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7
◈ 천마신교
뒤처리는 전부 이지아의 몫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청월루의 사람들을 불러 현장을 정리했다.
불에 탄 재를 치우고 망가진 차를 수리했다.
인적 드문 도로라 이목은 끌지 않았다.
“마마. 이게 무슨 일인지 감이 잡히나요?”
숙소로 돌아온 이후에는 곧바로 마마와 연락을 취했다.
그래도 경험적인 면에서는 마마가 월등했으니까.
“분명 특급 능력자인 크리스라고 했지?”
“확실해요. 얼굴도 확인했고 능력도 몸으로 받아 봤어요.”
“어쩌면 그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구나.”
“소문?”
마마가 조금 더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외천(天外天)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세간에 알려진 능력자 계보를 훨씬 뛰어넘는 자들이 존재한다는 소문이지.”
“특급보다 더 위라는 건가요?”
“소문에 의하면 그렇지. 아득히 높은 경지로 세계를 뒤에서 주무른다고 하더구나.”
“……애들 장난처럼 들리는군요.”
“나도 네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특급의 능력자도 아득한데 그 이상이라니. 장난으로 지어낸 말이 아니라면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이지아가 한참을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예전이었다면 그냥 장난으로 치부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규격 외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
“혹시 태상문주님과 관계가 있을까요?”
“으음.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초월적이라는 건 동일하나 다른 공통점은 찾기 어려워.”
“복잡하네요. 정보집단으로서 이런 걸 놓치고 있었다는 점도 불안한데……”
“이번 일은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었다. 굳이 자책할 필요는 없어. 그보다 태상문주님께서는 어찌 반응하고 계시냐?”
의외의 따듯한 말에 이지아가 잠시 놀란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질문을 되짚어 천마를 떠올렸다.
“창업하고 계세요.”
“?”
저도 처음에 그 표정이었어요.
이지아는 올라온 답을 겨우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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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는 않은 건가?”
오래된 책상 앞.
넌지시 물어온 윤무락의 질문에 안기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생각은 확고했다.
“그 일은 자네 책임이 아닌데 말이지.”
“무슨 말을 해도 결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더이상 군에 미련이 남지 않더군요.”
“조금 쉬면서 머리를 식혀보는 건 어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불러올 수 있을 거네”
크리스의 행방이 묘연해지며 책임론이 부상했다.
결국 경호를 책임져야 했던 안기남이 그 부담을 안았다.
군복을 벗고 제대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소명을 가지고 하던 일입니다. 하지만 그 소명에 가치를 매기기 힘들어진 이상 제가 발붙일 곳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날 비난하는 건가?”
“딱히 대장님만이 아닙니다. 애초에 제 위치도, 특무대라는 부서도……그저 보기 좋은 허울에 불과했던 거죠.”
대 괴이 방첩부대.
이름은 좋지만 안기남이 받았던 처우를 생각하면 군의 입장은 분명했다.
대외 선전용.
그럴싸한 간판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제 와서 군복을 벗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건가?”
“괴이 사냥꾼이나 돼볼까 합니다. 요즘 민간 업체 벌이가 쏠쏠하다고 하던데. 나쁘지는 않을 거 같더군요.”
“괴이 사냥꾼이라. 말뿐인 집단이라는 걸 알지 않나. 그러지 말고 좀 쉬다가 복귀하는 쪽을 생각해 보게나. 자네 재능이 아까워서 그래.”
“윤무락 대장님.”
“왜 그러지?”
“그런 말씀을 하실 거면 지금 한대령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
침묵하는 윤무락에 안기남이 웃고 말았다.
그와 같은 시점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한서휘.
마찬가지로 입국한 다른 특급 능력자의 경호를 맡고 있을 것이 명백했다.
안기남은 이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표 수리를 부탁드립니다.”
대장의 장기 말인 것도, 국익이라는 말에 노리개가 되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했다.
이젠 그냥 창 한 자루 들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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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원은 눈앞의 서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수치나 디지털 정보에 오류는 없었다.
아주 깔끔한 서류였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했다.
우선은 대표란에 적힌 이름부터.
“그러니까 천마가 이름이라 이거죠? 성이 천입니까? 무슨 천이에요? 하늘 천?”
“하늘 천에 마귀 할 때 마짜 쓰세요.”
“장난 아니라 진짜로요?”
“네.”
윤서나의 조곤조곤한 설명에도 개운치 않았다.
세상천지 누가 그런 이름을 쓴단 말인가.
게다가.
“천마신교. 진짜 이걸 회사 이름으로 할 건가요?”
“네. 문제라도 있나요?”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입니까. 괜히 이런 이름으로 하면 사이비로 오해받아요.”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서류만 처리해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데.
접수원이 서류를 든 채 계속해서 망설였다.
어설픈 능력자들이 돈 몇 푼 번다고 회사 차렸다가 땅에 묻히는 꼴을 여럿 봐오지 않았던가.
비슷한 부류인 것 같아 걱정이 된 것이다.
“너무 번거롭게 구는군. 정 걱정되면 내 이름을 검색해 보시오. 안기남이라고 하면 그래도 쓸만한 이름일 테니까.”
“안기남 씨요?”
같이 방문한 안기남의 말에 이름을 검색했다.
신분 조회를 위한 주민번호까지 입력하고 나자 그의 신상 이력이 쭉 나열됐다.
대외비를 제외한 군 이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트, 특무……”
“거긴 이제 그만 뒀습니다.”
“아니 군 엘리트셨던 분이 왜 이제 와서?”
“그건 그쪽이 알 바 아닙니다. 이 정도면 서류에 사인 가능합니까?”
넘치는 자격이었다.
접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통과시켰다.
그제야 안기남과 윤서나가 만족한 얼굴을 했다.
“하루 이틀이면 관련 서류가 전달 될 겁니다. 주소는 서류에 적힌 곳으로 하면 될까요?”
“그쪽이면 돼요.”
“서류는 직접 수령이 기본입니다.”
“뭐, 여차하면 집에는 지아 씨도 있을 거고. 알겠습니다.”
지아 씨라는 말에 접수원의 시선이 화면 쪽으로 옮겨갔다.
회사 직원으로 등재된 이름 중 하나가 이지아였다.
평소 좋아하던 아이돌과 이름이 같았다.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지나쳤다.
“살펴 가세요.”
그냥 스쳐 가는 업무로 기억에서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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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놈과 붉은 계집.
그리고 어린 루주까지.
꼬꼬마들이 나란히 서서 바라봤다.
“까만 놈아 넌 앞으로 흑아(黑兒)라 부르마.”
“멀쩡한 이름을 두고 왜……?”
“싫다면 잿더미라 불러주고.”
“흑아로 하겠습니다.”
까만 놈, 흑아를 지나 붉은 계집을 봤다.
“넌 적아(赤兒)이다.”
“넵! 넵! 전 이제부터 적아입니다!”
그래도 흑아보다는 상황판단이 빠르다.
남은 건 어린 루주 하나 뿐이었다.
“넌 청아(靑兒)로 부르마.”
“청월의 청입니까?”
“글쎄. 색을 띠든 맑아지든 그건 네가 하기 나름이겠지.”
“네?”
아직 먼 이야기기에 말을 줄였다.
흑아, 적아, 청아.
새로 이름 준 셋을 앞에 두고 가부좌를 틀었다.
거추장스러운 허례허식은 싫으니 이런 모습이 딱 좋았다.
“본좌의 이름을 따서 세를 형성했다. 너희 셋이 그 아래에 들기를 청하였으니, 각기 이름을 내린다. 앞으로 너흰 천마신교의 일원이다.”
“……무슨 존명, 이런 거 해야 합니까?”
“적이 명을 받듭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호칭을 어찌해야 할까요? 계속 태상문주님으로 칭하면 되나요?”
이런 중구난방인 것들 같으니.
손짓으로 입을 싹 닫게 한 뒤 정리했다.
“허례는 따르지 않는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거라. 너희가 기억해야 하는 건 세의 이름 앞에 붙은 천마라는 두 글자다. 내 이름을 딴 이상 나약함은 허락되지 않는다.”
“지금도 약하진 않습니다.”
“흑아. 고작 십팔로표변창 하나를 익혔다고 강함을 논하는 것이냐? 천하는 넓고 강함은 끝도 없다. 네 창이 우레를 뚫을 수 있다면 그제야 약함을 면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 우레를 뚫어요?”
“신창(神槍)은 그러했다. 그는 내 천마신공 팔단공을 뚫고 옷깃에 상처를 냈었지. 적어도 그 정도는 목표로 두고 정진하거라.”
만나 봤던 무인 중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선산으로 은거해서 다시 못 본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앞으로 너희에게 무공을 전수할 것이다. 흑아에게는 창을. 적아에게는 뇌정문의 비기를. 청아에게는 화화결의 요체를. 따라온다면 평생의 비전을 익힐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따라오겠지.”
“……갑자기 고통이요?”
“본좌는 한번 들인 사람을 쉬이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약한 건 참을 수 없는 일.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상의 고통으로 육체개변을 시켜서라도 따라오게 만들 것이다.”
“농담은 아닌 거죠?”
“경험해 보겠느냐?”
“아, 아뇨.”
벌모세수 환골탈태.
뭐, 대수로울 것 있을까.
육체를 싹 뜯어고치면 그만이다.
고통이야 당연히 따라오겠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태상문주님.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껏 가만히 있던 청아였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발언을 허락했다.
“갑자기 세를 이루고 저희를 받아들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그게 궁금했던 것이냐?”
“네. 저는 태상문주님을 모실 수 있으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요.”
보아하니 흑아와 적아도 비슷한 표정이다.
“도발을 당하지 않았더냐. 그럼 응당 갚아 줘야지.”
“도발을 당해요?”
“청아, 너를 노리던 어린놈이 있지 않더냐. 그 몸을 타고 본좌를 훑어보던 존재가 있었다. 그 건방짐이 도발이 아니면 무엇이더냐.”
“크리스 말인가요? 누가 또 있었다는 건가요?”
“소림 문하를 두고 십팔동인을 부렸으니 작게 보면 소림의 방장이겠구나. 하지만 내가 알기로 소림은 그저 거죽만 남은 장소라 들었다. 맞느냐?”
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모습을 감추고 소림을 아래에 둔 자라 봐야겠구나. 예로 보면 황궁. 아니면 선산의 늙은이들이나 본좌 정도가 격에 맞는다 할 수 있다.”
“그……렇죠?”
“나름 놀아볼 만한 상대가 도발했으니 본좌도 격을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 옛 천산의 아이들만은 못해도 그럭저럭 구색은 갖춰야지.”
“구색 맞추기라는 건가요?”
“못마땅하다면 어울리는 실력을 갖추거라.”
어쩌면 천산 십걸이나 천마 오장군 같은 칭호라도 받을지 누가 알겠는가.
어디까지나 하기 나름.
그리고 그 발버둥을 보는 것도 제법 흥미로운 일이다.
“자, 누가 먼저 사사를 받겠느냐.”
세 쌍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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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대응 업체 ‘엠페러’의 대표 한강남.
평소라면 와인 한 잔으로 밤을 준비했을 그에게 불쾌한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회사를 차렸다는 거냐?”
“네. 사원으로 등재됐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사원? 사장이 아니라?”
“네. 회사 사장은 천마라는 자입니다.”
천마, 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그 날 도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파악이 안 된 거냐?”
“네. 확실하지 않습니다. 현장에 있던 애들 중 몇이 도망쳐 오긴 했지만,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무능한 새끼들. 뒈져도 보고 뒈져야 할 것 아니냐.”
“특급 능력자인 크리스에게 상황을 양도했으니, 일단은 끝이라 파악했을 겁니다. 다만……”
“그 크리스가 실종이라 이거지.”
아무리 상황을 맞춰봐도 무언가 계속 어긋났다.
특급인 크리스가 대체 왜 사라졌단 말인가.
이지아가 청월루의 루주로 상당한 실력자임은 알겠으나, 그래 봐야 1급 수준.
절대로 크리스의 상대는 아니었다.
“더 이상한 건 윤무락의 반응이야. 자기가 부른 인물이 실종됐으면 더 파 봐도 이상하지 않아. 근데, 여태껏 침묵이란 말이지.”
“뭔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린 것 아닐까요?”
“청월루가? 제법 세가 있는 건 맞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무게감으로 치자면 특급인 크리스와 비교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모자랄 판.
조용한 윤무락의 반응은 상당히 이상했다.
“우선 이지아 그 계집부터 살펴봐. 이런 시기에 갑자기 회사를 만드는 것도 이상하다.”
“천마라는 자는 어떻게 할까요?”
“신경 쓰지 마. 세상에 누가 그딴 이름을 쓰겠냐? 눈속임으로 바지사장 하나 만들어 둔 거겠지.”
“알겠습니다, 대표님.”
한강남은 그렇게 상식선에서 대응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