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22
022/ 백설-3
Name: 라덴
LV.15
Title: 짐승의 마왕
백호의 새끼 호랑이
Race: 인간
Sex: 남성
힘 58 민첩 41(+5) 지력 10 체력 40 마력 10
삼 주일이 흘렀다. 라덴은 자신의 스탯을 점검해 보고서 헛웃음을 흘렸다. 레벨은 4 올랐을 뿐이다. 3주일 동안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게임만 했는데, 레벨이 4밖에 안 올랐다.
‘레벨 업 속도만 따지면 느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스탯의 증가량이다. 레벨 1이었을 때의 기본 스탯이 모두 10이었는데, 지금 라덴의 추가 스탯은 모두 114. 레벨 1이 오를 때마다 스탯이 5 오른다 치면, 지금 라덴의 아바타 레벨은 23 정도다.
‘하지만 실제 레벨은 15.’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레벨 23의 스펙인데 실제 레벨이 15라는 것이니까. 이건 큰 이득이다. 레벨 15가 16이 되기 위한 경험치 요구량은, 당연한 말이지만 레벨 23이 24가 되기 위한 경험치의 요구량보다 적다.
즉, 라덴은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레벨 8이 앞서 있다는 말이다.
‘개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시간 들인 보람이 있어.’
스킬 없이 아바타를 혹사시킨다면 스탯이 오른다. 하지만 계속해서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실제 육체도 단련할수록 근육이 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근육은 더 이상 늘지 않는다.
아바타도 똑같다. 처음에야 스탯이 붙는 속도가 빨랐지만, 이쯤 되니 아무리 아바타를 혹사시켜도 스탯이 붙는 속도가 미미했다.
‘이 짓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스탯을 레벨로 생각하면 10.. 10 정도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거기까지가 마지노선이다. 그 이상은 레벨도 레벨이라서 어지간한 강도의 단련으로는 추가 스탯을 얻을 수 없다.
‘너무 욕심 부릴 필요는 없어.’
라덴은 주먹을 쥐었다. 가볍게 뻗어나간 주먹이 허공을 때렸다. 파앙, 하고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추가 레벨 10. 이 정도도 충분히 앞서가고 있는 거야. 적어도 동레벨 플레이어에 비해서는.’
하지만 상위 랭커에게는 먹히지 않겠지. 그들과는 레벨 차이가 너무 날뿐더러, 그 정도로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라면 이미 추가 스탯도 다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래, 그렇지. 남 좋은 일을 공짜로 해 줄 이유가 없잖아.’
그건 마음에 드는군. 라덴은 씩 웃었다. 어찌되었든 동레벨 플레이어보다 앞서 나간 것은 확실하다. 레벨 15는 아직 저렙 구간이고, 이 레벨 대에서 플레이어들이 하는 짓은 사냥이나 퀘스트 뿐이다. 라덴처럼 무턱대고 몸에 과한 단련을 하는 놈은 없을 것이다. 아니, 있어도 많지 않겠지.
‘스탯 레벨은 23. 이 정도면 레벨 30의 플레이어까지는 잡을 수 있어.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 지도 모르고.’
확인할 수는 없다. 싸워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지난 번, 백호무술관 근처에서 이빨 길드에게 습격을 받았을 때. 그 정도 인원이라면 청아의 도움 없이, 라덴 혼자서 정리가 가능하다.
“뭐하냐?”
등 뒤에서 불쑥 호량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에 라덴은 머리를 돌려 호량을 바라보았다. 호량은 배를 벅벅 긁으면서 라덴을 보고 있었다.
“그냥, 잠깐 쉬고 있었어요.”
“관주님은?”
“오늘은 혼자서 하라는데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라덴의 대답에 호량은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라덴에게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관주님이 창고에 틀어박혀 있던데. 뭐 창고 정리라도 하나?”
“관주님 성격에 혼자서 그런 일 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야 그렇지.”
낄낄 웃던 호량의 걸음이 멈추었다. 그는 라덴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라덴을 바라보았다. 우둑. 호량의 머리가 옆으로 꺾였다.
“오랜만에 대련이나 한 번 해 볼까.”
백설에게 단련 받기 시작하고서, 라덴은 다른 사형들과 대련을 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량을 비롯한 다른 사형들도 라덴을 방해하지 않았다.
“저야 좋죠.”
라덴은 머리를 끄덕거렸다. 오늘 하루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고 했으니, 대련 정도는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 스탯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한 번 보고 싶었다.
“보니까, 스킬은 따로 안 배운 것 같은데. 맞지?”
“네. 일단 몸에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건 좀 아쉽군. 관주님의 기술을 겪어 보고 싶었는데.”
“그렇다면 관주님이랑 대련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상대도 안 될 걸.”
호량이 낄낄거리며 대답했다. 그는 걸치고 있던 웃옷을 벗어다 등 뒤로 던졌다. 단단하게 잡힌 호량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호량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안 봐준다.”
언제나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던 호량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라덴은 살짝 머리를 끄덕거리고서 주먹을 쥐었다. 호량과 대련은 자주 해보았다. 그때마다 호량은 웃었고, 적당히 힘을 뺀 주먹으로 라덴을 상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본능적으로 라덴은 그것을 알았다. 호량은 진심이다.
잘못하면 죽을 지도 모른다.
등 뒤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라덴은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런 고양감이 싫지 않았다. 애초에 판타지아에서 투기장에 처박혔던 것도 이런 기분이 좋아서였다. 라덴의 발이 살짝 땅을 비볐다. 흙먼지가 얕게 일었다.
그리고 단숨에 호량이 거리를 좁혀왔다. 호량은 주먹을 쓴다. 하지만 주먹에 능하다는 것이지, 발을 못 놀린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백호무술관 제자들 전부가 그랬다.
각자 장기로 삼는 것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그 외의 것이 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시작은 호량의 발길질이었다. 기교없이 걷어차는 발. 밀어내는 발이다. 라덴은 즉각 반응했다. 발이 닿지 않도록 몸을 뒤로 빼고, 대신 손을 뻗어 호량의 발을 누른다. 공격을 막아내면서 자세를 무너트린다.
읽혔다. 쿠웅! 손으로 내려진 발이 땅을 찍었다. 호량의 체중이 크게 움직이면서, 꽉 쥔 주먹이 라덴의 안면으로 날아왔다.
읽은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호량의 주먹이 뻗어지는 즉시, 라덴은 상체를 크게 비틀었다. 호량이 내지른 주먹이 라덴의 가슴 옷깃을 스쳤다. 옷이 통째로 찢겨져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근거리에서 뻗은 호량의 주먹은 위력적이었다. 맞았다면 죽었을까? 못해도 체력 절반은 날아갔겠지.
반격. 맞았다면 발동되었을 것이다. 라덴이 뻗은 주먹을 호량의 몸에 닿지 않았다. 호량은 그 거구를 탄력있게 뒤로 기울이면서 라덴의 주먹을 피해냈다. 호량이 웃는 것이 느껴졌다. 기울인 상체를 비틀면서 크게 휘두른 주먹이 라덴의 몸을 때렸다.
때리려고 했다. 급하게 비튼 몸이 공격을 피해낸다. 반격할 틈은 없었다. 공격이 빗나간 즉시 호량은 다른 주먹을 휘둘렀다. 근거리 박투에서 호량은 백호무술관 사형들 중에서 제일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능숙하다. 주먹이 오가는 거리가 호량의 거리고, 그 초근접에서 호량은 가장 밸런스가 잘 잡힌 유의조차 공격에서는 압도한다.
‘무거워..!’
추가타를 맞았다. 방어를 올리기는 했지만, 호량의 공격은 라덴의 방어조차 박살낼 정도로 무거웠다. 방어로 쓰기 위해 세운 왼팔이 으스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채 막아내지 못한 충격이 늑골로 전해진다.
늑골조차 부러졌다. 라덴의 입이 벌어졌다. 울컥하고 피가 솟았다. 꽈아앙! 라덴의 몸 안에서 그런 소리가 났다. 라덴은 피를 토하면서 뒤로 날아가 뒹굴었다.
“엇차.”
호량은 뻗은 주먹을 툭툭 털면서 라덴에게 다가왔다. 라덴은 헐떡거리는 숨을 뱉으며 피범벅인 입술을 손으로 감쌌다. 체력은? 맙소사, 막았는데도 1/2가 사라졌다.
“이게 파쇄권이다.”
라덴의 앞에 웅크리고 앉은 호량은 씩 웃었다.
“즉각적으로 세운 방어도, 이미 준비하고서 굳건히 세웠던 방어도. 그냥 때려 부수는 것이 파쇄권이야.”
“..너무.. 세잖아요..!”
“안 봐준다고 했잖아.”
호량은 피식 웃으면서 라덴을 일으켰다.
“관주님의 무술인 대호격타. 그것이 좋아서 주먹을 휘둘렀지만.. 잘 되지 않았어. 그래서 내 나름대로 궁리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지. 파쇄권. 이름은 관주님이 직접 붙여 주었다. 잊지 마라.”
“..예?”
“잠깐만.”
호량은 몸을 돌렸다. 그는 벗어 두었던 옷을 뒤져다가 작은 병을 꺼냈다.
“이거나 마셔.”
호량이 라덴에게 병을 던졌다. 라덴은 급히 손을 들어 병을 받았다. 찰랑거리는 붉은 액체가 담겨 있었다.
“포션이야. 다 마시지는 마라. 비싼 거니까, 조금 혀를 축이는 정도로도 효과가 있을 거야.”
그 말에 라덴은 머뭇거리다가 포션의 뚜껑을 열었다. 호량의 말대로였다. 살짝 혀를 적시는 정도였는데도 체력이 빠르게 차올랐다.
“일어서서 준비해.”
호량은 옷을 입고서 그 자리에 털썩 앉았다.
“..무슨 준비?”
“다음은 나야.”
목소리가 들렸다. 청아였다. 라덴은 기겁하고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청아 뿐만이 아니라 무풍, 유의까지 그곳에 서있었다.
“뭐해? 안 일어서고.”
청아는 몸을 숙여 펄럭거리는 바짓단을 끈으로 꽉 조였다. 라덴은 머뭇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일단 포션을 마셔서 체력은 회복되었고, 엉거주춤 자세를 잡았다.
“도대체 무슨..”
라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아가 달려들었다. 크게 휘두른 발이 라덴의 얼굴로 날아왔다. 라덴은 기겁하며 상체를 뒤로 기울였다. 날카로운 발차기가 라덴의 앞머리를 조금 베어냈다.
‘진심이야!’
청아의 발이 질풍처럼 몰아쳤다. 라덴은 연신 몸을 비틀면서 청아의 발을 피해냈다. 맞으면 안 된다. 그 생각이 라덴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호량의 일권보다는 가볍지만, 청아의 공격은 한 번 맞기 시작한다면 끝이 없다.
그래서 질풍각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었다. 한 번 가속이 붙은 다리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빨라진다. 콰앙! 얻어 맞은 몸이 크게 기울어졌다. 라덴은 숨을 삼키면서 어떻게든 반격을 하기 위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라덴의 주먹이 뻗어 때리는 것보다 청아의 발길질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텅 빈 옆구리에 청아의 발등이 닿았다. 몸 안에서 다시 한 번 폭발이 일어났다. 결국 라덴은 호량에게 당했듯이 피를 토하며 땅을 뒹굴었다.
‘안 돼. 지금 스탯으로는 택도 없어..!’
눈으로 보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몸이 대응할 수가 없다. 반응속도고 뭐고, 아바타의 스펙이 라덴의 정신을 따라오지 못한다.
“맹호박투.”
청아가 내뱉었다. 그녀는 쭉 뻗은 다리를 천천히 내리면서 라덴을 내려 보았다.
“나도 여자거든. 무식하게 주먹 휘둘러 때리는 것보다, 그냥 다리 휘두르는 것이 좋았어. 가랑이 걷어차기도 쉽고.”
“윽..!”
“맹호박투와는 조금 다르지. 질풍연각은 철저하게 발기술에 집중되어 있으니까. 그러니까, 잘 기억해. 질풍연각의 요점은 멈추지 않는 거야. 어떤 각도에서도 다리를 휘두를 것. 피한다고 해서 멈추지 말 것. 그렇게 계속 속도를 올려서, 피할 수 없도록 때리는 것이 질풍연각이야.”
그제 서야 라덴은 왜 청아와 호량이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이 쌓은 기술에 대해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일어서, 막내야.”
다음 차례는 무풍이었다. 라덴은 더 이상 사형들에게 따지지 않았다. 대신에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포션을 마시고서 체력을 채운다. 박살난 내장과 늑골이 회복되었다.
“유유호령.”
무풍은 풀어 헤쳤던 머리를 끈으로 묶었다. 그는 속눈썹이 긴 눈을 깜박거리면서 라덴을 향해 웃었다.
“관주님의 기술에 비하자면, 내 유권은 하찮지. 빠르지도 않고, 정교하지도 않아. 힘도 없어. 그저 부드럽기만 해.”
“..사형의 유권이 상대하기 힘들다는 건 제가 잘 압니다. 몇 번이나 죽을 뻔 했으니까.”
라덴은 그렇게 내뱉고서 무풍에게 달려들었다. 사형들이 전력을 다해서 가르침을 준다면, 라덴 역시 전력을 다해 부딪칠 생각이었다. 악을 쓰며 내지른 주먹이 무풍을 향해 날아갔다.
무풍의 손이 들렸다. 새하얀 손이다. 빙글 돌아간 무풍의 손이, 손등이. 힘을 줘서 뻗은 라덴의 주먹에 닿았다.
주먹의 궤적이 바뀐다. 라덴의 팔이 크게 옆으로 비틀렸다. 타격점에 닿기 전, 뻗어지는 도중에 옆에서 힘이 들어온다. 흔히들 말하는 ‘패링’이다.
‘뭐가 정교하지 않다는 거야..!’
이 정도로 완벽한 패링은 유의도, 청아도, 호량도 사용하지 못한다. 라덴은 이를 악물고서 다른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역시 막힌다. 정확히 말하자면 ‘걷어졌다.’ 과하게 힘을 주었고, 그것이 비틀리니 오히려 이쪽의 관절이 무너진다. 라덴의 정면이 텅 비었다. 활짝 펼친 무풍의 손바닥이 라덴의 가슴에 닿았다.
쩌엉! 라덴이 입고있던 옷의 등이 터져나갔다. 라덴은 피를 토하면서 뒤로 날아갔다.
“정면만 보지 마.”
무풍이 충고했다.
“정면에서 받기 힘들다면 측면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야. 방어를 뚫을 수 없다면 방어를 걷어서 무너트려. 텅 빈 몸은 때리기 쉬우니까.”
“..예..!”
라덴은 헐떡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사형인 유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라덴은 포션을 마시고서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부탁드립니다.”
유의는 천천히 라덴에게 다가왔다. 청아는 빠르다. 호량은 무겁다. 무풍은 부드럽다..
유의는 단단하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유의의 주먹이 다가왔다. 전신을 통째로 휘둘러 뻗는 철산포. 방어할까? 방어채로 부서질 거다. 피할까? 피하기에는 너무 빨라. 그렇다면 역공으로? 해봤자 내가 죽어. 순간 라덴의 사고가 멈추었다.
유의의 주먹이 라덴의 코앞에서 멈추었다. 화아악! 라덴의 머리카락이 크게 나부꼈다.
“나는 딱히 너에게 가르칠 것이 없어.”
유의의 입이 열렸다.
“너는 잘 하고 있으니까. 철산포. 관주님의 맹호진산을 보고서 내가 만들었지. 관주님의 것보다 가볍고 약해. 하지만 잊지 마라. 철산포를 기억하고, 그 위에 맹호진산을 덮어라.”
그리고 하나 더. 유의는 손을 들어 라덴의 머리 위에 얹었다. 유의의 커다란 손이 라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끔,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유의는 피식 웃었다.
“때로는 우직한 것도 나쁘지 않아. 상황에 따라서지만 말이다.”
“..그런.. 가요?”
“방금 전에도 그랬지. 피할까, 막을까, 때릴까. 결국 너는 그 셋 사이에서 고민하고, 무엇이 나을까 견주고..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 그런 상황이 오면, 차라리 셋 중 뭐라도 해. 고민하지 말고.”
투욱. 유의는 그렇게 말하면서 라덴의 머리를 한 번 두드렸다. 라덴은 차마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머리를 숙였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가르침을 들은 적이 있었던가. 그것도 진짜 인간이 아닌 NPC에게.
‘너무 리얼하잖아.’
라덴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꾹 억누르면서 생각했다.
“다 했냐?”
그리고 그런 목소리가 났다.
백설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