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30
제230화
230화
시간이 지난 것보다 훨씬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 같은 외모였다.
하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모습들에 창수는 반가움이 들었다.
이런 반가움이 아직 자신은 괴물이 아닌 인간임을 알려 주는 것 같아서 적잖이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왕세자 전하.”
“오! 오랜만이오. 최 원사.”
한국 정부의 협조로 창수를 만나러 전주까지 온 모하메드 왕세자였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는 얼굴에 수염이 있기는 했지만 창수만큼이나 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고생을 꽤나 많이 한 것인지 초췌하고 늙어 보이는 외모였다.
“이거 최 원사는 세월을 비껴 간 모양이오. 처음 보았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소.”
모하메드 왕세자도 창수의 젊어 보이는 외모가 엔젤의 부작용 중에 하나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물론 엔젤을 먹는다고 모두가 창수처럼 노화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칫 뮤턴트가 되어 버릴 수도 있었기에 함부로 엔젤을 복용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모하메드 왕세자도 복용 규칙을 지키며 엔젤을 종종 복용하고 있었지만 나라가 뮤턴트로부터 위협을 받는 위기 상황에 마음고생을 너무 한 모양인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중동에 있어야 할 모하메드 왕세자가 한국에 와 있었다.
혹시나 뮤턴트들에게 나라가 완전히 망해서는 한국으로 망명을 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중동의 사막에서 보았던 뮤턴트들은 찾아내기도 제거하기도 꽤나 까다로웠다.
압도적인 화력이라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압도적인 화력을 동원하기는 힘들었다.
한국도 그렇지만 세계 각국의 군사력은 줄어들고 있었다.
전투기 같은 것은 부품 부족으로 인해 하늘에 떠 있기도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프롭기를 다시 생산해 내려고 하고 있었다.
“세계의 위기를 한국 정부에 알려 주기 위해 찾아왔네.”
“세계의 위기요?”
“그래. 좀 같이 걷지.”
“아! 예! 제가 모시겠습니다.”
다른 이들이 듣기에는 민감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했기에 창수는 모하메드 왕세자를 모시고서는 전주의 한옥 마을로 향했다.
뮤턴트 사태 전에 한 번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있다고 하는 모하메드 왕세자였지만 서울도 아닌 지방의 도시를 방문했을 리는 없었다.
전 세계의 외교 관계가 닫혀 버리기는 했지만 일국의 왕세자의 방문이었으니 경호원들과 군인들의 통제 아래 모하메드 왕세자는 한옥 마을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 아름답군.”
모하메드 왕세자는 한국의 전통 가옥들을 구경하며 감탄을 했다.
“전에는 관광지여서 상점만 있었습니다. 나름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예전만 못합니다.”
“그렇군. 과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했을 것 같네.”
주말마다 수만 명의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던 한옥 마을의 거리가 황량했다.
경기전도 문을 닫은 지 오래였고 상점들도 전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이 살고 있기는 했지만 늦은 밤이 되면 멸망을 해서 버려진 마을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 한옥 마을이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것이다.
창수와 모하메드 왕세자는 아직도 한옥 마을에 남아 있는 한 노부부의 전통 찻집에 앉았다.
“저희 한옥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히려 저희의 방문을 받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전통 찻집의 노부부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에 기뻐했다.
그것도 아주 멀고 먼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이었기에 노부부는 지금까지 아끼고 아껴 온 찻잔에 정성껏 만들어 놓은 찻잎을 꺼내어서는 다렸다.
오랜만에 찻집에 그윽한 향기가 퍼져 나갔다.
아직 자신들이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에 노부부는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차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고서는 두 사람의 대화를 위해 물러났다.
경호원들도 창수와 모하메드 왕세자의 대화를 위해 찻집에서 나가 주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인지 모르겠구만.”
“곧 다시 본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자네의 말이라면 그렇게 될 것 같구만.”
둘 다 이제는 결코 평온해질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글픈 일이었지만 그래도 인간은 숨이 붙어 있는 이상 살아가야만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창수는 혹시나 세계수의 묘목을 가져간 의문의 집단에 대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대규모 뮤턴트 사태가 아프리카에서 터졌음을 들을 수 있었다.
“메뚜기 떼가 창궐했네.”
“메뚜기요?”
뮤턴트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 메뚜기가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지만 창수는 메뚜기 뮤턴트라고 하자 곧바로 이해를 했다.
“그래. 메뚜기야 뮤턴트 사태 전에도 가끔씩 발생을 했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뮤턴트군요.”
“그러네. 문제는 숫자가 너무 많아. 수천만. 아니 어쩌면 수억 마리는 넘을걸세. 인간만 한 크기의 메뚜기들이 대량으로 발생을 해서 작물뿐만 아니라 인간까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네.”
메뚜기의 수명은 종마다 달랐지만 길면 6개월에서 2~3개월 정도였다.
여름에 발생을 한 메뚜기는 흔히들 겨울 추위에 죽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명이 다해서 죽는 것이었다.
문제는 뮤턴트 메뚜기가 과연 1년도 되지 않는 수명을 가지고 있느냐였다.
“그놈이군요.”
“그놈?”
모하메드 왕세자는 창수가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모습에 의아해했다.
“과거 호프 팀에서 활동을 하던 시기에 아프리카에서 엔젤을 가진 반군 세력을 소탕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의 메뚜기와 연관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두 마리의 거대 메뚜기를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두 마리를 사살하긴 했습니다만 짝짓기를 하는 듯한 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후우! 그때에는 아직 뮤턴트들이 번식을 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던 시기이기도 했고 주변을 다 뒤졌을 때도 더는 메뚜기 뮤턴트를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반군 기지 전체를 불태우기는 했습니다만.”
“거기가 어디였는가?”
“소말리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후우! 그래. 소말리아에서 시작되었네.”
창수는 자신들이 작전을 했던 곳에서 메뚜기 뮤턴트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에 인상을 찡그렸다.
나름 철저하게 확인 작업을 거쳤다고 했지만 빠트린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단 두 개체만 발견을 했었고 더는 해당 개체에 대한 발견 보고가 없었기에 코드명을 부여받지 못했다.
그냥 수많은 뮤턴트들처럼 희귀 뮤턴트로 분류가 되었을 뿐이었다.
“정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석유를 모아 왔네. 현재 카타르에서는 석유로 뮤턴트들을 제압할 무기를 생산할 수가 없어.”
모하메드 왕세자는 한국에 메뚜기 뮤턴트들을 제압해 줄 수 있는 무기를 생산해 달라는 의뢰를 했다고 창수에게 알려 주었다.
그 무기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도 해 보다가 죽는 것이 후회가 없을 터였다.
“돌아갈 생각이십니까?”
“그래. 돌아가야지.”
소말리아와 UAE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위험했다.
물론 실제적으로는 꽤나 거리가 있었지만 메뚜기 뮤턴트라면 금방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한국에 망명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모하메드 왕세자는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결국 지금의 만남이 창수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결혼을 했다고 들었네.”
“예. 죄송합니다.”
“하하! 죄송할 것이 무엇인가.”
창수에게 자신의 여동생과 결혼을 하라고 권유했던 모하메드 왕세자였다.
이제는 쓸 수도 없는 돈이었지만 엄청난 돈도 주었다.
그렇게 창수에게 무한한 호의를 보였던 모하메드 왕세자였다.
창수에게 메뚜기 뮤턴트에 대해서 털어놓기는 했지만 창수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창수가 뛰어난 군인이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었다.
창수는 왠지 모하메드 왕세자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 속에서도 도망을 칠 수 있었지만 국민들을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한국까지 오고 다시 돌아간다고 하니 의문의 집단과 연관되어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울러 그의 신분이라면 자신보다 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대처 또한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세계수에 대해서 아십니까?”
“세계수?”
“예. 엔젤의 원천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엔젤의 원천 물질? 혹시 더스트를 말하는 건가?”
명칭이야 어찌 되었든 엔젤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물질에 대해서 아는 모하메드 왕세자였다.
“세계수의 묘목을 어떤 집단들이 가지고서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헤인트 말하는 것인가?”
“아니요. 그들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아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만, 헤인트라는 조직은 와해되었습니다.”
“뭔가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군.”
“예. 단지 그들이 아주 길고 긴 시기 동안 엔젤 사태를 유도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무슨 목적으로?”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인지.”
인류 문명을 종결시키고 그들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는 창수도 알 도리가 없었다.
물론 알게 된다고 해도 중2병 걸린 미치광이 집단의 광기라고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 세계에 이토록 엔젤이 확산된 것은 국가 단위 아니 어쩌면 세계 정부급의 집단이 유도한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들을 찾아내어 세계수의 묘목을 없애야만 합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창수의 말에 동의는 했지만 당장 눈앞에 찾아온 위기만으로도 벅찼다.
“이번 위기만 제대로 넘길 수 있다면 한번 대책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네.”
“그것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존재들에게 적이 누구인지 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 게임의 오프닝 같은 것인가?”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번 세대에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창수의 생각에 흡사 이 만남이 세계 멸망의 게임 속 오프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의 용사라 불리는 존재가 전 세계를 돌며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고 결국에는 흑막의 보스를 쓰러트리고 평화를 찾아온다는 그런 희망을 전하기 위한 시작점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창수도 그런 모하메드 왕세자의 말에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만난 헤인트의 보스가 떠올랐다.
그 또한 먼 미래에 찾아올 모험가이자 용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세대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인가.’
창수는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여러 힌트들이 가득했지만 전부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서 진실을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나 또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걸까?’
창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들이 미래에도 전해지도록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창수는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뮤턴트 사태의 진실을 알려 주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UAE로 돌아가 창수가 알려 준 진실과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기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살아남을 후손들을 위해 커다란 석판에 기록을 했다.
특수하게 제작된 종이에도 기록을 남겨 왕실의 도서관에 보관을 했다.
“왕세자님! 메뚜기들이! 몰려옵니다!”
“도서관을 봉인해라! 도서관을 봉인해!”
하늘을 뒤덮는 메뚜기 뮤턴트 떼를 보며 진실이 기록된 왕실의 도서관을 봉인하는 모하메드 왕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