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32
132. 한국 시리즈2
고요하다.
경기 시작 전, 대전 호크스 분위기는 그랬다.
에이스 강우성은 큰 경기에 강한 유형의 투수였다. 다양한 경험을 해 왔고 한국 시리즈라고 해서 그리 크게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타자들 중에는 국가대표에 종종 차출되었던 지선호나 문혁준, 조석찬, 박준용은 나름 경험이 있는 선수였다.
그 외 선수들은 모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승현은 구석에 앉아 반지 키스를 하며 혼자 기도를 하고 있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승현은 때때로 긴박한 상황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여 왔다.
이정우는 화장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다.
장기 연애 중이기는 하지만, 결혼할 돈도 없고 한 여자를 책임질 여력도 없었던 이정우는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결혼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응, 오늘 선발이야. 아, 오늘 경기 와? 티켓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미리 말했으면 내가 구해 볼 수도 있었을걸…….”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직 팀에서 입지가 부족한 이정우였다.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 한국 시리즈 1차전 선발 출장은 예상하지 못했다. 주전 멤버들에게는 선발 출장을 미리 이야기했던 감독이었지만, 이정우는 예외였다. 최정환 감독은 지명 타자 자리를 놓고 여러 후보를 대입하고 있었고 그 결과 이정우를 선택했다.
“응, 오늘 잘해 볼게. 꼭…….”
한국 시리즈 1차전 선발 출장이 얼마나 의미가 큰 건지 이정우는 알고 있었다.
올해 이정우가 타자 전향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고 많은 우려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이정우는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은 거짓이라는 걸.
진심으로 이정우를 걱정해서 하는 말은 거의 없다는 것을. 오히려 비웃음에 가까운 시선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있잖아. 혜선아.”
이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혹시 우승하면…….”
계속 망설였던 말이었다.
연애한 지 어느새 10년. 그 시간 동안 이정우의 곁에 있었던 여자친구는 가끔은 다툴 때도 있었지만, 다시 곁에 머물러 주었다. 그 고마움을 이정우는 잘 알고 있었기에 한 번도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나와 결…….”
순간, 입술에서 나오려는 말을 막았다.
“아니다. 오늘 나 잘할게.”
아직은 타이밍이 아니다.
이정우는 하고 싶었던 그 말을 기어코 삼켜 냈다. 지금은 결혼보다는 경기가 먼저였다. 여기서 좋은 성과를 내고 내년 시즌 연봉을 올리는 것이 이정우의 목표였다.
이정우는 신인 시절에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다.
5억을 받고 부산 마린스에 입단했고 그다음 해에는 연봉 인상에 성공하며 8천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 이후에는 내리막길이었다. 8천만 원이 6천만 원이 되었고 부상이 길어지자 반토막이 나 3천만 원이 되었다.
그 연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야구 용품을 사고 나면 남는 것도 없는 가벼운 금액이었다.
– 정우야.
“응.”
– 내가 너 진짜 많이 사랑해.
굳어 있던 이정우의 표정이 풀어진다.
– 난 너 믿어. 그니까 겁먹지 말고 오늘 잘해. 알았지?
“응. 고마워.”
– 그럼 끊는다!
“혜선아.”
뚝.
뒤늦게 여자친구에게 말을 걸었지만, 이미 통화는 끊긴 후였다. 이정우가 핸드폰을 보며 심호흡을 한다. 그러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작게 되뇌었다.
“결혼하자.”
그 말, 지금은 가볍게 내뱉을 수 있는 그 말. 하지만 여자친구 앞에서는 자격이 없어서 차마 나오지 않던 말이었다.
결혼하자.
결혼하자.
결혼하자…….
그 말을 중얼거리며 이정우가 배트를 들었다.
* * *
“저거 진짜 유행운 선수 사인이에요?”
이선영의 카페 ‘럭키물약’이 오픈했다.
오늘도 영업을 하는 이선영은 경기 시간에 맞춰 일찍 문을 닫을 생각이었다.
“네, 친필 사인이에요.”
“우와! 대박이다.”
이미 유행운 유니폼도 걸어 놓은 이선영은 아들을 좋아하는 분위기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옆에는 백유정이 있었다. 벌써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백유정은 유행운이 연애 전에 해 준 친필 사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어머니, 오늘 매출 장난 아닌데요?”
유행운 효과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지만, 오늘 한국 시리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찾고 있었다.
시즌이 끝나면 발길도 끊기겠지만, 그동안은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부려도 된다.
“아이고. 아주 작고 아담하고 아늑하구만.”
문이 열리며 대전 유니폼을 위아래로 챙겨 입은 이태식이었다. 대전 호크스의 대표 컬러 주황색이 돋보인다.
“그거 비꼬는 거죠, 작고 허름하다고.”
“아닌디?”
“뭐 드실 거예요?”
이선영이 퉁명스럽게 대꾸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아아!”
이태식이 요즘 배운 말을 이용한다.
“나 아아 한 잔 줘!”
“아아?”
“아아!”
“아아?”
“아아!”
이선영은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되묻는다. 이태식이 답답한 듯 이선영을 보며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
쯧, 이선영이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고 커피를 내렸다.
“계산은!”
“할아버지는 무료요!”
“누가 할아버지야? 아아도 모르면서.”
“그런 줄임말 쓰지 마세요. 별로니까.”
“떼잉.”
이선영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이태식에게 주었다.
이태식이 기다렸다는 듯 커피를 쭈욱 빨아 마신다. 시원한 커피가 몸에 들어가니 활력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몇 시에 갈겨?”
“30분 후에 문 닫을 거예요. 문 앞에 써 놨는데, 못 보셨어요?”
“눈이 침침해서리…….”
“같이 가실 거예요?”
“같이 가지. 나 짐도 많고.”
“사장님은 뭐, 자제분도 없어요? 왜 혼자 온대…….”
“있어도 없는겨.”
이태식이 씁쓸한 듯 허공을 보며 말했다.
“나만 빼고 다 탈덕했어. 다 탈덕했어, 이렇게 좋은 날 올 줄 모르고 다 갔어…….”
이태식은 대전 호크스의 골수팬이었다. 자식들도 자연스럽게 호크스 팬으로 만들었는데, 모두 이미 탈주한 지 오래였다.
친구들은 광주나 서울로 팀을 옮겼지만, 이태식은 대쪽같이 대전 호크스를 응원했다. 친구 같은 경우는 갑자기 대전이 잘한다고 돌아오려 했지만, 이태식이 받아 주지 않았다. 믿음이 없는 자와는 함께 야구를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가족은 예외였다. 특히 아내에게 요즘 대전이 잘하니 함께 야구를 보자고 했지만, 칼거절 당했다. 지금 잠깐 반짝 잘하는 건 소용없단다. 내년에 다시 폭락할 수 있는데 다시는 대전 호크스에 정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순간,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태식은 대전이 없으면 살 수 없었다. 올해 대전 호크스가 정규 시즌 우승을 하며 어깨에 힘이 딱 들어갔고 이렇게 죽기 전에 한국 시리즈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산책이나 하고 와야겠어.”
이태식이 눈물을 훔치며 카페를 떠났다.
* * *
강우성이 가볍게 연습 투구를 진행하고 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투수가 잘 던지면 그 경기는 이긴다. 물론 타자가 1점도 내지 못한다면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힘들겠지만, 결론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었다.
“플레이 볼!”
경기가 시작되었다.
강우성은 초반에는 심판의 존을 확인한다. 처음에는 존 바깥쪽부터 확인했다.
“볼.”
두 번째는 조금 더 붙인다.
“볼.”
세 번째도 조금 더 안쪽으로 붙여 본다.
“스트라이크!”
바깥쪽은 확실히 파악한 강우성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위치에서 공 한 개 정도 떨어진 위치에 조준했다.
부웅!
타자의 배트가 헛돈다.
[비슷한 위치에 체인지업이 들어갑니다! 투 앤 투! 강우성, 역시 노련하네요. 바깥 존을 확인하고 바로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이번에는 몸쪽이었다.
너무 깊지 않게, 그리고 타자가 맞추기 힘든 위치에 미트가 자리를 잡는다. 강우성이 와인드업을 하고 강하게 공을 뿌렸다.
“볼.”
한 시즌을 함께 호흡을 맞춘 김지환은 말하지 않아도 다음 코스를 맞힐 수 있었다. 같은 위치에서 살짝 바깥으로 들어간다.
볼 반 개 차이였고 강우성이 바로 투구에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같은 위치라고 생각한 타자는 배트를 내려다가 멈추었고 주심의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허어.”
1번 타자 박정열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심을 보았다. 포수는 공을 받아 다시 강우성에게 던졌다. 공을 받은 강우성이 바닥에 떨어진 로진백을 주워 든다.
타자가 항의를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본인의 선구안이 딱 그 정도일 뿐이다. 공 반 개 차이로 더 바깥으로 밀어 넣었고 같은 코스가 아니었다. 주심의 판정은 정확했고 강우성은 공을 원하는 대로 넣을 수 있는 투수였다.
“오늘 컨디션 미쳤다.”
오늘 이재희가 출전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미리 몸을 풀었다. 강우성도 감독에게 오늘 경기에 대해서 듣긴 했지만, 지금 제구가 되는 걸 보면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이럴 때는 오래 던지는 게 가장 좋다. 그 리듬을 살려야 다음 경기에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짜 너무하네…….”
1번 타자 박정열이 배트를 질질 끌고 물러난다. 생각보다 질기게 항의를 했는데, 본인 딴에는 꽤나 억울했던 모양이다.
‘남은 건 위아래.’
안쪽과 바깥쪽은 얼추 존 크기를 확인했다.
2번 타자가 들어서고 강우성은 상단 위치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존에 걸치는 위치.
“볼.”
공 반 개를 내려 다시 한번 더 던져 본다.
“스트라이크.”
오케이.
계산을 끝낸 강우성이 이번에는 하단을 체크했다. 체인지업이 날카롭게 날아가 하단에 살짝 걸렸다.
“스트라이크.”
생각보다 하단은 판정이 후했다.
계산을 마친 강우성이 커브 그립을 잡는다. 지금까지 존을 확인하느라 직구 위주로 승부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느린 커브가 효과적일 거라는 판단이었다.
“흡.”
짧은 숨소리와 함께 커브가 날아간다.
아주 느린 커브였고 타자는 어이 없다는 듯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커브를 지켜보았다.
아주 정확하게.
확인했던 그 위치에 커브가 들어간다.
“으라라라라쌰!”
우렁찬 삼진 콜이 들어온다.
강우성이 주먹을 불끈 쥐고 짧게 세리머니를 보여 주었다.
[보셨어요? 느린 커브?] [예, 낙차도 엄청 큰 커브였는데 저게 제구가 되네요. 구속이 108km/h. 무척 느린 커브였습니다. 아마 타격을 했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강속구에 타이밍을 맞추다가 극단적으로 느린 커브가 오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생각보다 수월하게 존 크기를 확인했다. 늦을 때는 2회까지도 존 크기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두 타자 안에 존을 확인했다는 건 아주 좋은 소식이었다.
따악!
3번 타자 강성윤이 배트를 공격적으로 낸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였고 유격수가 전진하며 공을 잡아냈다.
부드럽게 사이드로 송구.
1루 미트에 공이 들어간 걸 지켜본 유행운이 웃으며 강우성과 글러브를 맞댔다.
“잘했다.”
“형님도 잘하셨습니다.”
“공격도 잘해라.”
“형님도 오늘 완봉하십쇼.”
“오냐.”
* * *
– 1번 타자! 박준용! 날려 버려! 박준용!
언제나 그렇듯 대전 호크스의 1번 타자는 박준용이다.
성공적인 FA 영입이라 불리는 박준용은 대전이 원하는 활약을 톡톡히 해 주고 있었다. 큰 기복 없이 출루를 해 주는 테이블세터.
타격 페이스가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눈야구로 출루를 해내는 유형으로 발도 빠르고 수비력도 나쁘지 않다.
[서울 썬더스의 에이스 도미닉 홈즈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자, 박준용이 도미닉에게 강한 편은 아니었어요. 대전 같은 경우는 박준용의 출루 여부가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칩니다. 박준용이 출루에 성공하면 유행운까지 덩달아 탄력을 받거든요? 대전 공격의 시작점은 박준용이고 그다음 유행운이 부드럽게 연결해 주거나 직접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까지 합니다.] [도미닉 선수는 이 1번 타자를 어떻게 억제를 하는가,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유행운 앞에 주자가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는 정말 엄청난 차이를 보이니까요.]“볼.”
초구는 볼로 시작한다.
도미닉이 공을 돌려받고 사인을 교환했다. 이번에는 몸쪽 깊게 들어가는 투심. 박준용이 살짝 엉덩이를 뒤로 빼며 공을 피했다.
“볼.”
투 볼.
좋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박준용이 배트를 짧게 쥐었다. 출루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유행운도 대기 타석에서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박준용이 출루한다면 빠른 발로 투수를 흔들 수도 있고 그만큼 기회도 넓어진다. 유행운은 2번 타자에 만족하고 있다.
박준용이 출루하면 밥상도 차려지지만, 투수가 그만큼 도루에 대한 압박감으로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유행운 뒤는 조석찬부터 이어지는 다이너마이트 강타선이었다.
어떻게든 유행운에게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
박준용이 밋밋하게 떨어지는 커브를 기술적으로 밀어쳤다. 아주 유연했는데, 떨어지는 공을 낮게 밀었다. 1루수 옆을 스쳐 가는 단타. 1루에 안착한 박준용이 시작부터 찬스를 만들어 준다.
– 박준용! 박준용! 박준용!
유행운이 타석에 들어섰다.
– 루키루키 대전 슈퍼 루키루키루키!
유행운의 등장곡이 울려 퍼진다.
도미닉이 어딘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위치는 더그아웃이었고 점차 그의 얼굴이 구겨지고 있었다.
“What?”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포수를 본다.
“What the fuck!”
짧게 욕을 내뱉은 도미닉이 포수 김수한을 향해 손짓했다. 어서 마운드로 올라오라는 뜻이었고 김수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운드를 방문했다.
유행운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미닉이 어딘가 흥분한 모습이었고 김수한이 급하게 마운드를 찾았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지만, 투수가 흥분한다면 오히려 타자에게는 이득이었다.
“NO.”
짧은 영어로 작전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앙 돼.”
어색한 한국어로 완강히 거부하는 도미닉이었다.
“거르기 싫다는 거지?”
도미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생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작전이었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지만, 유행운이 리그에서 잘 치는 강타자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제 겨우 1회였고 아웃카운트 역시 하나도 못 잡은 상태였다.
게다가 박준용은 발이 빠르다. 그리고 유행운도 발이 무척 빠르다. 그 둘을 동시에 출루시키는 게 투수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 도미닉은 알고 있었다.
“음…….”
김수한이 고민한다.
가끔 썬더스 감독 김성철은 알 수 없는 고집을 부릴 때가 있었다. 그 고집이란 이런 거였다. 유행운을 단 한 번도 상대하지 않고 거르겠다는 것.
김수한이 생각하기에도 지금 시점에는 맞지 않았다.
아웃카운트를 잡은 상태라면 모를까, 이미 선두 타자가 출루에 성공한 시점이었다.
“그래. 네 말대로 하자.”
포수는 투수의 선택을 존중했다.
“내가 감독님께는 잘 말씀드릴게.”
도미닉이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여기서 통역을 부르는 것도 좀 아니어서 대충 둘러댄다.
“Trust me.”
“Yeah, I trust you.”
김수한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유행운의 엉덩이를 툭 두드리며 말했다.
“미안하다. 상의할 게 있어서.”
“아닙니다.”
씩, 김수한이 미소를 짓고 자리에 앉았다. 김수한은 200억의 사나이였다. 첫 FA에서도 100억을 받았고 두 번째 FA도 100억을 받았다. 몸값이 떨어지지 않는 남자.
지금은 중요한 경기가 아니면 포수 마스크를 쓰지 않지만, 그가 안방마님으로서 나서는 경기는 확실히 질이 다르다.
김수한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사인을 보내던 그 순간.
[어! 지금 더그아웃에서 고의4구 사인이 나왔어요! 김성철 감독이 직접 심판에게 전달합니다!]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유행운이 당황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무사에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2번 타자를 거를 줄은 몰랐다. 유행운이 어정쩡한 자세로 배트를 내려놓았고 코치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What the hell!”
흥분한 도미닉이 더그아웃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