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85
제285화
285화
남원에 도착을 했다.
아직 일반인들은 뮤턴트와 불완전 변이체들을 구분하지 못했으며 설령 구분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온몸을 가린 채로 남원까지 이동을 해야만 했다.
뮤턴트 사태 전부터도 인구 감소로 도시 소멸을 걱정하던 곳이었다.
지리산과 인접을 하고 있었기에 언제 뮤턴트들이 습격을 해 올지 알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남원에 살던 시민들은 근처의 도시인 전주나 광주 등으로 이동을 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임실과 같이 험한 산이 없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물론 아직도 남원 시내에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남아 있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도 남은 생을 고향에서 보내려는 이들이었다.
그렇게 사람 하나 살지 않을 것처럼 적막한 도시였다.
그런 도시의 외곽을 돌아 버려진 산골 마을 쪽에 도착을 한 뮤턴트 대원들은 무성하게 자란 풀들로 뒤덮인 학교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이거 풀부터 베어야겠는데. 아룬 병장! 애들하고 풀 좀 베어!”
간부 한 명이 학교 운동장에 무성하게 자라난 풀들을 베라는 지시를 내렸다.
딱히 어려운 지시는 아니었지만 인간 간부들에 대한 분심이 가득한 뮤턴트 대원들은 불만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창수에게 부탁을 받은 아룬은 뮤턴트 대원들을 다독이며 한때는 어린아이들이 뛰놀았을 운동장을 정리했다.
온몸이 칼날인 아룬에게 풀을 베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일부 뮤턴트들도 체력 소모는 있을지언정 빠르게 풀과 잡목들을 베어내거나 뜯어내었다.
“자! 풀 다 베었으면 막사를 짓는다! 빨리 움직여! 해가 지기 전까지 끝내야 한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천막을 치게 하자 꾸욱 참고 있었던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쳇! 우리만 부려먹는구만!”
“학교 건물 안에서 쉬면 될 거 아니야! 이놈의 막사는 뭐 하려고 친대!”
“그러게 말이야! 최 원사님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놈들이. 최 원사님 안 계신다고 설치는 꼬라지라니!”
“목소리가 너무 커!”
“뭐? 어쩌라고? 내 주먹 한 방이면 대가리 다 터져 버릴 놈들이!”
목소리가 너무 컸던지 간부 하나가 투덜거리는 뮤턴트 대원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내 뮤턴트 대원의 샛노란 눈동자와 마주치자 시선을 돌려 버렸다.
뮤턴트는 뮤턴트였다.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언제 자신들에게 달려들어 먹어 치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히 창수의 지휘 아래에서나 얌전한 뮤턴트였지 일반 인간 간부들의 지시에 잘 따르지 않으려고 했다.
창수도 힘이 부족했다면 뮤턴트 대원들을 전부 통제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물론 이런 일에 대비해 인간 간부들은 엔젤이나 강화 물약을 소지하고 있었다.
뮤턴트 대원이 통제 불능일 때 엔젤을 사용해 제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처음부터 상부에서는 뮤턴트 대원들을 전혀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작전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보고 창수를 서울로 올려보내었지만 그로 인해 뮤턴트 대원들의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못 하겠다! 지들끼리 하라고 그래! 나야 이대로 누워 자도 되니까!”
한 뮤턴트 대원이 풀만 정리된 운동장 위에 드러눕자 다른 뮤턴트 대원들도 눈치를 보며 엉거주춤 행동을 멈추었다.
아룬도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기에 통제는 더욱 되지 않았다.
그렇게 다들 태업을 하자 장교 한 명이 드러누운 뮤턴트 대원에게 다가왔다.
“일어서.”
“거 참! 좀 쉽시다!”
“일어서라고 했다. 항명은 즉결 처분이다!”
“뭐?”
대뜸 즉결 처분이라는 말에 운동장에 드러누워 있던 뮤턴트 대원이 상체를 들어서는 장교를 바라보았다.
허리 아래로는 여전히 땅바닥에 붙어 있었지만 상체만으로도 인간 장교보다 키가 컸다.
“즉결 처분?”
“그래! 지금 놀러 온 줄…….”
“야! 이 개X끼야! 너 내가 인간일 때 소령 계급인 건 아냐? 너 몇 기야? 육사 몇 기냐고 이 개X끼야!”
지금은 뮤턴트였지만 과거에는 인간이었다.
으르렁거리는 뮤턴트의 말에 대위 계급의 장교는 당황을 했다.
“무…… 무슨?”
“왜? 괴물로 변했다고 옛날 인간일 때 신분도 없어진 거 같냐? 그리고 뭐? 즉결 처분? 주둥이 뚫린 거 보소!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네놈 가만 안 둘 줄 알아.”
뮤턴트 대원의 협박에 인간 장교는 기가 질려서는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하면 지시에 따르던 뮤턴트 대원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미 두 개 팀에 해당하는 뮤턴트 대원들이 행방불명되었다.
물론 인간 간부들도 마찬가지로 인충들에 대한 수색 작전 중에 사라졌기에 인간 간부들도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부대장의 말처럼 뮤턴트 대원들이 인간 간부들을 죽이고 탈영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인간이었을 때의 신분을 밝히며 으름장을 놓자 인간 간부는 허름한 학교 건물로 향했다.
“진짜요? 선우.”
“구라지. 무슨!”
인간이었을 때 소령이었다는 뮤턴트 대원이 거짓말을 했다는 말에 뮤턴트 동료들은 어이없어했다.
“밤이슬 맞는 거 안 좋아하니까 천막이나 빨리 칩시다. 어차피 몇몇 대원들 덩치 때문에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데.”
“쳇! 내 덩치나 저 먹보 놈 덩치면 천막도 작아!”
“그럼 알아서 하고 우리끼리나 천막 치자고!”
한 뮤턴트 대원의 말에 따라 운동장 한쪽에 천막이 쳐졌다.
인간 간부들도 뮤턴트 대원들과 함께 자려고 하지 않았기에 천막이 필요했다.
“밥 먹으랍니다!”
“또 꿀꿀이 죽이지?”
“언제는 아니었습니까!”
“제길! 우리만 이딴 음식이야! 점점 질이 안 좋아져!”
보급도 눈에 띄게 안 좋아지고 있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지만 뮤턴트 대원들은 자신들이 뮤턴트라서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더욱이 꿀꿀이 죽인 자신들과는 달리 인간 간부들에겐 사람다운 식사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안 먹을 거야?”
“에이! 먹어! 먹는다고!”
가만히 있어도 체력 소모가 꽤나 컸기에 뭐라도 먹어야 했다.
그렇게 맛보다는 배를 채우기 위해 저녁을 먹은 뮤턴트 대원들은 내일 있을 전투에 대비해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물론 뮤턴트 대원들도 근무는 어쩔 수 없었다.
뮤턴트 부대라고는 하지만 인간 병사들도 있었다.
행정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일부는 뮤턴트 대원들을 대신해 허드렛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경계 근무도 인간 병사들이 하기는 했지만 뮤턴트 대원들도 함께 근무에 투입되었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실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덕훈 병장님.”
“왜?”
“지리산 가 보셨습니까?”
인간 병사와 야간 경계 근무 중인 뮤턴트 대원인 이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래 봬도 취미가 등산이었다. 노고단을 내가 몇 번이나 가 봤는지 아냐?”
“저는 사실 한 번도 못 가 봤습니다.”
지리산을 한 번도 못 가 봤다는 말에 이덕훈은 힐끔 인간 병사를 바라보았다.
“너 몇 살이냐?”
“열여섯입니다.”
“열여섯? 제길! 뭐가 좋다고 벌써 여길 기어들어 오냐!”
너무 어린 나이였다.
뮤턴트 사태가 터진 지도 10년이 넘었다.
열여섯이라면 지리산이 아니라 등산이라는 것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을지도 몰랐다.
인간 간부들을 원망하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원망하는 건 아니었다.
당장 자신들도 모습은 괴물이었지만 본질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걱정 없이 등산을 해 볼 수도 있겠지요?”
“끄응! 그래. 그렇겠지. 아니. 할 수 있을 거다. 사는 것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지만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더라.”
“내일 조심하십시오.”
“…….”
진심으로 자신들을 걱정해 주는 인간 병사의 모습에 자신이 언제 죽든 기억해 주는 이 하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물론 그런 기억이 그다지 의미 있는 것이 아님을 다들 알고 있었다.
인간이 사라져 가고 있는 세상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는 아무리 장렬하다고 해도 더는 이어지지 않을 터였다.
다음 날 아침이 되도록 창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창수가 자신들을 버렸을 리는 없다는 것을 뮤턴트 대원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인간 군인들에게도 창수는 승리의 군인이었지만 뮤턴트들에게도 창수는 생존을 약속해 주는 존재였다.
“다들 출발한다!”
초등학교의 운동장을 나와 산 쪽으로 향했다.
다소 흐린 날이었다.
버려진 마을들이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자 높다란 철망으로 막힌 곳이 나타났다.
관리도 되지 않아 녹이 슨 철망들은 그나마 누군가가 건너다니진 않았는지 멀쩡해 보였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산맥들을 봉쇄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들어간다!”
녹이 슨 철망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뮤턴트 대원들이었다.
한때는 길이었지만 이제는 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길을 지나 야생의 수풀 사이로 황량한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법 운치 있어 보이네.”
“운치는 무슨. 귀신 나올 것 같구만!”
“옛날에 판타지 영화에서 볼 때는 멋지더니 실제로 보니까 완전히 괴물의 성이네. 괴물의 성이야.”
“인충 놈들은 뭐 저런 곳으로 기어들어 갔대.”
다들 투덜거리기 바빴다.
인충 한두 마리 정도는 다들 죽일 수 있었지만 수십, 수백 마리가 넘는 인충들이 몰려온다면 몸 안의 모든 것이 전부 빨아 먹힐 것이었다.
“자! 요양 병원을 수색하라!”
“잠시만! 차성!”
인간 간부의 요양 병원 수색 지시에 아룬은 잠시 기다려 보라는 말을 하고서는 하피인 차성에게 공중 정찰을 부탁했다.
차성 또한 미노만큼이나 창수의 지시 외에는 듣지 않는 괴짜 뮤턴트였다.
아니, 다른 뮤턴트와도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차성이었지만 뮤턴트 대원들 사이에서 과거의 일을 묻는 것은 금기가 되어 있었다.
오직 창수만이 뮤턴트 대원들의 과거를 알 뿐이었다.
“수색 작전의 지휘는 제가 하도록 하지요. 중대장님. 불안하시면 돌아가셔도 됩니다.”
“제대로 수색 작전을 할지 어떻게 알지? 탈영이라도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탈영을 하는지 안 하는지 직접 감시를 하시면 될 것 아닙니까. 어차피 위험해질 상황에 처하면 도망갈 걸 알고 있으니까요.”
인간들에게 이용을 당해 왔던 아룬이었다.
창수의 부탁으로 한국군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아룬은 UN군 특수무력집단 소속이었다.
물론 이제는 유명무실해져 버린 UN군이었지만 아룬이 한국군 장교의 명령을 따를 이유는 없었다.
더욱이 자신은 창수조차 긴장을 하게 할 수 있는 강자였다.
인간 간부가 미군이 가지고 있던 특수 총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반 총알로는 사살할 수 없는 뮤턴트 대원들을 단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총알 데빌탄의 존재를 알고 있는 아룬이었다.
만에 하나 한국군 간부들이 자신들에게 데빌탄을 사용하려고 한다면 아룬은 한국군 간부들을 전부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유기물을 순식간에 부패시켜 버리는 데빌탄은 신체가 금속 재질로 되어 버린 아룬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인간 간부들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룬에게는 조심스러웠다.
아룬을 쓰러트리려면 데빌탄이 아니라 전차의 철갑탄이 필요할 터였다.
그렇게 아룬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인간 간부들의 지시를 대신해 뮤턴트 대원들을 지휘했다.
-목표는 살아남는 거다.-
아룬은 창수의 명령을 떠올렸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명령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