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397
사상 최강의 오빠 401화
헤븐즈 게이트(HeaVen’s Gate)(1)
이정협이 말총머리의 여인, 김세정 과 통통한 체형의 장년 여인, 박정 숙을 데리고 걸음을 서둘렀다.
“빨리! 이쪽입니다.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이정협의 재촉에 김세정이 박정숙 을 등에 업었다. 그녀의 느린 걸음 으로 이정협을 따르기 힘들었던 탓 이다.
“엄마. 떨어지지 않게 꽉 잡아.”
“세정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니? 저 사람은 누구고, 왜 우리가 도망 가야 하는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오빠 가 저 사람은 믿어도 된다는 메시지 를 보냈으니까… 잘 몰라도 일단 따 라가는 거야.”
김세정이 노끈으로 박정숙과 자신 을 단단히 묶으며 이정협의 뒤를 바 싹 따라붙었다.
“당신, 이름이 이정협이라고 했죠?”
“네. 맞습니다.” “오빠랑 어떻게 아는 사이죠? 그리 고 오빠는 지금 어디 있어요? 출장 간 거 아니었어요?”
콰앙!
폭음과 함께 건물 옥상에서 팔과 다리를 잃은 기사 한 명이 그들의 근처로 떨어졌다.
바닥에 고꾸라진 채 입에서 핏물을 벌컥벌컥 뿜어내던 기사는 김세정을 보고 무어라 말을 하려다 고개를 떨 구며 절명했다.
시온에서 정규 훈련을 받았다곤 하 나, 실전 경험은 일천한 김세정은 처음 본 시체의 잔혹한 몰골에 목소 리를 떨며 말했다.
“엄마, 눈 감아. 보지 마. 계속 눈 감고 있어.”
김세정이 박정숙을 추스르며 이정 협의 뒤에 바싹 붙었다.
평소 그녀가 걷던 돔의 거리엔 사 지와 머리를 잃은 시체들이 즐비했 고, 욕심에 눈이 돌아 약탈자로 변 모한 시민들로 인해 여기저기서 불 길이 솟아올랐다.
“…전쟁.”
하루아침에 하늘과 땅이 뒤바뀐 것 처럼, 오늘의 세상은 그녀가 어제까 지 본 세상과는 너무 달랐다.
폭동에 삼켜진 도시가 서서히 무너 져가는 걸 멍하니 바라보는 김세정 을 발견한 기사들이 소리쳤다.
“저기 있다! 김세정이다!”
“사진 확인했어?”
“김세정 맞아! 잡앗! 저년만 잡으 면 김세훈을 몰아세울 수 있어!”
기사들의 목소리를 들은 김세정이 중얼거렸다.
“김세훈…? 오빠?”
이정협이 김세정의 앞을 막아서며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그새 지원군을 불렀는지 빠르게 모 여드는 기사들을 보며 이정협이 침 음성을 흘렸다.
“홈….”
김세훈과 혈전을 벌이느라 당장 움 직일 여유는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너무 낙관적인 판단이었던 것 같았다.
김세정이 옆에서 전의를 가다듬으 며 말했다.
“…싸워야 돼요? 말만 해요. 저 정 도는 뚫을 수 있어요.” 이정협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안 됩니다. 여기서 당신이 갑주를 드러내면 나 여기 있소 하며 광고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괜히 일 크게 벌이지 마세요.”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잡혀갈 순 없잖아요.”
김세훈이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쳤 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듯,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세정의 태도에 이정협이 답했다.
“괜찮습니다. 저들은 우리에게 닿 지 못할 테니.”
이정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뒤에 있는 골목에서 기사들이 튀어 나왔다.
견갑에 새겨져 있는 황금 거미의 문양이 그들이 어디 소속인지를 말 해주고 있었다.
이정협이 말했다.
“저들은 우리를 너무 늦게 찾았거 든요.”
피오나의 기사들이 시온의 기사들 과 맞붙었다.
두 집단이 보유한 갑주의 랭크는 엇비슷했으나, 전투의 양상은 완전 히 달랐다.
피오나의 기사들이 상대를 압도하 며 도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평화에 찌든 시온의 기사들과 달 리, 몽블랑과 피오나의 기사들은 외 부에서 아웃사이더, 그리고 유다와 전투를 벌여왔으니까.
알프스의 치세 아래 안주하던 자들 과 쿠데타를 위해 힘을 비축하던 이 들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추적자들을 순식간에 정리한 기사 중 한 명이 그들에게 다가와 말했 다.
“가시죠. 몽블랑 님이 기다리고 계 십니다.”
“감사합니다. 몽블랑 님이 아니었 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박정숙의 예의 바른 인사에 앙그라 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저를 위해서 움 직인 것뿐이니 감사해 할 필요 없습 니다. 아니지. 앞으로 받을 대가를 위해 도와드렸다 해야 하나….”
박정숙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매 로 앙그라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 다.
“대가라니…. 저희가 무엇을 어떻 게 지불해야 하는 건지…?”
“걱정 마시지요. 그쪽한테 요구할 건 없습니다. 내가 대가를 받을 대 상은… 당신들이 아닌 김세훈이거든 요.”
화들짝 놀라는 박정숙의 얼굴을 보 며 뱀 같은 혀로 입술을 핥은 앙그 라가 말을 이었다.
“아니, 대가가 아니라 빚이라고 해 야겠지요. 조만간… 난 그에게 아주 큰 빚을 질 예정이니….”
말끝을 흐린 앙그라가 이정협에게 눈짓했다.
이정협이 박정숙과 김세정을 방 밖 으로 인도하자, 김세정이 휙 뒤돌며 앙그라에게 눈을 치켜들고 말했다.
“오빠. 출장 간 거 아니죠? 지금 어디 있죠?”
김세정의 당돌한 태도에 앙그라가 까탈스런 노친네처럼 웃으며 말했 다.
“끌끌, 김세정 씨. 당신은 여전히 안 좋은 버릇이 있군요. 굳이 알 필 요 없는 것. 혹은 알아선 안 되는 것들을 알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 노코멘트 하죠. 세상엔… 모 르는 게 약인 것들이 꽤 많거든요.” “그게 약인지 독인지는 제가 들어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앙그라가 신사처럼 여유롭고 정중 한 투로 말했다.
“김세정 씨. 잘 고민해 보세요. 당 신의 앞에 있는 게 누구인지. 그리 고 내가 왜 말을 섞을 가치도 없는 당신들 따위에게 존대를 하는지. 그 리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과연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만한 위치 에 있는지. 그리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참아줄 수 있을지도.”
앙그라의 왼쪽 콧구멍에서 검은 타 르와 같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검은 액체를 본 이정협이 김세정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이만 나가주시지요. 몽블랑 님의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더 모시 기엔 힘들 것 같습니다.”
앙그라에게서 스며 나온 불길한 무 언가가 피부 위 솜털을 스쳐 지나갔 다.
이 자리에 더 있어 봐야 좋을 것 없다는 걸 안 걸까?
김세정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 며 박정숙과 방을 나갔다.
그들이 방을 나가자마자, 이정협이 입을 열었다.
“저들을… 볼모로 삼을 생각입니 까?”
앙그라가 휴지로 코 밑의 액체를 닦아내며 말했다.
“아니.”
기이하게도, 이 믿기 힘든 대답이 진심인 것 같았던 이정협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 말씀이 진심이라면, 솔직히… 의외로군요.” “뭐가?”
“저는 당신이 저들을 볼모로 삼기 위해 구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 게… 대장을 통제하기 가장 좋은 방 법이니까요.” 이정협의 말에 앙그라가 웃음을 터 뜨렸다.
기습적인 유머에 당했다는 양, 큭 큭 거리며 웃던 앙그라가 말했다.
“이정협. 너는 그만큼이나 오래 김 세훈과 함께했으면서도, 아직도 그 를 모르는구나.”
“…뭘 말입니까?”
“그래. 만약, 저들이 라플레시아 바 깥의 그들이라면 나는 기꺼이 저들 을 볼모로 잡았으리라. 하나… 저들 은 가짜다. 몽환미궁이 낳은 과거의 잔재, 혹은 그림자. 그런데… 저것들 의 안위 따위로 김세훈을 협박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저것이 설사, 가짜라도. 가족이라 면 대장은….”
“봐라, 울부짖는 도시를. 저기에 있 는 것들은 가짜가 아니던가? 이정 협. 너는 너무 그에게 매료됐구나. 콩깍지가 쓰였어. 보라, 이 도시를 불과 피로 물들이는 그와 그를 저지 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시온의 기사 단. 대체… 누가 선이고 악이란 말 인가?”
“흠모했겠지. 그래, 인정하지. 그는 한때, 영웅에 가까웠다는 걸. 하나… 과연 지금도 그러할까?” 그 물음에 이정협은 답하지 못했 고, 앙그라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하지. 그래. 그 어떤 누구라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변하지 않은 척 보이 려 애쓸 뿐. 이정협. 내가 저들을 구한 이유가 궁금한가?”
“네.”
“이건 내가 그와 같은 편이라는 걸 어필하고자 하는 호의이며, 개미 눈 곱만한 신뢰라도 구걸하고자 하는 호의다. 그리고 끝내 그… 아주 같 잖은, 사소하기 짝이 없는 신뢰라도 손에 넣으면….”
양 귀밑까지 찢어지는 앙그라의 입 안에서 검은 침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 검은 침을 본 이정협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며 헛구역질을 참았다.
이정협은 생각했다. 김세훈이 옳았 다고.
그의 말대로, 앙그라는 절대로 신 용해선 안 되는 이였다.
앙그라는 분명 뭔가 노리고 있었 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절대 김 세훈에게 이로울 리 없었기 때문이 다.
“끄…흐윽….”
김세훈이 썩은 짚단처럼 쓰러지는 게일의 육신을 발로 짓뭉갰다.
게일이 자폭으로 날려 버렸던 오른 팔의 타이거는 어느새 재생되어 있 었고, 이곳저곳 찌그러져 있던 갑주 또한 꽤나 말끔해져 있었다.
살충제를 맞은 날파리 떼처럼 주변 에 쓰러져 있는 금빛 숭배 기사단의 사체를 물끄러미 보던 김세훈이 말 했다.
“에일린.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왔어?”
김세훈의 어깨에 발을 대롱거리며 앉아 있던 에일린이 그의 뒤통수를 깡통 두드리듯 텅텅 치며 말했다.
“이게 어디서 버르장머리 없이 누 나한테. 그리고 너 나 안 왔으면 죽 은 목숨이었단 거 몰라?”
묘하게 달라진 에일린의 태도에 김 세훈이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이제부터 누나를 대할 땐 나긋나긋하고 자상하게 말해. 알 았어? 또 그렇게 양아치처럼 말했다 간 아주 혼날 줄 알아. 알았어?”
사람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페이스 로 이끄는 화술. 그 익숙한 느낌에 김세훈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어… 그러니까….”
에일린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요 정처럼 다리를 흔들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왜 왔냐니? 자기 물건 찾 으러 주인장이 왔을 뿐인데 문제라 도?” “잠깐, 에일린! 설마 기억이….” 에일린이 발로 김세훈의 주둥이를 가차 없이 걷어찼다.
아무래도 체급 차이가 있는지라 갓 난아기가 아빠의 주둥이를 발로 차 는 모양새나 다름없었지만, 김세훈 은 저도 모르게 입을 쓱 가리며 난 감해했다.
“에일린 아니고 누나! 애가 안 본 사이에 말 까네? 야, 너 혼날래?”
“…누나. 누나구나. 누나가… 기억 을 찾았어.”
에일린이 김세훈의 투구를 장난스 레 두드리며 말했다.
“감격스러운 상봉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빨리 도망가자. 뭐… 보아하 니, 도망갈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
그 말대로, 전황은 완전히 뒤집혀 서 시온 측의 패색이 짙었다.
김세훈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 는 데다, 최강의 기사단이랄 수 있 는 금빛 숭배마저 사라진 지금.
시온의 기사단은 질적인 면에서 반 란군을 결코 앞설 수 없었기 때문이 다.
하나, 김세훈은 상황이 유리한 쪽 으로 흘러감에도 낙관하지 않았다.
“아니, 누나. 그와 적이 된 이상 도망갈 수도, 갈 곳도 없어.”
김세훈이 쿵쾅거리며 앞으로 쏘아 져 나갔다.
그가 외곽 쪽이 아니라 중심 쪽으 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에일 린이 소리쳤다.
“세훈아! 뭐하는 거야! 이쪽은 아 무것도 없잖아!”
“누나. 앙그라와 피오나는 체제 전 복을 시도해 볼 만한 전력을 확보했 음에도 움직이지 못했어. 왜 그랬을 까‘?”
김세훈의 말대로, 앙그라의 원본 몽블랑은 쿠데타를 꿈꿨다. 그래서 휘하의 기사단은 서서히 늘 려 나가는 동시에, 외부 인력 차출 을 자처해 전력의 질적인 상승을 꾀 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 준비했음 에도, 그는 쥐죽은 듯이 숨어 있었 다.
친구인 척, 부하인 척하며 끝까지 인내한 것이다.
그래. 겁먹은 쥐새끼처럼.
에일린이 사뭇 심각한 투로 말했 다.
“네 말은… 저 정도로는 알프스를 어쩌지 못한다는 소리야?”
“맞아. 앙그라는 알았던 거야. 그들 만으론… 시온의 왕을 어쩌지 못한 다는 걸.”
앙그라는 이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 음에도 김세훈에게 알프스를 죽여 달라 부탁했다.
그것은 단순히 김세훈을 이용하려 고만 한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 었을 뿐이다.
지금 당장 알프스를 어찌하는 건 앙그라의 힘으론 무리였기 때문이 다.
위이잉.
거센 기계음과 함께 돔의 천장에 홀로그램 스크린이 떠올랐다.
돔의 천장 절반은 덮을 것 같은 거대 스크린 위로 푸른 하늘이 비쳐 보이는 유리 돔, 샹그릴라가 떠올랐 다.
카페를 비롯한 온갖 상업 건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고, 대신 그 자리엔 장엄하기 짝이 없는 옥좌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 네댓 명은 들어가고도 남을 옥좌에 홀로 앉은 알프스가 검지를 들어 정면을 가리켰다.
기분 탓일까?
왠지 그 검지의 끝이 자신들에게 반기를 든 이들 모두를 동시에 지목 하는 것만 같았다.
쿠웅.
가벼운 손짓. 그 손짓 하나에 노아 돔 전체가 반응했다.
돔의 천장에서 검은 크리스털이 돋 아나 하얀색 스파크를 내뿜었고, 지 축이 뒤흔들리며 곳곳에서 오벨리스 크와 같은 기계장치가 솟구쳤다.
갑작스러운 돔의 변화에 당황한 기 사단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망명이 말했다.
-알프스는 갑주를 입을 수 없다.
‘뭐‘?’
-당연한 일이었지. 그에겐 갑주를 통제할 만한 뇌파도, 갑주를 입을 수 있는 피지컬도 없었으니까. 하나, 앙그라는 물론이며, 나… 심지어 유 다조차 알프스를 어찌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의 혈통에서 비롯된 것. 알프스, 그는 노아 돔을 설계한 초 대 기득권의 핏줄이다. 그렇기에, 그 는 이어받았다. 홀리드스캴프(Hlids kj班). 왕의 옥좌를.
검은 크리스털과 오벨리스크가 빛 을 뿜었다.
이내, 김세훈은 느낄 수 있었다. 공기의 변화. 그리고 중력의 변화 를.
“크윽….”
전신을 짓누르는 막대한 중력에 김 세훈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그 와중에 그는 에일린이 피해를 입을까 저어했는지, 재빨리 그녀를 보듬어 안았다.
“세훈아! 지금 이게 무슨….”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 방에서 기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 닥에 처박히기 시작했다.
마치, 강제로 오체투지 하는 역도 처럼 널브러지는 그들을 보며 김세 훈이 뇌까렸다.
“…알프스.”
김세훈이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올 려다봤다.
왕좌에 앉아 있는 알프스의 무미건 조한 눈동자가 김세훈을 직시했다.
저 눈, 저 눈을 본 적이 있었다.
타인을 벌레처럼 짓뭉개는 눈. 자 신에게 항거하는 이는 가차 없이 쳐 내는 독재자의 눈.
그래. 아주 익숙하다 못해 질려 버 린 눈동자였다.
우우웅.
검은 크리스털과 오벨리스크가 빛 을 뿜었다.
그것들의 반응은 마치, 감히 왕 앞 에서 고개를 드느냐는 듯 꾸짖는 것 같았다.
중력에 짓눌린 김세훈은 이를 악물 었다.
하나, 저항하기엔 자신을 옭아매는 크리스털의 중력과 브레인 하트의 에너지 흐름을 방해하는 오벨리스크 의 교란 파동이 너무 치명적이었다. 결국, 김세훈은 고개를 처박고 서 서히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흠사, 주신에게 무릎을 꿇었던 과 거의 그때처럼.
망명이 말했다.
-스노리가 이르길, 홀리드스캴프라 는 왕좌가 있으니, 그 높은 자리에 앉으면 모든 세계와 인간을 내려다 볼 수 있느니라. 그것은 신들이 순 은으로 지었으며, 가장 높은 이를 위한 것… 지고 자의 옥좌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그때도 그는 주신을 넘보지 못했 고, 지금도 감히 그를 올려다보지 못했다.
하나, 다른 것이 있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끌려 가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김세훈이 자처해서 이곳에 왔다는 것.
패배자처럼 땅만 하염없이 내려다 보고 있던 김세훈의 안광이 스산하 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