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66
ⓒ 목마
다크 크리처-4
“후후.”
라덴은 어깨를 들썩거리고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렇게 선 라덴의 어깨는 흑익 무르시엘라고가 둘러져 있었다. 이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은, 바람이 불지도 않고 라덴이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혼자 꿈틀거리면서 검은 불꽃처럼 흔들린다.
눈에 튄다. 이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만, 더 이상 그것은 라덴이 신경쓸 바가 아니었다. 흑익 무르시엘라고에는 드랍 불가 옵션이 붙어있으니까. 이 망토를 노리고 다른 놈들이 덤벼들고, 최악의 경우 라덴이 죽는다고 해도. 이 아이템은 절대로 드랍되지 않는다.
“후후후.”
다시 라덴의 입술을 비집고 웃음이 흘러나온다.
알제른의 스킬 하우스. 이곳에는 스킬을 수련하기 위한 개인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라덴에게 있어서는 그립고도 반가운 장소였다. 이 장소에서 허공답보를 수행했었으니까.
이곳에서 라덴은 무르시엘라고의 특수 스킬인 망토 변환의 연습을 가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고, 망토 변환 스킬이 어떤 스킬인지에 대해서도 이해를 끝냈다.
‘사기야.’
솔직히 말해서, 라덴은 무르시엘라고의 특수 스킬 중에서 가장 사기성을 가진 것은 ‘사역마의 보호’ 스킬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사역마의 보호 스킬도 충분한 사기성을 갖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는 하다. 이 스킬만 있다면, 라덴은 난전 속에서 절대적인 유리함을 갖게 되니까.
망토 변환 스킬이 그 사역마의 보호 스킬보다 몇 배는 더한 사기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라덴은 우두커니 서서 무르시엘라고 쪽에 이미지를 보냈다. 양 어깨의 망토자락이 크게 치솟더니,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주변을 할퀸다. 거기서 계속해서 이미지를 준다. 무르시엘라고가 크게 펼쳐져 라덴의 몸을 완전히 삼키고, 꿈틀거리는 어둠이 몇 십 개의 송곳이 되어 허공을 꿰뚫는다.
무르시엘라고의 변환에는 제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일직선으로 뻗어졌을 때의 최장 길이는 10m 정도. 그것은 셰도 케이프의 베이스 재료였던 그림자 정수와 이번에 새로이 합성한 다크 크리처가 굉장히 궁합이 잘 맞았기에 일어난 결과물이었다.
즉, 라덴은 반경 10m 까지는 굳이 손이나 발을 휘두르지 않아도 무르시엘라고의 망토 변환으로 대응이 가능해 진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위력이 크게 주는 것도 아니다. 망토 변환 스킬에 강기 변환 스킬의 접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리력을 갖춘 무르시엘라고의 공격에, 강기 변환을 가미한 강기를 덮는다. 그렇게 되면- 무르시엘라고의 공격은, 강기를 휘둘러 치는 라덴의 공격과 엇비슷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무르시엘라고의 망토 변환 스킬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었다.
라덴은 가볍게 도약했다. 허공답보를 몇 번, 그 후에 망토 변환으로 발 아래에 발판을 만든다. 그렇게 허공답보를 초기화. 다시 허공답보.
“사기야.”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라덴은 바닥으로 내려서고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런 식으로 허공답보를 몇 번이나 연거푸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망토 변환 스킬의 사기성은 성립된다. 그 외에도 응용할 방법이 넘치니까 문제인 것이다.
‘난전에서는 거의 무적이야.’
라덴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레벨이 낮은 공격은 사역마의 보호 스킬로 자동으로 방어한다. 원거리의 적은 망토 변환 스킬로 요격, 방어가 안 되는 스킬은 마찬가지로 망토 변환 스킬을 응용하여 대처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망토 변환 스킬의 발동 매커니즘은 ‘이미지’다. 몸을 움직이고, 전투 상황에 대응하고, 공격과 방어, 회피를 신경 쓰면서 망토를 어떻게 움직일지 이미지를 줘야 하는 것이다. 당장 망토를 움직이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 졌지만, 실제 전투 상황에서 생각했던 것만큼의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서는 상당히 고생해야 할 것이다.
스킬 하우스의 연습 공간은 그런 실전 상황까지는 구현하지 않는다. 결국 라덴은 어쩔 수 없이 보하미르로, 그리고 다시 제노미아로 돌아왔다.
제노미아로 돌아오고서, 라덴은 바로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에서의 괴수 대전이 있고서 고작해야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영주와 유지들의 세뇌는 풀렸겠지만, 고작 하루 만에 도시가 황혼 이전의 때로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라덴은 굳이 대로를 걷지 않고서 건물의 옥상과 옥상을 이동하며 신전에 도착했다.
“라덴님!”
신전에 도착한 즉시, 로만이 뛰어 나왔다. 영지가 하루만에 변하지 않았던 것처럼, 로만도 하루만에 변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그에게는 대주교로서의 위엄은 쥐뿔도 없었고, 로만의 뒤에서 지팡이를 짚고서 따라오는 아하베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디에 가셨던 겁니까!”
“다른 도시 좀 잠깐 다녀왔어요.”
라덴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하베스를 향해 살짝 머리를 숙였다. 검버섯이 피어난 노인의 모습을 한 아하베스는 라덴을 향해 흘흘거리면서 웃음을 흘렸고, 라덴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맞아. 은검 그 새끼는 잘 가둬 놨죠”
“아, 네. 묶어놓고 방에 가둬 놓았습니다.”
“확인은”
“이곳에 오기 전에 확인하고 왔는데 잘 있던데요.”
하긴. 팔다리를 모조리 꺾어놓았으니, 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어찌 할 수단은 없겠지. 라덴은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다시 물었다.
“그런데, 뭘 이렇게 입구까지 마중을 나오고 그래요 뭐 급한 일이라도 있어요”
“급한 일은 어제부터 있었습니다!”
로만이 답답하다는 표정르 지으면서 가슴을 두드렸다. 그 말에 라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아니, 설마. 황혼의 추적자가 로만한테 이어지는 거야’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런 확신이 라덴의 등골을 강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황혼의 추적자 퀘스트를 완료하기는 했지만, 그 퀘스트에서 파생되는 추가 퀘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라덴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퀘스트가 최종적으로 가르켰던 NPC, 키라이스를 다시 만나보는 것이었는데. 어쩌면 로만에게서 퀘스트가 파생될 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쩌실 겁니까”
라덴의 얼굴을 빤히 보던 로만이 대뜸 그리 물었다. 그 말에 라덴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입니까”
“이 도시 말입니다! 황혼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현재 도시의 치안 상태는 개판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영주와 유지들은 그런 시민들의 폭동을 억누르기 위해 병사와 기사들을 풀을 지도 모릅니다.”
“…잠깐. 왜 일이 그렇게 되는 거예요”“몰라서 물으십니까”
라덴이 되묻는 말에 로만이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리 물었다.
“황혼의 세뇌가 풀리고, 영주와 유지들이 제 정신을 차렸습니다. 본래 제노미아의 영주는 욕심이 가득한 돼지 같은, 편협한 인물이었습니다. 제 정신을 차린 영주가 텅 빈 영지 창고를 보고 뭐라 했을 것 같습니까”
“어… 좋은 말은 안 했겠죠”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세뇌는 풀렸지만 기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눈이 뒤집힌 영주는 사병을 동원하여 영지민들에게 거두는 세금을 몇 배로 강화하겠다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영지민들의 복지를 위해 지은 건물과 도로에 가혹한 이용료를 부과하겠다고 외쳤지요. 그에 분개한 영지민들과 영주 사병들이 부딪히기 직전이란 말입니다!”
“그건… 참 큰일이로군요.”
라덴은 떨떠름한 얼굴로 로만을 보면서 대답했다. 제노미아 영지에 생긴 일은 여러 가지 의미로 안타깝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덴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도와주십쇼.”
로만은 라덴을 보면서 머리를 꾸벅 숙였다. 라덴은 그런 로만을 보고서 기겁하며 머리를 가로 저었다.
“아니, 나보고 대체 뭘 어쩌라고요”
“도시를 구했으면 그 뒤처리도 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씨,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데. 지금 대주교님 꼴이 딱 그것 아닙니까”
“라덴님은 아하베스교의 성기사시잖습니까!”
로만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실렸다. 그 말에 라덴은 헛웃음을 흘리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뭐, 성기사 신앙도 없는데 무슨…”
“신앙은 없어도 성기사는 성기사지.”
아하베스가 말을 끊고 들어왔다. 라덴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럼 성기사 그만두겠습니다.”
“이 고얀 노옴, 저주를 받고 싶은 것이냐!”
“저주는 무슨…”
“이놈! 제 필요할 때에는 덥썩 성기사가 되어 도움을 구하더니, 제 용무를 다 보았다고 이제는 성기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이냐!”
“참나 어이가 없어서. 신전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던 아하베스님을 도와준 것이 누군데!”
“그건 고마웠지만 이건 이거지.”
“이런 미친…”
아하베스의 뻔뻔함에 라덴은 할 말을 잃고서 헛웃음을 흘렸다. 저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오니 되려 이쪽이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아하베스는 자신의 태도가 그리 신답지 못했다는 것을 자각한 듯, 낮게 헛기침을 하면서 태도를 슬쩍 바꾸었다.
“얘야, 플레이어야. 잘 생각해 보아라. 발할라의 플레이어 중에서 신이 주는 퀘스트를 수행한 놈이 있을 것 같으냐”
“없겠죠.”
“그렇지 그러니까 말이다, 이 풍작의 신인 아하베스가 너에게 퀘스트를 내려 주마. 많은 것은 바라지 않으마. 그래… 당장 이 도시가 안정되는 것만 도와주지 않겠느냐”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아하베스의 부탁.
-특수 퀘스트.
제노미아에 모셔지는 풍작의 신, 아하베스가 당신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하베스의 부탁을 들어 주어 제노미아가 안정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우십시오.
“…허허.”
라덴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이런 식으로 퀘스트가 연계되는 모양이다. 황혼이 깽판을 치고 간 덕에 엉망이 된 제노미아. 이 도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거기서 다시 퀘스트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건 에픽 퀘스트가 아니야.’
우선 그것은 확실히 생각해 둬야만 했다. 로만과 아하베스에게서 파생되는 퀘스트는 특수 퀘스트이기는 하지만, 황혼과 이어지는 에픽 퀘스트는 아니다.
“…좋아요. 뭐, 퀘스트는 좋아하니까. 보상만 확실하게 주신다면야.”
“에잉, 이놈아! 신이 주는 퀘스트의 보상이 째째할 리가 있겠느냐!”
그리 말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라덴은 아하베스에게 조금의 신뢰도 가질 수가 없었다. 라덴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몸을 돌렸다.
“뭐, 퀘스트는 확실하게 받았으니까. 어떻게 수행하느냐는 제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요”
“오냐. 방법은 다소 거칠어도 상관은 없단다.”
아하베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여태까지 이 도시에서 그리 대우를 받지 못하고, 갑자기 들이닥친 황혼에 의해 이단으로 내몰렸던 것을 내심 쌓아두고 있었던 탓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말이 있기야 하지만, 굴러온 돌에 밀려난 박힌 돌의 심정이 좋을 리는 없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 게요.”
라덴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일단 로만과 아하베스를 지나쳤다. 라덴은 우선 신전의 방에 갇혀 있는 은검을 확인했다. 은검은 라덴이 로만에게 그토록 주의를 주었던 것에 충실하게, 부러진 팔다리에 부목 하나 대지 않고서 굵직한 사슬에 몸이 감겨 있었다.
라덴은 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바닥에 널브러진 은검은 라덴이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제 일 이후로 그대로 기절해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이다. 라덴은 은검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쓰러진 놈의 몸을 발로 몇 번 건드린 뒤에 다시 방을 나왔다.
그리고 신전을 떠났다. 당장 아하베스의 부탁 퀘스트를 수행하기 전에, 일단 황혼의 추적자 퀘스트를 탐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은검을 심문하기 전에.’
우선 키라이스를 만나야만 했다.
다크 크리처-4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