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155
사상 최강의 오빠 156화
56장 필연(2)
검은색 거울의 표면과 같은 검신 한 가운데에 박혀 있는 입에서 회색 빛 혀가 튀어나와 대기를 핥았다.
– 애송아.
쇳소리로 이루어진 언어가 검은 마 검의 주둥이에서 나오는 것이란 걸 안 김세훈이 흐릿한 눈으로 자신의 앞에 꽂혀 있는 마검을 바라봤다.
-날 집어라. 우리 속궁합 좀 맞춰 보자.
“…뭐‘?”
검은 마검, 레기오스가 잔망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캬캬, 짜식, 얼빵하게 굴기는. 야 인마, 집으라고. 내가 얼마나 끝내주 는 놈인지 알려줄 테니까.
“…널 집으면… 뭐가 바뀌지?”
-바뀌고 안 바뀌고는 네 자질에 달린 것이고… 뭐, 하나는 장담하지. 네 앞에 있는 저 귀족 놈. 저 자식 은 죽여 버릴 수 있다는 거. 레기오스의 말에 김세훈의 흐릿한 눈동자에 광채가 스쳐 지나갔다.
“정말인가?”
-아따〜 이 양반이 속고만 사셨나. 일단 집어보셔. 그러면 내 말이 구 라가 아니란 거 딱 알게 되실 테니 까. 아니, 어차피 그쪽한테는 딱히 이렇다 할 선택지도 없잖아? 안 그 랴? 근원도 소실돼서 오늘내일하는 판에 밑져야 본전 아니셔?
그 말대로, 이제 와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다 여긴 김세훈이 검은 마검의 손 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자마자 손바닥 을 관통해서 흘러들어오는 뜨거운 열기에 김세훈이 무릎을 꿇고 신음 을 토해냈다.
피 대신 용암이 혈관을 흐르는 듯 한 감각. 그 타는 듯한 열기가 심장 과 오장육부를 거쳐, 뇌에 이르는 순간. 김세훈은 눈을 하얗게 까뒤집 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하늘을 날던 까마귀 한 마리가 중 년 사내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눈과 발이 세 개인 까마귀는 칠흑빛 날개가 사내에게 안 닿도록 조심스 레 갈무리하며 말했다.
-음, 벌써 시작해버렸나.
중년 사내가 까마귀에게 물었다.
“허, 당신께서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행차십니까? 흠, 혹시 계약자 가 되어달라느니, 그러면 후에 고향 에 돌려보내 주겠다느니… 그런 얼 토당토않은 제안을 하기 위해 오신 건 아니겠지요? 그런 거라면….”
-걱정 말게. 시리우스. 다른 신들 과 달리, 나는 자네가 계약자가 되 든 말든 관심 없으니까. 그저, 자네 의 후대에 관심이 있어 찾아왔을 뿌
그 말에 시리우스가 까마귀를 이해 할 수 없다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았 다. 여타의 신들도 그렇지만, 그중에 서도 이 신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들, 버텍스에게 관심이 많았다.
뿐만이 아니었다. 한때 전승이 끊 겼던 베히모스의 명맥을 잇게 한 장 본인이 바로 이 까마귀 아니었던가?
여러모로 기묘한 구석이 한두 가지 가 아닌 신이었다.
그래서일까?
시리우스는 이 신의 속내가 너무도 궁금했다. 뭣하면, 억지로라도 파 보 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는 이내 그 호기심을 억지로 지우곤 했다.
그가 아무리 베히모스라 불리며 중 간계에서 제법 유세를 떠는 존재라 지만, 상대방은 신. 자칫 선을 넘기 라도 하는 날에는 후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후대라…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당신께서는 특이한 쪽에 유독 관심 이 많으시군요. 하계의 문물에 깊이 빠져계신 것도 그렇고… 쯧, 그 몰 골도 보나 마나 하계의 설화중 하나 에 꽂혀서 만드신 거겠지요?” -아, 역시 알아보는군? 맞네. 이 모습은 바로 삼족오라는 흥미로 운“.
이 하계 덕후가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시리우스가 말을 끊었다.
“그만! 거기까지 하시지요. 저는 삼족오니 뭐니 하는 설화에는 관심 이 없습니다. 게다가 당신께서도 지 금은 그것보다는 저쪽에 더 관심이 있으신 게 아니었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런데… 이미 그른 것 같아서 말일세.
까마귀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 으며 탄식하자, 시리우스 또한 씁쓸 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다.
“모처럼 이 업보에서 벗어날 기회 를 잡나 했더니만… 쉽지 않군요. 레기오스에게 먹혀 버릴 줄이야….”
까마귀가 홍염이 타오르는 검은 마 검을 천혜수에게 휘두르며 미쳐 날 뛰는 김세훈을 살폈다.
눈을 하얗게 까뒤집은 반백발의 남 자, 김세훈이 검을 한번 휘두를 때 마다 퍼져 나가는 열풍의 파도에 숲 이 불타오르고, 땅이 뒤집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천혜수는 꼬리 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바닥을 구르 며 열풍의 검격을 피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단 일격이라도 허용하면 잿더미가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필사적인 회 피 활동을 거듭하는 천혜수를 보며 까마귀가 부리를 열었다.
-음, 얼핏 보기엔 레기오스의 힘을 빌어 귀족종을 압도하고 있는 것처 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죠. 물론, 레기오스를 쥔 이상… 자작 정도에게 지진 않을 테지만….”
아무리 좋은 명검도 어린아이의 손 에 들리면 과도보다도 못한 법. 비 록 그 힘이 하늘과 땅을 불사르고도 남을 레기오스였으나, 광기에 사로 잡혀 천지 분간을 못 하는 김세훈은 마검을 활용하긴커녕, 검에 휘둘리 느라 제대로 힘을 행사치 못하고 있 었다.
막말로 천혜수는 김세훈을 어떻게 할 순 없어도, 도망가려면 진작에 도망갈 수 있었다.
그저 시리우스가 보내는 무언의 압 력 탓에 경거망동치 않을 뿐.
-지지 않는다 하여 상대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이번 후대는 틀 렸군. 레기오스가 지닌 광기의 저주 도 극복 못 하는데… 어찌 연옥을 다룰 수 있을까.
“…다음 버텍스는 언제 나타날까 요?”
-내년이 될 수도, 혹은 천 년 후가 될 수도 있겠지. 그게 바로 확률의 미학이니까.
까마귀의 말에 시리우스는 단념한 듯, 한탄하며 팔짱을 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리하겠습니다. 더 두고 봐도 의 미 없을 것 같군요.”
움직이려는 시리우스를 까마귀가 제지했다.
-잠깐 기다려보게. 김세훈의 엉망진창이던 움직임이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고, 하얗게 뒤 집혔던 눈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 변화를 알아차린 까마귀 가 말했다.
-흥미롭군. 광기에 한 번 먹혔었거 늘, 그걸 극복해내다니…? 흠… 시 리우스. 아무래도 확률은 자네 편인 것 같군.
잠시 말을 끊고 김세훈의 면면을 세세히 살피던 까마귀가 말을 이었 다.
-자네가 그토록 바라던 전승자가 나타났으니.
-캬캬캬, 아니… 이거 뭐지? 너… 설마 저주를 극복해낸 거냐? 하]야, 되게 신기한 놈일세? 아예 처음부터 저주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모를까, 광기에 함몰되고도 돌아온 놈은… 처음인데?
뜨거운 열기가 뇌 속을 헤집으며, 금세라도 온 정신을 송두리째 뽑아 갈 것 같았지만, 김세훈은 이를 악 물고 견뎌냈다.
그리고 레기오스를 두 손으로 부둥 켜 잡으며 말했다.
“저주인지 뭔지에 정신을 맡긴 채 잠들어버릴까도 했는데… 생각해 보 니 너무 억울했거든.”
– 뭐가?
“날 엿 먹인 새끼들은 떵떵거리면 서 잘살고 있는데 나 혼자 x 되면 빡치잖아. 안 그래?”
-호오, 너… 꽤 괜찮은 놈이구나?
“그것보다… 고맙다.”
김세훈이 천혜수를 노려보면서 레 기오스를 가슴 쪽으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살아 있어 줘서. 네년만은 반드시 내 손으로 끝내주고 싶었거든.”
김세훈이 정신을 차렸다는 걸 안 천혜수가 이를 갈았다. 제정신이 아 니었을 때도 힘들었는데, 이지를 되 찾다니?
“너….”
천혜수가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김세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레 기오스에게 물었다.
“야, 검 새끼.”
-…내 이름은 레기오스다. 또 검 새끼 이러면 삐져버릴 거니까. 똑똑 히 새겨둬. 알았냐?
“좋아, 레기오스. 분명 내 몸은 정 상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너무 잘 움 직여. 이거 어떻게 된 거냐?”
-이 몸의 고유 특성 ‘버서커’의 효 과다. 나를 쥐고 있는 동안에는 어 떤 통증도 못 느끼는 건 물론, 사지 라 부러졌어도 절단되지 않은 이상 은 강제 수복시키지. 뭐, 한시적 수 복이라 나와 떨어지는 순간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갈 테지만….
“됐다. 어찌 됐든 지금은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거군. 그럼 다른 건? 네 능력은 뭐냐? 널 어떻게 써 먹어야 하지?”
-이 몸의 능력? 그거야 한두 가지 가 아니….
그때, 광풍이 일며 육중한 꼬리가 김세훈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레기 오스에게 말을 걸면서도 긴장의 끈 을 놓치지 않고 있던 김세훈은 백 덤블링을 해서 공격을 회피했다.
캬아아-!
괴성과 함께 천혜수가 껍데기를 벗 어던지고, 본신을 드러냈다. 2m 조 금 안 되는 일반인 못지않게 작은 체구.
그리고 그에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3m 크기의 꼬리.
푸른 비닐의 2족 보행 악어. 크로 커다일의 모습을 보며 김세훈이 말 했다.
“너 잘난 거 알겠으니까, 네가 가 진 능력 중 내가 당장 제대로 활용 할 수 있는 거 하나만 말해 봐. 아, 그 뜨거운 거 빼고. 그거는 통제가 안 되더라.”
-흠, 그거라면 ‘절단’의 권능이지. 최고 잘난 이 몸의 육체는 90 이하 의 내구 수치는 무시해버리신다. 즉, 저런 어중간한 놈 정도야 걸리면 한 방에 뎅강 이란 소리지.
“내구 무시라… 너 꽤 멋진 놈이군.” 김세훈의 칭찬에 레기오스가 으스 댔다.
-캬캬캬, 이 몸이 좀 멋지긴 하지. 짜식, 너 눈깔은 제대로 달고 다니 는구나?
득의양양한 레기오스의 웃음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크로커다일이 달려왔 다.
그리고 가볍게 턴을 돌며 꼬리를 휘둘렀다. 일격에 원정대원들을 몰 살시킨 수법이었다.
그 공격에 직격당하면 즉사라 생각 한 김세훈이 레기오스를 들어 공격 을 막았다.
그러자 나무로 된 꼬리가 진검의 칼날을 후려친 것처럼, 크로커다일 의 꼬리가 허망하게 잘려나갔다.
“꺄아악, 내 꼬리가!”
크로커다일이 비명을 지르며 푸른 피가 뿜어져 나오는 꼬리의 단면을 부여잡고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본 김세훈이 얼빠진 목 소리로 뇌까렸다.
“이게 무슨….”
-큭큭, 봤느냐? 이게 바로 절단의 권능이니라. 그리고! 이게 바로 진 정한 템빨이니라!
“테, 템빨?”
-크크크, 그럼 너같이 못난 놈도 잘난 놈으로 만들어주는 내가 사기 템이 아니고 뭐겠냐?
“…끝내주는 놈인 건 인정하겠는 데… 시끄러운 주둥아리가 문제로 군.”
김세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크 로커다일의 로우킥이 김세훈의 허리 를 노리고 쇄도해 왔다.
하지만, 김세훈이 코웃음 치며 레 기오스로 막는 시늉을 흐}자, 겁먹은 크로커다일은 공격을 멈추고 후퇴했 다.
이후에는 동일상황의 반복이었다. 크로커다일이 맹렬히 공격해올 때마 다, 김세훈은 공격 경로에 레기오스 를 들이밀었고, 그때마다 크로커다 일은 쫄아서 공격을 멈췄다.
마치, 서커스 공연이라도 하듯 일 진일퇴를 저 혼자서 하기 바쁜 크로 커다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김세 훈이 이죽거렸다.
“뭐하나? 공격할 거면 해. 아니면? 계속 그렇게 겁먹은 쥐새끼처럼 굴 건가? 악어 주제에?”
“이 망할 자식이! 마검 하나 얻었 다고 기세가 가관이로구나…! 빌어 먹을! 다른 건 몰라도 상성이 너 무….”
클래스에 따라 전투 방법이 각양각 색인 인간들과 같이, 인외종들도 종 류에 따라 쓰는 스킬이 달랐다.
흡혈귀나 리치 같이 마술과 마법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놈들도 있는 반 면, 오우거와 크로커다일처럼 우월 한 신체 능력으로 상대방을 찍어누 르는 무투파가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레기오스와 크로커다 일의 상성은 최악이었다. 전사 대 전사의 대결에서 좋은 장비란 적지 않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 장비가 마검 레기오스 라면야?
두말할 필요 없는 일이었다.
“네가 안 오겠다면… 내가 가지.”
김세훈이 크로커다일의 안쪽으로 파고들며 다리를 베었다.
하지만, 크로커다일이 안광을 번뜩 이며 다리를 뒤로 쭉 빼며 김세훈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공격할 때 생기는 잠깐의 틈을 노 린 카운터였다.
콰직.
원래라면 압도적인 스텟 차이 때문 에 일격에 모가지로 뽑혀나갔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본능적으로 목 을 비틀어 공격을 흘림으로써 치명 타는 겨우 모면한 김세훈이였다.
하지만, 그 공격의 여파 탓인지 김 세훈은 손에서 레기오스를 놓쳐버렸 다.
그걸 본 크로커다일이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깔깔, 방심했구나! 놈… 끝이다!”
-우, 우왁! 큰일이다! 이 멍청한 놈아! 내가 잘났다고 너도 잘났다고 착각하지 말았어야지! 스텟 차이가 너무 나서 실수 한번 하면 끝이란 말이다!
하나, 그 정도는 김세훈도 처음부 터 알고 있었다. 단지, 뼈를 취하기 위해 살을 내줬을 뿐.
어차피 저 영악한 놈은 이런 틈을 내주지 않으면 간을 보며 도망만 다 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출했다. 실수를.
그래, 공격할 때 틈이 생기는 건 피차 마찬가지니까.
김세훈의 손에서 떠난 레기오스가 염동력을 타고 풍차처럼 회전하며 김세훈에게 주먹을 막 내리꽂으려던 크로커다일의 하체를 쓸고 지나갔다. 절단의 권능에 의해 다리가 뭉탱이 로 잘려나간 크로커다일이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염동력에 의해 부메랑처럼 자신의 손으로 돌아온 레기오스를 다시금 쥔 김세훈이 말했다.
“좋아. 그럼… 이제 누가 끝이지?”
검은 마검을 손에 쥔 김세훈이 터 벅터벅 걸어가 크로커다일을 서늘한 눈빛으로 내려봤다.
그리고, 마무리를 하기 위해 검 끝 으로 크로커다일의 심장을 겨눴다. 마음 같아선 살려둔 채로 끝없이 고 통을 주고 싶었으나, 귀족종을 상대 로 여유를 부리다 뒤통수를 맞는 건 사절이었기에, 단번에 끝을 내기 위 해서였다.
“…좋다. 인정하지. 네놈이 제법이 라는 걸. 하지만… 버텍스… 어리석 은 버텍스여. 과연, 네놈이… 날 죽 일 수 있겠느냐?”
크로커다일의 외양이 진흙처럼 흐 물거리더니 형체를 바꾸더니, 윤기 나는 은발을 늘어뜨린, 낯익은 이목 구비를 드러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목소리 로 그에게 말했다.
“세훈아. 정말… 죽일 거야? 나를?”
죽은 연인, 에일린의 모습으로 자 신을 기만하는 크로커다일을 보며 김세훈이 웃었다. 정말이지, 끝까지 개 같은 새끼들이었다.
들은 적 있었다. 인외종들이 위험 에 빠지면 이런 수작을 곧잘 부리고 는 한다고. 하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아니, 수십 배는 더 거지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의 모습으로. 그리고 목소리로 목숨을 구걸하는 괴물을 보는 느낌이란 형용할 수 없 을 정도로 X 같았으니까.
푸욱.
“커어억… 너? 너…?”
레기오스의 검날에 심장이 꿰뚫린 은발 여인이 신음을 흘렸다. 그가 이토록 망설임 없이 검을 찔러넣을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씹새끼야… 죽어서 악마건, 신이 건 보게 되면… 똑똑히 전해라. 네 새끼들… 전부… 내가 모가지를 따 버리겠다고….”
자신의 심장을 관통한 검의 차가운 감촉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크로커다 일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끝없이 흐르는 김세훈의 눈 물과 검을 쥔 그의 손이 파르르 떨 고 있는 걸 보고서 웃었다. 태연한 척하면서도 이미 위태로운 김세훈의 상태를 짐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악의를 전부 실어 한마디를 뱉었다.
“사랑해….”
그 마지막 한마디를 들은 김세훈의 표정이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자신 의 검에 심장이 꿰뚫린 채 조용히 눈감은 여인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 다.
자신이 죽인 것이 과연, 인외종인 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여인인가? 검을 놓고 무릎을 꿇은 김세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이제 우는 것도 질렸다는 듯, 실성한 것처럼 하염없이 웃던 그가 고개를 떨궜다.
그의 턱 아래 걸린 맑은 물방울이 처량하게 흔들거리다, 툭 하고 떨어 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