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age member of the mandol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의심의 씨앗
제작 전부터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정글 탐험 야생돌》.
자타가 공인하는 생존 전문가가 주축이었던 《정글의 규칙》과는 달리.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을 데려다가 리얼 다큐 버라이어티를 촬영하려 했다.
– 진심 미쳤나 누가 출연해;
– 진짜 개에바야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는데
– 제작진이 뭔 생각인지 모르겠네
– 내돌 소속사 대표가 아무리 돈미새라지만 저기에는 안 내보낼 듯ㅎ
우려했던 대로 섭외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어떤 정신 나간 소속사 대표가 한두 명도 아닌 멤버 전원을 정글로 보낸단 말인가.
……그런데 그 정신 나간 소속사 대표가 실재했다.
[‘정글 탐험 야생돌’ 블랙시즌 첫 출격, 아마존 전사로 거듭난다]기사가 올라오자마자 사람들은 몹시 분개했다.
– 내돌 이름이 왜 거기서 나와……?
– 대표 미쳤냐??? 이걸 보낸다고????
– 블랙시즌 팬도 아닌데 눈물 나려고 그래 ㅅㅂ
– 음 현지 전문가도 동행한다니까 호들갑 떨 일은 아닌 듯
└ 너나 가
팬들이 극구 만류하고 나섰지만, 굴하지 않고 촬영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정글 탐험 야생돌》 1회가 방영됐다.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과 부모님 옷장에서 훔쳐 입은 듯한 등산복.
블랙시즌 멤버들은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 각오 한마디요? 동생들 끼니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한국인은 밥심! 아자 아자!
기운이 넘치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 아마존 정글이 위험할까요. 도겸이 형이 만든 음식이 위험할까요. 저는 후자라고 봐요.
비밀을 속삭이는 멤버도 있었고.
– 선크림 꼼꼼히 바르면 괜찮겠죠? 기미하고 주근깨는 아이돌의 적이에요.
– 거, 거기 가면 진짜 애벌레로 단백질 보충해야 해요? 어흑! 너무 싫어!
근심 걱정 가득한 멤버도 있었다.
물론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는 멤버도 있었으나.
– 감독님, 카메라 너무 제 눈앞에 있는 거 아니에요?
그는 카메라 감독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정글 탐험 야생돌》 1회는 인천 공항에서 에콰도르 키토를 거쳐 아마존 정글까지 향하는 여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블랙시즌 멤버들의 허물없는 모습은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특히나 에콰도르 키토에서 맞이한 아침은 큰 웃음을 자아냈다.
– 아니 왜 각자 방 놔두고 리빙 룸에서 모여 자냐고ㅋㅎㅋㅋ
– 담요 두른 거 커다란 새 둥지 같아서 너무 귀여워ㅠㅠ
– 새 둥지 맞네ㅋㅋ 병철이 하룻밤 사이에 앵그리 버드 재질 됐음
– 뭐야 카감님 어디까지 줌인해요ㅋㅋㅋㅋ 선우 모공까지 보이겠어요
무대 위,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던 그 아이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부스스한 몰골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적거리며 꾸물꾸물 꿰입은 옷은 거꾸로였다.
우당탕 세수를 끝마친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 이제 슬슬 아마존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 거기 가면 분명 망가질 테니까, 지금 저희 얼굴 많이 봐 주세요. 마지막이에요.
– 그럼, 다 같이 구호 외치고 갈까요?
– 찾아라! 발견하라! 《정글 탐험 야생돌》!
화면이 전환됐다.
멤버들은 아마존 정글 한복판에 서 있었다.
– 여러분은 오늘부터 2박 3일간 이곳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멤버들의 얼굴에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 《정글 탐험 야생돌》 블랙시즌 편, 최종 목표는 바로 ‘아마존의 보석’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최종 목표를 알리며 《정글 탐험 야생돌》 1회를 마무리했다.
이어지는 2회 예고.
– 원숭이가 마시멜로를 훔쳐 갔어!
유일한 식량을 도둑맞은 멤버들은 혼란에 빠지고.
– 냥냐, 냐냐냐냥, 냥…… 악!
어찌 된 영문인지 선우가 고양이 소리를 흉내 내다가 원숭이에게 돌팔매질을 당한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연예 오락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 아 미친 실화야?ㅋㅋㅌㅋㅋㅋㅋㅌㅋㅋㅌㅌㅋㅋ
– 연출이겠지? 진짜로 원숭이한테 돌 맞았다고?
– 다음 편을 안 볼 수 없게 만드네
– 내 새끼가 원숭이한테 돌 맞는 것도 다 보고…… 오래 살고 볼 일이야
– 돌 맞을 사람은 따로 있는데ㅠㅠ 원숭이 내한 plz 나락으로 가 줘
방영 전까지 이어지던 염려를 뒤로하고, 흡사 예능 프로그램처럼 소비하는 분위기였다.
2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BLACK SEASON 블랙시즌 ‘HIDE’ MV]너튜브에 공개된 영상 하나.
다름 아닌, 블랙시즌 미니 2집 네 번째 트랙 《HIDE》의 뮤직비디오였다.
앨범에 동봉된 CD로만 들을 수 있던 히든 트랙이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뮤직비디오를 재생하자, 발소리처럼 경쾌한 비트가 울렸다.
이윽고 너무 굵지도, 여리지도 않은 선우의 음성이 들렸다.
–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아마존의 보석을 찾아
나침반이 향하는 자리
그 끝이 어디인지 몰라도
감히 CG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장대한 아마존강이 눈앞에 펼쳐졌다.
강줄기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니, 블랙시즌 멤버들이 우거진 숲을 헤매고 있었다.
발을 내딛는 곳마다 예측 불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무지개 보아를 발견하곤 안색이 백지장이 된 지호가 선우의 등에 머리를 기댔다.
지호의 깨끗한 미성이 흘러나왔다.
– I can’t hide
참 이상한 정글이야
배려 따위 딱 질색인데
그 등에 기대어 쉬고 싶어
힘든 내색도 없이 성큼성큼 나아가던 테오의 두 다리가 우뚝 멎는다.
멤버들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무런 소득 없이 해가 저물고 있었다.
테오의 나직한 저음이 깔렸다.
– I can’t hide
얕보이지 않으려고
태연하게 웃어넘겼던
가짜 미소가 무너지는 숲
어느덧 하늘은 까맣게 물들었다.
멤버들은 서로의 체온에 의존해 밤을 보내기로 한다.
침낭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손가락이 잘게 떨려 왔다.
악몽이라도 꾸는 듯 위태로워 보였다.
한순간 커다란 손바닥이 다가와 불안을 잠재웠다.
– 놓지 마 더 꽉 잡아
(그래 날 더 꽉 잡아)
놓지 마 더 꽉 잡아
(그래 날 더 꽉 잡아)
새벽이 밝아 올 때까지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난 멤버들은 부스스한 얼굴로 다시금 모험을 계속했다.
개미 떼에 이어 야생 동물의 습격에 멤버들은 놀라 달아났다.
행렬의 끝에 도겸이 있었다.
살갑게 눈웃음치며 멤버들의 등을 지킨다.
도겸의 음성이 깊이 녹아들었다.
꼭 진중한 고백처럼 들렸다.
– 솔직히 말하자면 말야
무거운 공기가 싫어서
속을 내비치지 않았어
네게만은 보여 주고 싶어
걷고 또 걸어 봐도 보석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멤버들의 말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하준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재잘재잘 입을 움직였다.
선우는 씩 웃으며 하준의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었다.
하준은 몰라보게 굵어진 음성으로 나긋나긋 속삭였다.
– I can’t hide
얕보이지 않으려고
태연하게 웃어넘겼던
가짜 미소가 무너지는 숲
그때였다.
하준이 검지를 추켜세워 어딘가를 가리켰다.
선두로 걷던 테오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절벽 끝에 무언가가 반짝였다.
누가 내려갈 것인지 옥신각신 떠드는 사이.
테오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내던졌다.
– I can’t hide
밤새도록 내 곁에서
외로움을 어루만지던
눈 밑 그늘을 모른 척하고
믿을 것이라곤 오직 안전 로프뿐.
테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만 더, 더, 더…….
마침내 그 영롱한 빛에 닿았을 때, 테오의 상체는 끝없는 절벽으로 기울었다.
– I can’t hide it anymore
얕보이지 않으려고
태연하게 웃어넘겼던
가짜 미소가 무너지는 숲
멤버들은 실성한 사람처럼 테오에게 달려들었다.
카메라도 함께 흔들린다.
온통 혼비백산이었다.
– 놓지 마 더 꽉 잡아
(그래 날 더 꽉 잡아)
놓지 마 더 꽉 잡아
(Oh 그래 날 더 꽉 잡아)
제멋대로 뒤엉킨 팔에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안전 로프를 절단하고 나서야 테오는 절벽 위로 기어오를 수 있었다.
테오는 벙한 얼굴로 절벽 끝에서 주운 손거울을 내밀어 보였다.
그 순간 지호가 테오의 멱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무어라 소리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마음만큼은 확실히 전해져 왔다.
– 보석이든 뭐든 간에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제 알겠어
난 너 없이 살아갈 수 없어
멤버들은 팔을 뻗어 테오의 몸을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멤버들의 등이 쉴 새 없이 들썩였다.
– 난 너 없이 살아갈 수 없어
멤버들의 모습을 담고 있던 카메라가 서서히 멀어진다.
아마존 정글, 그중에서도 이름 모를 절벽.
그곳에서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꼭 하나의 보석처럼 보였다.
비로소 발견한 아마존의 보석이 반짝하고 빛나며 뮤직비디오는 끝이 났다.
뮤직비디오 공개 후, 연예 오락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 이거 뭔데 오피셜이야?
└ ㄴㄴ 야생돌 제작진 헌정 영상
– Why am i crying……
– 이게 그 히든 트랙이구나 ㅁㅊ 노래 개좋아
– 그동안 이 좋은 걸 너희만 들었냐?
히든 트랙 《HIDE》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으나.
– 근데 이거 연기한 거 맞아???
– 쓰읍…… 일단 연기면 선우가 저렇게 매끄럽게 움직일 리가 없음
└ ㅇㅈ 한선우 렉 안 걸렸잖아 연기 아님
– 그럼 뭐야 ㅅㅂ 우리 병철이 찐으로 죽다 살아난 겨?
– 연기겠지ㅋㅋ 어떤 미친 피디가 모가지 날아갈 각오 하고 사고 영상 풀겠음
뮤직비디오 영상이 연기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이 일었다.
진실은 오직 제작진과 블랙시즌 멤버들만이 알고 있었다.
홍 피디가 위험을 감수하고 헌정 영상을 제작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블랙시즌 이후로 선뜻 출연하겠다 나선 아이돌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정글 탐험 야생돌》은 블랙시즌 단독 시즌으로 방영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유일함이 주는 의미를 알기에.
제작진은 블랙시즌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열성을 다해 헌정 영상을 제작했다.
– 근데 아프로비트?? 이거 요즘 유행이야? 자주 들리네
└ 간간이 들리는 정도? 아무튼 유행은 아님
– 킬링퍼스트 신곡도 이거랑 비슷하지 않음?
└ 같은 작곡가야
└ 아니 그건 나도 알겠는데 가사도 묘하게 비슷한 것 같아서;
└ 어 ㅅㅂ 그러네??? 킬링퍼스트는 보석이라는 키워드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같은 작곡가가 작곡한 같은 장르의 곡.
차이점이 있다면, 《ADVENTURE》보다 《HIDE》의 리드 사운드가 좀 더 섬세했다.
문제는 작곡가와는 별개로 곡을 관통하는 주제가 동일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가사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나의 이야기, 두 개의 곡.
– 혹시 킬링퍼스트도 정글 다녀왔니?
└ ㄴㄴ 블랙시즌 이후로 아무도 안 다녀왔음
– 《ADVENTURE》 컨셉은 송재하가 정한 거고, 《HIDE》 컨셉은 한선우가 정한 거고……
– 흔한 장르가 아니어도 겹칠 수는 있음ㅇㅇ 근데 주제까지 겹칠 확률이 얼마나 되려나
– 이거 뭔가 이상한데…… 이럴 수가 있나?
의심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