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20
◈ 새로운 고분
오래된 고분 입구에 사람이 모여 있다.
천마를 포함한 신교 무리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환락궁의 무리였다.
“이곳이 궁의 유일한 고분인가?”
“궁이 건설될 때부터 있던 곳입니다. 대체 여기에 뭐가 있다고 관심을 보이는 거죠?”
“한 번도 살펴보지 않은 건가?”
“몇 사람 보냈다가 비명횡사한 뒤로는.”
“그럼 지금도 같은 태도를 취해라.”
천마의 으름장에 백소희는 두 손 들고 물러났다.
궁의 상황도 겨우 수습한 상황에서 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대충 주변에 접근 금지 표시만 하고는 아예 떠났다.
“고분에는 이렇게만 가는 건가요?”
조용해진 주변에 한채아가 물었다.
신교 대표로 이곳에 온 사람은 전부 다섯.
천마를 제외하고는 한채아, 안나, 누아, 해도 이렇게 넷이 전부였다.
“막내가 들어왔으니 수련시킬 사람이 필요하다. 게다가 내 예상대로라면 그쪽도 조용하지만은 않을 거다.”
“설마 누가 천마도를 노린다는 얘기인가요?”
“천기의 속삭임은 희미할 뿐. 그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지. 하지만 막가 놈이나 목군이 있으니 그럭저럭 대응은 될 거다.”
천기라는 것은 매우 유동적이다.
천마라 하여도 이를 완벽하게 짚어 낼 수는 없었다.
본능에 가까운 감각으로 무리를 이렇게 나누었을 뿐이다.
“아빠, 아빠! 안 들어가?”
“크르릉!”
“스승님, 여기 지루해.”
물론, 아무런 근심 걱정 없는 이들도 있다.
고분 입구에서 발만 구르는 셋을 보며 한채아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번 여정에서 천마를 제외하고 제대로 상황을 볼 수 있는 건 자신뿐.
어깨에 막중한 책임이 내리는 기분이었다.
“제가 잘 보좌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기대하마.”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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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의 형태는 일전의 것과 비슷했다.
길은 좁고 어둡게 이어졌으며, 안에는 비슷한 종류의 시귀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건 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싹 다 얼어버려.”
“꽁꽁 얼었다! 해도야, 부수자!”
“크르릉!!”
안나의 한빙신공은 시귀의 회복력을 무시했다.
통째로 얼리고 해도와 누아가 때려 부수니 아무리 많은 시귀가 나와도 순식간에 처리됐다.
“모두 무릎을 꿇으세요.”
“우…….”
“으우우…….”
게다가 한채아의 환락향은 시귀마저 굴복시켰다.
이미 천마와의 수련으로 환락향을 온전히 다루게 된 이상 저항력을 갖추지 않은 대상 상대로는 무적이었다.
수십의 시귀를 전부 조종해서 꼭두각시처럼 다뤘다.
“우와, 채아 능력 엄청 좋아.”
“그러니? 난 누아의 실이 더 멋진데.”
“헤헤헤. 누아도 멋있긴 하지.”
“크르릉.”
“응. 응. 해도도 멋있었어.”
“난? 나는?”
“물론 안나의 얼음도 훌륭해. 우리 중에서는 안나가 가장 강한걸.”
“……흠. 그건 맞지.”
쉬웠다.
이전에 그렇게 애쓴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상황에 대해서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이런 거였다.
일행은 순식간에 고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멀지 않았다.”
“진의 중심이 느껴지시나요?”
“한 번 접한 진법 따위가 본좌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무한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형태는 속이지 못한다.”
천마는 전투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고분을 감싸고 있는 진법을 파훼했다.
아무리 고등의 진법이라고는 해도 한 번 겪었던 일.
천마에게는 만물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었다.
진을 해체해서 중심이 있는 곳을 단숨에 파고 들어갔다.
“이곳이다.”
그 안에서 발견한 건 흰 베일 차림의 여성이었다.
굉장히 긴 궁중 의복으로 몸을 감싸고 있어, 다른 시귀들과는 차별화되는 모습이었다.
일전에 상대했던 은검대의 무인과도 달랐다.
“……침입자는 물러나세요.”
“와! 말을 했어!”
“크릉! 크릉!”
기세는 차분하고 정갈했다.
통로 한가운데 앉아 일행을 맞이하는 모습은 마치 의식의 한 장면과 같았다.
“저 여자, 강해.”
천마를 제외하고 일행 중 경지가 가장 높은 안나가 상대를 알아봤다.
그녀 눈에 여자는 커다란 벽이었다.
다가서면 무너질 것같이 위태로운 벽.
“너도 은검대인가?”
지켜만 보던 천마가 나섰다.
“……은검대의 이름을 아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천마.”
“천마? 생소한 이름이군요. 어째서 이 신성한 공간을 침범하고 계십니까? 왔던 길로 돌아가세요.”
“신성한 공간이라. 무엇이 신성하다는 거지?”
“답할 수 없습니다. 물러나지 않으면 전력을 다해서 당신들을 죽일 뿐.”
여인은 은검대를 알고 있었다.
고분을 지키는 이들이 무관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천마가 슬쩍 웃으며 다시 물었다.
“주영산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당신이 그 이름을 어떻게 압니까?”
“그의 검은 빠르고 매서웠다. 너는 어떤가?”
“그와 상대했다는 겁니까? 하지만 그럼 당신이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죠?”
“본좌가 그의 검을 꺾었으니까.”
“거짓말…….”
“빠르고 매서우나 한계는 존재했다.”
천마의 발끝에서 바람이 일었다.
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흉터를 새겼다.
그건 마치 검으로 새긴 흔적과도 같았다.
여인의 눈이 처음으로 크게 흔들렸다.
“은사검결(銀絲劍結)이로군요. 정말로 당신이 그를 이긴 겁니까?”
“훌륭한 검수였다. 살아있을 때 싸웠다면 더 멋진 대결이 되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지.”
“…….”
“그와 가까운 사이였나?”
“한때는. 은검대와 홍단(紅緞)은 자주 어울렸으니까요.”
“세력에 속해 있던 건가? 어디지?”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책무를 다할 뿐. 그가 죽었다면 저도 미련은 없습니다.”
여인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사방을 집어삼키고 짓눌러 박살 낼 것 같은 흉험한 기운이었다.
안나는 겨우 버티고 해도 등은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홍단의 제 일수, 연백아. 이곳에서 당신들을 막겠습니다.”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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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님은 잘하고 계시겠지?”
천마도 연무장.
창에 기댄 채 안기남이 중얼거렸다.
고분 원정에 따라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꽤나 심란한 상황이었다.
“어련히 잘하시겠죠. 우리는 우리 일이나 잘해요.”
그 옆에서 이지아가 핀잔을 놓았다.
그녀도 따라가지 못해 불만인 건 매한가지였지만, 이곳이라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특히, 새로 들어온 막내가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면 더욱더.
“자세가 흐트러지고 있어요.”
“죄, 죄송합니다.”
툭 던지는 돌멩이에 백일태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는 기본 중의 기본인 마보를 하고 있었다.
근력을 키우기 위함도 있지만, 지금은 오뢰진기를 다루기 위한 수련에 가까웠다.
“집중해. 진기가 흐트러진다. 땅에서 시작해서 머리까지. 진기의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
“네, 네! 명심하겠습니다!”
진기의 순환을 체득해야 투로를 열 수 있다.
다른 이들에 비해서 백일태는 경험과 수련 정도가 현저하게 뒤처져 있었다.
그렇기에 몸에 억지라도 쑤셔 넣어야 했다.
“허억……!”
그렇게 버티기를 십여 분.
백일태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인가. 아직 멀었다. 오뢰진기의 힘이라면 네 하체는 땅에 박은 듯 미동도 없어야 해.”
“끄응.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기의 흐름에 집중해라. 몸 안의 것을 다루고 나면 밖에 개입하기가 쉬워지는 법. 땅에 뿌리를 내리듯 지면을 디딜 수 있게 된다.”
안기남이 발을 강하게 굴렀다.
바닥이 쩍 갈라지며 발이 한 뼘가량 박혔다.
그 힘도 힘이지만 딛고 선 안기남의 기세가 남달랐다.
그의 말대로 뿌리내린 나무와 같았다.
한 점의 미동도 없이 한 발로 서 있는 자세를 유지했다.
“기가 단단하게 고정되어야 무공을 씀에 위력이 나온다. 이건 나와 같은 근접 체술을 쓰는 이나, 기공을 쓰는 이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이야. 반드시 몸에 체득하고 넘어가도록 해라.”
“네! 열심히 수련해서 인정받겠습니다.”
“후후.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둘 중 하나만 해주시면 안 됩니까?”
“아직 장난할 힘은 남아 있네. 다시 일어나라.”
이 말은 아니었나, 백일태가 똥 씹은 얼굴을 하며 일어났다.
아직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흥. 그런 식으로 수련해서 언제 강해지려고.”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편한 복장으로 칵테일을 홀짝이는 링이었다.
“링. 어쩐 일로 연무장까지 왔지?”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갇혀 있자니 너무 답답해서 나와봤을 뿐이니까.”
“대군께서는 어쩌고?”
“어딘가에서 날 지켜보고 있겠지. 정말 고지식해서는. 천마도 안에서만큼은 풀어달라고 해도 끝끝내 달라붙어 있단 말이야.”
링은 일종의 손님 입장으로 천마도에 체류 중이다.
황궁으로는 돌아갈 수 없고, 다른 곳에서는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우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당시에는 이를 받아들인 링이었지만, 길어지는 체류에 불편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녀는 호화로운 삶을 살아왔던 공주니까.
“그보다, 거기 너. 네가 이번에 신교에 들어온 사람 맞지?”
“저, 저요?”
“그럼 너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을까?”
콕 찍는 질문에 백일태가 뒷머리를 긁었다.
이런 문답은 어색했다.
“백일태라고 합니다. 신교의 일원이자, 문주님의 막내 제자입니다.”
“다 큰 남자가 막내라니. 그보다, 그 훈련 말이야. 그렇게 고리타분하게 해서 언제 힘을 키울 거야? 나한테 배워 볼 생각은 없어?”
“네?”
“황궁의 무공 중에 쓸만한 것들이 많다고. 가볍게만 익혀도 지금보다 몇 배로 강해질 수 있어.”
넌지시 건넨 말에 백일태가 움찔했다.
바로 옆에서 느껴진 안기남의 투기 때문이었다.
그는 성난 사자와 같은 얼굴로 링을 쏘아보고 있었다.
“링 공주. 일태를 가르치는 건 어디까지나 신교 내부의 일이다. 간섭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흥. 답답하니까 그렇지. 어차피 천마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면 시시한 무공일 뿐이잖아. 오뢰진기라는 신기한 힘도 얻었다는데, 걸맞은 무공을 익혀야 하지 않겠어?”
“편법은 편법일 뿐이다. 일태는 기초를 다져야 할 시기. 서둘러 가다가 망가지게 둘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느릿느릿 걸어서 언제 강해지려고. 나한테 무공 몇 개만 배워도 그쪽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을걸?”
“그 말은 넘겨듣기 어렵군.”
“어려우면? 나하고 싸워보기라도 할 건가?”
링이 훌쩍 뛰어서 안기남 앞에 섰다.
그녀도 갇혀 있는 생황에 짜증이란 짜증이 다 쌓여 있던 상황.
풀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일태야.”
“네, 네?”
“물러나서 지켜보거라. 화려하기만 한 황궁의 무공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마.”
“이 아저씨가 도발은 좀 할 줄 아는데?”
두 사람 사이로 기의 충돌이 일어났다.
바닥이 갈라지고 먼지가 안개마냥 부유했다.
이지아는 잠시 바라보다 그냥 말없이 물러났다.
이곳은 신교였다.
힘으로 정할 일이라면 힘으로 정하게 두는 것이 법.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이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