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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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것 좀 보게. 그동안 모은 꼬투리를 빻아서 만든 가루야.”
“이 가루라면 틀림없이 성공할 거예요. 온전한 것을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저 인간들이 바로 눈치채버리겠죠.”
“그래. 지금 당장은 이게 최선이겠지. 어둠을 틈타서 바람이 잘 부는 때를 노려 날려버리자고. 분명 집안 곳곳에, 거리 구석구석에 잘 스며들 거야.”
“저 인간들의 몸 위에서 꽃처럼 만개하겠죠. 그러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비로소 진정한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겠죠!”
“그래, 꽃처럼, 너르고 풍요로운 들판에 꽃씨가 퍼지는 것처럼!”
한때는 같은 마을에서 어울려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에게 등을 돌렸고, 서로가 생각하는 바가 옳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저놈들을 죄다 불태워버리려면 지금 가동하고 있는 아티팩트를 잠시 멈출 수밖에 없어.”
“그렇다면 밤이 좋겠군. 탑에 있던 놈들을 사용하면 될 테니 재가동은 문제없어.”
“몇 명만 그 틈을 타서 재빨리 외곽 지역으로 나가자고.”
“이 기름을 집마다 벽에 뿌리고 불을 붙이자고. 바람을 잘 타면 불길이 크게 번질지도 몰라. 우리 일손을 덜 수 있어.”
“기름 냄새에 질식해 죽지는 않으려나? 말벌도 아니고 말이야.”
“으하하하! 괴물들 같으니라고. 기다릴 것도 없지. 오늘 밤이라도 당장 할 수 있어.”
……다른 한쪽은 상대에게 완전한 죽음을 가져다주려 했다.
새로운 삶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인간이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동시에 미개하게 여겼다.
인간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은 저 괴물을 끔찍하게 두려워하는 동시에 혐오했다.
물론 서로를 무조건 적대시하지는 않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고작 한 줌에 불과했다.
그러니 양측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했다.
이 모든 것이 인면쥐가 전달해준 이야기였다.
-찍찍.
“……그렇게 됐대요. 눈사람은 어쨌든 레안드로스와 무사히 만난 모양이죠.”
“다, 다행이네요.”
정중한 보고를 전달하듯 상체를 빳빳이 세운 인면쥐의 매끈매끈한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탑에서 지금 당장 나갈 수는 없지만, 인면쥐를 활용해서 바깥 사정을 알아낼 수는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인면쥐들은 내 생각과 의도에 따라 충실히 움직여주었다.
내 머리카락을 대강 손으로 빗어 내리자 따끔한 감각과 함께 엉킨 머리카락 몇 올이 뽑혀 나왔다.
붉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인면쥐에게 건네자 인면쥐는 길쭉하고 마른 손아귀로 그걸 움켜쥐려 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멜리아가 물었다.
“재, 재가동에 우리가 필요하다는 마, 말은. 여, 역시.”
“아티팩트를 가동시키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알겠군요.”
“마, 마을에 불이 나기 전에 마, 막아야 해요. 그, 그렇지 않으면 전부 타, 타버릴 거고. 바, 밤까지 기다려서 나갈 순 없어요!”
맞는 소리였다.
밤까지 기다려서 나가니 마니 할 것도 없었다.
한시라도 더 빨리 나가지 않으면 마을이 개판이 날 거고,
이 마을이 개판이 나면 레안드로스의 평판만 떨어질 것이다.
그 전에 마도서 프나코틱에서 저 괴물의 정체를 알아내고, 레안드로스가 괴물을 물리치든 어쩌든 해서 공을 세울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겸사겸사 마을에 빚도 만들어서 내 쪽으로 끌어들이고.
“하지만 어떻게요? 열쇠도 없고, 있다고 한들 아까 말했다시피 보는 눈이 있어서 바로 잡힐걸요.”
“제, 제가 하, 한 가지 떠올린 바, 방법이 있는데.”
“무슨 방법을?”
아멜리아가 내 귀에 대고 그 방법에 대해 속삭였다.
나는 그걸 듣고는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진짜? 이런 걸 나한테?
“……제정신이에요?”
“하, 하지만 부, 분명 먹힐 것 같은데요.”
“아니, 아니, 먹히는 건 둘째치고. 진심으로? 저는 공작인데?”
“자, 작위가 몸이 불타는 걸 마, 막아주진 않아요. 이런 건 어릴수록 더 효, 효과적이에요.”
“제 체면은요? 존엄성은?”
“아, 아무도 고, 공작님이 공작님이라는 걸 모, 모르잖아요.”
당혹스럽다. 아멜리아는 미친 여자인가?
그녀는 계속해서 사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탑에서 나가는 게 최우선 순위라고 역설했다.
아멜리아의 집요한 설득에 나는 결국 두 손을 다 들었다.
잠시 후.
-똑똑.
“거, 거기 사람 있나요?”
밖에서 탑의 유일한 출입구를 지키던 남자는 문득 안에서 흘러나오는 가냘픈 목소리를 들었다.
깨어날 시간이 분명 한참 지났는데 조용하기에 뭔가 꿍꿍이가 있나 했더니.
지금 와서 이렇게 부르는 건 분명 같잖은 수작일 것이다.
남자는 그렇게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려고 했다.
그런데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 보, 볼일 좀 보러 가고 싶습니다만…….”
“…….”
탑은 본래 아티팩트를 가동시키기 위한 사람들을 모아두는 감옥에 불과했다.
그러니 거기에 볼일을 볼 수 있는 장소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고작해야 곰팡이가 슨 나무통이 요강 용도로 쓰이고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한숨이 나오려는 걸 참고 문에 대고 슬쩍 속삭였다.
“안에 나무통에 싸.”
“여기서 볼일을 보라고요? 너무 더러운데요? 게다가 여기 여성분도 계신다고요! 남자도 있고!”
“내가 알 바야?”
“한 명의 남자로서 그런 추태는 부릴 수 없어요! 게다가, 그, 큰 거예요.”
“그냥 싸든가 참든가. 알아서 해.”
어린애들이란.
남자는 이 목소리가 질질 끌려가던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애일 거라고 짐작했다.
아무튼 요새 어린 것들은 어디에나 깨끗한 요강도 있어야 하고 이부자리도 푹신해야 하지.
자기 때는 그런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꿨는데.
하여간 요즘 애들은 아주 약해빠지기만 해서.
남자가 속으로 불만을 늘어놓는 중에도 목소리는 절박해졌다.
“안 돼요! 배탈 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급하면 안에서 싸라니까.”
“숙녀분 앞에서요? 냄새도 다 난다니까요? 제가 큰 거 부탁하는 거 아니잖아요, 바로 옆에 뭐 회관이든 어디든 다른 곳에서 볼일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건데.”
“그게 큰 부탁이거든.”
“만일 다른 곳에서 볼 일을 못 본다면. ……응? 뭐……”
말이 잠시 끊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목소리가 비통하게 쥐어짜듯 외쳤다.
“바, 바닥에 쌀 겁니다.”
바닥에 뭘 한다고?
남자는 순간 상상했다. 이들을 끌고 나가려 문을 열었을 때 퍼질 악취를.
게다가 탑 내부의 바닥은 또 어떤 상황일지.
심지어 이번에는 하필이면 남자가 탑을 청소하는 날이었다.
볼일도 그냥 볼일이 아니다. 배탈이라고 했는데, 그럼 바닥 한구석만 그런 게 아니라 사방팔방…….
그것만은 안 돼!
남자는 아찔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여관으로 몰려갔기에 광장은 텅 비어 있었다.
남자는 최대한 조용히, 들키지 않게 잠금쇠를 풀었다.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살짝 열렸다.
내부를 들여다보려 얼굴을 그 틈에 넣은 남자는 눈앞으로 양손이 다가오는 걸 봤다.
그게 남자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장면이었다.
우드득!
어긋난 뼈가 맞춰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털썩 쓰러졌다.
문 뒤로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렌하이트와 상쾌한 표정의 아멜리아가 서 있었다.
이렌하이트가 얼굴을 가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연으로 살기 어렵다.”
“네, 네? 뭐, 뭐라고 하셨어요?”
“……베르데나 깨워요…….”
* * *
용병들이 머무는 여관.
막스는 지금 막 요나스와 함께 저녁을 먹고 객실로 올라온 참이었다.
이 마을에는 영 의뢰가 없는 것 같아서 며칠 내로는 이동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차였다.
갑자기 문이 킁킁킁, 하는 소리를 내며 부서져라 흔들렸다.
“대체 어떤 썩을 놈이 문을 이렇게 부서져라…… 아, 아니, 기사님! 기사님이 아니십니까!”
막스가 성질을 내며 문을 열자 바로 앞에는 레안드로스 경이 서 있었다.
그의 가슴이 들썩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런 애매한 시간에, 왜 갑자기 찾아오셨담?
막스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미소를 머금으며 안으로 안내했다.
“이 시간에는 대체 무슨 일이시랍니까? 안으로 들어가셔서 말씀하시죠.”
“시간이 없으니 여기서 말하도록 하겠소.”
“시간이 없다니요?”
객실 안에 있던 요나스가 목소리를 듣고 뛰어나왔다.
아이는 레안드로스의 다리에 매달리려 했지만, 그의 표정이 평소보다 더 심각해 보여서 결국 제 아빠의 다리에 매달렸다.
레안드로스는 아이와 막스를 보며 진중하게 뱉었다.
“갤로를 떠나시오. 가능한 몇 시간 내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은 이 마을을 떠날 수 있을 거요.”
“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지금 당장은 설명하기 어렵군, 하지만 지금 당장 마을을 떠나는 게 목숨을 구하는 길이라고만 말하겠소. 용병단 전부와, 혹시 마주치게 되는 외부인들에게도 경고하시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막스의 질문에 결국 레안드로스는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내뱉었다.
“마을 뒤편에서 활보하는 괴물이 있소. 막 인간과 괴물 사이의 전쟁이 일어날 참이지. 짐을 싸서 되는대로 떠나시오. 가능한 한 빨리.”
레안드로스는 그 말만을 남기고 뒤돌아 떠났다.
검은 망토가 너울거리며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막스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검은 천사에게서 뜬금없는 계시를 받은 기분이었다.
요나스가 바짓가랑이를 당기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막스는 아이를 내려다봤다.
아이의 동그란 두 눈이 겁을 먹은 채였다.
막스는 그걸 보고 결심했다.
“요나스, 빨리 짐을 싸라. 단장님께는 내가 말씀드리마.”
막스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저 기사님은 분명 이쪽을 염려했기 때문에 경고하러 온 것일 테다.
얼마나 마음씨가 넓고 용감한 사람인지!
막스는 레안드로스에 대한 존경과 경외에 몸을 떨며, 서둘러 용병단의 단장을 찾아 방을 나섰다.
레안드로스가 직접 와준 만큼 경고는 무시할 것이 못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날 저녁,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 직전.
갤로를 방문한 이방인들은 마을 관문을 통과하며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마을의 중심부와 외곽을 갈라놓던 보이지 않는 미로가 큰 신음을 토하며 갈라지기 시작했다.