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46
046/ 리벤지-1
-특수 퀘스트.
그레이 울프 250/250
스캇 몽키 200/200
스케일 재규어 150/150
아나코브라 100/100
끝났다. 라덴은 감회에 젖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주일 동안 아카이드 숲을 뒤지고, 이 비린내 폴폴나는 뱀 굴까지 이어진 여정이 드디어 끝났다.
“이, 빌어먹을 퀘스트 같으니.”
레벨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일주일 동안 숲을 뒤지고 다닌 것을 생각하면 욕지기가 나온다. 라덴은 크게 숨을 삼키면서 주먹을 쥐었다.
[특수 타이틀, ‘고독한 사냥꾼’을 획득하였습니다!]일주일 동안 개고생한 이유가, 바로 이 고독한 사냥꾼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다.
-고독한 사냥꾼.
획득 조건: 레벨 30 이하로 아카이드 숲의 몬스터 100마리를 혼자서 잡을 것.
모든 스탯 +10
특수 스킬:
추적.
한 번이라도 마주친 적이 있는 몬스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태세정비.
사흘에 한 번, 착용한 장비 아이템의 내구도를 절반 회복할 수 있다.
“전 스탯 +10이라니.”
라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특수 타이틀이라더니, 과연 그만한 값어치를 하고 있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성장형 아이템이었던 호령환도 일주일 동안 아카이드 숲에 틀어박힌 덕을 보았다.
본래 호령환은 모든 스탯에 추가로 10 스탯을 더해주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호령환의 레벨이 2가 되면서 추가 스탯이 10에서 15로 바뀌었다.
‘그리고 특수 스킬도 좋아.’
우선, 추적. 한 번이라도 마주친 몬스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스킬이지만, 라덴은 추적 스킬이 어떻게 사용될 때에 가장 빛을 발하는지를 눈치챘다.
‘필드 보스.’
일반 몬스터라면 추적할 필요도 없이 사냥터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마주칠 수 있지만, 필드 보스는 아니다. 대부분의 필드 보스는 자신의 영역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움직이지만, 간혹 카할처럼 영역없이 멋대로 돌아다니는 필드 보스가 있다. 그리고 설령 영역을 두고 움직이는 놈이라고 해도, 워낙에 필드가 넓은지라 보스를 마주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보스가 잡혔다면, 리젠 시간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 추적 스킬이 있다면 필드 보스를 상대로도 파밍이 가능해.’
물론 필드 보스를 쌈 싸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태세정비. 그 스킬을 보고서 라덴의 얼굴이 환해졌다. 사흘에 한 번이라고는 하지만, 수리 관련 전문기술을 익히지 않은 라덴에게 있어서 장비 수리는 돈 새는 구멍과 다름없었다.
‘장비가 좋아질수록 수리비는 더욱 오른다.’
상위 랭커들 중에서는 장비 한 번 수리할 때마다 몇 천만 골드가 나가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당장 라덴의 장비 수리비만 해도 몇 십만 원 돈이니, 태세정비를 활용한다면 장비의 수리비를 절약할 수 있다. 내구도 절반 회복이라고는 해도, 잘 사용한다면 언제나 내구도를 절반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말과 똑같으니까.
‘뭐, 사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우선 한 번 써볼까. 라덴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서 태세정비 스킬을 사용했다. 태세정비는 특수스킬. 체력이나 마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누더기와 다름없던 라덴의 장비가 금세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라덴은 충전된 내구도를 확인하고서 씩 웃었다. 장비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내구도가 10 이하로 떨어졌을 때 뿐. 내구도 절반 회복이라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스탯도 꽤 올랐고.’
힘 126(+53) 민첩 66(+48) 지력 10(+26) 체력 68(+37) 마력 10(+28).
경이적인 스탯이었다. 현재 라덴의 순수 스탯은 레벨보다 10이나 높은 56이다. 거기에 장비와 칭호로 붙은 추가 스탯은 무려 192. 레벨을 38은 올려야 얻을 수 있는 스탯을 칭호와 아이템으로 얻은 것이다.
‘지력과 마력은 있어봤자 쓰지 않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거의 20 레벨에 달하는 스탯을 아이템과 칭호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라덴의 입꼬리가 실룩거리며 올라갔다.
물론 이런 경이적인 스펙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은, 라덴이 가지고 있는 ‘섭식’ 스킬 때문이다. 전투에는 전혀 써먹을 수 없지만, 아바타를 성장시키는 이 특성은 라덴을 레벨과 무관하게 강하게 만들고 있다.
‘다른 공격 특성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성장이 열린 섭식이 좋지.’
발할라의 플레이어는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번, 아카이드 숲에서 라덴을 습격했던 PK범들. 클로를 사용하던 놈이 무슨 특성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 궁사의 특성은 굉장히 까다로웠다. 만약 포션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목이 꿰뚫리고 출혈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
‘방심은 금물이야. 당장 스펙에서 앞서있다고 해봤자 동레벨 수준이다.’
그것을 잊을 생각은 없다. 루카스만 해도 라덴과 똑같은 성장형 특성을 가지고 있고, 상위 랭커들 중에서 성장형 특성을 갖고 있는 녀석이 몇 더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내 실 스펙이 레벨 7,80이라고 해서 그들이랑 완전히 동등하다고는 볼 수 없어.’
고레벨 아이템일수록 성능이 좋다. 현재 라덴은 지금의 레벨에서 착용하기에는 너무 오버 스펙인 호령환을 가지고 있다. 당장 호령환이 올려주는 스탯만 해도 75. 아이템 하나가 아바타 스펙을 레벨 15분이나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상위 레벨에서 엘리트 이상 아이템만 가면 추가 스탯이 붙는 아이템이 넘치도록 있을 거야. 게다가 나처럼 추가 스탯이 붙는 타이틀을 확보한 놈들도 많겠지.’
현재 랭킹 1위인 레이크의 레벨은 121. 어디까지나 레벨의 이야기다. 만약 레이크가 라덴처럼 타이틀과 아이템으로 추가 스탯을 얻었다면.. 어쩌면 놈의 실 레벨은 이미 200을 넘었을 지도 모른다.
“차이가 많이 나는군.”
당장은 말이지. 라덴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추적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지금 스펙이라면, 한 번 도전하는 것도 아주 무리는 아닐 것 같았다.
어떤 몬스터를 추적하시겠습니까?
“카할.”
라덴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열흘 전의 원수를 갚아줄 때가 왔다.
추적 스킬이 활성화되었다. 라덴의 시야에 희끄무레한 빛이 잡혔다. 그 빛은 먼 곳에서 아른거리면서, 마치 이곳으로 오라는 듯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추적 스킬이 라덴이 한 번 마주했던 카할을 포착한 것이다. 라덴은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아른거리는 빛을 향해 움직였다.
할 수 있을까?
“좆까.”
라덴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새어나왔다. 간 보는 것은 작작해. 당장은 전투를 준비해라. 라덴의 걸음이 빨라졌다. 어느새, 라덴은 숲을 달리고 있었다. 가끔 스캇 몽키 같은 몬스터가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놈들은 라덴의 주먹 한 대를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어지럽게 빛이 흩어진다. 라덴은 걸음을 멈추었다.
‘발자국이군.’
이래서 추적 스킬이었던 거야. 라덴은 바닥에 깊이 새겨진 발자국을 확인하면서 입술을 실룩거렸다. 카할이 새긴 족적이 흰 빛에 쌓여져 있었다.
“쫒는다.”
라덴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발자국들 따라 이동했다. 추적은 어렵지 않았다. 카할이 남긴 흔적들이 흰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놈의 발자국은 바닥에서 나무 위로, 다시 몇 십 미터나 떨어진 나무쪽으로. 그렇게 이어져 있었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라덴의 걸음이 멈추었다.
카할은 바닥에 벌러덩 누워 있었다.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고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주변은 폐허였고, 움푹 파인 땅과 부러진 나무 기둥이 나뒹굴고 있었다.
“새끼, 팔자 좋네.”
라덴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목을 좌우로 우둑 꺾었다. 장비의 내구도는 절반이나마 회복했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아. 정신적으로 조금 피로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뭐..
‘핸디캡이지.’
이거도 그래. 라덴은 몸을 낮춰 돌멩이를 하나 주워 들었다. 던지기 딱 좋은 크기였다. 휙 던진 돌이 벌러덩 누워 있던 카할의 머리를 때렸다.
“야.”
카할의 눈이 번쩍 뜨였다. 크아아앙! 크게 울부짖던 카할이 허리를 튕겨 몸을 일으켰다. 놈은 양 손으로 땅을 짚고서 크륵거리는 울음을 내뱉었다. 매섭게 번뜩거리는 눈이 라덴에게 향했다.
“오랜만이다.”
열흘 만이지? 라덴은 그 말을 덧붙이면서 씩 웃었다. 눈을 끔벅거리던 카할의 눈이 쭈욱 찢어졌다. 쩍 벌어진 놈의 주둥이에서 날카로운 울음이 솟구쳤다.
“웃는구나.”
뭣대로 생각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라덴은 카할의 저 울음을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광란 중첩은 2. 이곳까지 오면서 몬스터를 때려 잡는 것으로 중첩시켰다.
‘이번에는 할 수 있어.’
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대답을 조금 늦게 내린다. 라덴의 호흡이 잦아 들었다. 상대는 아카이드 숲의 최상위 포식자. 이 숲에서 견줄 존재가 없는 필드 보스, 원랑 카할. 레벨 60. 실제 스펙은 아마 70 정도.
그렇다면 라덴은? 레벨은 38.
실제 스펙은 약 80. 라덴의 주먹이 위로 올라갔다. 꽉 쥔 주먹이 카할에게 향했다. 어깨 넓이로 벌린 다리에서, 오른 발을 앞으로. 왼 발은 뒤로. 체중의 밸런스를 맞추고, 오른 주먹을 앞으로 뻗으며 왼 주먹은 허리에 붙인다.
백호의 기수식이다.
“사람 말 알아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만.”
설마 몬스터를 상대로 첫 번째 소개를 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상대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적’이다. 뭐니뭐니 해도 놈은 여태까지 라덴이 마주했던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한데다가, 발할라에서 라덴에게 처음으로 죽음이 뭔지 경험시켜 준 상대다.
“그건 상관없어. 내 말 잘 들어라, 이 괴물 새끼야.”
앞으로 뻗은 오른 발이 땅을 딛는다. 무릎이 굽혀진다. 라덴은 공격을 준비했다.
“울지 말고, 아가리 닥치고 들으라고.”
카할의 날카로운 손톱이 들린다. 라덴이 공격을 준비하듯, 놈 역시 공격을 준비했다. 카할은 라덴을 알아 보았다. 열흘 전에 자신이 친히 때려죽인 인간이다. 죽은 놈이 어떻게 다시 살아 돌아왔는지, 카할은 그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는 않았다. 놈은 투쟁심을 본능으로 한 몬스터다.
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때 저 인간과의 싸움이 제법 재미있었다는 것을. 주먹질은 솜방망이처럼 가볍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공격 몇 개는 아주 즐거웠다.
또 즐길 수 있다. 카할은 그것을 생각하면서 크게 울부짖었다.
“서량 백호 무술관. 관주 백설의 다섯 번째 제자, 라덴.”
꾸욱. 힘을 끌어 올린다. 광란 중첩은 2. 파티로 때려잡는 것이 정석인 몬스터에, 타격내성이 붙은 것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 아니, 해야만 한다.
맞고 다니지 말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서량제일권의 제자이자.”
먼저 달려든 것은 카할이었다. 놈은 크게 울부짖으면서 단숨에 거리를 좁혀왔다. 무식한 힘이 담긴 주먹이 라덴의 몸을 덮쳤다.
삼자택일. 힘 스탯을 민첩으로.
반응한다. 카할의 빠르고 강한 공격에 라덴이 선택한 것은 최고의 스피드였다. 카할의 공격이 보인다. 힘 스탯을 그대로 받은 민첩 스탯은 라덴의 모든 속도를 끌어 올린다.
회피에 성공하고, 주먹을 앞으로 뻗으면서. 거기서 다시 삼자택일. 민첩이 힘으로 바뀐다. 바뀐 스탯 그대로 갈기는 스킬은 대호격타.
“백호의 선봉이다.”
콰아앙! 주먹이 카할의 가슴에 처박혔다. 타격내성이고 뭐고, 카할의 입이 크게 벌어지면서 피가 뿜어졌다.
“이 되다 만 개새끼야.”
카할의 몸이 땅을 뒹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