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ckly youngest member of the villain family RAW novel - chapter (128)
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127화
“오빠?”
문 앞에 선 오셀로의 안색이 어쩐지 좋지 않았다.
눈 밑이 새파랬고 기운도 없어 보이고…….
“무사히 돌아온 거 확인하러 왔…… 읍…….”
갑자기 제 입을 막은 오셀로가 곧장 어딘가로 달려갔다.
곧이어 뭔가를 토해 내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터덜터덜 돌아오는 오셀로에게 다가가 황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 괜찮아?”
“그 홀스란 자식이 먹인 독들…….”
“아…….”
오셀로는 예전에 볼모로 갔을 때 테일러스가에서 독을 먹은 적 있고, 해독제를 같이 복용하며 독에 내성이 생겼다고 했다.
“……예전에 먹었던 거랑 다른 종류도 섞인 것 같아.”
“그렇다면 큰일이잖아! 의사는 만났어?”
“어.”
오셀로는 귀찮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해독제를 만들어 보겠다는데 시간이 필요하대. 우선 독의 종류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피를 뽑아 갔어.”
“하지만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걸!”
오셀로의 파리한 얼굴을 본 나는 문득 아까 받은 것이 떠올랐다.
“오빠, 조금만 기다려 줘.”
그리고 곧장 뒤돌아서 상점에서 고급 포션을 산 뒤, 아까 받은 금초롱꽃을 정제한 알약과 조합했다.
같은 성질의 것들은 조합이 잘되는 성향이 있다.
다행히도 [만독해소제]라는 보라색의 알약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알약을 내밀자 오셀로가 눈썹을 꿈틀했다.
“뭐야, 이 수상하게 생긴 건.”
“수상한 거라면 내가 오빠한테 먹이겠어?”
“…….”
오셀로가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
그의 녹안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에게 내 요리를 먹였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셀로는 여자가 되었지.
“아무튼 먹어. 독을 중화해 줄 거야.”
아직도 의심을 지우지 못한 눈빛으로 나를 보던 오셀로는 꿀꺽 알약을 삼켰다.
나는 오셀로를 부축해 내 침대에 눕혔다.
마야와 하녀들이 나가고 우리 둘만 남았다.
“……이 식은땀 좀 봐.”
나는 손수건으로 오셀로의 땀을 닦았다.
창백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먹어서 망정이지. 너였다면…… 정말 다 죽여 버렸을 거야.”
눈썹을 찌푸린 오셀로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긴 속눈썹이 눈 아래 부분에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근데, 있잖아.”
나는 오셀로를 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오빠는……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 줘?”
늘 묻고 싶은 질문이었지만 쉽사리 묻지 못했다.
“위험을 무릅쓰고까지.”
그가 왜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내가 그의 여동생이기 때문일까?
내가 읽었던 책의 오셀로는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그런 악당이었는데, 지금의 오셀로는 내 대역을 하다 독약까지 먹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오셀로에게서 시선을 돌릴 무렵 그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냥.”
나직한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오셀로다운 대답이었다.
나는 오셀로의 땀을 한 번 더 닦아 주고 그에게 말했다.
“쉬고 있어. 약효가 돌면 점점 편안해질 거야. 나는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올게.”
그동안 하녀들이 오셀로를 간병해 줄 것이다.
* * *
문을 열자 레카르도와 진, 그리고 에반이 보였다.
나는 레카르도에게 먼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앉거라.”
어쩐지 의자 배치가 조금 이상하다.
레카르도가 상석에 있고, 에반과 진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보통은 진이 혼자 앉고 나와 에반을 나란히 앉혀야 하지 않나……?
“……예쁘구나.”
심각해 보일 만큼 진지한 표정으로 레카르도가 내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마야가 열심히 꾸며주기는 했지.
그런데 왜 또 에반을 노려보는 것 같지?
맞은편에 앉은 진의 흑염도 살벌하게 일렁이는 것 같다.
앉아서 드레스 자락을 정돈하는 것을 하녀가 도와주었다.
이내 하녀가 나가고 레카르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네 가문의 열쇠를 통해 종을 얻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 말에 나는 인벤토리에서 [메키우스의 가호]를 꺼내 보였다.
금색의 종은 보기에 평범했으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걸 얻었지만 사용법을 알지 못해요. 그래서 당분간 흑탑이나 다른 도서관들을 찾아다녀야 할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사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어쩐지 쉽게 사용법을 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해 봐야지 어쩌겠는가.
“……그래.”
잠시 후 우리의 앞에, 하인들이 가져온 산해진미가 펼쳐졌다.
여행길에 먹은 것이 부실해서인지 군침이 돌았다.
“테일러스의 가주는, 언제 돌아갈 계획인가? 테일러스의 일이 공사다망할 텐데.”
문득 레카르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반은 입술을 열어 답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병석에 누워 계시던 시간이 길어, 그동안 혈족들이 일을 대신했습니다. 과도한 탐욕을 부리던 홀스를 제거했으니…… 몇 주 정도는 제가 없어도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
“지금 중요한 것은 페르세토스의 부활을 막는 일이고, 가주께서 허락하신다면 당분간 이곳에 머물며 공녀와 함께 조사하고 싶습니다.”
달칵-
진이 나이프를 놓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눈썹을 굳힐 뿐 불만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거운 정적 끝 레카르도의 입술이 달싹였다.
“……수락하지.”
에반은 고개를 살짝 숙여 레카르도의 말에 감사를 표했다.
“단, 연무장에서 내가 했던 말을 명심하도록.”
레카르도의 말에 에반의 벽안이 잠시 일렁였다.
“…….”
하지만 이내 에반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내 내가 식기를 들려는 순간, 뒤늦게 문이 열리고 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오셀로는 아플 텐데…….’
생각하던 나는 들어오는 사람이 오셀로가 아닌 걸 알고 놀랐다.
“카실리온?”
언제나 치렁치렁한 금발에 드레스를 입고 있던 카실리온이 아니었다.
단발에 못 미치는 숏컷 스타일의 금발과, 귀족 자제 같은 남자의 옷을 입고 있었다.
달라진 모습에 놀란 나를 보고 싱긋 미소를 지은 카실리온이 레카르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실험이 조금 늦어져서…… 지각했습니다.”
“앉거라.”
레카르도의 태연한 명령에 카실리온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상황이 뭔지 감이 오지 않아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레카르도를 보았다.
레카르도가 입을 열었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지.”
내가 알기로 윈체스터는 꽤 폐쇄적인 가문이었다.
레카르도 역시 다른 가문과 협력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진이 약품 제조를 위해 카실리온에게 실험실이나 약국을 경영하게 하긴 했지만, 카실리온은 어디까지나 외부인이었고 핵심적인 일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일을 위해 에반 테일러스는 물론, 아카다의 카실리온까지 협력하게 하다니…… 이건 윈체스터의 새로운 변화였다.
“아카다의 지식이 도움이 될 겁니다.”
에반의 존재에 못마땅해하던 진이지만, 카실리온의 일은 알고 있었는지 이에 대해서는 딱딱하게나마 긍정했다.
윈체스터의 가주이자 오르테니안의 힘을 가진 레카르도 윈체스터,
뛰어난 두뇌를 가진 흑염의 후계자 진 윈체스터,
28회차 회귀자이자 테일러스의 가주인 에반 테일러스,
잠시 병석에 있지만 소드 오러를 구사하는 오셀로 윈체스터에 이어,
불세출의 천재 카실리온 아카다까지……!
“식사부터 하고, 앞으로 각자 해야 할 일에 대해 정리하도록 하지.”
레카르도의 말에 모두가 식사를 시작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를 만큼 마음이 든든했다.
* * *
스퀘어에 들어간 에반은 서재의 책들을 몽땅 책상 위에 올렸다.
지난 스물일곱 회차 동안 있었던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기억 재생 장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문서화된 것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책상에 앉은 에반은 책을 펼치기 전, 문득 레카르도의 말을 떠올렸다.
– 나보다 강한 상대의 것에 흠집을 내거나 관심을 두지 말아라.
“…….”
–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그때는 그저 딸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레카르도를 겪어 본 뒤 해석의 방향은 조금 달라졌다.
“인정할 만한 사내가 되라는 건가.”
분명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레카르도 윈체스터의 인정의 받는 길은 상상 그 이상으로 좁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계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며 지구력은 충분히 길렀다.
기록을 살피는 에반의 머릿속에 샤샤의 모습이 일렁였다.
이내 에반은 단서를 찾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들 중에서 실마리를 찾길 바라며 말이다.
매번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조작했던 시계는 이제 멈추어 있었다.
더 이상 표면적인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방향과 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