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61
◈ 영왕도래
물끄러미 바라보는 능운백의 시선.
삼아는 마른 침을 삼키며 몸을 웅크렸다.
평소의 담담하던 눈빛이 아니었다.
“왜 말을 안 하지?”
“큰 오라버니. 지금 이 상황. 대체 무슨 일이죠?”
“보는 대로다.”
“제대로 설명을 해 주세요. 왜 영왕이 무차별 파괴에 동원되는 거죠? 게다가 저 육체. 대체 누구의 겁니까?”
이매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평소에도 어딘가 의뭉스러운 능운백이었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지나쳤다.
“하나가 둘이 되어 각자 성장했다. 과연 그 둘이 다시 본래의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무슨 의미인가요?”
“비대해진 존재는 보통의 방법으로는 돌아올 수 없어. 커다란 충격이 있어야 욱여넣을 수 있지. 영왕은 그런 존재다.”
“설마 아버지가 모두 허락한 일이라는 건가요?”
“아니면 나 혼자 진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니?”
“하지만……그럼 작은오빠는? 작은오빠는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존재를 담기 위해서는 틀이 필요하다.
영왕 정도라면 다른 대체품이 없다.
천마나 천부의 자식들 정도.
이매의 눈이 붉은색으로 일렁거렸다.
“슬픔은 넣어 두어라. 어차피 우리는 그걸 위한 존재였을 뿐. 그가 아니었다면 너나 삼아가 될 수도 있었다.”
“결국, 맞다는 얘기군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영왕의 틀이 되기 위한 존재였어.”
“세상에 큰 의지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는 존재가 있을까. 모든 건 그 안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달려 있을 뿐이다.”
“웃기지 마요! 아버지가 우리에게 생명을 내려 주신 건 맞지만, 그렇다고 도구처럼 쓸 자격은 없어요!”
이매가 손을 움켜쥐었다.
그녀 주변의 바람이 흐름을 타고 모여들었다.
이는 순식간에 몸집을 불려서 태풍이 되었다.
바람이 땅을 할퀴며 상처를 새겼다.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 너희가 어디를 갈 수 있을까? 이 땅 아래 아버지의 눈을 피할 공간이 있다고 보나? 어차피 모든 건 순리에 따를 뿐이야.”
“적어도 무의미한 인형은 안 되겠죠.”
“목숨과 바꿔서라도 말이냐?”
“어차피 아버지께서 주신 목숨. 거두고자 한다면 막을 방도는 없겠죠. 다만, 순순히 내어드리지는 않을 겁니다. 죽을 만큼 발버둥 쳐 드리죠.”
“그래. 그게 네 선택이구나.”
이매의 날 선 목소리에 능운백은 되레 웃었다.
“삼아, 네 생각도 같더냐?”
“……작은형은 머저리에 돌대가리였어. 하지만 그래도 우리 형제였다고. 아버지의 자식이었어! 자식의 목숨으로 무언가를 이루려는 아버지 따위는 내가 거부하겠어!”
“놀랍군. 그렇게나 아버지를 따르던 너였는데.”
“아버지라면……아버지라면 자식을 보호해야 하는 거야. 형제는 서로를 돕고 아버지는 자식을 아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었어!? 대체 우리는 아버지의 뭔데!?”
“글쎄. 그 답이 궁금하다면 네가 직접 찾아보도록 해라.”
능운백이 한 걸음 물러났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그 앞에서 좌우로 갈라졌다.
보이지 않는 그의 검은 태풍마저 가를 정도였다.
이매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우리를 이대로 보내줄 생각인가요?”
“목적은 이뤘다. 어차피 변하는 건 없어. 너희가 살아있든 죽어있든.”
“……가자, 삼아.”
속은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게 기회라는 건 이매도 알았다.
여전히 분개한 삼아의 손을 당기며 능운백의 반대편으로 뛰었다.
이내, 태풍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대로 보내도 되는 겁니까?”
그 너머.
능운백의 옆으로 구검이 내려서며 물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추격대를 보내고 싶은 얼굴이었다.
“아버지의 명령은 어디까지나 영왕의 현신뿐이었다.”
“허나, 저 둘이 천마에게 붙으면……”
“구검.”
“네.”
“더는 말하지 말거라. 오늘 나는 내 형제를 직접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다른 피를 보고 싶지는 않다.”
낮은 목소리에 구검이 부복했다.
말속에 담긴 칼은 충분히 서늘했다.
능운백이 시선을 떼고 사라진 이매와 삼아를 눈으로 좇았다.
“이제 한 걸음인가.”
바람 소리에 그 목소리마저 이내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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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감았던 눈을 떴다.
무언가 크게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속이 꼬이고 욕지기가 치밀었다.
경지를 이룬 이후로는 받아본 적 없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의 부정적인 감각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모두 저택 중심에 모여라.”
소리를 모두에게 전파하고 몸을 움직였다.
하늘은 컴컴하고 구름은 기묘할 정도로 크게 운집하고 있었다.
다급한 기척들 사이로 천마가 하늘을 바라봤다.
“……온다.”
느끼는 것과 동시에 천마신공을 사용했다.
땅과 하늘 사이의 경계에 한 줄의 획이 그어졌다.
유성처럼 무언가 뚝 떨어지다, 그 경계에 닿아서 타올랐다.
하지만 그 유성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수십, 수백의 유성이 끝없이 쏟아졌다.
경계를 태우고 계속해서 흔들었다.
마침내 커다란 유성 하나가 경계를 그대로 통과해서 떨어졌다.
“문주님, 저건……!?”
“괴이. 아니, 다른 존재구나.”
머리가 셋이거나 다른 존재와 뒤섞인 형태가 아니었다.
회색 무복의 단정한 외모의 남자.
검을 한 손에 파지하고 무거운 기세를 뿜고 있었다.
표정 없을 얼굴을 제외하면 보통의 사람 같기도 했다.
하지만 천마는 그 너머의 모습을 꿰뚫어 봤다.
“어째서 네놈이 그 기운을 가지고 있는 거지?”
이질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 같은 종류.
오랜 세월을 함께해 왔기에 누구보다 잘 안다.
지금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분명 천마진기였다.
“……천마.”
“답해라. 어떻게 네놈이 그 기운을 가지고 있지?”
“천마!!”
남자는 답 대신 돌격을 택했다.
순식간에 지면을 박차고 튀어나와 검을 사선을 휘둘렀다.
어마어마한 속도와 힘이었다.
천마의 기막을 가르고 들어와 지면을 할퀴었다.
궤적은 틀어졌지만, 뚫렸다는 것이 중요했다.
“만상의 힘이 통하지 않는군.”
세상에 닿은 천마진기가 남자의 기운이 상쇄되었다.
바람과 바람이 맞물려서 무엇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남자 개인으로는 천마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상쇄된 기운은 그 하나가 아닌 여럿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만상의 힘을 뗀, 단순한 투법의 대결이었다.
“문주님, 더 내려옵니다.”
게다가 남자로 끝이 아니었다.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유성이 떨어졌다.
그 하나하나가 남자와 비슷한 수준의 무인이었다.
천마는 시선을 짧게 거두고 모두를 향해서 말했다.
“마도는 걸어오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무기를 들어라. 적의 목을 자르고 승리를 위해서 나아가라.”
파도와 같은 기운이 천마의 몸에서 쏟아져 나왔다.
천마진기를 가진 적.
만상지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
어려움 따위에 굴복할 남자가 아니었다.
마도라는 것은 타협 없이 나아가는 길.
“본좌가 함께하니, 오직 승리뿐일 것이다.”
선언에 힘입어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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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난전으로 이어졌다.
신교의 무인들은 천마를 중심으로 집결하여 이에 대응했다.
하나하나가 가공할 수준의 적이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습이 되어 있었다.
“안나, 서나. 둘이 위치를 바꿔. 사성에 맞춰서 싸운다.”
“알았어.”
“끄으응. 나도 바꾸고 싶다고!”
전체적인 지휘는 안기남이 맡았다.
그는 적의 구성이 다양하다는 걸 간파하고 상성에 맞는 구성을 즉각적으로 짰다.
평소에 천마와 다인 대전을 많이 해보던 터라 낯설지 않았다.
“맙소사! 이 사람이 쓰는 창법은 십팔로표번창이잖아!”
“이쪽은 반여수와 금강장을 쓴다고!”
“점창의 쾌검이나 소림의 곤법도 있다.”
적들의 무공은 천마가 시연했던 것 이상이었다.
숫자도 다양하거니와 그 숙련도가 굉장했다.
게다가 이를 운용하는 기운이 무려 천마진기였다.
같은 무공이라도 위력이 몇 배 위였다.
“강에 강으로 맞서지 마라. 유(流)는 끊어내고, 강(姜)은 흘리고, 절(絶)은 관(貫)으로 맞서라.”
천마는 적을 관찰하며 지시를 내렸다.
천마진기를 사용하는 건 맞지만 그 운용은 제한적이었다.
사용하는 무공에 국한되어 있었다.
묘리의 변용은 그 힘에 비해서는 매우 적었다.
“고작 단편으로 본좌와 싸우려 하다니.”
흐름을 파악하자 천마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맞서서 움직이는 남자의 무리는 속(速).
엄청난 쾌검이었다.
걸음의 요처마다 검격이 점처럼 날아왔다.
하지만 천마는 같은 속도로 맞서지 않았다.
보다 느리지만 먼저 닿는 이치, 후발제인이었다.
가로지르는 궤적에 남자의 검이 모조리 차단되었다.
“그저 빠르기만 한 검은 의미가 없다. 네놈은 그조차 모르고 있구나.”
천마의 손은 강을 거꾸로 거스르는 연어처럼 남자의 검을 타고 올라갔다.
황급히 몸을 빼려 했지만 이미 그 경력은 뱀과 같았다.
남자를 옥죄고 보법을 차단했다.
쩌억.
가슴에 닿은 천마의 손이 남자의 가슴을 뭉갰다.
천마진기가 보호를 위해서 움직였지만 이를 파고드는 것 역시 천마진기였다.
순식간에 살점을 파고들어 안을 헤집었다.
철퍽.
남자는 그대로 무너져 진흙처럼 변했다.
살점과 비와 흙 따위가 엉킨 기묘한 형태였다.
생기는 즉시 사라져 어디론 가로 빨려 들어갔다.
천마는 그 흐름을 잠시 눈으로 좇았다.
어딘가에 이 모든 적의 우두머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나오게 하려면 모두 때려잡아야 할 것 같구나.”
방법은 간단했다.
천마진기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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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이네.”
신교가 영왕 무리와 싸움을 이어갈 때.
멀지 않은 곳에 이매와 삼아가 나타났다.
둘 모두 천부를 떠나면 의탁할 곳이 한정적이라는 건 알았다.
한때, 적이었던 천마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다.
“저게 완성된 영왕인가.”
“전의 그 괴이들과는 다른 거지?”
“작은오빠의 육체에 모든 기운이 정제되었으니까. 그 자체가 구무림 전체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어.”
“그게 천마진기라 이거지?”
“아마도.”
두 사람 모두 괴이에게서 풍기는 기운을 알아차렸다.
“단순한 천마의 대용품은 아닌 거 같은데.”
“우리와 같은 경우는 확실히 아니지. 이렇게 천마와 맞붙여서 서로를 갉아먹는다는 건 목적이 있다는 얘기야.”
“천마를 죽이려고?”
“아니. 그럴 거였으면 이미 아버지……천부가 나섰지. 같은 기운을 충돌시켜서 얻을 무언가가 있는 거야.”
이미 오래전부터 천부는 천마를 인지했다.
그가 매우 강한 건 맞지만, 제거하려고 했다면 움직일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복잡하고 긴 계획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 누나.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
“……”
“천마에게 가려고 해도 저쪽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때, 무명잔본을 구하다가 죽은 사람 때문에.”
“알아. 지금 우리 처지가 외딴섬이라는 건.”
천부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천마에게 의탁하기에는 이미 관계가 썩 좋지 않다.
고립무원의 상황이었다.
“아 모르겠어. 어차피 이렇게 도망 다니기만 할 것도 아니잖아. 날 죽이고 싶다면 죽이라고 해. 그럼 적어도 누나는 받아줄 수 있으니까.”
“삼아!”
“아무리 그래도 우린 가족이잖아. 가족은 가족이 지켜야지. 난 이 누나도 작은형처럼 되는 걸 보고 싶진 않아.”
선택은 삼아가 내렸다.
그는 능선을 타고 아래쪽으로 몸을 날렸다.
신교와 영왕 무리가 싸우는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