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01
제201화
201화
아리가로 가면 갈수록 눈에 보이는 것은 폐허였다.
몇 년 전 아리가 뮤턴트 사태 때 대지진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아리가였다.
뮤턴트 사태로 복구를 전혀 하지 못했다지만 그래도 칠레 또한 지진 다발 지역이었기에 웬만한 건물들은 내진 설계가 되어 있었다.
하나 서민들이나 빈민들의 거주지엔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막대한 피해가 발생을 했다.
그렇게 두 번째 찾아온 재앙으로 인해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도 않고 복구나 관리가 되지 않는 건물들은 대부분 붕괴되었다.
아니, 내진 설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누적되어 있던 건물들도 허물어져 있었다.
“여기가 아리가?”
“그냥 아무것도 없는데?”
“통신 확인해 봐!”
“아! 예!”
처음에는 다들 자신들이 내딛고 있는 장소가 아리가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온통 폐허뿐인 것에 망연자실했지만 자신들이 타고 온 수송선이 있는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통신이 잡히지 않습니다!”
“뭐야? 설마 떠난 건가? 아니면…….”
차마 뒷말은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떠났다면 자신의 동료들이기도 한 이들이 살아는 있을 터였지만 뒷말은 모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왔던 곳! 그곳으로 일단 가자!”
통신이 잡히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망가진 통신기가 먹통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장 팀장은 일단 자신들이 상륙을 했던 곳으로 가기로 했다.
물론 이정표가 될 만한 주변의 건물이나 지형을 알아볼 수 없었기에 유엔군의 임시 항만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바닷가 쪽에서 북쪽? 아니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나?”
자신들이 있는 폐허가 아리가인 것도 폐허 속에서 우연히 발견을 한 안내판을 통해서였다.
아리가의 남쪽 해안가에 상륙을 했으니 현재 자신들의 상륙 지점보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고 임시 항구도 철저하게 파괴가 되어 있었을 것이기에 다들 일단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살펴보기로 했다.
그렇게 서쪽 해안에 도착을 한 특전사들은 과거였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겼을 아름다운 백사장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동쪽으로는 마치 쓰레기장과 같은 부서진 콘크리트의 잔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지만 바닷가의 백사장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후우! 혹시라도 선박 보이는지 찾아봐!”
“알겠습니다!”
망원경으로 먼 바다 쪽을 살폈지만 인간의 것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남쪽으로 가자.”
“언제 뮤턴트 나타날지 모르니까 정신 바짝 차려!”
체력적으로는 다들 별문제가 없었지만 지진으로 인해 파괴되어 버린 대도시의 모습에 다들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다.
‘시작점이자 마지막이 된 곳.’
창수는 뮤턴트 사태의 시작이었던 아리가가 이제는 흔적도 남지 않은 채로 사라져 버린 것에 왠지 인간들의 마지막도 이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창수는 대열의 선두에서 계속 특전사들을 이끌었다.
며칠째 제대로 수염을 깎지 않아 군인이라기보다는 산적 같을 정도였다.
창수뿐만 아니라 다들 그러했으니 다들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백사장을 내려가다가 나오는 암벽과 건물의 잔해로 돌아가야 하기는 했지만 계속 바다를 옆에 끼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창수의 수신호에 맞춰 몸을 낮추며 폐허 잔해 사이로 몸을 숨기는 특전사들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최 원사님?”
“고래인가?”
“예?”
“저기.”
창수가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생물체가 해변에 밀려와 죽어 있었다.
“어! 고래. 고랜가? 임 중사. 저거 뭘로 보여?”
“제가 보기에도 고래 같은데요. 아니 거대 오징언가?”
무척이나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해변으로 밀려와 축 늘어져 있었다.
“혹시 해왕류 같은 뮤턴트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진 나면 심해어들이 해변으로 밀려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창수는 다른 대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거리가 있어서 고래의 사체인지 아니면 뮤턴트의 사체인지는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았다.
“준우야. 이 거리면 맞출 수 있겠냐?”
“사격 말입니까?”
“그래. 저거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확실하게 확인 좀 해 보게.”
“한번 해 보겠습니다.”
거리는 제법 있었지만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원거리에서 건드려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거리가 멀었지만 다행히 타깃이 무척이나 컸기에 실력 좋은 저격수인 준우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목표물이었다.
장 팀장의 허락도 받아서는 원거리에서 타깃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탕!
커다란 소리와 함께 저격총의 탄환이 아득한 거리를 날아가 해안가에 밀려와 있는 무언가의 사체에 맞았다.
“맞았습니다.”
구경이 상당했기에 운동 에너지도 커서 거대한 사체의 몸이 흔들렸다.
조준경으로 사체의 몸이 흔들린 것을 확인한 준우의 말에 다들 거대한 무언가가 죽었음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창수의 눈에 거대한 사체에서 무언가가 흩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지?”
“어? 사람인가? 아니 뮤턴트?”
창수뿐만 아니라 다른 대원들도 거대한 사체에서 폐허 쪽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인간인지 뮤턴트인지 아니면 야생 동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리가에 무언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열일곱!”
창수는 거대 사체에서 흩어지는 것의 숫자를 빠르게 세었다.
완전하게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었지만 상당한 숫자였다.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수송선만 찾는다고 정신이 팔려 있을 수는 없었다.
“뮤턴트일까요?”
“뮤턴트면 도망가지 않고 이쪽으로 왔겠지.”
“아! 그럼 인간이나 야생 동물?”
“야생 동물 쪽이 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먹을 것이 없어서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의 사체를 뜯어먹으려고 온 것이 아닐까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가? 하긴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
굶주린 야생 동물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적당히 무너졌다면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리가 이전에 지나온 도시나 마을의 폐허에도 사람들은 없었다.
폐허에서 쓸 만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완전한 폐허에 남아 있는 이들은 없었다.
결국 사람들에게 버려진 들개와 같은 야생 동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샘플 회수 케이스 줘 봐.”
“최 원사님.”
“장 팀장님. 임 중사하고 둘이 다녀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임 중사.”
“예!”
단순히 고래의 사체일 수도 있었지만 혹시라도 수송선을 공격했던 뮤턴트일 수도 있었다.
만에 하나 해상 뮤턴트라면 얻기 쉽지 않은 샘플이 될 것이었다.
창수는 새로운 뮤턴트를 만날 때마다 하던 것처럼 샘플을 채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놈. 먹이 줄 때가 되기는 했으니.’
창수는 자신의 품 안에 있는 빅의 생체 조직에게 줄 뮤턴트의 샘플 조직을 얻기로 했다.
우유나 소금 사막에서 확보한 소금 샘플도 주기는 했지만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지 조금만 핥아먹다가 말던 빅의 생체 조직이었다.
그 이후로 별다른 뮤턴트의 생체 조직을 주지 않았다.
물론 빅의 생체 조직이 꽤나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창수였다.
그렇게 뮤턴트일지도 모를 거대한 사체의 조직 샘플을 확보하고 빅의 생체 조직에게도 먹이를 주기 위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혹시나 아까 그놈들이 다시 올 수 있으니까 기관총 설치하고 저격수도 배치해.”
“예. 알겠습니다.”
창수와 임 중사를 서포트 하기 위해 다들 경계를 했다.
다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일 정도는 수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특전사들의 신경이 거대 사체로 다가가고 있는 창수와 임 중사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몇몇 희생이 있기는 했지만 무척이나 운이 좋은 특전사 팀이었다.
“임 중사.”
“예. 최 원사님.”
샘플 회수 케이스를 든 채로 창수의 뒤를 따라오고 있던 임혁 중사는 창수의 말에 즉시 대답을 했다.
사실 창수가 원사 계급을 달 나이는 아니었다.
수염을 깎지 못해 나이 구분이 되지는 않았지만 수염을 깎은 창수의 얼굴은 20대 중반이나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젊어 보였다.
‘엄청 동안이시지. 아니. 나이도 사실 많지도 않지만.’
임혁 중사보다는 임관을 먼저 한 창수이기는 하지만 정상적으로라면 아직 상사로 진급을 하지 못할 나이였다.
상사까지 달려면 일반적으로는 30대 초중반을 넘어야 했다.
군 생활도 빠르면 10년, 일반적으로는 12년에서 14년 정도는 해야 했다.
하지만 창수는 아직 입대를 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임혁 중사와 같은 계급이어야만 했지만 대한민국 특전사령부 내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창수는 10년도 되지 않아 부사관들의 마지막 도착지라는 원사까지 단 존재였다.
창수가 원했다면 부사관이 아닌 간부로 특전대대를 이끄는 대대장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군 경력으로 따지면 창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임혁 중사였지만 창수를 존경하고 있었다.
“위험하면 도망가.”
“예?”
“도망가라고.”
“도망을 가라니요.”
창수는 딱히 전투에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짐꾼으로 데리고 가는 임혁 중사였다.
“괜히 방해하지 말라고.”
“…….”
창수의 말에 임혁 중사는 자신이 그렇게 못 미더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창수의 실력을 떠올리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미안해.”
“아닙니다.”
창수는 조금 의기소침한 목소리의 임혁 중사에 미안했지만 괜히 만용을 부린다고 설치다가 뒤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오랜 시간 전장에 있으면서 감정에 무감각해져 있는 것인지 사람의 죽음에 다소 무감각해졌다.
그리고 그건 동료의 죽음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죽은 동료를 보는 것은 창수에게도 기분이 더러운 일이었다.
그 기분이 슬픔인지 분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더러워지는 기분의 강도가 점점 약해졌다.
어쩌면 동료의 죽음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점차 감정이 무감각해지는 것에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창수는 임혁 중사가 죽는 것보다 죽었음에도 분노나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싫어서 도망을 가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창수는 오감을 개방해서는 자신의 감각에 걸리는 것이 있는지를 살폈다.
다행히 거대 사체의 주변에 있던 생명체들은 창수의 감각에 감지되지 않았다.
창수도 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확실했지만 눈으로 보지 않아도 감에 의해 무언가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창수와 임 중사는 거대 사체 앞에 도착을 했다.
“이건.”
“뮤턴트. 해왕류다.”
상당히 심하게 훼손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분명 고래는 아니었다.
지진 때문인지 해안으로 밀려온 해왕류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은 듯했다.
“죽어서 뜯어먹힌 건지. 육지에서 공격을 받은 건지.”
“조직 샘플 채취해. 나는 잠시 살펴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최 원사님.”
창수의 지시에 따라 임 중사는 샘플 회수 케이스를 열어서는 해왕류의 조직 샘플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피부와 내부 근육 그리고 가능하다면 내부 장기 일부와 뼛조각을 채취해야만 했다.
본래라면 뮤턴트를 통째로 옮겼겠지만 너무 컸기에 다양한 부위를 채취하는 것이다.
물론 이 샘플 조직이 도움이 될지는 채취자인 군인들로선 알 길이 없었다.
일단 가져다주면 과학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었으니 일단 처음 보는 뮤턴트라면 샘플을 채취할 수 있을 때 채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임 중사는 몸에 뮤턴트의 체액과 피를 묻혀 가며 샘플을 채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