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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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관에는 엄연히 마법이라는 힘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말하는 마법은 해리포터처럼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도, 나니아 연대기처럼 어떤 신비로운 힘을 구가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법이란 거래를 통해 인간이 발현할 수 없는 힘을 구현화 시키는 것.
가령, 정보 길드에서 사용하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아티팩트는 마법을 물체에 담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인간에게 힘을 빌려주는 것은 대부분 지성이 있는 신이었다.
신이라고 하면 신성력이나 신관에 가까운 게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신’이라고 표현한 건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의 이야기.
유일신을 믿는 이 나라에서 주신(主神) 외의 다른 신을 인정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내가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이단으로 취급된다.
마도서는 그런 마법에 대한 지식을 모아둔 서적이었다.
‘신’을 부르는 방법부터 다양한 이세계와 신비한 물건에 대해 서술한 책.
하지만 마도서는 신전에 의해 철저히 금서로 취급받고 있기에, 마도서라는 물건의 존재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처음에 아렌하이트의 몸에 빙의했을 때는 하르트만 공작가가 마도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공작부인 서재에 있던 비밀의 방에서도 찾을 수 없던 걸 봐서 마도서가 희귀하구나 싶긴 했는데.
그런 마도서가 바로 여기, 드림랜드에 있다고?
“프나코틱?”
“그래, 마도서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정보가 담긴 마도서. 지금 신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지. 강하지도 않고, 몸은 약한데 세상 돌아가는 꼴이라도 잘 알아둬야 하지 않겠어?”
“그건 어디에 있는데?”
“바로 여기에 있지. 저기 원형의 둥근 탑 보여?”
눈사람이 가리키는 곳은 도시의 안쪽이었다. 저 멀리 삐죽거리는 능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크기의 탑이 하나 솟아 있었다.
피사의 사탑처럼 보였지만 엄청나게 웅장하고 고풍스러웠다.
“옛것들의 신전이지. 저기에는 원래 바스트의 승려와 현자들이 살면서 이 도시를 관조하고 있었어. 하지만 신자의 꿈에서는 그들 전부가 사라졌으니, 마도서를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인 거지.”
“동물이나 사람이 없다면 그 마도서도 없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
“그것들은 전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목숨이야. 하지만 프나코틱은 엄연히 드림랜드에 실존하는 쐐기돌이고.”
뭐라는 거야.
나는 알지 못하는 소리를 지껄이는 눈사람을 노려보다가 웅대한 탑을 바라봤다.
어쨌든, 저기에 가면 마도서라는 게 있다는 거 아냐.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봐야겠지.
나는 흐린 구름 속에 감싸인 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정확히 어떤 사람을 구하는 거요?”
“다, 다친 사람을 치료할 수 있고, 또, 으, 응급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그런 거라면 의원을 찾아가면 되지 않나? 굳이 여기 와서 구인을 해야 하는 거요?”
“그, 그런데 이 사람의 신분이 의, 의원이 아니면 좋겠어요.”
“……? 그럼 치료는 할 수 있는데 의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을 원하는 거요?”
“맞아요. 그, 그러니까, 어딘가에서 추, 추방당한 의원이라던가. 그, 그리고 죽은 사람을 봐도 무, 무서워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면 더 좋아요.”
“…… 대체 뭘 찾는 거요?”
벌건 대낮부터 길드에 찾아온 두 남녀는 뜬금없이 사람을 찾아달라 했다.
모험가 길드에서 사람을 찾는 거야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조건이 가히 해괴하다는 게 문제였다.
모험가 길드에서는 기막혀하면서도 아멜리아가 내미는 은화를 받아들였다.
조건은 괴상하지만, 어차피 안 구해질 것 같으니 수수료라도 챙겨두자는 생각에서였다.
구인 공고를 상세하게 작성하고 길드 건물을 나서자 눈 부신 햇살이 눈을 찔렀다.
아멜리아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옆에 있던 레안드로스에게 중얼거렸다.
“어, 어쩌면, 여기 오래 머물러야 할지도 모,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해도 이, 이상한 공고인 것 같아요.”
“생각보다 빨리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앞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고, 공작님이 녹는 시간이 따,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다행이죠. 무, 물론 가능한 한 빨리 공작님이 일어나시는 게 조, 좋지만.”
레안드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믿기 어렵지만 눈사람은 아렌하이트를 영원토록 얼려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최대한 철저하게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극권의 군주라고 했었나.
군주의 분리된 자아가 왜 이렇게 아렌하이트를 지극정성으로 도와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군주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레안드로스가 모험가 길드를 올려다보다가 발길을 돌렸을 때였다.
급하게 달려오는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레안드로스의 허벅지에 묵직한 것이 매달렸다.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동글동글한 머리통이 하나 보였다.
“아, 아이?”
아멜리아가 당황한 사이에 멀리서 남자가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요나스! 이 녀석! 갑자기 그렇게 가버리면 아빠가 놀라잖- 아아니, 기사님! 공작님의 기사님이 아니십니까!”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는 모습이 익숙한 남자가 오다가 갑자기 와락 달려들었다.
레안드로스의 손을 꽉 잡고 위아래로 붕붕 흔드는 모습이 사람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강아지 같았다.
“이런 곳에서 다 뵙습니다, 기사님! 전에는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겠네요. 혹시 기억나십니까? 디켄터 산맥 지도 말입니다, 예? 기억하시죠?”
“기억하네.”
“그거 다행입니다! 아들 녀석이 계속 기사님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나중에 먼발치에서라도 꼭 한 번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다면서 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가.”
이토록 열렬한 사람을 접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당황하던 레안드로스가 빠르게 덧붙였다.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군.”
“기사님께서 구해주셨는데 건강하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저는 공작가 의뢰를 받은 후 돌아가려고 했는데 제가 속한 용병단도 근처에 있다고 해서, 어떻게 하다가 여기서 합류하게 됐지 뭡니까. 아, 옆에 계신 숙녀분은?”
아, 맞다.
레안드로스는 급하게 아멜리아를 돌아봤다.
아멜리아는 이 두 사람과 면식이 없었다.
아놀드 남작가의 영애라고 소개해야 하는 것일까.
공작가의 기사와 남자 영애가 어떻게 같이 있는지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레안드로스가 생각하느라 잠시 말이 없는 사이에 아멜리아가 앞으로 나섰다.
“바, 반갑네. 하르트만 고, 공작님의 업무를 돕고 있는 아멜리아라고 하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저는 막스로, 이 애는 요나스라고 합니다. 참고로 요나스는 말을 하지 못하니 이해해주십시오. 최근 공작님께서 감사하게도 의뢰를 하나 맡겨주신 적이 있어서, 과분하게 공작가에 초대받는 영광을 누렸습죠.”
“레, 레안드로스 경을 유독 반기는 것 같은데. 그 의뢰를 바, 받았을 때 만났나?”
“맞습니다, 아가씨. 제가 그때 기사님을 어떻게 만났냐면.”
막스는 그 자리에서 산맥에서 겪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
어찌나 생생하고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던지, 듣던 레안드로스도 ‘내가 그랬다고?’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막스의 장황한 레안드로스 찬양은 장장 십여 분간 이어졌고, 요나스는 그사이에도 레안드로스의 허벅지에 매달려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품위 있는 미소를 지으며 끈기 있게 들었다.
“……그래서, 저와 요나스는 무사히 의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면 가슴이 쿵덕거립니다.”
“그런 일이 있었나? 요, 용병들은 강한 사람에 대한 도, 동경이 크군.”
“와하하, 들켰습니까? 강한 사람을 흠모하고 동경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다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니까요. 단순히 용병이라는 직업의 영역을 뛰어넘어서, 개인이 가진 순수한 강함에 대해서 동경하는 겁니다. 용병이란 그런 족속이죠.”
막스는 레안드로스의 다리를 껴안은 요나스의 머리를 슥슥 헝클어뜨렸다.
“이 녀석도, 지도 제작만 한다더니 기사님을 만난 후에는 뭐라도 무기를 휘둘러보겠다며 기를 쓰지 뭡니까.”
“용병들은 다루는 무기가 많아질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지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네.”
“기사님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이 녀석, 근력 운동을 잘 하지 않는단 말이죠. 이래서야 검을 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요나스는 제 아비를 째려보더니 레안드로스에게 얼굴을 푹 묻었다.
자신의 부끄러운 점을 들켜서 심통이 난 모양이었다.
아멜리아는 허리를 숙여 요나스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검이 머, 멋지지만 다, 다른 무기도 좋아. 네 신체 조건에 어, 어울리는 그런 무기를 가지렴.”
“……”
요나스는 아멜리아를 뚫어져라 보다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아멜리아가 손을 펼치자, 요나스의 작은 손가락이 그녀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어떤 무기요?
“음, 힘이 없다면 다, 단검은 어때? 가볍고, 쥐기 편하고, 수, 숨기고 다닐 수 있으니 좋을 것 같, 은데. 그, 그리고 작은 검 같잖아.”
요나스는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멜리아가 사용한 ‘작은 검’이라는 비유가 퍽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아멜리아는 요나스를 귀엽게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 사이에 막스와 레안드로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공작가에서 여기까지 무슨 업무를 보러 나오셨나요? 여기는 왕국직할령이지 않습니까.”
“사정이 좀 있네. 얼마나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꽤 시간이 걸릴 듯하군.”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없겠습니까?”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고 말하려던 레안드로스가 잠시 멈췄다.
갤로를 공작령으로 편입시키려는 것은 비밀이지만,
공작님을 치료하는 건 비밀이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용병이라면 여기저기 인맥이 있어 아멜리아와 자신이 원하는 인물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용한 의원을 알고 있나? 잘 놀라지 않고, 용감한 성격인 사람이어야 하네.”
“의원인데 용감해야 합니까? 끔찍한 상처를 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비슷……하지만 좀 달라. 아무튼 잘 놀라지 않고 입이 무거우면 더 좋겠군.”
막스는 이리저리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기사님. 제가 요나스 때문에 의원이란 의원은 다 다녀보는데, 기사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사람은 영…….”
“역시 그렇겠지.”
“웬만하면 저희 용병단 소속의 의원이라도 소개시켜 드리고 싶습니다만, 요새 좀 곤란한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곤란한 일이라니?”
“그게 말이죠, 저희 용병단이 근래에 부쩍 신입 용병을 많이 채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잖습니까, 신입이면 자기 혈기를 못 이겨서 건방 떨다가 다치는 일도 많고.”
용병 중에는 성격이 과격한 사람이 많았다.
그것도 신입이라면 더욱 그랬다.
머리에 피가 확 몰리면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이성을 잃고 쉽게 난폭해져서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막스같이 어느 정도 연륜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그게 자신의 생존율을 올린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지만.
신입 용병들은 그런 것 따위 없었으니까.
“그래서 부상자가 많은 바람에 추가적으로 의원을 영입했습니다. 그런데 원래부터 용병단에 있던 의원과 너무 안 맞아서요. 네가 나가니 내가 나가니 하다가, 결국은 원래 의원이 용병단을 어제부로 탈퇴했습죠.”
막스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영 뒤숭숭한 분위기라 차마 외부인을 봐달라고 하기가 좀……. 도움이 되지 못했군요.”
“아닐세. 그나저나 새로 온 의원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야.”
“말도 마세요! 장난이 아닙니다. 요나스의 미운 3살 시절을 보는 것 같다니까요!”
막스가 펄쩍 뛰며 두다다다 속사포로 쏟아냈다.
“완전히 괴짜입니다. 처음 그 몰골을 보고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의원이라면서 머리는 도통 다듬지도 않고, 환자가 찾아오면 치료는 뒷전이고 무슨 상처인지 어떻게 났는지 관찰을 하질 않나! 진통제가 뻔히 있는데 그걸 쓰면 치료할 때 아픔이 없어서 의원 귀한 줄 모른다며 그대로 생살을 꿰매질 않나!”
“허.”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기사님. 어디선가 동물 사체를 얻어 와서 연구를 한다니까요! 자기가 수의사라도 된답니까? 게다가 최근에는 마수 사체는 없냐고 조르질 않나, 신입 용병을 상대로 새로 개발했다는 치료술을 시험해보질 않나! 그거 완전 미친놈이에요!”
막스가 울분을 토해내는 동안 아멜리아와 레안드로스가 서로 마주 봤다.
두 사람이 빠르게 눈빛을 교환한 다음, 레안드로스가 막스에게 말했다.
“그 사람이 우리가 찾던 사람인 것 같군.”
“예에에?”
“안내해줄 수 있겠나? 부탁하지.”
“예에에에에?”
막스가 어떤 썩은 표정을 지어도 상관없었다.
레안드로스가 곤란해하는 막스에게 청탁 아닌 청탁을 하는 동안 아멜리아는 남몰래 양손을 불끈 쥐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