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37
635화 아이들 (4)
“하이! 미스터 SF!”
파파라치 P가 반갑게 외쳤다. 저놈의 별명 겨우 잊혀 가고 있었는데. 헌터 협회 내라서인지 P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맨얼굴이었다. 새로 염색했는지 쨍한 적금발에 파란 눈동자가 어색한 듯하면서 잘 어울렸다. 생각보다 더 멀쩡하게 잘생기긴 했네.
“걱정 많이 했어!”
악수하려는 듯 손을 내밀며 다가오는 P의 태도에 유현이가 아는 사람이냐는 듯 나를 바라봐왔다. 상급 헌터이니 모르는 척을 하면 바로 가로막혀 내쫓길 것이다. 일단 나름 날 도와주긴 했으니까.
“오랜만이에요.”
“파티 우승자로서 타임즈 표지를 장식하셔야 할 분이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놀랐다고.”
이것만큼은 아프리카에 떨어져서 다행이었다. 표지는 무슨 표지야. 상상만으로도 쪽팔려 죽겠다. P가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옆에 있는 유현이도 듣기 힘들 정도로 작게 속삭여왔다.
“배달해 온 물건이 있어.”
“네?”
“스위스.”
스위스? 거기서 무슨… 아, 설마!
‘시계?’
주문해 놓은 시계가 드디어 완성된 모양이었다. 생일은 이미 지나 버렸는데! 어쩌지, 설날 선물로 줘야 하나. 명절 선물로 시계는 좀 이상하지 않나. 그다음으로 가까운 기념일이, 유현이 아직 졸업이나 입학하려면 멀었고… 발렌타인, 은 아니고 삼일절도 당연히 아니고 화이트데이도 아니고……. 어린이날? 올해 생일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면 설날이 그나마 나은 듯했다.
“여기서 받을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P가 연이어 귓속말을 했다. 벌써 알면 안 되니까.
“잠깐 둘이서 이야기 좀 할게.”
“…누군데?”
유현이가 수상쩍어하는 시선으로 P를 쳐다보았다. P가 움찔 뒷걸음질 쳤다.
“어, 사진 촬영이 취미인 우체부.”
“벨은 두 번만 누르지.”
뭔 소리야.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소리 지르겠다고 하며 P와 자리를 옮겼다. P가 인벤토리에서 상자 두 개를 꺼내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주문하신 시계, 도착했습니다. 여기 서명해 주시고요.”
“A급 이상인 것 같던데 이런 알바도 해요?”
“SF 배달품이라기에 맡아 준 거야. 어차피 만나러 가는 길에 겸사겸사. 원래는 중급 이하 각성자가 맡았겠지.”
펜을 꺼내 수령 사인을 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상자는 각각 검은색과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상자라서인지 따로 추가 포장은 없었다. P가 보증서는 상자 안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파란색 상자를 먼저 열어 보았다. 가장 먼저 묵직하면서도 맑은 푸른색의 다이얼이 눈에 들어왔다. 시곗바늘과 숫자, 테두리는 은색으로 예술 작품처럼 섬세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런 건 잘 모르는 나도 보통 물건이 아니다 싶을 정도였다. 시계 줄은 가죽으로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청색이었다. 쨍한 햇빛에 비춰 보면 뚜렷한 푸른빛이 나타날 듯했다.
‘유현이한테 잘 어울릴 것 같네.’
무척 만족스러웠다. 돈 들인 보람이 있구나. 파란색 상자를 인벤토리에 넣고 조금 머뭇거리는 손길로 검은색 상자를 열었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똑같았다. 다만 다이얼이 짙게 검었다. 스며드는 빛을 모두 삼켜 버릴 듯 새카만 시계 판을 역시나 은색 테가 두르고 있었다. 분명 똑같은 금속일 텐데 푸른 시계에 비해 더욱 하얗고 창백하게 느껴졌다.
색상 대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 감정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시계 줄 또한 그저 검었다. 너무 까맣고 까매서 내가 미안해질 정도로. 좀 더 밝은 색으로 할 걸 그랬나. 그냥 둘 다 똑같이 주문할 걸 그랬나.
“문제라도 있어?”
“…아니요.”
그럼에도 검은 시계 또한 아름다웠다. 검은색 상자를 닫고 인벤토리에 넣었다. 언젠가는 두 개 모두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가져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
“그런데 무슨 볼일이에요? …타임즈 표지용 사진 촬영?”
내키진 않지만 시계도 배달해 줬으니까. 그래도 지금 상태 그대로 찍기는 좀 뭣한데. 예복은 엉망이 되어 버렸고…….
“오, 부끄러워하더니 속으론 좋았었나 봐?”
“아니, 여기까지 와줬으니까! 당연히 전 싫죠!”
좋긴 뭐가 좋아! 이 사람 저 사람 다 내 얼굴 박힌 책자 들고 다닌 일은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다고! P가 웃으며 한쪽 눈을 깜박했다.
“용건보다는 그냥 보고 싶어서.”
…으, 뭐냐. 방금은 좀 느끼했어. 미국 영화의 고전적인 주인공 뭐 그런 느낌이었다. 손에 도넛과 커피를 든.
“기대를 하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멋지게 해줄 줄은 몰랐거든!”
“아니, 뭐… 제가 이길 거라곤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겠죠.”
“그것보다는 회귀 전의 기억 말이야.”
가볍게 언급하기는 미안하긴 한데, 라고 P가 말했다. 기색을 보아하니 꽤 정확히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S급이었어요?”
“은신 특화라 보통 A급 정도로 보지. 그 기억이 많은 변화를 일으킬 바탕이 되어 줄 거야.”
“…A급도 드문드문 기억하는 정도고 그 아래로는 거의 모르는 것 같던데요.”
“가졌던 감정은 남아 있잖아.”
루가 폐야의 말이 떠올랐다. 기억을 지워 버린다 해도 사람들은 이미 달라졌으며 변해 갈 거라는 그녀의 말이.
“사실 파티에서 승리한 한유진은 특별한 F급이야. 하급 헌터를 보는 시선이 조금쯤은 바뀌긴 하겠지. 하지만 특별한 스킬을 타고나서 그렇다, 스킬만 보면 F급이라고 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야.”
“솔직히 그건 그렇죠. 특수 스킬에 S급 동생도 있고. 제가 평범한 F급이라고 주장하면 기만이긴 할 거예요.”
“그러나 회귀 전의 한유진은 평범한 F급이었지.”
회귀 전의 나는 정말로 흔한 F급 헌터였다. S급 헌터인 유현이는 여전히 내 동생이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고생했던, 평범한 하급 헌터.
“그럼에도 여기까지 다다른 거야.”
P의 목소리도 눈빛도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괜히 속이 근질근질해지는 시선이었다.
“한유진 씨에게는 아픈 과거라 이런 식으로 소비하려 하는 거 미안하긴 하지만.”
“아니에요. 대부분은 잊기도 했고요, 뭐.”
다들 기억하고 있었으면 잠적했다, 진짜. 한유진은 그날 죽었습니다 하고 얼굴 바꾸고 살았을 거다. 그나마 몇 명 안 되니까 참을 만한 거지.
“평범한 사람의 성공 스토리가 뻔하고 고루하다 해도, 그래도 그건 희망이고 위로야. 그 감정이 남아 있으면 사람들은 조금 더 좋은 방향에 손을 들어 주겠지. 선거 같은 게 괜히 이미지 싸움이라는 게 아니잖아. 지금 시대에선 그런 감정이 더욱 중요하거든. 당장 하급 헌터 복지를 위한 일을 시도하려 한다면 전보다 더 지지받을 수 있겠지.”
그러니 정말로 대단한 일을 한 거라며 P가 말했다.
“…솔직히 전 그냥 제가 살려고 한 거거든요. 평소에는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위하겠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파파라치 씨는 상급 헌터인데도 하급 헌터들을 도와주려 하니 오히려 더 대단한 거 같은데.”
나는 그릇이 그렇게 크진 않다. 현아 씨 같은 사람이 진짜 큰 거지.
“파파라치 씨 말고도 생판 모르는 남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전 그렇게까진 못할 거 같거든요. 그래서 좀 미안하기도 하고요.”
“고마워.”
P가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말이야,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세상은 의외로 소수가 힘내는 경우가 많긴 하지. 수십억 중에 특별한 몇몇이 큰 업적을 쌓기도 하고. 하지만 세상을 위한 일도 결국 그걸 누릴 세상이, 사람들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거잖아.”
“어… 그렇겠죠?”
“그러니 난 평범한 사람들이 부채감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고맙다고 지지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 시간 나면 직접적으로 나타내 주면 더 좋고. 금전적인 후원까진 아니어도 말이야, 요샌 표현하기도 편하잖아. 마우스 몇 번 클릭하고 폰 몇 번 두드리면 끝이니.”
타인을 위하는 것도 요샌 더 쉬워졌다며 P가 손끝을 까닥였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좋은 말 잔뜩 해줄 수 있는 시대지. 동시에 글 몇 자로 남을 해치기 더 쉬워지기도 했지만.”
“그랬죠, 정말로.”
“그래도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남 해치지 않고 자기 삶 살아가며 1달러 기부금 전화라도 한 통 하면 좋은 사람이지. SF 씨도 좋은 사람이고!”
P가 내 어깨를 탁탁 두들겼다. 뭐랄까, 생각보다 더 좋은 사람이네. 상급 헌터들이 영 괴팍하다 해도 이런 사람도 있는 거겠지. P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각성자 대상 교육 시설을 만들 생각입니다.”
“각성자 대상? 그건 좀… 위험할 수도 있을 텐데.”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차츰차츰이요. 각성자 대상이라도 헌터 양성 시설은 아닙니다. 최대한 평범한 학교가 될 거예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 우리 쪽도 어린 각성자 보호에도 신경 쓰고 있는데 미성년 각성자를 단체로 보호하겠다, 라고 하면 결국 강력한 힘을 지닌 집단을 키우겠단 소리로 받아들여지거든. 특수 부대 육성 같은.”
“그렇겠죠.”
애들 데려다 뭐 하려는 거냐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요는 하잖아요. 특히 중상급으로 각성한 아동은 평범한 부모가 감당하기 힘들어요. 그러니 차라리 제가 하는 게 가장 나을 겁니다. 전 어쨌든 스탯 F급이고 이미 마수사육소도 있으니까요.”
머리까지 S급이면 더더욱 위협적일 것이다. 하지만 F급이면 여차하면 머리를 잘라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겠지. 거기에 상급 몬스터들을 이미 육성하고 있으니 중상급 각성자가 더해진대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핵폭탄 가진 나라가 새로 생기는 것보단 이미 가진 나라에 하나 더 생기는 게 그나마 덜 위험하게 느껴지니까.
P가 턱 아래를 쓰다듬으며 나를 바라봐왔다.
“세성 길드장 아들 때문이야?”
“그거 헛소문입니다. 그리고… 비밀 지켜 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입 무겁지 않고선 이 일 못 해.”
“저한테도 애가 둘 있어요. 둘 다 각성자고, 저랑 제 동생을 닮았죠. 너무 닮아서 숨기긴 힘들고 머잖아 밝힐 거예요.”
“와우, 각성자면 완전 베이비는 아닐 테고. 의왼데?”
…헉, 그러고 보니 흑룡을 여섯 살이라고 해도 내가 이제 스물여섯이니까. 내 체감은 서른이라 별생각 없었는데 임신 기간까지 치면 십대 때 일 친 셈이잖아. 아니 이거 진짜, 음. 그것도 연년생 둘이다.
“솔직히 연애 한번 못 해봤을 줄 알았거든!”
…쓸데없이 예리하기는. P가 하하하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예비원생이 벌써 셋이니 만들긴 만들어야 할 테고.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제대로 된 보호교육 시설이 생긴다면 우리야 반갑지. 어린 각성자 구조 보호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거든. 세성 길드장도 그쪽 일 도와준 적 몇 번 있다더라.”
“세성 길드장이요?”
해외 돌아다닌 건 알고 있었지만 봉사활동도 했었냐.
“그래서 평판이 묘하잖아. 마주치기 싫은 제멋대로인 강자인데 동시에 도움 요청도 은근 잘 받아 줘서. 좋은 일 한다기보단 당연한 일 하는 태도라지만.”
“애들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하죠.”
“그렇긴 한데 뭐라더라, 늑대가 물고 간 양 구하러 가는 양치기 느낌? 좀 의무적인 태도라든가.”
성현제라면 그럴 법했다. 도덕적 봉사나 인류애 같은 것보단 자신의 넓디넓은 울타리에 들어갈 수 있는 새끼양이니 구해는 놓자, 쪽에 가깝겠지.
“해외 예비 원생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원한다면 협력해 줄 만한 사람들도 소개시켜 줄게.”
“고마워요.”
“고맙기는, 좋은 일 하는 건데. 그럼 사진 한 장 찍을까.”
마술처럼 카메라가 튀어나왔다. 아니, 잠깐만.
“지금 여기서요?”
“생활감 있는 게 좋아. 자, 한국인이니까 김치!”
“잠깐만, 잠깐만요!”
인벤토리에서 거울을 꺼내 멀쩡한 얼굴인지 서둘러 확인했다. 뭐 묻은 건 없고 머리칼 좀 엉망인데! P가 정 신경 쓰이면 보정 살짝 해주겠다며 재촉했다.
“그래도, 세수라도! 악! 찍지 마!”
텅!
“형?!”
– 크흥!
내 비명에 유현이와 피스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예림이와 송 실장님, 노아도 고개를 들이밀었다. 예림이와 함께 있던 결이가 내게 날아왔다.
“아냐, 괜찮아. 사진 찍으려는데 세수라도 해야 할 거 같아서…….”
“여기요, 아저씨.”
예림이가 곧장 물덩이를 만들어 주었다. 고맙구나. P가 내 어깨에 앉는 요정용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 애가 세성—”
“아니라니까!”
– 결이는 아빠 아들이에요!
결이가 소리치곤 내 눈치를 살폈다. 고개를 끄덕여 주자 아래로 내려가 어린애 모습으로 변한다.
“리에트 남매와 비슷한 스킬인가 봐. 안녕.”
“안녕하세요, 한결이라고 합니다. 성이 한이고 이름이 결이에요.”
결이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아이고 착해라.
“기사 내줄까? 원하는 대로 써줄게. 실력 좋은 라이터 친구 있어.”
“음, 결아. 어때?”
“결이는 괜찮아. 아빠 아들로 나간다면 좋아.”
소문이야 이미 퍼질 만큼 퍼졌을 테고. 결이를 내가 맡기로 했다는 사실을 지금 알리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자, 그럼 인간 모습으로 한 컷 찍고 용 모습으로 한 컷 찍자. 몬스터화 스킬이라서 맡게 되었다, 라는 식으로 하면 되지?”
“네. 등급이 낮다고도 해주세요. 파티에서 봤다시피 별다른 능력은 없고요.”
상급이면 노리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원래라면 좀 더 자랄 때까진 안전하게 어린 마수인 척 지내기로 했었어요. 하지만 유치원을 만들기로 하면서 밝히게 된 겁니다. 유치원은 아직은 적당히 얼버무려 주시고요.”
“오케이, 오케이. 그래서 친척인 세성 길드장에게 보내졌다가 마수 사육사인 한유진 소장에게 가게 되었다. 맞지?”
“네.”
“그럼 원래 이름은 성결?”
“친척이라니까요. 원래도 한결이었습니다.”
친척이라고 성이 같다는 법 있냐. 외가도 있고 요샌 엄마 성을 따르기도 한다잖아.
“결이는 처음부터 한결이에요.”
결이와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카메라를 집어넣은 P가 내게 속삭였다.
“세성 길드장의 숨겨진 애라는 말이 대세긴 해.”
으음… 그건 어쩔 수 없지. 설사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유전자 검사까지 해도 말이야, 그편이 더 흥미로우니까. 그리고 그 소문 자체야 괜찮았다. 내 애보단 성현제 애가 건드리기 더 힘들기도 하고. 결이는 싫어하겠지만 유치원 문제부터 해서 여러모로 도움은 될 것이다. 든든한 배경이 좋긴 하지.
기사 잘 내주겠다며 P가 돌아갔다.
“유치원은 최대한 빨리 공사 시작하는 편이 좋겠지. 그리고 말이야.”
유현이와 예림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사를 할까 싶어. 지금 집도 쓰면서, 경기도 사육장이 있는 곳에 새로 집을 지어서.”
“경기도로요?”
“응. 사실 각성자 학교가… 기피시설 취급당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결이를 안아 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렇지. 위험한 애들이 모였다고 생각할 테니. 송 실장님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그것도 해연길드가 있는 곳에는 허가가 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네. 그래서 사육장 근처로 하려고요. 거기엔 상급 헌터 훈련 시설도 있어서 더 안전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형이 있는 곳이라면 난 어디든 좋아.”
“출근하기 불편해지잖아.”
“피스가 있으니 괜찮아.”
“맞아요. 저도 비행 스킬 있고 아님 블루도 있잖아요. 블루 엄청 빨라요.”
“노아 씨는.”
“전 빌딩에 머물겠습니다. 유진 씨도 그러길 원하실 테고요.”
노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혹시 저 때문에 그러시는 거면…….”
“아니에요. 그리고 저도 언제까지 혼자일 순 없으니까요. 마르셀도 한국으로 온다고 하니.”
자주 놀러 가겠다며 노아 씨가 말했다.
“저도 출퇴근하긴 해야 해요. 사육소는 그대로일 테니까요.”
이번엔 이 층 이상으로 더 넓게 지어야지. 그리고 학교와 아이들과. 건물 올리는 데만 해도 몇 달은 걸릴 테니 아직 꽤 남은 미래였다. 동시에 얼마 남지 않기도 하였다. 이루어질지 불확실한 미래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괜히 가슴이 들뜰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