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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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부터 글리코 마을 주민들을 회유할 수 있는 법에 대한 대책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나와 레안드로스가 같이 묵는 객실.
회의 참가자는 나, 레안드로스, 아멜리아, 그리고 하등 쓸모도 없는 관전자인 눈사람.
아멜리아는 아침 일찍 이쪽 객실로 건너왔다.
나는 스스로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말했다.
“레안드로스, 상황 요약 좀 부탁해.”
“예. 앞서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리코 마을의 규모는 대형, 거주 인원은 약 사백오십에서 오백 정도로 추정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수의 침입도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마을 전반적으로 왕실 직할령으로 분류된 것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으로 보이며, 이방인에 대한 거부감 또한 덜한 편입니다.”
“아멜리아. 과거 글리코 마을에 대한 정보를.”
“과, 과거에는 경이 말했다시피, 작은 규모의 마을이라, 특이한 점은 없, 었어요. 마을과 인접한 농경지가, 마, 마을에 비해서 크, 크다는 것 외에는. 마, 마수의 침입은, 있었지만, 유, 유달리 각별한 사건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휴우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니까 평화롭고, 아무런 일도 없는 평범한 마을이라는 이야기다.
공작령으로 편입되라는 이야기를 뻔뻔스럽게 꺼낼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머리를 쥐어뜯는 나를 보던 아멜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 공작님께서는, 어떤 영지를 가꾸고 싶으세요?”
“어떤 영지라니. 무슨 뜻이야?”
“그, 그야 영지는 영지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이전과 또, 똑같은 규율이 적용되는 영지로는, 도,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그, 그럼 변화가 필요할 텐데. 어, 어떤 영지를 원하세요?”
“그건…… 너무 추상적인 질문인 것 같은데.”
애초에 영지에 깊은 의미를 둔 적이 없었다.
레안드로스가 명성을 쌓을 좋은 레벨업 기회 정도로 생각했을 뿐.
그 이상으로 영지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건 퀘스트를 수제작 하는 작업에 불과하니까.
내가 제작한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면 레안드로스는 보상을 얻는다.
그리고 그걸로 끝. 자잘한 수익은 될지도 모르지만, 관심은 없다.
“그런 게 필요해? 운영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트, 틀린 마, 말씀은 아니지만, 제 질문은, 뭐라고 해야 할지.”
아멜리아가 더듬거리자 레안드로스가 거들고 나섰다.
“공작님, 이 마을 사람들에게 과거 하르트만의 영지로 복속될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할 겁니다. 지금 왕실 직할령에서 받는 이득이 크고, 그편이 더 살아가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그건 아멜리아가 말했잖아.”
“그렇다면 변화가 필요합니다. 왕실 직할령과도 다르고, 과거 하르트만이 취했던 영지 운영 방식과도 다른 공작님만의 영지가 필요한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 두 가지의 체제와 공작님의 체제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아아.”
어떤 영지를 원하느냐.
결국 그것을 위해서 영지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냐.
이런 점에 대해서도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땅?”
“그건 지나치게 이상적입니다만, 우선은 이루어야 할 최종적인 목적으로 두겠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과, 과세 축소? 다들 힘들다고 말했으니까?”
“세금이 꼭 나쁜 것은 아니고, 어디선가 필요한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또?”
“지금 다 말해야 해?”
“신자. 위대한 나를 경배하는 도시를 만들어라. 추운 인간들, 길거리에 전시해라.”
“되겠냐?”
저 눈사람 놈, 언젠가는 계약 끊어야지.
하지만 이쯤 되니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었다.
한평생 평범한 사무직으로 살다가 갑자기 거대한 조직을 운영 방침을 정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끙끙거리던 나를 보는 아멜리아는 고개를 살짝 미소 지었다.
“꼬, 꼭 지금 말씀하실 필요는, 없지만. 이 여행이 끝나기 전까지는 계, 계속 생각을 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으응.”
“공작성으로 도, 돌아가면. 그때는 영지 운영에, 대해서 가, 강의를 들려드릴게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구나.”
“다, 당연하죠. 모, 모든 결정은 공작님께 다, 달려 있지만 피해는 다, 다른 이들에게까지 미치니까요. 나, 나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히, 힘내세요!”
젠장.
아렌하이트가 아니라 아른트에 빙의했더라면 좋았을걸.
차라리 누가 굴려주면 뇌 빼고 구를 수 있을 텐데!
그건 마음이라도 편하지!
속으로 소리 없는 절규를 뱉고 있을 때였다.
가만히 앉아있던 아품 자의 분신, 눈사람의 머리가 창문으로 돌아갔다.
“눈사람?”
“공기. 불쾌.”
“갑자기 불쾌하다니? 무슨 냄새가 나? 아니, 너 코는 없었네. 미안하다.”
“불경한 신자 코 잘라버린다. 나한테 이식한다.”
팔을 휙휙 휘두르는 눈사람을 밀어놓고 창문을 열었다.
산뜻한 아침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을 뿐,
나에게는 아무런 이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멜리아도 마찬가지였지만, 레안드로스는 또 달랐다.
그는 멈칫거리다가 묘한 눈길을 창문 밖으로 던졌다.
“다들 왜 그래?”
“확실히 기묘하긴 합니다.”
“저거 봐라. 신자의 감. 인간 남자보다 후졌다. 각성해라.”
“그딴 단어 쓰지 마. 레안드로스, 어디가 기묘한지 알겠어?”
“하나만 짚어 말씀드릴 수는 없겠습니다만, 어제 오전과는 또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위협적인지, 혹은 단순히 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눈사람에 더해서 레안드로스까지.
주인공의 스파이디 센서가 뭔가에 반응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되면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일단……. 다들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자. 그리고 마을에 관한 정보도 모을 겸 돌아다녀 볼까. 혹시 특이한 사항이 있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러겠습니다.”
나는 레안드로스와 아멜리아를 먼저 내려보냈다.
방 안에 눈사람과 나만 남게 되자, 눈사람은 아예 어기적거리며 짧은 다리로 창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눈사람에게 대놓고 물었다.
“불쾌하다니. 신이 불쾌할 수도 있어?”
“신자의 소유물은 곧 나, 위대한 아품 자의 소유물. 이 마을은 아품 자의 자비의 대상이다. 그런데, 무례하다. 공간에 침입한 이물 있다. 건방지다.”
“그게 뭔지 몰라?”
“여기 본체가 현현하면 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아품 자의 쪼개진 권능. 신자, 여기에 아품 자를 강림시킨다? 그럼 다 알 수 있다.”
“너를 강림시키려면 뭐가 필요한데?”
눈사람의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마력이 필요. 위대한 아품 자를 불러내는 대가다. 대가를 치르면 아품 자, 신도를 외면하지 않는다.”
“마력은 어디서 조달할 수 있는데?”
“마력은 모든 것에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생물 마력 많다. 인간, 마력 있다. 오래된 광석에도 마력 있다.”
“인간의 마력?”
“신자에게 적합한 설명 생각한다. 평범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력, 10이라고 가정.”
“뭐야. 생각보다 많잖아. 강림에는 마력이 얼마나 필요해?”
“인간 이백 명 필요.”
“……이백 명?”
“이백 명. 하지만 아품 자의 완벽한 현현, 어렵다. 일시적으로 소환한다.”
사람 이백 명을 바쳐야만 신이 강림한다.
하지만 그것도 완벽하지 않고, 잠깐뿐이라고.
신이라는 놈들은 대체 무슨 존재인 걸까.
“강림 준비한다? 신자, 그렇게 안 봤는데 독실하다. 언제까지 준비한다?”
“누가 준비한대? 그냥 물어본 거야! 안 할 거야, 안 할 거라고! 널 부르면 내가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신자, 불경하다. 하지만 인간의 거부감. 이해와 통찰. 신이 신자에게 제안한다. 더 간편한 방법. 더욱 효율적인 방법.”
“효율?”
“그건 바로-”
눈사람이 막 말하려고 할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 네. 들어오세요!”
눈사람을 서둘러 숨기고 창문을 닫자마자 문이 열렸다.
낯익은 얼굴이 문 틈새로 빠끔 들어왔다.
“젠. 무슨 일로 여기까지.”
“아! 혹시 제가 방해했다면 미안해요. 별 건 아니고, 일행분들이 아침 식사하러 내려왔던데 우리 도련님만 없지 뭐예요.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은 것 같아서요.”
젠이 들고 있는 작은 바구니 안에는 빵과 직접 만들었을 게 분명한 잼 같은 게 담겨 있었다.
“사촌 누님과 용병 형씨도 걱정하고 있다고요.”
“미안해요. 진짜 음식은 맛있어 보였는데 제가 식욕이 너무 없어서요.”
“그럴 수도 있죠. 여기 있는 건 그냥 덤으로 생각해요. 내가 신경 쓰여서 오지랖 넓게 와본 거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대신 잼은 맛있으니까, 꼭 먹어봐요.”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지.
문으로 다가가서 바구니를 받아 들자 미지근한 온기가 느껴졌다.
막 구워낸 빵을 담아온 모양이었다.
“고맙습니다. 꼭 먹을게요.”
“아무래도 동생 같아서 신경 쓰게 되네요. 여행을 하면서 힘들어했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어디 갈 생각 있어요?”
“아직 계획은 못 세웠어요. 아멜, 아니, 사촌 누나를 따라온 거라서요.”
“그럼 오늘은 마을 구경을 하면 되겠네요! 우리 마을은 특산품은 없지만 구석구석 재미있는 게 많거든요. 혹시 오늘 시간 되면 같이 나갈래요?”
“같이요? 여관 일은 어떻게 하고?”
“숙모님께는 잘 말씀드리면 돼요. 저희 여관이 그렇게 빡빡한 편은 아니라서요. 오늘은 손님이 적기도 하고.”
“언제 갈 건데요?”
“음, 지금?”
어쩌지.
아멜리아와 레안드로스는 한창 식사 중일 텐데 같이 가달라고 하기도 좀 그랬다.
가볍게 마을만 둘러보고 오는 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아까 아품 자가 말했던 불쾌한 공기도 알아볼 겸.
결정을 내리고 젠에게 말했다.
“그럼 저 망토만 좀 챙기고 올게요. 먼저 내려가 있으세요.”
“그럼 천천히 와요.”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이불을 걷었다.
되는대로 눈사람을 침대로 넣어뒀는데, 눈사람은 그게 불쾌했는지 시트를 축축하게 적시며 녹고 있었다.
“신자. 불경하다. 화난다. 언젠가 코만 떼고 처형한다.”
“마음대로 해. 그보다 같이 밖에 나갈래?”
“밖? 의미가 있다?”
“아까 밖이 신경 쓰인다며. 나 혼자만 가는 것도 좀 그러니까 같이 가자. 어차피 내가 멀어지면 너도 싫을 거 아냐.”
반항하는 눈사람을 품속에 숨기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옷이 좀 젖고 있는 것 같지만, 뭐 어때.
돌아와서 세탁하거나 말리면 되지.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식사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당부를 몇 번씩이나 들은 후에 기다리고 있는 젠에게 갔다.
젠은 다분히 장난기 어린 투로 과장되게 외쳤다.
“자, 그럼 도련님. 소인이 글리코의 재미난 곳으로만 안내해드립죠!”
왠지 삐진 애를 달래는 키즈 놀이터의 알바생 같은 말투지만, 자세히 파고들지는 말자.
사실 마을을 돌아다니는 행동 자체는 특별한 게 없었다.
상점의 위치를 소개해주고, 매대에서 흥정을 하는 걸 보여준다거나.
이리저리 골목을 빠져나가서 갑자기 탁 트인 풍경이 나오는 곳까지 데려가 준다거나.
말 그대로 여기저기 쏘다니는 것뿐이었지만.
젠의 입담이 그 모든 과정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는 흔한 우물가도 사람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로 변신시키고, 작은 잡화상점도 온갖 유물이 모여있는 매력적인 골동품 가게로 재탄생시켰다.
젠이 현대에 태어났다면 100만 구독자 유튜버는 우습게 봤을 텐데.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내 저질 체력이 못 버틸 때 즈음 다시 여관으로 돌아갔다.
여관에 도착하자, 문 앞에 여관 주인과 아멜리아, 그리고 레안드로스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지?
“누나, 왜 나와 있는 거야?”
“아, 아아. 그게.”
아멜리아와 여관 주인은 당혹스러운 눈치였다.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지.
레안드로스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내게 말했다.
“도련님. 여관 뒤 마구간에 들여놓았던 저희 말이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