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79
79. 누나, 다음에 봐요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1점 차를 타이트하게 유지하고 조금씩 틈을 벌릴 생각을 하던 대전 호크스는 다시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반대로 인천 바이킹스는 맥이 빠졌다.
확실한 건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 물론 박준용에게 안타를 얻어맞을 때, 이미 불펜진 투입을 하려 했지만 팀의 에이스가 마운드에서 버텼다.
그건 에이스 대우였다.
다음은 모르겠지만, 처음이니 에이스에게 권한을 주었다. 물론 오늘 결과를 보아 다음에는 조금 더 빠르게 투수 교체가 이뤄질 듯 보였다.
“내가 두 살만 어렸어도…….”
결국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영찬이 마운드를 내려온다. 결과적으로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이영찬에게는 아쉬운 결과였다.
그걸 아는 홈팬들이 기립 박수를 쳐 준다. 그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영찬은 여전히 발걸음이 무거웠다.
* * *
[와, 여기서 이주영 선수가 등판하네요?] [네. 타자 최대어에는 유행운 선수가 있다면 투수 최대어에는 인천 바이킹스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이주영 선수가 있습니다.]이주영은 부담스럽다.
하필 데뷔전으로 이렇게 부담스러운 순간에 등판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선배들이 말했다.
1, 2점 차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지고 있을 때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는 말이었다.
안다.
알고 있지만, 이주영은 대선배의 뒤를 이어서 마운드에 서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등 뒤로 출루한 선수가 그 유행운이라는 사실도 부담스러웠다.
– 얘 잘함?
└ 이영호가 존나 탐내긴 함 ㅋㅋㅋㅋ
└ 유행운 아니었음 1라에 질렀을걸?
└ 영호 눈깔 ㅂ… 아니다
└ 마린스가 먹을 줄 알았는데 인천이 먹음 ㅋㅋㅋㅋ
└ 얘 옆구리… 이거면 말 끝난 거 아님?
└ 슈발 우리 팀 옆구리 ㅂㅅ
유행운은 뒤를 돌아보는 이주영을 보며 씩 웃었다.
그 웃음에 이주영은 소름이 오소소 돋는 듯했다. 보나 마나 유행운은 리드폭을 늘리며 투수를 자극할 것이다.
‘타석에서 안 만나는 게 다행이네.’
그런 생각을 한다.
이주영은 불펜진으로 활동할 예정이었고 1이닝 정도만 가볍게 맡길 것이다.
득점권에 유행운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상황이었다.
[오늘 침묵한 조석찬 선수가 타석에 섭니다. 지금 득점권 상황이라 조석찬 선수는 어떻게든 유행운 선수를 불러들일 생각을 할 텐데요. 또 다른 슈퍼 루키와의 대결, 아주 흥미롭습니다.]선발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내려간 상황에 득점권에는 발 빠른 주자가 있다.
뒤이어 시작되는 타선은 중심 타선.
심지어 조석찬은 거액을 받고 대전에 온 중장거리형 타자였으며, 그다음은 작년 홈런왕 경쟁에서 단 두 개 차이로 놓친 골든글러브 외야수 지선호가 대기하고 있었다.
[초구부터 체인지업!] [조석찬, 일단 초구 지켜봅니다. 스트라이크!]줄줄이 큰 산이다.
이주영은 시작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던지는 데 집중했다. 첫 시험대에서부터 굉장히 어려운 상대만 만나고 있지만, 어떻게든 잘 막겠다는 생각만 한다.
“끄악!”
온 힘을 다해 공을 뿌렸다.
그다음은 더러운 볼끝을 앞세운 투심이었지만, 기다렸다는 듯 조석찬이 풀스윙을 가져왔다.
빠아악!
“아.”
또 다른 슈퍼 루키의 데뷔전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 * *
[인천 바이킹스 이주영, 프로의 벽은 두텁다 …… 1이닝 2실점] [올 시즌 최고의 피칭 이재희 “스플리터가 잘 긁혔다” 8이닝 1실점 완벽투] [홈런 공동 1위 유행운 “홈런 개수는 신경 쓰지 않아”] [5: 1. 대전 호크스 홈런 두 방을 앞세워 인천 바이킹스 눌렀다]“주영아, 그만 울어.”
“그래, 투수가 이럴 때도 있는 거야.”
이주영은 첫 데뷔에서 조석찬에게 홈런 한 방을 얻어맞았다.
회심에 찬 투심이었는데, 살짝 중앙에 몰린 게 화근이었다. 그다음은 지선호에게 장타를 얻어맞았고 프레드릭은 땅볼로 돌려세웠다.
어떻게 겨우겨우 그 이후에는 실점을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오래 공을 던져야 했고, 고교 시절에 괴물 투수 놀이를 하던 이주영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홈런 맞아 우는 신인 투수 걱정하는 조석찬.jpg]└ ㅋㅋㅋㅋㅋ 시발ㅋㅋㅋ 유리멘탈들 ㅋㅋㅋ
└ 얘 진짜 꺼이꺼이 울더라
└ 조석찬ㅋㅋㅋ 기웃거리는 거 존나 웃곀ㅋㅋㅋ
└ 내 생각에는 유행운이 그라운드 돌면서 이주영한테 메롱해서 그래
└ 메롱ㅋㅋㅋㅋㅋ
└ 진짜 ㅋㅋ 1라 갓기들 웃기네
└ 고졸신인들이라 존나 애기들임 ㅋㅋㅋㅋ
└ 내 생각엔 유행운이 하필 메롱해서 멘탈 터진 듯 ㅋㅋㅋ
프로에서 울면 모두 방송에 나온다.
유행운이 3루 베이스를 밟으며 프로 데뷔 동기를 향해 보낸 익살스러운 메롱까지 중계 화면에 잡혔다. 그 순간, 해설진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으며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유행운, “이주영에게 메롱? 아무 생각 없었다”]그날 인터뷰에서 유행운은 이주영을 언급했다.
[대전 호크스 유행운 “이주영, 울었다고 해서 놀랐다, 경기 끝나고 위로해 줄 것”]└ ㅋㅋㅋㅋㅋ 금쪽이들 개웃기네 ㅋㅋㅋ
└ 행운아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더 눈물나지 않을까??
└ 얘네 친한 듯 ㅋㅋ 같이 U18도 함께 뛰어서 갓기들끼리 친한 것 같더라 ㅎㅎㅎ
└ 유명하지 유행운이주영박치열 이 셋이 U18 트리오임 ㅋㅋㅋ
└ ㅋㅋㅋ 관계성 오지네 ㅋㅋㅋㅋ
실제로 유행운은 경기가 끝나고 이주영을 찾아갔다.
조심스럽게 상대 더그아웃에 건너간 유행운은 선배들의 위로를 받고 있는 이주영을 보았다.
“야.”
유행운이 이주영을 불렀다.
“너 울었다며?”
“안 울었거든?”
“너 꺼이꺼이 우는 거 전광판에 다 잡힘.”
“……시바.”
사실 왜 굳이 이주영에게 메롱을 했는지, 유행운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냥 그 순간의 분위기에 취한 듯했다. 직접 만든, 다수의 선배들에게 욕을 먹은 세리머니를 할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타점을 올렸고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는 사실에 그저 기뻤던 것 같다. 그 순간에 이주영이 마운드에 올라왔고 순간 반갑기도 했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함께 데뷔한 동기는 특별한 감정이 느껴진다. 지난 1회차 인생에서는 알 수 없었던 감정이었고 지금을 알 수 있는 감정이었다.
해서, 그냥 메롱이 나왔다.
베이스를 돌며 이주영과 눈이 마주쳤고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게 이주영의 눈물샘을 자극할 줄은 몰랐지만.
“백유진 누나 보러 갈래?”
“어?”
“유진이 누나 진짜 예쁘대.”
“갑자기?”
“같이 보러 가자.”
“됐거든. 난 인천 바이킹스 선수거든!”
이주영이 한번 튕긴다.
두 신인의 대화를 엿듣던 인천 바이킹스의 주장 이응혁이 이주영의 엉덩이를 찰싹 내리치며 말했다.
“야, 예쁘다며.”
“예?”
“그럼 냉큼 따라가야지.”
이응혁은 그 말과 함께 유행운을 보았다.
가끔 잘하는 신인 선수를 보면 경외심을 느낀다. 이응혁은 지금 자리 잡은 선수였지만, 유행운처럼 처음부터 실력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규격 외 선수.
그게 유행운처럼 느껴졌다.
“그럼 나도 보러 가도 되냐?”
눈치 없이 이번에는 성희찬이 끼어든다.
이제 5년 차 선수로 인천 바이킹스의 미래라고 불리는 타자였다.
“야, 넌 애들 노는 데 끼고 싶냐?”
이응혁이 성희찬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낄끼빠빠.”
이응혁이 최근에 배운 말을 어색하게 내뱉으며 성희찬을 끌고 갔다.
성희찬은 진심으로 궁금한 듯했다.
그의 나이 25세. 한창 여자가 좋을 나이였다. 이제 갓 데뷔한 신인 선수의 누나라면 나이도 비슷할 것이다. 당연히 구미가 당기는 건 당연했지만, 성희찬의 헛수작은 이응혁이 알아서 차단했다.
“가자.”
유행운이 앞장서고 이주영이 주춤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 * *
[오늘 화제된 대전 호크스 신인투수 백유진 누나.jpg]└ 와 이 사람 백유진 누나라고???
└ 이 남매는 다 예쁘고 잘생겼네……
└ 너무 예뻐서 연예인인 줄 ㅋ
└ 대전 홈개막전에도 왔었음 엄마 누나 다 예쁨 ㅇㅇ
└ 아빠도 잘생김??
└ 아빠는 아직 매스컴 탄 적 없어서 모름 ㅎ
└ 백유진도 잘생겼잖아… 벌써 백유진맘 많이 생겼던데 누나도 존나 예쁘네…
└ 백유진이랑 친해지고 싶다 ㅋ
└ 존예네 진심 아이돌 같다
백유진의 누나라고 불리는 이 여자는 대전 호크스에서 나온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
유니폼도 이미 팠는데, 남동생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 아니라 유행운의 이름이었다. 사실 남매 사이는 아무리 친밀하다고 해도 시선에서 경멸이 느껴진다.
물론 피를 나눈 사이였기에 백유진이 등판했을 때는 응원은 하지만, 볼질을 하면 욕부터 하는 사이가 누나와 남동생 사이였다.
“야, 백유정.”
백유정.
예쁜 외모로 항상 남자는 물론 여자에게도 인기가 많은 여자였고 딱히 말을 하지 않아도 외모 하나로도 인싸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건 백유진과 비슷했다.
백유진 역시도 야구 실력과는 별개로 외모 하나로 사람들 사이에서 항상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백유정? 누나한테 백유정?”
시작부터 이 두 사람은 서로를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여기, 행운이랑 주영이도 데려왔어. 주영이 알지? 이주영.”
“어, 오늘 얻어터진- 아니.”
순간, 백유정은 오늘 경기에서 이주영이 불질한 것을 떠올렸다가 급하게 수습했다.
“오늘 열심히 잘 던지고 승부욕에 울었던 그 친구 말이지?”
백유정이 미소를 지으며 이주영을 응시했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눈인사를 하자 이주영의 눈이 순간 커졌다.
이주영 인생에서 이렇게 예쁜 여자를 본 적이 있었나?
이주영은 초등학교를 제외하면 남중, 남고 코스를 밟았다. 게다가 야구부 출신이었으니, 여자와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다.
프로에 진출해서 스포츠 아나운서 같은 사람들도 보기는 했지만, 가까이서 볼 기회는 아직 없었다.
해서, 지금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백유진과 닮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백유진보다 눈이 컸고 입술도 도톰했다. 얼굴은 어찌나 하얀지, 백옥 같은 백유진이라 불리는 것 이상으로 백유정의 피부는 하얗고 투명했다.
한마디로.
‘존나 예쁘다.’
이거였다.
“여기는 유행운.”
백유정은 야구를 잘 몰랐다.
백유정이 야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남동생 때문이었다. 사실 남동생이 야구를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야구로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안고 시절에는 그저 그랬고 경원상고로 전학 간 후에 실력이 향상되었는데, 프로까지 진출하면서 백유정 역시도 야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시점이 대전 호크스가 만년 꼴찌를 벗어나던 시기였으니, 더더욱 야구에 관심이 생길 만했다.
“와, 반가워요.”
백유정이 악수를 청한다.
오늘 백유정은 수업이 오전에 끝나고 인천에서 경기를 한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남동생이 등판할 확률은 없었지만, 슬슬 대전 호크스의 팬이 되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경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엄마는 귀한 아들 사진 좀 찍어 오라고 말했지만, 백유정의 관심사는 유행운이었다. 항상 멋진 플레이를 보여 주는 슈퍼 루키는 언제나 구미가 당긴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가볍게 악수를 하고.
이주영도 망설이다 손을 내밀었다. 백유정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주영과도 가볍게 악수를 했다.
이주영은 누나의 손길이 닿은 손바닥을 덜덜 떨며 바라본다. 아마 오늘 손을 씻지 않을 듯했다.
“내가 밥이라도 사 주면 좋은데, 다들 신인이라 시간 빼기 힘들죠?”
그 질문에.
“네. 바로 호텔 가야 해요.”
유행운은 단번에 대답했고.
“저, 저는 괜, 괜찮은데…….”
이주영은 어떻게든 백유정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 물론 백유진은 누나와 함께 밥 먹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이제 가.”
그리고 백유진은 빠르게 누나를 보내려 한다.
혈육과의 시간은 단 5분이면 충분했다.
“내가 너한테 얘기했어?”
“뭐.”
“엄마가 전화 좀 하래.”
“어제 했는데.”
“이따가 또 전화드려.”
“귀찮게.”
“넌 귀찮아서 야구는 어떻게 하니? 공은 어떻게 던져? 아, 그래서 그렇게 얻어터지는 거야? 귀찮아서 공을 제대로 못 던져서? 어?”
백유정이 신랄하게 남동생을 깐다.
지난 경기에서 4이닝 3실점을 한 걸 보고 하는 이야기였다. 백유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누나를 죽일 듯 쏘아본다.
“백유진, 내가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닌데.”
한번 터진 혈육의 독설은 멈추지 않는다.
“너더러 얼굴값 하라더라. 아직 신인이라 세금이라 생각하고 참는 거래. 네 얼굴 부모님이 곱게 물려주신 거 알지? 내 눈에는 그냥 똥 같은 얼굴인데, 뭐 잘생겼다고 하니까, 제발 얼굴값 해서 야구 좀 제대로 할래?”
유행운이 웃는다.
백유진은 나름 신인치고는 나쁘지 않은 투구를 하고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분석을 당했는지 털리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털리고 있는 김민준과 이재희가 있었다.
그 두 선수를 생각하면 백유진은 나름 선방하고 있는 셈이었다.
“유행운 선수는 얼굴값 하는 거 같아요.”
지금 백유정의 원픽은 유행운이었다.
물론 동생에게 독설로 귀를 아프게 했지만, 동생이 잘되길 바란다. 하지만 단순히 이제 막 야구를 좋아하게 된 입장에서 가장 좋은 선수는 역시 슈퍼 루키였다.
“우리 유진이 등판할 때 점수 많이 내줘요.”
결국 동생을 타박하지만, 유행운에게서 백유진을 챙기는 누나였다.
“네, 누나 생각해서 열심히 쳐 볼게요.”
이주영이 백유정 앞에서 긴장하는 것처럼 사실 유행운도 놀랐다.
백유진이 볼 때마다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지만, 누나까지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다.
항간에 백유진 누나가 유명세를 타고 있기는 했지만, 실물로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결국 유행운도 남자였다.
예쁜 여자를 보고 호감이 생기지 않을 사람은 없다.
“아, 맞다.”
백유정이 직관 전에 엄마에게 챙겨 받은 도시락을 내밀었다.
“두 개밖에 없는데…….”
“왜 두 개야?”
백유진이 물었다.
“어, 오늘 너랑 행운 씨만 보는 줄 알았거든.”
이주영이 손사래를 쳤다.
“저는 괜찮아요!”
“아니야. 그냥 내 거 주고 나는 행운이랑 나눠 먹을게.”
백유진의 모친이 아들을 위해 좋아하는 반찬만 담은 도시락이었다.
그걸 배달 온 백유정이었고 두 개의 도시락만 준비했는데, 사람은 세 명이라 당황했다.
“괜찮아. 너 먹으라고 어머님이 챙기신 건데…….”
의외로 이주영은 예절을 안다.
“그냥 내 거를 주영이 줘. 오늘 얻어터져서 마음 아플 텐데.”
유행운이 쿨하게 양보한다. 그리고 백유정이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오늘 이주영을 보는 순간, 백유정이 생각했던 말이었다.
‘오늘 얻어터진 그 투수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유행운이 해 주고 있었다.
“내가 너한테 얻어터졌냐?”
또다시 자존심이 긁힌 이주영이 삐친다.
“나 너한테 얻어터진 거 아니거든?”
백유진이 말없이 도시락을 이주영 손에 쥐여 준다.
같은 투수로서 이주영의 오늘 심정을 공감하고 있었다. 물론 백유진은 데뷔전에서 호투했지만, 그래도 투수로서 홈런을 맞는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고 있다.
“이거 먹고 힘내.”
백유진의 말에 동정은 됐다는 말을 하려던 이주영은.
“그래요. 그거 먹고 다음에 잘 던지면 돼요.”
백유정의 위로에 다시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아무래도 이주영은 미인계에 약한 듯 보였고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날지 그림이 그려졌다.
그걸 끝으로.
“누나, 다음에 봐요.”
유행운이 마무리 인사를 했다.
“네, 다음에 봐요.”
백유정 역시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