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40
제140화
140화
“돌아가자.”
“하…… 하지만.”
엘리스는 멍하니 푸른 고사리를 바라보았다.
생긴 것은 밀림 속에 흔하게 보던 그 고사리와 비슷했다.
물론 지역마다 그 명칭은 다를 터였지만 그 식물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원천 물질이 아니야. 그냥 독초일 뿐이다.”
독초치고는 너무나도 파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인간이 만든 독 중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독들이 존재하기는 했다.
대표적인 것이 미용으로 이용되는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독소였다.
단 1g으로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의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독이었다.
생물독으로 가장 강력한 것은 바트라코톡신으로 독화살 개구리라는 개구리의 피부에서 분비되는 독으로 혀끝에 살짝 낳는 것만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었다.
70kg 기준의 성인은 단 100μg(마이크로 그램) 만으로도 치사량이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독들이 지구상에는 존재하고 있었으니 푸른 고사리가 유독 위험하기만 한 독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었다.
당장 지상의 고사리만 해도 제법 강한 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푸른 고사리가 위험한 이유는 포자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포자에도 강한 독을 포함하고 있어서 유출이 된다면 끔찍한 상황이 유발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저건 이곳에 그냥 이대로 남겨 둬야만 해.”
창수는 폭탄으로든 불이든 눈앞의 푸른 고사리를 태워 버리고 없애 버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폭탄으로 터트렸을 때 푸른 고사리의 주위의 푸른 빛 먼지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거나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했다.
푸른 빛 먼지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좋은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엘리스에게도 지휘부에서 임무를 중단하고 복귀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복귀하래요.”
“뭐?”
“복귀 명령이 떨어졌어요. 지하 유적지를 폐쇄하겠다고 합니다.”
창수는 엘리스의 몸 안에 통신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허탈한 결과였지만 모든 임무가 다 성공을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다는 것으로 만족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엘리스의 외침이 있었다.
“러시아의 대장이 폭주했다고 해요!”
“러시아의 대장?”
창수는 폭주라는 말에 의아해했지만 이내 땅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쿵쿵 울리는 소리와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온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것이 정확하게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설마 저것이 목적은 아니겠지?”
창수는 푸른 고사리를 바라보았다.
절대 밖으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창수는 뱀파이어의 성 쪽의 통로를 바라보았다.
그 통로에서 커다란 검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늑대인간? 새로운 뮤턴트인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뮤턴트였다.
“스페츠나츠의 실험체.”
“뭐? 그럼 저게 러시아 쪽의 팀장이라고?”
입이라기보다는 주둥이에 가까운 곳에서 흘러내리는 침들과 붉게 물든 눈동자는 완전히 변이된 것처럼 보였다.
“크르르르! 원천 물질. 확보한다. 조국을 위해.”
완전히 이성이 날아간 것은 아닌지 빅토르의 입에서 러시아 어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창수의 통역기는 정확하게 작동했다.
“원천 물질이 아닙니다! 저건 원천 물질이 아니에요!”
“빅토르 님! 임무 취소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지휘 본부에서 복귀 명령이 떨어졌어요!”
창수와 엘리스는 빅토르에게 작전 취소 명령이 내려왔다고 외쳤지만 빅토르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빅토르는 푸른 고사리가 있는 곳으로 계속 걸어왔다.
창수와 엘리스는 빅토르가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태임을 알아차렸다.
“막아야 해.”
“방법은 있으세요? 변이 억제제도 없으시잖아요.”
변이 억제제가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을 할 수 없었지만 있더라도 남은 변이 억제제도 없었다.
“그럼 끌고 가야지.”
어쩌면 눈앞의 빅토르도 엘리스처럼 푸른 고사리에 가까이 접근도 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일 견뎌내고 지상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위험 부담을 감수할 수 없었다.
창수는 강화 물약을 투약했다.
물약이 온몸을 돌며 힘이 강해진다는 느낌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창수는 2형 뮤턴트보다 훨씬 강한 근력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아플 거다.”
창수는 빅토르의 복부에 강력하게 한 방 먹여주었다.
퍼억!
인간이었다면 죽을 수도 있을 만큼의 위력이었지만 상대는 뮤턴트였기에 다소 과도할 정도로 강하게 쳤다.
빅토르의 몸이 허공에 들어 올려질 정도의 힘이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크르르르! 방해하지 마라.”
“이런!”
창수는 빅토르에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지금까지 버거운 상대는 있었지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상대는 없었다.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으로 여겨졌지만 창수는 지금의 자신도 인간이라기보다는 뮤턴트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상 뮤턴트나 다를 바 없었다.
인간이라는 범주를 넘었다면 그건 뮤턴트로 불러야 할 터였다.
창수는 자신을 향해 빠르게 휘둘러져 오는 빅토르의 팔을 보았다.
당황한 나머지 피할 타이밍을 놓쳤다.
죽지는 않겠지만 어디 하나는 부러질 것 같았다.
퍼억!
비틀!
빅토르의 팔이 창수의 몸을 후려갈기기 직전에 엘리스의 다리가 빅토르의 몸을 후려쳤다.
이번에도 빅토르에게 큰 타격은 되지 않았지만 빅토르의 자세를 무너트리는 것에는 성공했다.
창수는 크게 다치지 않은 채로 빅토르의 몸에 매달렸다.
“빅토르 팀장! 정신 차려요! 저건 원천 물질이 아닙니다! 빅토르 팀장!”
“크르르! 방해하지 마라. 조국을 위해. 세상 사람들을 위해 가지고 가야만 해.”
지독한 사명감.
빅토르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지독한 사명감이었다.
빅토르는 자신을 방해하는 창수와 엘리스를 마치 파리 쫓듯이 두 팔을 휘둘렀다.
부웅! 부웅!
통나무 같은 빅토르의 팔이 바람을 가르며 휘둘러졌다.
한 대만 맞아도 치명상일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고 창수와 엘리스는 그런 빅토르의 공격을 피해내는 데 사력을 다해야 했다.
“빅토르 팀장!”
“팀장님! 정신 차리세요! 제발!”
다행히 빅토르는 창수나 엘리스를 제압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이 푸른 고사리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빅토르 팀장! 제발 멈추세요!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아!”
“아무래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에요! 최 원사님!”
무력으로는 빅토르를 막을 수 없는 것에 창수는 결국 빅토르를 죽여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창수는 결국 엘리스에게 외쳤다.
“사령부에 빅토르 팀장에 대한 사살 명령을 요청해 주십시오!”
완력으로 끌고 갈 수 없다면 머리를 날려 버려서는 사살해야만 했다.
창수는 어깨에 자신의 총을 견착하고서는 빅토르의 뒤통수를 향해 겨냥했다.
이 거리라면 절대 빗맞을 수 없었다.
어느덧 빅토르는 푸른 고사리가 있는 동굴의 입구에까지 다가갔다.
빅토르의 몸이 버티지 못한다면 창수가 사살하지 않아도 될 터였지만 만에 하나 빅토르가 푸른 고사리의 독에 버텨낸다면 발포를 해야 했다.
결국 빅토르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푸른 고사리의 포자에 오염된 동굴 내부는 독성 물질로 가득했다.
아주 미세한 양만으로도 신체 조직을 괴사시켜버릴 만큼 강력한 독이었다.
그런 영향인지 빅토르의 털도 곤두서는 것이 눈에 보였다.
푸른 고사리에 가까이 다가가던 빅토르의 몸도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엘리스가 덜덜 떨던 그 위치에까지 도달한 빅토르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위대한 조국을 위해. 나의 희생이 고귀하기를.”
빅토르도 죽음을 느낀 듯했다.
지금 당장은 죽지 않겠지만 반드시 죽을 것을 느낀 것이다.
덥석!
결국 빅토르는 푸른 고사리를 움켜쥐었다.
푸른 포자가 주위로 날렸다.
그렇게 날린 푸른 포자들은 빅토르의 온몸에 달라붙었다.
빅토르는 이제 완전히 오염되어 버린 것이다.
죽지 않은 채였다.
차라리 죽었다면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빅토르는 엄청난 생명력으로 버텨내며 푸른 고사리를 움켜쥔 채로 동굴 밖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사…… 사살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
사령부에서 떨어진 빅토르에 대한 사살 명령에 창수는 숨을 멈추었다.
이제 되돌릴 수 없었다.
그가 괴물이 아닌 훌륭한 군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를 막아야만 했다.
“최 원사님.”
동굴을 나오려는 빅토르에 엘리스가 창수를 부르자 창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창수가 쏜 탄환은 정확하게 빅토르의 머리를 관통했다.
“엄청난 강도다.”
본래라면 머리가 완전히 터져 나갔어야만 했다.
하지만 머리의 두개골에 구멍만 났을 뿐 머리의 형체는 그대로였다.
물론 두개골 안의 뇌는 분명 곤죽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기에 사망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창수는 끝이 났다고 생각했지만 빅토르의 구멍 난 두개골은 빠르게 재생했다.
“방해하지 마라. 세상을 구해야 한다.”
“주…… 죽지 않은 거야? 불사체?”
창수는 머리를 관통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는 빅토르에 연달아 발포했다.
타앙! 타앙! 타앙!
머리를 완전히 날려버리기 위해 연달아 빅토르의 머리를 날렸지만 머리가 너덜거림에도 죽지 않은 채로 계속 동굴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머리가 완전히 날아가도 빠르게 회복하며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은 창수에게 있어서도 공포 그 자체였다.
‘막을 수 없다.’
창수는 미군이 사용하는 데빌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스! 데빌탄!”
“없어요.”
“뭐?”
“저한테 지급하지 않았어요.”
미군 소속인 엘리스에게 데빌탄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말에 엘리스도 완전히 신뢰받고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결국 그걸 사용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접촉하는 이상 나 또한…….’
창수는 마지막 방법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마지막 방법을 사용하는 순간 절대 되돌아갈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했다.
“여기까지인가 보네.”
“최 원사님?”
“여길 나가서 유적지를 폐쇄해.”
엘리스는 창수가 죽음을 각오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창수가 자신의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낼 때 창수와 엘리스의 뒤에서 오싹한 목소리가 들렸다.
“보릉베 나메룽!”
바짝 마른 목소리는 마치 지옥 바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같았다.
창수와 엘리스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을 때 커다란 뱀파이어가 서 있었다.
“늑대인간만 해도 감당이 안 되는데 뱀파이어냐.”
첩첩산중이라는 생각에 절망에 빠지려는 순간 뱀파이어는 창수와 엘리스를 그냥 지나쳐 동굴 밖으로 나오려는 빅토르를 향해 덮쳤다.
쿵!
동굴 내부는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푸른 고사리는 두 괴수의 싸움에 짓이겨졌고 푸른 포자를 동굴 전체에 가득 채웠다.
동굴 입구 밖으로도 일부 포자가 흘러나왔다.
창수와 엘리스는 그런 푸른 포자에 위협을 느끼고서는 뒤로 물러섰다.
동굴 내부에서는 짐승의 울부짖음과 거친 비명들이 들렸다.
동굴 밖으로 나가려는 빅토르와 동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뱀파이어 로드의 싸움이 치열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는 중에 빅토르와 뱀파이어 로드의 몸은 푸른 고사리 포자로 범벅이 되었다.
“피부가 녹고 있어요.”
“뱀파이어들은 여길 지키고 있었던 거야.”
창수는 뱀파이어 로드의 행동에 잘못은 자신들이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철수한다.”
인간은 항상 선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