재봉선이 없는 낙낙한 옷을 걸친 몸과 머리까지는 분명 그러했다.
손이 있어야 할 부분은 가느다란 촉수들을 반투명한 지느러미가 카라 꽃처럼 둥글게 감싸고 있었다. 아래로 갈수록 넓게 펼쳐지는 옷은 무릎 부근에서 끝나고, 그 밑으로는 안개가 짙게 흔들거렸다. 살랑이는 긴 머리카락도, 촉수들도, 발을 대신하는 안개도. 모두 천천히 그 빛깔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길쭉한 수족관 LED 조명 속의 인조 해파리처럼.
본능적인 혐오감과 동시에 야릇하게도 저것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수조 속의 해파리도 예쁘긴 했지. 조금, 몽환적인 분위기로. 하지만 말이다.
“…왜 또 촉수야.”
유행인가. 내 중얼거림에 해파리가 손… 촉수가닥을 흔들며 웃었다.
“이게 얼마나 편한데. 정교한 작업에는 촉수가 최고란다.”
신입도 그러더니만. 명우야, 넌 저렇게 되면 안 된다. 유혹에 넘어가지 마.
길게 숨을 내쉬었다. 밝은 생각, 밝은 생각. 남의 기억을 다루는 놈이다. 마음 제대로 다잡아야지.
“이 정도면 제아무리 둔감한 판사라 해도 접근 금지 신청 받아줄 거다, 이 스토커야.”
대체 무슨 짓거리냐는 내 말에 무해의 왕이 또다시 방긋 미소 지었다.
“그만큼 널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야. 너를 최대한 온전히 빼내기 위해 길까지 뚫었어~”
“그러느라 내 세계는 엉망이 되고?”
“너무 미련 가지지 마. 어차피 무사하기는 힘들 세계였어. 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면 패륜아들도 비슷한 짓을 저질러 버릴걸? 심지어 초승달이 공들이고 있는 아이도, 그쪽에 있었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인간이 바로 작은 달이었다니.”
초승달과 한때 같이 일한 적 있다더니 성현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나.
“패륜아들이 비슷한 짓을 저지를 거라니, 자신만만하게 말하는군. 일단은 세계를 지키려는 쪽 아닌가.”
“그 녀석들 모토가 작은 희생 정도는 감수하자, 인걸~ 세계 하나를 희생해서 수많은 세계를 구해 낼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니까. 운이 나쁘면 희생양이 되는 거고, 운이 좋으면 구해지는 거고.”
복불복 구원이라니, 웃기지도 않았다. 패륜아들이 그런 성향이라는 거 아주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개중 가장 인간적이게 느껴졌던 신입조차도 유현이와 삐약이를 대하는 태도는 무심했다.
해파리가 촉수들을 가슴 앞으로 얌전히 모았다.
“흠집 내고 싶지 않아. 순순히 따라오지 않을래? 어차피 너희에게 남은 희망은 없어. 널 빼내기 위한 ‘길’만 뚫었지만, 한번 나 버린 구멍은 점점 커져 가고 곧 이 세계는 전쟁터가 되겠지.”
“…전쟁터라고?”
“그래. 외부의 침입을 막을 힘을 잃은 세계이니, 수많은 초월자들이 방문하려 들 거야. 근원에게 먹히기 전 이 세계의 한 조각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분쟁이 일어나겠지. 우리들은 대부분 자신의 세계를 잃었거든. 세계 사이의 틈에 거처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자연산, 아니 근원산보다는 못해. 훨씬 작고 단순하고 시스템 메인 제작자쯤 되지 않고서야 조잡하지.”
그러니 손댈 수 있는 세계는 인기가 많다고 무해의 왕이 설명했다. 내 어깨에 앉은 체인질링이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좀 더 대화해도 괜찮을까. 밖은 어떤 상황인 거지. 눈만 깜박였을 뿐인데 내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은빛 용이 고개를 까딱했다.
“시스템 메인 제작자는 대단한가 봐.”
“아, 그럼! 물론이지. 시간 끄는 거 빤히 보이는데도 입이 간질거리네.”
“참을 필요 없잖아. 신입은 아무런 기척도 없으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주면 혹시 아냐, 따라가고 싶어질지.”
“빈말 하기는. 신입도 재능은 뛰어나. 하지만 채터박스는 훨씬 오래 살아서, 경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거야. 심지어 지금 패륜아 측에는 메인 제작자 자리가 비었거든. 이번 일에 대응하기 힘들 수밖에. 신입이 무사히 성장한다면 11번째 메인 제작자가 되겠지.”
여태껏 시스템 메인 제작자가 열 명이나 되었던 건가. 수명이 짧았을 것 같진 않고, 대체 얼마나 오래전에 시스템이 만들어진 거지. 좀 더 자세히 캐묻고 싶었지만 해파리는 시스템과 관련된 수다를 멈추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우리 집에 가서 해 줄게. 아직 망설여져? 어떻게 할까, 하나쯤 잡아 와? 아쉽게도 네 동생의 시체는 아직 찾지 못했어. 하지만 살아 있는 동생을 데려오는 것도 괜찮겠지. 그래, 그러자!”
해파리 새끼가 해맑게 손뼉… 촉수를 서로 엉기었다.
“그것도 상당히 좋은 소재에 형제고 가장 오래 돌봐 온 피양육자일 테니까, 여러 가지로 실험해 볼 수 있겠어.”
“내 동생에게 손댈 생각 하지 마.”
“왜? 같이 있고 싶지 않아?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동생에게 너무 심한 짓은 하지 않을게. 내 힘이 약해질 거라서 길들여 놓기는 해야겠지만. 무서운 얼굴이네, 지금 바로-”
“체인질링.”
고요하게, 공기 자체가 변화했다. 시종일관 여유롭던 무해의 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곧장 도망치려 들었다. 오래 살았다더니 상황판단 한 번 빠르다.
안개가 퍼지고 해파리 놈의 몸이 흐릿해지나 싶더니,
“…윽!”
튕겨 나오듯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버린다. 흐려졌던 몸도 다시 선명해졌다. 비틀거리는 꼴이 보기 좋았다. 저놈이 언제 저런 꼴을 당해 봤겠냐. 한 만 년 전?
– 길을 막았어.
체인질링이 말했다. 안개를 사방으로 흩뿌려 대던 무해의 왕이 사나운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먼저 덤벼 올 엄두는 내지 못한 채 부상 당한 짐승처럼 잔뜩 경계를 한다.
“대체 그 용은 뭐지? 이미 뚫린 길을 막다니, 불가능해. 이미 나 버린 구멍은 커지기만 할 뿐 절대 막을 수 없어!”
– 그래서 새롭게 보호막을 만들었지. 이제 넌 못 나가. 갇혔어. 이 주변도 확실히 막았어. 여긴 내 영역이야.
“새로, 만들었다고?”
– 응.
나 잘하지 않았느냐는 듯 체인질링이 동그랗고 작은 뿔이 난 머리를 내 어깨에 비볐다. 무해의 왕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무척이나 난감하고 당황한 표정도 잠시, 차갑게 으르렁거린다.
“길을 만드느라 많은 힘을 소모하였지만 나는 절대 약하지 않아, 양육자. 네 세계의 멸망을 미룬 것은 축하해 주지. 하지만 여기서 나를 적대하는 건 서로에게 득이-”
“닥치고.”
손가락 끝으로 은빛 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체인질링이 눈을 반짝이며 문제없다고 작게 속삭여 왔다. 꼬리도 살랑거린다.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로 말했다.
[내게 전투 능력은 없지만 환상을 현실화할 수 있어. 아빠의 정신계 속 능력치를 현실화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야. 보호막을 치고도 조금 힘이 남았으니까, 한 시간 이상 유지 가능해.]그래.
“내 동생 기억, 당장 내놔.”
순순히 뱉어 내지 않으면 그 망할 놈의 촉수, 0.1mm 단위로 조각조각 내어서 파 헤집어 주마. 내 말에 무해의 왕이 뒤로 천천히 물러서며 눈을 가늘게 떴다.
“고작해야 시계에 대한 것뿐이었는데.”
“역시 네가 가지고 있구나.”
“아직은 무사해. 그러나 언제든지 녹여 삼킬 수 있지. 동생의 하찮고도 조그만 기억, 얼마나 소중해?”
무해의 왕의 촉수 사이로 작은 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엄지손톱의 반 정도 되는, 새하얀 구슬이었다. 내 약점이라도 잡았다는 듯 해파리 놈이 생글 웃는다.
“정말 많이 사랑하는 형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준비해서 주는 선물이야. 직접 포장도 했네, 귀여워라. 그전에는 아직 어려서 변변한 건 주지 못했구나. 아르바이트도 못하게 했고. 들떠 있어. 설레기도 하고.”
“…내놓으라고 이 뼈대도 없는 젤리 새끼야.”
이가 절로 으드득 갈렸다. 섣불리 덤벼들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저 새끼를 놓칠 생각 따윈 조금도 없었다.
“서로 건드리지 않기로 계약하자. 어때? 너는 나를, 나는 네 동생을. 여기서 풀려나기만 하면 채터박스에게 부탁해 곧장 조용히 떠날 거야.”
세계에 속하지 않은 자가 안으로 들어오긴 힘들어도 밖으로 빼내는 건 어렵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SS급에 가까운 S급들은 빼낼 수 있다고도 했으니. 그래도 부탁한다는 걸로 보아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나갈 수 없는 듯했다. 우물에 빠진 사람이 직접 기어오르는 건 힘들어도 밖에서 끌어내 주는 건 쉬운 차이 같은 건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소중한 동생의 기억을 되찾으려면 계약을 받아들여.”
“당연히 되찾을 거지만, 네놈을 놓아줄 마음은 없어. 서로 건드리지 않기로 하자고? 웃기지도 않는 헛소릴. 쉽게 포기할 거라면 이런 위험이며 대가를 감수하지도 않았겠지, 네놈은. 나가자마자 다른 초월자들을 꼬드길 게 안 봐도 눈에 선하다.”
무엇보다도 저놈이 나에 대해 떠들고 다니게 놓아둘 순 없었다. 신입은 가짜 세계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무해의 왕은 달랐다. 말 대가리와 직접 계약까지 했으니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었겠지.
내 가치가 위험을 감수할 만큼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나는 물론이고 내 주위 사람들까지 위험해지게 된다. 그러니 절대 무해의 왕을 그냥 보낼 순 없었다.
“…동생을 포기하는 거야? 매정하네.”
“도둑놈이 피해자 탓하는 것 좀 봐라. 뼈만 없나 싶었더니 뇌도 어디다 흘려 버렸나 보지. 아, 그래서 남의 기억을 훔쳐 대는 건가. 제 머리엔 든 게 없어서.”
“양육자 씨, 말하는 거 좀 짜증난다.”
은색 용이 몸을 약간 웅크리며 날개를 넓게 펼쳤다. 마나 각인이 마비되었음에도 요동치는 마력이 희미하게나마 느껴졌다. 무해의 왕이 더욱 뒤로 물러났지만 이곳에서 도망치지는 못했다.
“내 동생의 기억을 끝까지 무사히 가지고 있는 게 네놈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할 거다. 내 손으로 부수진 못할 테니까. 그러니 움켜쥐고 발악해 봐. 하지만 되찾지 못한다고 해도.”
그래도.
“앞으로가 더 중요해. 세상이 무사하면 동생에게 더 많은, 좋은,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 테니까.”
유현이의 기억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현재를,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시계를 선물해 줄 것이다. 시계는 받지 못한다 해도 또 다른 것들을 계속해서 주고받을 것이다.
무해의 왕이 가느다랗게 웃었다.
“멀쩡한 척하네.”
“척이 아니라 멀쩡하다만.”
“정말? 내 눈에는 완전히 엉망진창인데. 그럼 네 말대로 발악해 볼까!”
화악, 안개가 강하게 퍼져 나갔다. 이미 은혜는 사용하고 있었다. 체인질링의 마력이 나를 감싸고, 바닥을 치던 스탯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다.
라우치타스의 천적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회귀 전 내 동생의 능력치 두 배에 알파, 델타, 뮤, 람다의 스킬들, 그리고 베테랑 F급까지 있다. 의외인 것은.
‘회귀 전 유현이의 스탯이 SS급 가드보다 조금 더 뛰어났구나.’
두 배치 적용을 받지 않은 순수한 능력치가. S급은 각 세계 종족의 각성 가능 능력 최대치라 하였으니 겉보기엔 같은 인간이라 해도 우리 세계가 전체적인 능력이 더 나은 것일지도 모른다.
공격 스킬 효과만큼은 SSS급을 가볍게 넘어선다. 스탯이 올라서인지 마나각인이 마비에서 풀려나고, 주위를 맴도는 마력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F급일 때보다는 확실히 둔해진 감각에 아무런 부작용도 없다.
안개가 시야와 감각을 방해해 해파리 놈이 제대로 감지되지 않았지만, 체인질링의 말대로 내가 더 우세했다. 하지만 급히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동생의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 어차피 놈은 도망치지 못하니까 포기는 마지막까지 미뤄 두어도 괜찮다.
‘뮤의 공간 이동 스킬만 제대로 쓸 수 있다면 빼앗기 어렵지 않을 텐데.’
하지만 공간 이동 스킬은 예림이의 순간이동 스킬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주어진 한 시간 동안 공간 이동 스킬에 매진하면… 그렇게 생각하며 손끝을 휘둘렀다. 검붉게 피어나는 불길에 안개가 타오르고.
“이거 노으라거! 야!”
“진짜 몬스터라고요? 고양이가 아니라? 그 근방은 던전 브레이크 보고가 없습니다만 경찰서가 아닌 던전 특별 대책 본부로 연락하셔야 합니다.”
“여기선 도와드릴 수 없고요, 임시 헌터 협회 번호가… 여보세요?”
한밤중임에도 소란스러운 파출소가 나타났다. 던전 특별 대책 본부, 임시 헌터 협회. 던전이 생겨나고 반년 이내다.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세상에서도 술에 취해 돌아다니다 끌려온 취객이 버럭버럭 소리치는 옆쪽으로, 창백한 얼굴의 청년이 유리문을 밀며 들어섰다.
나였다.
나는 불안에 가득 찬 채로 경찰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잔뜩 메마르고, 떨리고 있었다.
“제 동생이 아직까지 집에 들어오질 않았어요.”
한 번도 이런 일 없었는데, 이렇게 늦게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내 말에 경찰이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남자 고등학생이라는 말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시큰둥해진다. 부모님은 안 계신다는 소리에 더더욱 관심을 잃어 간다.
“하루도 안 지났는데 좀 더 기다려 보고 가출 신고 하세요. 가족 관계 증명서 지참하시고.”
“가출 아니에요! 단 한 번도 말없이 늦은 적이 없었다고요, 유현이는!”
“흔한 일입니다. 친구를 잘못 사귀었을 수도 있고, 날 밝거든 학교에 연락해 보시죠.”
삐뚤어지기 쉬운 환경 아니냐는 눈빛에 나는 위축되었다. 동생 친구 연락처 모르냐는 물음에는 더더욱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 그래도, 혹시 몬스터라도 마주쳤다면…….”
“요샌 바로바로 수습되고 연락 가니까 아무 통보 없었으면 무사한 겁니다.”
아니면 던전 특별 대책 본부 홈페이지에 신원불명 사상자 목록 확인해 보라며 딱 잘라 말한다. 더는 상대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에 나는 머뭇거리다가 힘없이 돌아섰다. 아닌데, 유현이가 그럴 리 없는데, 중얼거리면서.
“…이게 뭐야.”
헛웃음이 나왔다.
“내 기억, 헤집지 못할 거라더니.”
– 이건 아빠가 만들어 내는 풍경이야. 원래라면 지금 아빠의 능력으론 어렵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을 텐데, 쟤 스킬에 내 힘이 더해져서 더 강해져 버렸어.
상성이 나빴다며 체인질링이 말했다. 상대에게 괴로운 기억을 보여 주는 무해의 왕의 안개에 내게 적용된 환상을 실체화하는 힘이 뒤섞여 버렸다고. 그렇다고 체인질링의 힘을 거둘 수도 없었다.
불길을 넓게 퍼뜨려 보기도 하고, 번개를 내리치고 물로 쓸어 버리려고도 해 보았지만 환영은 사라지지 않았다.
“잡스런 짓거리 그만두고 당장 나와!”
[내가 왜?]해파리 놈의 목소리가 아주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무력으론 내가 이기기 힘드니까,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한 직후라면. 아니, 한 달 전쯤만 되었어도 과거를 되새기긴 힘들었겠지만. 지금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지만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나타난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풍경이 바뀌었다.
“형.”
어린, 지금보다도 더 어린 유현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앳된 얼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